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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찜질방은 다 좋은데 집에 갈 때가 되면 묘하게 몸이 찌뿌둥해지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잘 쉬었으니 기분 좋았고, 사우나에서 땀도 뺐으니 상쾌함은 여전했다.
모락모락 열기가 피어오르면서, 특유의 유황향을 몸에 머금은 채로 집으로 들어선다.
주희 선배에게 일종의 경고성 톡을 받은 덕분에 지금 과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는 상태.
이틀을 아무것도 못 했지만 하루 정도 밤을 새면 충분히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다.
게다가 편집 속도가 나름 빨랐던 걸 생각하면 더 쉽게 할 수 있겠지.
‘자료만 대충 챙겨서 PC방으로 가야겠네.’
지난번에 집에서 했을 때 노트북으로 영상 편집하니 렉이 너무 심했다.
일단 영상 관련 자료들만 메일로 보낸 후, PC방에 갈 생각으로 집으로 들어갔는데.
“왔어?”
방에 있는 건 매트리스에 누운 채로 흥얼거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유아린.
집에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기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인상이 팍 써졌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왜 아직도 집에 안 가고 있는 건지 따지듯 묻자 유아린은 나를 슬쩍 쳐다본 후 그대로 다시 핸드폰에 눈을 둔다.
“그냥, 집에 가기도 귀찮고. 어차피 금요일 공강이니까 쉬고 있지.”
“…….”
“내가 청소 깔끔하게 했음. 존나 청결하지.”
확실히 집안이 깔끔해지긴 했다. 유아린이 청소한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해놨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너, 쓴 휴지 같은 건 바로바로…….”
“알았어! 말하지 마!”
“흐흫, 건강하시네요 우진 씨.”
“……시발.”
혼자 사는 남자라면 누구나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서 건드리려는 유아린을 억지로 말리자 녀석은 장난스럽게 웃어댄다.
어떻게 이런 걸 장난으로 말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밥 먹으러 갈 거야? 나는 북엇국 먹었는데.”
“아니, PC방 가려고. 주희 선배가 편집 때문에 반쯤 협박하셨거든.”
내 말에 벌떡 일어난 유아린.
흥미가 잔뜩 샘솟았는지 허겁지겁 옷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얼른 가장! 가서 너 편집하는 거 구경하면서 나도 좀 볼래!”
“……혼자 해야 빠른데.”
“에이, 나도 좀 도와줄게. 응? 응?”
도와준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긴 한다. 자막만 옆에서 달아줘도 충분히 편해지긴 하니까.
“물론, 주인님께서 밥도 좀 사주시고 하겠지?”
앙큼하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유아린. 어제는 얘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늘 보니까 묘하게 나랑 거리감이 가까워진 모습이다.
“너 요즘 은근 주인님 소리 즐기더라.”
대나무숲 관리자랑 관리인으로서 그냥 농담 삼아 하는 말이었는데 최근 자주 말하는 기분이 든다.
내 말에 유아린은 곧장 표정을 바꾸며 심드렁하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 해야 좀 덜 시킬 거 아니야. 너 내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의외로 말 들어주는 거 알아?”
그랬나?
“네 취향이 그런 쪽이라는 소리겠죠?”
약점을 발견했다는 투로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데 괜히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냥 관리인 하게 됐으니까 내가 미안해서 그러는 거야. 뭘 또 취향이야.”
“그럼 주인님 취향은 아닌가보네?”
“……이런 거 계속 얘기해야 되는 거야?”
아무리 유아린이랑 서로 쌍욕 하면서 지낸다고 해도 이런 부분까지 얘기하는 건 좀 불편하다.
내 반응에 유아린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물어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쨌든.
같이 가기로 했기에 나는 노트북에 있는 자료들을 메일로 옮긴 다음 유아린이랑 같이 PC방으로 향했다.
찬우가 알바하는 제로 PC방이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아닌 건지 아니면 오늘은 일을 안 하는지 찬우가 없었다.
