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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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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양식 메뉴에는 기본적으로 구운 빵이 같이 나간다. 그렇다 보니 튜브형 잼을 종류별로 넣어주는 게 기본이었는데 이게 선반 높은 곳에 있었다.

‘아오, 씨.

낑낑거리면서 잼을 꺼내려는 유아린. 밑에 꺼내둔 게 다 떨어져서 다음 봉지를 꺼내려고 했는데 막상 손이 닿지 않는다.

“아, 싫다니까?”

“제발! 제발제발제발제발!”

고생하고 있는 자신은 내버려둔 채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는 연영과 이서아와 김우진.

뭐가 그렇게 간절한지 이서아는 김우진에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핸드폰을 들고 애원하는 중이었다.

“남친이 여사친이랑 사진 찍은 거 SNS에 올렸다니까? 그래 놓고 뻔뻔한 거 있지?”

“아, 그럴 수도 있지. 별걸 가지고.”

“별거? 별거? 장난해? 지금 나랑 못 만나는데 여사친들이랑 놀고 있는 거라니까?”

“하아.”

그러고 보니 어제 숙소에서도 저것 때문에 이서아가 난리 치긴 했었다.

덕분에 마시고 싶지 않은 맥주도 같이 마셔줬었지.

“그래서 뭐. 너도 똑같이 하겠다고? 나랑 같이 사진 찍어서 질투하게 만들겠다고? 그게 뭐냐 도대체.”

‘얼씨구.

유아린은 친구의 수작질에 헛웃음만 흘렸다. 남자친구가 아무리 괘씸해도 똑같은 일로 되돌려주겠다는 건 다소 일차원적이지 않은가.

“아, 제발! 응? 한 장만! 따아악! 한 장만 찍어주라!”

“내가 아는 애 중에 진짜 잘생긴 애 있는데 걔 소개해 줄게. 걔랑 찍어.”

찬우를 이용하려는 속셈이구나.

미안한데 이서아도 찬우를 알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아, 찬우는 안 돼.”

바로 거절하는 이서아.

“왜?”

“걔는 너무 잘생겨서 남친이 진짜 화낼 것 같아.”

“이 개색……!”

“흐히힣! 아 제바아알! 우지나아아!”

이제 아예 매달려서 부탁하는 이서아.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담긴 게 괜히 연극영화과가 아닌지 예쁘장하다.

‘어휴.

그런 둘의 장난질을 못 본 척하며 유아린은 다시 잼을 꺼내려 드는데.

이서아를 끌고 도망쳐 온 김우진이 자신의 옆으로 와서는 잼을 내려주곤 짜증 낸다.

“아, 싫다니까? 그랬다가 네 남친이 나한테 뭐라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나 싸움 못 한다고.”

“에잉! 내가 알아서 다 설명할게. 응?”

“아, 몰라. 나 객실 올라간다.”

도망치듯 카트를 끌고 객실로 올라간 김우진.

“…….”

별말 없이 그가 내려놓고 간 잼 봉투를 멍하니 보던 유아린은 퍼뜩 정신 차리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이렇게?”

“아니, 이런 식으로.”

“허, 신기하네.”

기본적으로 룸서비스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소 한가해진다. 기껏해야 늦은 점심주문 한두 개 들어오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한가해진 시간.

김우진은 기묘한 스텝을 밟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연극영화과 이서아와 디자인과 한봄부터 시작해서 대리님들까지.

옹기종기 모여서는 무슨 서커스라도 하는 것 같은 김우진의 스텝을 구경한다.

“자, 봤지. 이렇게이렇게. 손님께서 나오시면 바로 기뻐하실 수 있게.”

아직도 저 드립을 밀고 있는 건가.

“아니, 개신기하네.”

“연습했니?”

“의외네.”

사실 따로 배운 건 아니고 김우진도 어제 숙소에서 룸메이트들이랑 같이 너튜브를 보고 연습했을 뿐이다.

