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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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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니: 오늘 바빠서 안 될 듯.

“아.”

몇 시간 만에 온 답장을 보며 서예린은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차라리 김우진의 집으로 가볼까 싶어서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쉬움이 짙어진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벌써 다 되어서 오늘 하루가 끝나간다는 느낌 속.

‘수, 술이라도 마실까.

괜히 적적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 서예린은 답지 않게 친구한테 술이라도 마시지 않겠냐고 연락을 보내려 톡을 보내려는데.

‘음? 아린이 프사 바꿨네.

유아린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는 걸 보고 슬쩍 확인해 봤는데.

“어?”

저도 모르게 서예린은 소리를 내어버렸다. 왜냐면 거기에는 ‘친구 집에서 뒹굴 거리는 중.’이라는 프로필 메시지와 함께 눈에 익은 매트리스에 앉아 있는 유아린이 있었으니까.

“우진이 집……?”

딱 봐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김우진의 집이었다. 뒷배경이라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매트리스는 분명했다.

왜냐면 자신도 저기서 한 번 잤던 적이 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으나 곧장 차분해졌다.

  • 우지니: 오늘 바빠서 안 될 듯.

다시금 김우진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유아린의 프사를 본다.

“바쁜 일이, 이거였구나.”

으득.

왜인지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깨물며 서예린은 입꼬리가 올라갔으나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어제 자신을 위해서 그토록 소리를 쳐놓고 정작 곱창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유아린이랑 시간을 보냈던 걸까?

아니면 주말에 유아린이랑 따로 만나기로 원래부터 약속이 잡혀 있던 걸까?

이런저런 망상이 들면서 서예린은 가슴이 쿰쿰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 익명69: 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섹x.

대나무숲에 자신의 분노를 표출해 보기도 했으나 조금도 풀리지 않는다.

결국 술이라도 마실까 싶어서 서예린이 친구들에게 다시 연락했는데.

  • 쏴리, 나 남친이랑 있음.

친구 하나는 남자친구랑 있다면서 거절했다.

다른 친구한테 바로 연락한다.

  • 허, 허억! 어? 예린아! 왜?

뭔가 엄청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 가쁜 숨소리와 더불어 얼른 끊고 싶어 보였는데.

왜일까 이거 어디서 본 적 있는 상황 같아서.

“남자랑 있어?”

뚝.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통화를 끊었다. 들킨 모양이었다.

‘다들 남친 만들었구나.

고등학교에서 올라온 네 명의 친구. 그중 둘이 남자친구를 만들었고 하나는 김우진이랑 같이 있다고 추정된다.

결국 과 친구한테 만나자고 할 생각인데. 어제 일이 있었던지라 아무래도 같은 과 애들을 만나는 건 좀 거북하다.

‘아, 이서한테 만나자고 할까?

과대인 최이서랑은 충분히 친해졌고 어제 일 수습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고맙다고 말하려고 바로 최이서에게 전화를 걸자.

“예린이?”

저쪽도 왜인지 목소리에서 꽤나 기분이 나빠 보였다. 하지만 그게 자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서예린은 느꼈기에.

인사치레를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술 마실래?”

“……어디로 갈까?”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이었다.


민주희 선배를 만난 건 시간이 좀 지나서 저녁 6시였다. 저녁을 다소 이른 시간에 먹었기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번처럼 용이 그려진 점퍼를 입고 오신 민주희 선배. 길게 뻗은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손을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은 모습은 딱 싸우러 가는 모양새였다.

“선배 식사는 하셨어요?”

공손하게 묻자 주희 선배는 눈을 흘기며 답했다.

“누구 팰 땐 공복이 편해.”

“그러시군요.”

들어선 안 되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지만 어쨌든 주희 선배의 각오는 잘 알겠다.

옆에서 뭐가 재밌는지 계속 실실거리는 유아린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희야, 애들이랑 최대한 대화로 끝내는 거야.”

우리를 마중 나온 한강 선배까지.

2학년 여자 선배들은 전부 노래방에 있다는데 같이 있었는지 한강 선배가 주희 선배의 폭주를 걱정했다.

“저쪽에서 대화로 끝낼 생각이 있으면.”

한강 선배를 그대로 지나치며 노래방 안으로 들어간 주희 선배. 노래방 사장님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곧장 4번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노래 꺼.”