“까비, 서비스 얻어먹는 건데.”
이제는 찬우와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됐는지 없어서 오히려 아쉬워하는 유아린.
이런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로 복잡하긴 했으나 어쨌든 두 사람이 나름대로 결론에 도달했고, 관계에 마침표를 찍은 거겠지.
결국 나는 찬우한테 도와준다고 해놓고 무엇도 도와주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PC방 구석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편집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직 밥도 제대로 못 먹었기 때문에 라면이랑 만두를 간단히 시켰다.
“나는 미숫가루 시켜줘.”
“네가 사 먹어.”
“주인니임!”
“그거 좀 하지 마. 존나 소름 돋네.”
“주잉닝이잉!”
“시발 진짜 딱밤 개 때리고 싶네.”
“개 같은 주인놈.”
어쨌든 간단하게 먹을 걸 시켜 먹은 후, 유아린이랑 같이 편집을 시작했다.
“너는 내가 준 파일에 자막만 달아. 그건 어렵지 않을 거야.”
“어렵진 않은데 귀찮은 일이구나?”
정확하다.
하지만 유아린은 군말 없이 내가 넘긴 영상들에 자막을 넣어주는데.
“여기서는 다른 앵글 쓰는 게 좋지 않아?”
의외로 이것저것 편집에 관해서 조언을 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어. 그거 앵글 거기밖에 없거든.”
“왜? 내가 기억하기로 다른 방향으로 몇 번 찍었던 거 같은데?”
“왜냐면 그때 다른 앵글로 찍었던 거 내 핸드폰이었는데 화질 차이가 많이 나더라.”
“아아.”
“그때 주희 선배 핸드폰 배터리 다 나가서 어쩔 수 없었어.”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점점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있었다.
‘후우, 그래도 유아린이 도와주니까 확실히 금방금방 했네.’
생각보다 훨씬 진도가 빨리 나갔다. 단순노동 같은 귀찮은 일을 도와주는 사람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작업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게 만족스럽다.
당장 다 만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오늘은 하루를 통째로 과제에 써볼 생각이었다.
“야, 너는 슬슬…….”
유아린은 집에 돌려보낼 생각으로 옆을 보자, 어느새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피곤하긴 했겠네.”
생각해 보니까 술 마시고 다음 날 일어나서 해장하고, 청소하고, 나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닌가.
미안해졌기에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시 고민했다.
집에 가서 자라고 말해줄까 싶었으나 지금 일어나봤자 어차피 데려다주지도 못한다.
“하던 거 마무리만 하고 가야겠네.”
앞으로 1시간만 더 한 다음 유아린을 집에 보내주고 다시 PC방에 와야 할 듯했다.
“하암.”
하품하며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는 유아린. 아까까지만 해도 비몽사몽 해서는 나한테 기대서 걷다가 이제는 좀 괜찮아졌는지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야, 지금 대나무숲 싸움난 거 알아?”
“대나무숲 보고 있던 거야?”
얘는 이제 커뮤질에 빠진 건지 아니면 단순히 책임감이 강한 건지 모르겠다.
아마 반반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익명11이랑 익명288. 얘네 둘이 싸우고 있는데?”
“어, 아까 봤어. 게시판 엄청 더럽히는 것도 아니고. 불금이라 몇 명 하지도 않고 있으니까 그냥 뒀어. 저런 것도 보는 맛이 있잖아.”
“……넌 보면 은근 관리를 대충하더라?”
당장이라도 싸우고 있는 둘을 차단하고 싶었는지 유아린은 불만스럽게 핸드폰을 꾹꾹 누른다.
아무래도 싸우지 말라고 경고성 문구를 날리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대학 커뮤니티인데 뭘. 너무 더럽히지만 않으면 그냥 방임주의로 놔두는 편이야.”
더러운 짤이나, 누구처럼 음란물 유포 같은 것만 안 하면 나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네 욕 많이 나오는데?”