핸드폰만 있고 따로 나갈 일이 없다 보니 남자들끼리 숙소에서 기묘한 행위가 펼쳐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니까.

“숙소에서 심심해서 이런 것만 하고 있어.”

왜 갑자기 춤에 삘이 꽂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유아린은 한 걸음 멀찍이서 구경하다가 시계를 확인한다.

세탁한 냅킨을 받아올 시간이었기에 조용히 자리를 떠나 카트를 끌고 세탁실로 향했다.

‘갑자기 웬 춤이지.

집에서 홈트 한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춤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좀 뜬금없었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기괴한 행동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저건 너무 기괴하지 않은가.

김우진과 춤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세탁실로 가서 냅킨을 카트에 옮기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와 반대편에 서서 같이 카트에 냅킨을 옮겨주는 김우진.

“왜 혼자 가냐.”

“뭐야…… 언제 왔어.”

“네가 혼자 가는 거 봤으니까 따라왔지. 이번에 냅킨 많이 나가서 세탁물 많을 거 아니야.”

“혼자도 할 수 있어.”

“넵, 그러시겠죠.”

“…….”

분명 학교에서랑 다르게 쌀쌀맞게 굴고 있다. 최이서랑 통화하는 걸 본 이후부터 특히나 더 그렇게 굴고 있는데.

정작 김우진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챙겨주고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쁜.

오묘함이 유아린은 싫었지만.

호의는 계속 받아 들고 있었다.

“야, 내 스탭 어땠음? 꽤 열심히 연습했는데. 우리 숙소에서 내가 제일 잘해. 재능 있는 듯?”

정찬우랑 같이 핸드폰 보면서 연습했을 생각하니까 좀 웃겼지만 유아린은 표정을 억지로 유지하며 대꾸했다.

“왜 갑자기 춤이냐.”

“음? 네가 윈드밀 보여줬잖아.”

“…….”

냅킨을 옮기다 말고 천천히 고개를 든 유아린.

그런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김우진은 계속 냅킨을 옮기면서 말했다.

“윈드밀 멋있어서 나도 해보고 싶어서 배우고 있지. 솔직히 남자의 로망 같은 거 아닌가?”

“……정말 별거 아닌 이유네.”

“그렇긴 하지?”

카트에 냅킨을 다 실었기에 김우진이 냉큼 끌고 가기 시작했고. 유아린은 그 뒤를 머쓱하니 따라간다.

“이제 곧 B동 카트 수거할 시간이니까 얼른 가야겠네.”

손님들이 식사를 다 하고 문밖에 뒀을 카트들을 가져올 시간이었다.

“지난번에 깜빡하고 안 가서 대리님들한테 혼났잖아.”

자신이 혼난 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한 번 실수한 건 솔직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

“근데 두 번은 좀 그렇지. 두 번 하면 바보라고 불러도 된다.”

“…….”

동의를 구하는 김우진을 빤히 쳐다보던 유아린은 결국.

“야.”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뱉었다.

“너 나 좋아해?”

“……갑자기 미치셨어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김우진.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던 유아린은 갑자기 씩씩거리면서 카트를 낚아챈다.

“아니면 가세요. 나 혼자 할 거니까.”

“…….”

“너 B동 가봐야 한다며.”

“어, 그렇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B동으로 가려던 김우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아봤다.

“뭐 힘든 일 있냐?”

“왜.”

“최근 뭔가……너답지 않아서.”

할 말이 애매한지 머뭇거리다 결국 포기하고는 김우진은 그대로 가버렸다.

“하아.”

따로 답도 못 한 유아린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한숨만 깊게 내쉬곤 카트를 끌고 사무실로 향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퇴근 시간.

다 같이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와, 눈 왔다.”

“그러게?”

“지하에만 있어서 몰랐네.”

어느새 쌓여있는 눈을 보며 이세아와 한봄이 싱글벙글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유아린도 반쯤 강제적으로 거기에 끼게 되었는데.