싸늘한 목소리가 시끄러운 반주를 아예 잠잠하니 만들어 버렸다.

신나서 노래를 부르던 여자 선배들도 마이크를 놓더니 강하게 나설 준비를 하며 표정을 다잡는데.

주희 선배가 먼저 나섰다.

“나도 대화로 끝내고 싶거든? 뭐 PPT 발표 이런 거였으면 내가 독박으로 처리해도 됐어. 근데 단편영화는 편집하는 애 빼고 다 나와야 한다고 교수님이 그러시잖아.”

벌써 세 사람을 빼고 과제를 했을 때도 고려하고 교수님께 여쭤보신 건가.

역시 늘 일 처리가 빠르시다.

“너희도 학점 조지기 싫잖아. 내년에 또 똑같은 강의 들을 거야? 그때도 단편영화 촬영 과제로 주시면 나 같은 조장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까지. 확실히 어디서도 주대장님 같은 조장을 만날 수는 없겠지.

“최대한 분량 적은 배역으로 줄 테니까 그냥 하자. 하기만 하면 최소 A야.”

확실히 터져버릴 것 같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주희 선배는 침착하게 협상을 제시했다.

뒤따라온 한강 선배조차 놀랄 정도로 논리 정연했다만.

“웃기네.”

저쪽에서는 그것도 고깝게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나 내가 뒤따라 들어온 걸 보면서 완전히 적의를 내뿜고 있었다.

“하기 싫다니까? 쟤 때문에?”

“어차피 우리는 재수강하면 그만이야. 상관 전혀 없는데?”

당돌하게 나오는 모습에 주희 선배를 말려야 하나 했으나.

“부탁한다. 나 학점 잘 받아서 장학금 받아야 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민주희 선배가.

당돌하면서도 쥐어 팰 것처럼 굴던 민주희 선배가 고개를 숙였으니까.

“같은 2학년이지만 재수해서 너희보다 한 살 많은 거 알잖아. 나 재수강 할 시간 없어.”

지금 2학년들보다 한 살이 많으셨구나. 이건 또 처음 듣는 정보였다.

기가 그렇게 강한 민주희 선배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저쪽에서 심경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사과는 쟤가 해야지.”

선배들은 나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선배들한테 담뱃재나 뿌려대고, 뒷담이나 깐다고 욕해대고.”

“그러면서 뭐가 잘났다고 소리를 질러대면서 우리한테 핸드폰 내놓으라마라 큰 소리야!”

쏟아내기 시작하자 나를 향한 욕설들이 무슨 토사물 뱉어내듯 뿜어져 나온다. 뻔뻔하게 나오는 모습들이 역하긴 했으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주희 선배를 보니 괜히 마음이 약해진다.

‘장학금.

왜 그렇게 과제에 연연하나 했더니 학점을 잘 받아서 장학금이 꼭 필요했던 모양이다.

‘여기서 내가 고개 숙이면…….

나는 아직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것들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한 톨도 없다.

그런데 옆에서 민주희 선배가 무기력하니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멋진 사람이야.

딱 한 번 정도.

이 사람을 위해서 고개 정도는 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후.”

결국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배들을 향해 고개 숙여 마음 없는 사과를 내뱉으려던 순간.

콱!

머리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

슬쩍 고개를 돌리니 고개 숙이려던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듯이 붙잡은 민주희 선배가 노려보고 있었다.

“너 뭐하냐.”

“네?”

“사과하려고 했지.”

“어, 네…….”

장학금에 목매는 거 보면 금전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니 그런 게 아닌가 싶었는데.

팍!

내 머리카락을 뒤로 당기며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하셨다. 근데 힘이 너무 들어가서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고 목이랑 머리카락도 아프다.

그다음.

“이 씨발 년들이!”

쾅!

테이블이라도 걷어차셨는지 거친 소란과 함께 민주희 선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냐오냐해 주니까 진짜로 지들이 옳은 줄 아네! 하지 마! 씨발! 하지 마 이 미친년들아!”

“너! 너!”

“내가 고개 숙였으면 됐지, 후배한테까지 그렇게 사과를 듣고 싶었어? 내가 너희 만나러 오기 전에 어제 상황 설명 다 들었어 이년들아!”