“뭐?”
바로 대나무숲으로 들어가서 확인하자 어느새 나를 욕하는 글들이 몇 개씩 올라와 있다.
불금에 싸우는 건 본인들이면서 왜 말리지 않냐고 나한테 투덜거리는 게 점점 내 욕으로 번진 모습.
그걸 본 나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다시 핸드폰을 넣었다.
“그럼 잘됐네. 어차피 내 욕만 하고 끝내는 거니까.”
둘이 뭐 때문에 싸웠던 건지 이제는 기억도 못하지 않을까?
이게 바로 관리자의 마음가짐이라는 거다.
“허, 나는 내 욕하면 그냥 바로 들이박는데.”
“알아. 그래서 너한테 차단 줄까 하다가 그냥 참은 적도 있음.”
“…….”
관리인 욕하면 바로 나서서 대꾸하곤 했기에 말해주려고 하긴 했다.
“그냥 무시해.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면 편해.”
어차피 익명으로 하는 말이기도 했고, 관리자들 욕하는 건 보통 별 시답지도 않은 이유였기에 무시하는 게 편했다.
대나무숲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와중 도착한 유아린의 집.
얘도 자취하나 싶었는데 가족들이랑 같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 건물 앞에서 배웅해 주려는데 막상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유아린.
뭔가 싶어서 쳐다보자 녀석은 집안 눈치를 보면서 낯빛이 어두워진다.
“어제 밖에서 자고 온 걸 뭐라고 설명하지?”
“……아직 말 안 해뒀어?”
“아빠랑 엄마가 와서 설명하라고 말했거든.”
“너 그러면서 잘도 PC방에 같이 있었다?”
“집에 가면 뒤지니까 그냥 거기 있던 거지 뭐.”
“나였으면 바로 갔다. 어차피 뒤지는 거 일찍 죽는 게 낫지.”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기 혼자서 고민에 빠진 유아린. 팔짱을 낀 채로 초조함에 바닥을 툭툭 치는 게 꽤나 다급한 모양.
“나랑 머리 좀 맞대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말하면 그나마 좀 덜 혼날까?”
“뭘 어떻게 말해.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려. 여자인 친구들이랑 술 마셨는데 필름이 끊겼다. 그래서 아는 친구 집에서 잤다, 죄송하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
“네가 같이 들어가서 설명 좀 해줘.”
웃기고 있네.
“남자인 친구가 같이 들어가서 말씀드리면 참 좋아하시겠다.”
차라리 여자애들 중 하나를 부르면 모를까. 나를 데려가는 건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악수였다.
하지만 유아린은 조급해졌는지 손톱을 물어뜯더니 심호흡하며 말했다.
“같이 들어가자. 방법이 있어.”
“잠깐만. 지난번처럼 막 남친 행세 이런 건 안 한다?”
“네가 표진호한테 어떻게 했는지 아는데 내가 그걸 부탁하겠냐? 별거 아냐. 잠깐만 들어와 줘.”
“……뭔가 불안한데.”
“내가 오늘 자막 달아줘서 솔직히 엄청 편했잖아. 원래 속도보다 훨씬 빨랐지?”
“그건…….”
맞긴 했다.
자막이 어렵진 않은데 귀찮았으니까.
결국 못 이긴 나는 유아린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들어와.”
내부는 딱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하나 눈에 띈 건 어린 시절 유아린이 태권도복을 입고 발차기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정도.
저 때부터 머리는 블론드 색이었는데 지금이랑 다르게 꽤나 귀여웠다.
인사를 해도 집이 조용한 게 화가 많이 나신 건가 했는데.
“뭐지?”
뭐랄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안방 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 유아린은 거실 소파에 벌러덩 눕곤 깔깔거리며 말했다.
“흐하핳! 엄빠 여행 갔음. 일본으로 4박 5일. 쫄았니?”
“…….”
“가서 라면 끓여왕.”
시발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