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Permalink Blame History

“뭐냐, 너 표정이 왜 그래.”

담배 재떨이를 털면서 묻는 주희 선배. 깜찍폼이 꽤나 스트레스였는지 줄담배를 태워서 몸에 담배 냄새가 찐득하게 묻어 있었다.

“아뇨, 별거 아니에요.”

사실상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 탓에 쪽팔릴 뿐이지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찬우한테 뭔가 급박한 연락이 왔지만 어쨌든 유아린은 여기 있으니까 큰 문제 없겠지.

“얘가 노래 부르고 싶다는데요.”

바로 나를 가리키며 옆에서 끼어드는 유아린. 가끔 대가리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그랬다.

“웬 노래? 부르고 싶으면 노래방 갈까?”

“……아뇨.”

노래를 진짜 부르고 싶던 것도 아니었고, 노래방에서 주희 선배의 강렬한 모습을 몇 번이나 봐왔기에 굳이 가고 싶진 않았다.

주희 선배도 진심은 아니셨는지 옷을 툭툭 털면서 시간을 확인한다.

“현호는 슬슬 올 때 되지 않았냐?”

서예린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늦는다고 말했었고, 최이서는 민지랑 같이 봉사활동 다녀오기로 해서 저녁때쯤 도착할 거다.

안현호는 이제 슬슬 올 시간인데.

어디냐고 물어보려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영화 찍기 전에는 안현호랑 썩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지금은 의외로 대화 정도는 통하는 관계로 진화했다.

  • 여보세요?

“어디야. 선배 기다리신다.”

  • ……다 왔어.

일부러 주희 선배까지 언급하면서 괜히 쓸데없는 말 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까지.

말문이 턱 막힌 안현호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만족스럽게 통화를 끊었다.

안현호가 오고, 늦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매운 주꾸미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는 매운 거 못 먹지만 듣기로는 거기에 다른 메뉴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돈까스나 피자 같은 거.

'왜 주꾸미 집에서 돈까스랑 피자를 파는 거야?'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입에 담진 않았다. 요즘 그런 가게가 한둘이어야지 않겠나.

“너무 매운 건 못 먹는데.”

메뉴를 주문하면서 내가 그리 말하자 옆에 앉은 유아린이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오구오구! 우리 우지니! 매운 건 못 먹어요? 내가 양념 빨아서 줄까?”

“꺼져, 미친년아.”

“오구오구!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요? 아까 막 나 부르는 게 아기 같아서 아기 취급 좀 해주는 데 마음에 드세요?”

“선배, 저 싸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얘 줘 패고 싶은데.”

“흐음.”

싸움 얘기가 나오니까 맞은편에 있던 주희 선배랑 안현호의 눈이 반짝인다.

둘 다 일진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쪽 주제가 꽤나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린이? 이기려면 한강이랑 같이 휴학하고 체육관만 죽어라 다녀야 하지 않을까?”

“…….”

“지난번에 주점에서 보니까 아린이 돌려차기가 예사롭지 않던데. 체육관 오래 다녔지?”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는 걸까.

주희 선배의 질문에 유아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예전에 도 대회에서 우승해 본 적은 있어요.”

엥?

“도 대회라고?”

내가 깜짝 놀라며 되묻자 유아린은 뭔가 부끄러운지 삐걱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국가대표 될 수 있는 거 아님?”

“전국대회까지 가서 입상하면 가능은 했겠지? 나가진 않았어.”

말하면서 순간적으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살짝 눈에 들어왔다.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받아서 나는 곧장 웃으며 답했다.

“맞짱 까는 건 취소해야겠네.”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넘기자 대화 주제도 유아린에서 싸움 쪽으로 넘어갔다.

“아니, 이번에 정호한 경기 뛰는 거 미쳤다니까? 단순히 힘이 좋은 게 아니라 기술이……!”

“선배도 보셨어요? 와, 저는 그거 보고 집에서 소리 지르다가 같이 자취하는 형한테 맞았잖아요.”

UFC 얘기가 한창인데 안현호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해도, 주희 선배까지 흥미를…….

‘어울리네.

생각 이상으로 어울려서 좀 놀랐다. 선배한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성별을 잘못 고르고 태어난 게 아닐까.

“너는 UFC 같은 거 안 보냐?”

잠깐 시간이 남아 대나무숲을 둘러보고 있는 유아린을 툭 치며 묻자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남자들 땀내 나는 거 봐서 뭐 함.”

“……넌 어디 가서 운동했다고 하지 마라.”

“안 할 건데.”

그러더니 뭐가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자기 핸드폰을 내게 스윽 보여준다.

“야, 이거 봐바.”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글이었는데 늘러 붙은 고양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 익명99: 이거 어디서 팜? 빨리 말해줘. 사러 가게.(사진)

“귀엽지?”

하얀 고양이가 찐빵처럼 늘어진 게 귀엽긴 하다.

눈을 반짝거리면서 사진을 보고 있는 유아린. 본인이 고양이상이라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니, 유아린은 고양이가 아니라 여우인가.

그런데 나는 댓글 쪽이 더 눈이 갔다.

↳ 익명11: 사진 더 줘.

시비충이자 쌈닭인 익명11이 놀랍게도 오늘만큼은 글에 정상적인 호응을 한 것.

이는 여파가 꽤나 컸다.