말문이 턱 막힌 세 사람은 뭐라 소리치려고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지, 나는 학점 필요하니까 너희한테 고개 숙였던 거야. 근데 잘못도 없고, 필요한 것도 없는 애가 너희한테 고개를 왜 숙여!”

“주, 주희야!”

아직도 목이 꺾여있어서 나한테는 보이지 않는데 아무래도 마이크를 잡고 그걸로 때리려고 하신 모양이다.

다급하게 민주희 선배를 말리는 한강 선배가 보였고.

“서, 선배! 좀 참아요!”

나도 머리를 잡고 있는 선배의 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뒤로 끌고 간다.

“이 개 같은 것들! 너희는 학교에서 내 눈에 띄지 마라! 대가리에 담뱃불로 땜빵 구멍 하나씩 만들어 줄 거니까 개 같이 이기적인 년들아!”

양쪽에서 남자한테 붙잡혔음에도 버둥거리며 끝까지 욕설을 쏟아내는 걸 보니 아주 장군감이긴 하다.

결국 노래방 밖으로 나온 우리.

민주희 선배는 나를 놓아주고는 분을 못 이겨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라이터, 씨.”

“하아, 성질 좀 죽여 민주희.”

한강 선배가 불을 붙여주자 민주희 선배는 깊게 빨며 연기를 내뿜는다.

한강 선배도 그대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아, 우진아 미안. 너 담배 안 피지.”

“괜찮아요.”

상관없다고 말하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본다.

“이리 와. 내가 해줄게.”

가장 마지막에 노래방에서 나온 유아린이 내 머리를 당기더니 정리해 주기 시작해서 그냥 손길에 맡긴다.

“근데 선배 학점 괜찮으세요?”

“후우, 몰라. 교수님한테 잘 말씀드려 봐야지.”

그래도 다른 조와의 형평성을 위해서 감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거다.

“다른 부분에서 점수를 잘 받아봐야지. 스토리랑 연기 같은 거. 편집도 잘해보고.”

“편집 진짜 잘해볼게요.”

“저도 스토리 짜는 거 도와드릴게요.”

같은 조도 아닌데 유아린이 손을 들며 각본에 끼어든다. 지난번 건 아직 미완성이라서 손볼 필요가 좀 더 있었다.

“중요한 건 배역이네. 여자가 나랑 예린이밖에 없어.”

“우진이가 여장하자.”

“지랄하네.”

유아린의 헛소리에 대꾸하면서도 뭔가 기시감을 느껴 녀석에게 묻는다.

“넌 왜 담배 안 피냐.”

“나 원래 안 피는데?”

“……지난번에 애들이랑 치킨집 갔을 때 정찬우랑 같이 담배 핀다고 나갔잖아.”

“그건 찬우 혼내려고 나갔던 거지. 너한테 이상한 부탁했으니까.”

미안하다 찬우야.

“아오, 기분도 x 같은데 술이나 마시고 싶네. 야, 다 따라와! 한강이 오늘 술 사준다.”

“……나 쟤네 일행인데?”

노래방 여자 선배들 일행이었던 한강이 머쓱하니 답하자 주희 선배가 짜증 내면서 유아린을 잡아당겨 어깨동무한다.

“너 같이 꼬추로 활동하는 애는 예쁜 애들이 우선이잖아! 우리가 쟤네보다 훨씬 예쁜데?!”

흥분하셔서 말에 필터가 없으시구나.

하지만 나도 편승한다.

“주희 선배는 동의합니다. 근데 유아린은 약간 유통기한 지난 유기농 푸딩처럼 생겼는데요.”

내가 끼어들자 유아린이 바로 웃으면서 중지를 날린다.

“뒤져, 바퀴벌레 유충아.”

“어, 너 편의점에서 안 팔려서 먼지 쌓이고, 곰팡이 핀 것처럼 생겼음.”

“응, 너는 지나가다가 의도치 않게 밟혀서 찌부러진 바퀴벌레 닮음.”

“아아아악! 모르겠고! 엿 같으니까 따라와서 돈이나 내라고! 아니면 지갑만 주던가!”

우리가 옆에서 싸우든 말든 한강 선배 삥을 뜯는 주희 선배. 결국 한강 선배는 우리를 따라서 같이 술을 마시러 가게 됐는데.

좋은 가게가 있다면서 들어서는 순간.

“어?! 우진이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