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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 C동 호텔 지하에는 간단한 음식점이 딱 두 개 있었다.
김밥집이랑 치킨집.
음식점은 거기서 끝이지만 코인노래방이나 당구장도 있었기에 지내면서 지루할 일은 없을 듯했다.
아까 들은 대로 스키장이나 워터파크도 갈 수 있으니까.
“와,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 많네.”
“이거 일찍 안 왔으면 자리 못 잡았겠는데?”
“자리가 없어서 긴 테이블에 앉아야겠네. 10인용 테이블 저기로 가자.”
세신강대 출신 두 사람은 거의 자기들끼리만 대화했다. 우리랑 거리를 두려는 건 아니고 단순히 어색해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유일하게 나이가 많은 대상 형님도 원래 말수가 많아 보이진 않았기에 어색함을 못 참고 의도적으로 헛기침하는 경우가 잦았다.
시끌벅적한 치킨집.
내일부터 다 같이 출근하니 서로 어디에 배치될지 기대된다는 얘기가 주로 이어지는 게 들려오는 걸 보니 다른 테이블도 비슷비슷한 상황인 모양이다.
각방에서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 회식을 나온 것.
“저기 괜찮으시면 형은 저희한테 반말하시고 동갑끼리는 그냥 말 놓는 거 어떨까요? 그래도 두 달 동안 같이 지낼 텐데.”
치킨을 시킨 다음 꺼낸 내 제안에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런 걸 누가 말해주진 않을까 기다렸다는 느낌.
“좋죠.”
“저도 좋습니다.”
“크흠. 그래, 너희가 괜찮으면.”
또 헛기침하면서 받아들이는 대상이 형. 여섯 살이나 어린애들한테 존댓말 하는 게 좀 그랬던 모양이다.
“요즘 이런 걸 연장자가 말하면 꼰대라면서 뭐라 하더라고.”
뺨을 긁적이면서 괜히 덧붙이는 걸 보니 또 묘하게 귀엽게 느껴지는 대상이 형이었다.
말을 놓자 한결 분위기가 편해졌는지 제갈재민이 웃으면서 우리 쪽으로 말을 걸어왔다.
“내일 각자 일하는 곳 정해지는데 다들 카지노로 들어가려나?”
“와, 나 카지노 처음 가봐.”
“그렇지 않을까?”
찬우가 마지막에 어색하게 한마디 보탠다. 녀석도 나름대로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기특하다.
“단순히 카지노만 있는 건 아니고. 내부에 따로 편의시설들이 워낙 많으니까 거기로 배치되겠지.”
술안주로 나온 과자를 먹으면서 웅얼거리듯 끼어드는 대상 형님.
“예를 들어서 지금 우리가 있는 치킨집 도와주는 식으로. 여긴 내부에서 운영하는 음식점도 많으니까.”
“오, 역시 식품조리학. 바로 꿰고 있네요.”
제갈재민이 호들갑 떨며 말하자 부끄러운지 씩 웃기만 할 뿐 별말은 없다.
나름대로 내일 어디로 가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을 안은 채로 얘기하고 있자니 세강현대 듀오가 조심스럽게 찬우 쪽으로 몸을 내민다.
“저, 저기 찬우야. 혹시 끝자리로 앉아줄 수 있어?”
“응? 어렵진 않은데…… 왜?”
여기가 지금 10인용 테이블이라서 옆자리가 텅 비어있는 상황.
일부러 찬우를 끝자리로 보내서 옆자리에 누가 앉을 수 있게 해뒀고.
“너, 아까 연회장에서 보니까 여자애들 많이 꼬이더라.”
“배우 지망? 아니면 소속사 따로 있고 뭐 이런 거야? 혹시 연애하면 안 되나?”
“……그런 건 아냐.”
이제야 자신의 역할을 알아챈 찬우가 어색하니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면서도 찬우는 굳이 두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진 않았다.
그만큼이나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단 소리.
잘하면 골드원에서 찬우가 연애에 성공할 수도 있겠다.
‘아참.’
살짝 시간이 지나긴 했으나 좀 여유가 생겼으니 최이서에게 전화라도 해보는데.
‘음?’
연결음만 갈 뿐이고 전화를 받진 않는다. 얘가 벌써 자나 싶어서 톡을 보내려는 순간.
탕!
“컥!”
“요!”
등을 때리고 들어오는 쓰라린 통증. 나도 모르게 헛숨을 내뱉으며 뭔가 했는데 가벼운 차림의 주희 선배가 씨익 웃고 계셨다.