“우진아! 너도 와!”

“우리 사진 찍어줘!”

이서아와 한봄에게 불린 김우진. 자신이 사진은 또 기막히게 찍는다면서 바로 합류하려던 김우진이었으나.

우웅!

“아, 미안. 통화 좀.”

때마침 울린 전화에 김우진은 그대로 통화를 하러 떠나갔다.

그걸 멍하니 보던 한봄이 히죽 웃으면서 묻는다.

“야, 저거 여자친구지?”

“여친 없다던데? 그냥 썸녀 아닐까? 표정부터 풀어지잖아.”

“짜식, 괜찮은 놈이긴 해.”

“그때 집에 있던 사람인가?”

“…….”

김우진의 분위기가 바로 변했다고 숙덕거리는 두 사람. 연애 관련 얘기에 바로 불이 붙은 둘이었으나.

그런 둘 사이에서 유아린은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화가 난다.

저 자식이 저렇게 웃고 있는 게.

저 자식이 고작 전화 한 번 온 걸로 자신에겐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흘리는 게.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딱 봐도 썸녀라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그녀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너답지 않아서.

웃기지 않은가.

무슨 청춘물 드라마도 아니고 나다운 게 뭐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정작 유아린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었다면 이딴 고민은 조금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왜?

뭐 때문에?

서예린이랑 최이서.

친해진 두 사람이 이미 김우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애초에 여자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남자를 미리 밝히는 건 건드리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나 다름없었다.

그걸 어기면 나쁜 년이 되는 건 당연했으나.

‘한 번 실수한 건 솔직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문득, 김우진이 아까 해줬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냥 시답지 않게 중얼거리던 그런 말 덕분에.

‘근데 두 번은 좀 그렇지. 두 번 하면 바보라고 불러도 된다.

묘하게 답답하던 감정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근데 두 번은 안 된다.

언제까지고 바보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후, 내가 멍청한 건 또 못 참거든.”

“아린아?”

“어디 감?”

뒤에서 친구들이 부르는 목소리에도 유아린은 쌓인 눈을 밟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아냐, 방금 끝났어.”

버스 정류장 뒤편에서 웃으면서 통화 중인 김우진. 헤실헤실 거리면서 목소리가 부드러운 게 딱 봐도 최이서였으나.

“야!”

버럭 김우진에게 소리친 유아린은 바로 손을 뻗어 김우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낚아챈다.

“어억?!”

손이 작아서 이마랑 눈까지 밖에 감싸지 못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아, 아파요오!”

악력에 당한 김우진이 버둥거리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그런 김우진이 쥐고 있던 핸드폰을 휙 낚아챈 유아린.

“여보세요?”

  • 유아린?

오랜만에 듣는 최이서의 당황한 목소리. 막상 여기까지 오자 뭔가 묘한 후련함에 유아린의 입가에는 시원스러우리만치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우리가 막 처음부터 친한 친구는 아니었잖아? 배신감은 그나마 덜 느끼겠네.”

  •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선전포고지.”

“누, 눈이 안 보여요오오!”

허우적거리고 있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띨띨이는 내가 가져갈 거니까.”

  • …….

“너랑 예린이는 딴 놈 찾아봐.”

  • 자, 잠깐!

뚝.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유아린.

후련하단 표정으로 김우진을 놓아주며 핸드폰을 내민다.

“이게 뭐 하는 짓이세요.”

멍하니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김우진에게 씨익 웃으며.

“난 너 좋아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니까 내 앞에서 최이서랑 통화하지 마. 바로 핸드폰 분지른다.”

“……미쳤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김우진이 묻자 유아린은 바로 팔짱을 끼며 역으로 물었다.

“왜, 이상해?”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그럼 새꺄.”

꽈악.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준 유아린은 더없이 해맑게 탓해왔다.

“잘해주지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