↳ 익명243: 님 오늘은 왜 지랄 안 함.

↳ 익명11: 닥쳐 씹덕 새꺄. 일반인 얘기하는데 끼지 마 땀 냄새 나니까.

평소 욕먹는 게 일상인 243, 애니좌의 등장부터 시작해서.

↳ 익명125: ㅋㅋㅋㅋㅋ

↳ 익명90: 섹x 하고 싶다!

↳ 익명69: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70: 오늘은 섹x좌가 늦었네. 이제 69는 퇴물임.

↳ 익명167: 시비충까지 평화를 찾게 만드는 갓냥이.

↳ 익명305: 나도 우리 집 쫑이 사진 하나 올림(사진)

↳ 익명11: 개새끼 쳐내.

↳ 익명70: 개한테는 또 칼 같네.

“아, 이런 거 보면 나도 끼고 싶다니까.”

낄낄거리고 웃으면 대나무숲을 보고 있는 유아린. 관리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함부로 글을 쓰지 못하게 됐으나.

“그냥하면 됌.”

↳ 관리자: 노예1호가 고양이상임.

내 핸드폰으로 댓글을 올리자, 우수수 쏟아지는 다른 댓글들. 대부분이 노예1호에 대해서 알려달라거나 사진을 보여 달라는 얘기였다.

“허, 이래도 되는 거야? 원래 커뮤니티 관리자는 가능하면 글 안 쓰면서 중립적으로 해야 되는 거 아님?”

“그렇다고 커뮤질은 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그것만 보면서 관리해야 되냐?”

“그……것도 그렇네.”

“괜한 눈치 보지 말고 해. 어차피 익명이잖아 멍청아.”

아, 아니다.

정정해 주자.

“너랑 나만 알잖아.”

피식 웃으면서 말해주자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유아린이 뭔가 신나는지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는 개상임.

↳ 익명11: 어쩐지 좆같더라.

↳ 익명283: 품종이 뭐임? 치와와? 허스키? 진돗개?

↳ 익명59(관리인1호): ? 그냥 개새끼라서 개상이라고 한 건데. 생긴 건 고릴라 닮음.

↳ 익명60: 엌ㅋㅋㅋㅋㅋ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앙!

↳ 익명69: 섹x…….

“야.”

빤히 노려보면서 부르자 유아린은 핸드폰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어대고 있다.

솔직히 나도 썩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단순히 익명으로 나를 욕하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다는 느낌에 뭔가 유대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핰! 야, 이거 답글 봐. 너 닮은 것 같다고 짤 올라옴.”

혀를 내밀고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 짤을 보여주면서 깔깔거리는 유아린.

내 어깨를 팍팍 쳐대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평소 유아린답지 않게 좀 순박하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고 있었다.

UFC 얘기는 끝났는지 어느새 둘 다 빤히 쳐다보고 있다.

“너희 솔직히 말해봐.”

주희 선배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어왔다.

“사귀지?”

“제가요?”

“이딴 버러지랑요?”

뭐? 버러지?

“아니, 딱 봐도 코 푼 휴지처럼 생간 애랑 어떻게 사겨요.”

“뭐? 코 푼 휴지? 내가 코 푼 휴지면 너는 정X 묻은……!”

“흐하하.”

우리를 보던 주희 선배가 호탕하게 웃으신다. 우리는 나름 진지하게 싸우던 건데 그게 보기 좋으셨던 모양이다.

“우진이가 솔직히 여자애들이랑 좀 친하잖아?”

“제가요? 특정 몇 명이랑 친한 거죠.”

한 손으로 전부 셀 수 있는데.

“그 특정 몇 명이 아주 이쁜이들이고?”

주희 선배의 말에 따로 부정할 순 없었다.

“서예린이랑 최이서면…… 그렇긴 하죠.”

“이 샛갸. 왜 난 빼냐.”

바로 옆에서 다시 달려드는 유아린. 고양이 같다고 말했는데 이런 거 보면 댕댕이 같기도 하다.

“근데 난 개인적으로 다른 애들보다 아린이가 너랑 어울리는 것 같아. 둘이 친근하게 꽁냥거리는 게 분위기 좋잖아.”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주희 선배 말에 바로 맞장구치는 안현호.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직 최이서를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다음 학기가 되면 열심히 구애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저는 CC할 생각이 없어서 누굴 사귀진 않겠네요.”

“와, 다행이다. 선배 말 듣고 나한테 고백 박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이마를 탁 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유아린. 진짜 이마 깨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뭐, 그냥 하는 말이야. 선배가 주책 좀 부렸다고 생각해.”

주희 선배의 말이 끝나자 딱 맞춰서 음식이 나왔다.

쭈꾸미에 피자는 기괴한 조합이지 않나 싶었는데 이게 은근 어울려서 좀 놀랐다.

매운 맛을 피자의 느끼함이 잡아준다고 할까.

그렇게 식사를 하는 와중.

우웅!

울려오는 테이블.

누구 핸드폰인가 했는데 안현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리 말하고 가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네, 진호 형.”

순간적으로 퍼뜩 안현호 쪽으로 돌아간 유아린.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놀란 표정이었는데.

내 기억 속에도 있는 이름이었다.

‘표진호?

오늘 처음 들은 이름이지만,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남자가.

이번엔 안현호와 통화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