“너도 룸메끼리 술 마시러 왔냐? 옆자리에 앉아도 괜찮지?”
어차피 치킨집에 자리가 없어서 옆자리 말고는 힘들 거다. 나는 당연하다면서 대답하려다가 세신강대 듀오가 괜찮나 싶었는데.
뒤따라온 서예린이랑 유아린 그리고 그쪽 친구들을 보더니 바로 나한테 고개를 끄덕거리며 받으라고 신호를 준다.
‘에휴.’
과연 여기서 저 둘이 꼬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당장에 디자인과랑 연영과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들었고.
주희 선배는 무적이다.
서예린이랑 유아린은…… 노코멘트하겠다.
그래도 우리가 양쪽 다 아는 사이니까 이게 낫겠거니 싶어서 끝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찬우랑 마주 보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주희 선배.
서예린이 빤히 주희 선배를 쳐다봤으나 별말은 하지 않고 선배 옆에 앉았다.
유아린은 찬우 옆에 앉았는데 덕분에 고개만 들면 바로 눈치 마주치는 위치.
“방은 어떠세요? 저희랑 똑같으신가?”
주희 선배는 안주로 나온 과자를 바로 아득아득 씹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렇겠지. 우린 4층인데 너희는 몇 층이냐.”
“저흰 8층이요.”
“짜식, 살맛 나겠네. 연말에 불꽃놀이 한다는 데 그때 보러 가도 되냐?”
“불꽃놀이 좋아하세요?”
“예쁘잖아. 불꽃놀이 보여준답시고 불 지르려던 남자애들 소화기로 줘 팬 적도 있었는데.”
“……위험한 얘기인데 존나 재밌어 보이네요.”
“썰 좀 풀어줄까?”
그 뒤로는 시답지 않은 얘기가 이어졌다. 서예린과 유아린도 아까랑 다르게 평소처럼 얘기를 하는 것에 마음이 편해졌고.
게다가 지난 술자리에서도 그랬지만 유아린이랑 정찬우가 이제 완전히 친한 친구가 됐다는 게 확실히 눈에 띄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나온 치킨.
우리 쪽이 먼저 와있었으니 당연히 먼저 왔는데 여자 테이블 쪽 시선이 다들 내가 쥔 닭다리로 쏠렸다.
“……안 줄 건데요.”
“우리도 시켰어.”
“근데 왜 계속 쳐다보세요.”
내가 슬쩍 치킨을 옆으로 움직이자 다들 홀린 것처럼 치킨을 따라간다.
그게 좀 귀엽긴 했으나 바로 한 입 먹으니 뭔가 실망한 표정들이다.
하여간 귀여웠다.
“치킨 같이 드시죠! 아니, 이것도 인연인데 자리도 섞어서 앉는 거 어때요?”
바로 계략을 꺼내든 제갈재민. 이쪽 여자들을 보니까 일단 누구든 엮이면 대박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는데.
주희 선배는 나온 맥주를 홀짝이면서 낮은 톤으로 대꾸하셨다.
“싫다.”
“넵, 죄송합니다.”
미안한데 이쪽은 여포다.
제갈재민의 계략을 바로 짓뭉개신 주희 선배는 술기운이 섞인 한숨을 흘리시며 설명했다.
“이쪽은 다 임자가 있는 몸들이야. 저기 둘은 남자친구 있고, 예린이는 귀한 몸이고, 아린이는…….”
멍하니 반대편에 있는 유아린을 쳐다보다 주희 선배는 맥주를 다시 홀짝인다.
“저 왜요! 선배도 없잖아요!”
바로 테이블을 탕 내리치며 유아린이 반박하자 주희 선배가 재밌다는 듯 웃으셨다.
“야, 나는 예외지.”
뭐가 예외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제갈재민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여자 쪽 치킨도 나오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식 전문점에 가고 싶긴 해. 그, 뭐지? 청해라고 여기 따로 일식 파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
“선배 조리로 들어오셨어요?”
“어, 알바니까 내가 따로 지원할 수 있어서 조리 쪽으로 들어왔지.”
“사시미 들고 있는 주대장님…… 너무 어울리는데.”
술이 들어가자 다들 말이 많아졌는데, 주제도 내일 일하는 걸로 들어가자 하나둘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각자 내일 일하고 싶은 곳을 말하면서 떠들어대기 시작한 것.
“나는 카지노 안에 있는 칵테일 바에서 일하고 싶어.”
“그런 것도 있어?”
“여기 VIP만 출입하는 가게도 있다는데 그런 곳도 티오 남나?”
