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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갑작스럽게 만난 최이서는 생각 이상으로 반가웠고, 기뻤으며 또한 예뻤다.

그래,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걸까?

머리카락도 살짝 자랐는데 그것만으로도 이전보다 좀 더 세련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

따로 들어가서 얘기할 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근처가 전부 산이었기에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으음, 버스 타고 왔지?"

작게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그녀.

하얀 입김을 흩날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아니,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

"주희 선배가 알려주셨어. 너랑 약속 있어서 서프라이즈로 만나러 갈 건데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 여쭤봤지."

"아하."

그런 거라면 서예린이나 유아린 쪽이 훨씬 대화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최이서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나 역시 따로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만났는데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콘서트가 언제였지?"

"이틀 뒤."

"……딱 쉬는 날이라 다행이네. 만약 쉬는 날 아니면 어쩌려고 그랬어."

최이서답지 않게 너무 무계획으로 그냥 덜컹 와버린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녀는 내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그럼 그냥 너 보고 가는 거지."

"……."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부드러이 지어진 미소는 나를 향한 배려를 머금고 있었다.

"지금까지 뭐 하면서 지냈어?"

"아, 음…… 나중에 얘기해줄게."

"응?"

겨울방학 동안 따로 할 일이 있다고 듣긴 했다. 지난번에 윤지가 도와달라고 연락해 오기도 했었고.

'윤지 관련인가?'

최이서니까.

이렇게 숨기는 이유가 따로 있으리라 믿으면서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너는 어때? 여기서 일하는 거 어렵지 않아?"

"야, 말도 마라. 이번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나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골드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워낙 별별 일이 많았다 보니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최이서도 간간이 웃으면서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어느새 걷다 보니 도착한 C동 호텔.

"여기를 숙소로 쓰고 있어?"

놀라며 묻는 최이서에게 나는 웃으면서 끄덕였다.

"응, 직원 숙소가 부족해서 따로 내어줬다고 하더라.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어."

"우와."

"너는 따로 지낼 곳은 예약해 뒀어? 지금은 성수기라 예약하기 힘들 텐데."

"아, 근처 모텔 하나 있어서 거기 잡아뒀어. 네 말대로 골드원은 좀 많이 비싸더라."

"흐음."

딱히 나쁘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시내에는 건달이나 조폭들이 즐비해 있으니까.

툭하면 시비가 걸리는 장소였기에 최이서가 걱정됐다.

그렇다고 우리 숙소에서 묵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아!"

그때 떠오른 유아린의 카드키.

형수님이 주고 가신 방이 하나 있으니 그걸 최이서한테 주면 되겠거니 싶었다.

"와봐. 여기 남는 방 하나 있어."

이제 그만 가려는 듯 아쉬워하고 있는 최이서를 데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온다.

"남는 방이 있다고?"

무슨 소리냐며 되묻는 최이서의 손목을 잡고 끌면서 데려왔다.

여자애들 방에는 남자가 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잠깐 가서 말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금방 도착해서 유아린을 만날 수 있었는데.

"싫어."

팔짱을 낀 채로 삐죽거리며 내게 대꾸하는 유아린. 편한 복장으로 있는 모습이 색다른 감이 있었으나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거기 나한테 주신 거야. 너랑 쓰라고."

대놓고 나를 가리키면서 유아린이 선언하자 나도 모르게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들었다.

"……."

하지만 내 뒤에 서 있는 최이서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대꾸했다.

"그래, 괜히 그러지 마. 나 어차피 예약한 곳 있으니까 거기서 지내면 돼."

'음?'

평소의 최이서답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이럴 때 한마디 하면서 치고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냥 무던하니 넘어가는 모습에서.

원래라면 유하다고 느끼거나, 성숙해졌다고 해야겠지만.

오늘은 참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것도 다소 일그러진 형태로.

그럼에도 유아린은 확고했다.

"방은 못 넘겨줘. 대신…… 우리 방에서 자고 가. 내가 룸메들한테도 따로 말해둘 테니까 괜찮을 거야. 어차피 이틀 정도만 있는다며."

역으로 뜬금없는 제안.

같이 방을 쓰는 룸메들이 다 친한 친구여서 가능한 제안이었으나.

정작 최이서가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돌아보자.

"그래, 그러자."

오히려 잘됐다면서 최이서는 나를 지나쳐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졸지에 같이 생활하게 된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럼, 우진아. 나중에 연락할게."

"어, 그래. 유아린이 괴롭히면 말하고."

"뭐래."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 최이서.

유아린이 문을 닫기 전, 나는 아까부터 걸리던 걸 물어본다.

"근데 너 서예린이랑 무슨 약속 있는 거 아니었냐?"

"몰라도 돼!"

퉁명스럽게 메롱을 하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 유아린.