“거긴 알바 안 쓰지 않을까?”
나름대로 이것저것 얘기하기 시작하며 점점 더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걸 느낀 나는 슬쩍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
최이서에게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내가 전화한 것 때문에 따로 전화한 모양인데.
바로 일어나서 치킨집 밖으로 나간다. 지하라서 바람 쐬려면 1층까지 올라가야 했으나 까짓거 그냥 가준다.
-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아든 최이서. 시간이 좀 늦어서 살짝 졸았는지 목소리가 잠겨있다.
“잤어? 미안.”
- 아냐, 잠깐 졸았던 거야. 잘 갔어?
“응, 잘 도착했어. 지금 룸메들이랑 술 마시는 중.”
- 또 마셔? 몸 나빠져.
걱정해 주는 말투가 괜히 포근하니 느껴졌다.
“저기 있잖아…….”
작게 심호흡한 나는 최이서에게 뭔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말문이 막혀서는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와서.
그런 내게.
- 와서, 얼굴 보고 말해.
최이서는 가벼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해왔다.
- 아직 우리, 1학년이잖아.
2학년이 되어야 사귄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억지로 꺼내 들며 최이서는 내게 시간을 주었다.
최이서와 자긴 했으나 그날 내가 누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미안해.”
- 자주 연락해. 알았지?
“응, 알았어.”
- 네가 먼저 하는 거야.
“알았다니까.”
- 그리고…… 민지가 그러는데 거기서 사고 같은 거 많이 일어난대.
“사고?”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쭈뼛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더니.
- 마, 막 서로 눈 맞고. 사귀고 헤어지고 그런 일 있잖아.
“아아.”
그런 거 말하는 거였구나.
“어차피 두 달밖에 못 보는 애들인데 내가 여기서 누구랑 눈이 맞겠냐.”
- ……거기서 처음 본 애들을 걱정하는 게 아닌데.
“음?”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으려 했으나 최이서는 말을 얼버무리면서 주제를 돌렸다.
- 어쨌든 조심하고. 너무 일이 힘들면 그냥 돌아와.
“알았어.”
- 그래, 잘 자.
“너도 잘자.”
- 내, 내 꿈 꿔.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려오며 기분 좋은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멘트가 너무 올드하다.”
- 다, 닥쳐!
그러곤 부끄러워서 전화를 끊어버린 이서. 최이서 꿈이라…… 숙소 생활 첫날부터 몽정하는 건 좀 그런데.
“즐거우신가 봐요.”
“흐어억!”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앙칼진 목소리. 퍼뜩 놀라며 몸을 틀자 유아린이 팔짱을 낀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뭐야 갑자기.”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싶었는데 유아린은 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
“이서랑 하니까 좋았어?”
“……좋았음.”
“아오 씹새끼가!”
바로 발차기로 내 허벅지를 조져버리는 유아린. 진짜 개 아파서 허벅지를 문지르고 있자니 녀석의 잔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자식아. 예린이는 어쩌고.”
“……우지니는 몰랑.”
“이 새끼가 뒤질라고!”
바로 주먹부터 드는 유아린.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아, 진짜 이런 게 뭐가 좋다고 …….”
이마를 탁 치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유아린. 지난번에 찬우가 나한테 유아린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이걸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
이렇게 때리고, 욕하고 하는데 말이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 유아린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너, 최이서랑 사귀고 있는 거면 예린이한테 확실히 말해. 걔 뭔가 좀 이상하단 말야.”
사귄다.
CC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이미 서예린과 최이서 두 사람에게 말해뒀다.
하지만 최이서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 건 사실이었다.
지금 내 마음을, 서예린에게 제대로 말해줘야겠지.
“일단 알겠어.”
“에휴, 내가 왜 네 연애 뒷바라지를 해줘야하냐.”
한숨을 푹 내쉬고는 유아린은 나에게 짜증 내듯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으나 이번엔 크게 아프지 않았다.
“감사해요 누님! 여기 지하에 편의점도 있던데 가시죠! 거기서 초코몽 진상하겠습니다!”
고맙다고 유아린에게 엉기자 녀석은 순간 멈칫하더니 칼같이 답해왔다.
“됐어.”
“왜? 안 마실 거야?”
사준다는 걸 웬일로 거절하나 싶었다. 게다가 초코몽은 좋아하는 음료 아닌가.
내 물음에 유아린은 슬쩍 나를 보더니 복잡한 눈으로 숨을 내쉬곤.
“이제 안 마시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