얼떨떨한 상황이었지만 뭐가 됐든 일단 나름 정리는 됐다는 생각으로 나도 우리 숙소로 돌아갔다.


김우진이 떠나가고.

방안으로 최이서를 들인 유아린은 의외로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상 다른 여자랑 잘되려던 남자를 뺏겠다고 선언했던 게 아닌가.

본인 입장에서야 알을 깨고 나온 나름 의미 있는 순간이었으나, 최이서의 입장에서는 그냥 바람 피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를 직접 보니까 좀 미안하네.'

김우진을 향한 마음을 다 잡은 것과 최이서를 대하는 건 좀 다른 문제였으니까.

간단하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랑 인사를 나눈 최이서.

다들 싫어하진 않았고, 심지어 이서아는 왜인지 최이서에게 사과까지 했으나 일단 흐지부지 넘어갔다.

"짜잔! 여기가 이서 잘 곳!"

특히나 서예린은 최이서랑 친한 편이었기에 기꺼이 반기면서 본인 옆에서 자라고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저건 담이 큰 걸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걸까.

유아린이 복잡함을 느끼든 말든 결국 같이 자게 된 세 사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서로 수다를 떨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9시.

내일 출근하기 위해서 슬슬 잘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

'그러고 보니 오늘 공쳤네.'

양치질을 하던 유아린은 너무 갑작스런 손님 탓에 까먹고 있던 걸 떠올렸다.

오늘 서예린이랑 같이 야시꾸리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는데 정작 최이서가 같은 방을 쓰게 되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퉷."

차라리 잘된 걸까?

오묘한 감정만 남긴 채로 양치질을 끝낸 유아린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거기엔 서예린이랑 최이서가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있는 중.

'쟤네는 대단하네.'

서로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도 없이 어떤 관계인지 다 알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지어는.

"그래서 그때 우진이가 뜬금없이 자기는 카트를 동시에 다섯 개까지 끌 수 있다는 거야!"

김우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다 하지 말라고 말렸거든? 근데 하다가 결국엔 카트 다 쏟아지고 혼났잖아."

'아, 그때.'

놀러 온 서예린한테 보여주겠다고 김우진이 깝치던 때의 얘기였다.

덕분에 뒷정리하느라 꽤 고생했는데.

"아린아! 너도 이리 와!"

서예린은 방에 들어온 유아린에게 본인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앉으라고 외쳤다.

'쟤는 진짜.'

애가 저 정도면 사회성이 좋은 게 아니라 멍청한 거 아닌가?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유아린은 일단 불렸으니 어색하지 않게 옆에 앉았다.

이부자리 위에 둥글게 서로를 마주 보며 앉은 세 사람.

서예린이 뭔가 얘기하려 했으나, 먼저 최이서가 입을 열었다.

"나 여기 온 거, 우진이랑 콘서트 보는 거 때문이야."

"들었어! 유아이 콘서트라며? 진짜 부럽다."

"어떻게 티켓팅 잘했네?"

부러워하는 서예린과 삐죽대는 유아린.

둘을 번갈아 가며 보던 최이서는 숨을 고른다. 할 말이 있다는 소리였는데 얼굴에 그늘이 진 걸 보면 그닥 좋은 얘긴 아닌 모양이었다.

"너희…… 우진이 좋아해?"

"본론으로 가지?"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던 서예린 대신, 유아린이 재빠르게 손을 휘저으며 주제를 넘겼다.

대답이 뻔한 이야기로 시간 끌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걸 최이서 앞에서 대놓고 고백하는 것도 언짢았다.

최이서도 중요한 건 아니었는지 그냥 넘기면서 말을 이어간다.

"나, 겨울방학 동안 윤지랑 같이 일했어."

오윤지.

여기서 그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1학기에 휴학했던 몇 번 본 적도 없는 여학생.

김우진의 전 여자친구.

"윤지랑 우진이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윤지가 남기고 간 편지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우진이한테 가지 못했나봐."

"편지?"

핸드폰으로 문자 남기는 것보다는 훨씬 정성이 담기긴 하겠구나 유아린은 생각했다.

"그래서. 윤지는 우진이랑 얘기해서 다시 잘 해볼 거라더라. 지금 우진이네 둘째 형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우진이 때문이라고 그랬어."

그 말에 유아린은 뺨을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부회, 아니…… 나도 김우진 큰형한테 들었어. 오윤지가 복학할 수도 있다고. 김우진 때문에 일하는 중이라고."

지난 새벽, 근무 중이던 자신을 찾아왔던 김재운 부회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오잉?"

자신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단 생각에 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는 서예린.

하지만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고, 최이서는 일단 말을 이어간다.

"나는 윤지 친구야, 그래서…… 두 사람의 전말을 알게 되니까. 함부로 다가가는 게 겁나."

자신의 친구가 사귀던 남자를, 친구랑 경쟁한다는 게 탐탁지 않아 보이는 최이서.

그것도 그냥 헤어진 게 아니라 뭔가 오해 때문에 헤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욱 마음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심지어 김우진은 아직, 오윤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둘이 오해만 풀면 다시 사귈 거야. 너희가 미리 알아두길 바랐어."

김우진이랑 콘서트를 보기로 했던 것도 있지만, 이 말을 서예린과 유아린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그녀가 직접 왔다는 걸.

이제야 눈치챈 유아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럼 콘서트 보러 가는 건……."

"……."

입을 꾹 다물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최이서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라는 걸.

뭔가 깊게 고민하는 서예린은 내버려둔 채로.

"이야."

한결 편해진 얼굴의 유아린이 환하게 웃으며 최이서에게 말했다.

"한 년 제꼈고."

"……."

"너는 오윤지랑 친구였을지 몰라도, 나는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애야. 걔 때문에 굳이 뺄 필요 없어 보이는데?"

"우진이한테 아직 윤지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다니까. 지난번에 술 마시고 전화까지 걸었더라. 녹음한 거 난 들었어."

"뭘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나는 김우진이랑 꽁냥꽁냥할 테니까 너는 빠져."

"……."

오늘 여기 온 뒤로부터 착잡한 표정만 짓고 있던 최이서.

먹구름이 낀 듯 회색빛이던 그녀의 표정에 약간이나마 색감이 생긴 듯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긴 했지만.

"그 새끼가 오윤지한테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이미 각오하고 여기 끼어든 거야."

여기서 적이 한둘 느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김우진은 존나 패겠지만.

"그치 예린아?"

이번만큼은 같은 입장인 서예린에게 지원을 요청하자 고민을 끝마친 서예린이 방긋 웃으며 외쳤다.

"임신하면 되겠다!"

"저거 가스나가 철이 없어!"

바로 베개를 던져서 서예린의 얼굴을 틀어막아 버린 유아린. 최이서는 멍한 표정으로 서예린을 바라보고 있다.

"어푸억! 사, 살려줘어!"

퍼억! 퍼억! 퍼억!

베개를 들고 서예린을 몇 방 더 때린 유아린은 씩씩거리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흐윽, 내 위에는 우진이만 올라탈 수 있는데."

널브러진 채로 장난스레 흐느끼던 서예린도 다시 벌떡 일어난다.

"근데 나는 이미 생겼을 수도 있어서 해본 말이야."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다시 서예린에게로 향했다.

"뭐?"

"너, 너! 안 썼어?"

두 사람의 되물음에 서예린은 브이 자를 들면서 웃어 보였고.

"어쩌려고 그래!"

"너, 잘못하면 인생 크게 꼬인다?!"

둘의 다급한 외침에 서예린은 멍하니 둘을 쳐다보더니 승리감에 도취된 미소와 함께 콧소리를 흘렸다.

"아항, 나만 생으로 했구나?"

"……."

"……."

"아이 참, 우진이가 그랬을 줄은 몰랐네에."

"저년 잡아."

다시 유아린이 달려들자 이번만큼은 참지 못했던 최이서도 함께 가세했다.

그렇게 몇 분 후.

서예린의 간드러진 비명과 눈물이 이불을 적셨을 때쯤에서야 멈춘 두 사람.

"여, 여자의 질투우."

무슨 유언이라도 남기듯 풀썩 쓰러진 서예린을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 두 사람.

그러다 둘이 눈이 딱 맞았는데, 유아린은 비웃음을 내걸며 물었다.

"봐라. 결국 너도 똑같아."

"……."

"이렇게 질투하면서 뭘 포기하겠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런 거 하나 들은 것만으로 당장이라도 김우진한테 달려가고 싶어졌으니까.

"질투 아냐."

하지만 최이서는 입술을 삐죽이고 팔짱을 끼며 부정했다. 이렇게 부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양심이 찔리는 기분이었으니까.

"아항? 질투가 아니세요?"

그런 최이서에게 유아린은 잠옷을 옆으로 당겨 어깨골을 보여준다.

거기에 붉게 나있는 자국 하나.

"이거 봐, 지난번에 김우진이 자국 남긴 거야."

"……!"

"얼마나 거칠던지 맞춰주느라 힘들었다니까? 그래도 걔가 좋아하니까 뭐."

"앗, 야한 얘기야?"

쓰러져 있던 서예린이 바로 일어나서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근심과 회색빛으로 짙었던 최이서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밤이었다.


다음 날.

퇴근하고 바로 최이서를 만나러 왔는데.

"어억!"

"이게! 이게! 미쳐가지고!"

느닷없이 주먹질부터 날리는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