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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장: 지금부터 한강이랑 현피 뜨러갈 건데 같이 갈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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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장: 내가 당구대 어떻게 쓰는지 보여줄게.
아주 흉흉한 선언이 협박 편지처럼 계속해서 나한테 쏟아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사람 하나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같이 가긴 해야 할 것 같은데.
- 김우진: 저 강의 하나 남았는데 그거 끝나고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배한테 동조하면서 톡을 보냈고.
- 주대장: 그려. 너도 연장 뭐 가져갈지 고민해 봐라.
‘이거 진심인데?’
지난번에 여자 선배들 때문에 한 번 고생했었는데 이제는 한강 선배까지도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까 꽤나 흥분하신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좀 불이 꺼지길 바라며 나는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솔직히 집중이 잘 되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기도 했고, 뭔가 이상하기도 해서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확인을 해봤다.
내가 알기로는 학기 중에 영장이 나오면 재학생 입영연기 제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2학기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잠깐 미루고 2학년 마치고 다녀오면 좋지 않은가.
‘뭐야, 진짜 있네?’
실제로 대학생들을 위해서 영장이 나와도 미룰 수 있게 연기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걸 하면 한강 선배도 미룰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별문제 아니었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근슬쩍 대나무숲에 들어가 본다. 최근 유아린한테 맡긴다고 너무 확인을 안 했던 경향도 있고, 서예린 때문에 일상 속 자극적인 상황이 있었다 보니 심신을 안정시키고 싶었다.
- 익명44: 싱글벙글 저주받은 인형 이야기. 이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 괴담이지만, 은근 다르게 전파된 부분이 많다. 실은…….
대나무숲에서 늘 괴담을 싸지르는 괴담좌.
- 익명243: 서코 같이 가실 분 구합니다. 이번 분기 신작 위주로 돌 거고요…….
그리고 하루 종일 애니 얘기만 하고 있는 애니좌.
↳ 익명11: 땀내 처 풍기지 말고 너희 나와바리 가서 놀아라.
언제나 어디서라도 시비를 걸고 있는 시비충, 쌈닭.
- 익명59(관리인1호): ㅅㅅㅎㄷ
왜인지 자연스럽게 끼어서는 심심하다가 투덜거리고 있는 유아린.
- 익명69: 섹x 하고 싶다아아!
오늘도 그냥 똑같은 섹x좌.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바쁠 것 같은데 숭배를 멈추지 않는 익명90. 물치과 화석 이은우 씨.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뻘글들 사이사이 유머 글이나 투덜거리는 글들을 보는 와중.
눈에 띄는 글 하나.
- 익명307: ? sns에서 퍼온 건데 이거 가현 사거리 상가 옆에 있는 골목 아님?
그러면서 주소가 남겨져 있는데 그걸 타고 들어가 보니 어두운 골목길에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본 채로 서 있었고.
촬영자는 골목 끝에서 몰래 촬영 중인 모양이었다.
- 어제 모 대학 앞, 레전드 고백 상황.
[내가 너 좋아한다고!]
화면이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진 않았고, 목소리도 드문드문 들리지만.
체형과 입고 있는 옷이 눈에 익었다.
‘어제 한강 선배 패션이랑 똑같은데?’
반대편은 서예린 아닌가?
[내가 이렇게 몇 번이나 어필하고 있잖아. 솔직히 말해서 너도 이미 내 마음 다 알고 그냥 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선배…….]
[아니, 간 보는 건 상관없어. 근데 왜 -- 같은 놈이랑 간을 보는 거야? 다른 애들 많잖아. 어? 솔직히 내가 걔보다 못생겼냐? 키가 작아? 돈이 없어? 아니잖아.]
이름이 들어가는 부분은 묵음처리를 한 모양인데. 그만큼 작성자가 이 영상을 올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선배, --이 욕하지 마요.]
[내가 틀린 말 했니? 자존심 상해서 그래. 네가 걔랑 친하게 지내는 거 기분 더러워서. 내가…… 하, 시발. 내가 질투 같은 거 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선배, 저는 선배랑 사귀기도 싫고요. --이 욕하는 것도 듣기 싫어요.]
[그냥 말 좀 해달라고. 왜 내가 안 되냐고. 내가 너한테 불친절했던 것도 아니잖아. 응? --아.]
[후…….]
서예린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섹x 잘해요.]
[……뭐?]
[됐죠? 이유 말했죠? 그러니까 그만해요.]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 뭐라고?!]
서예린이 골목에서 나오려 했기에 촬영자가 황급히 도망가는 걸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
나도 모르게 영상 올라온 화면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영상을 신고한 다음, 우리 쪽 대나무숲에 올라온 펌글도 삭제해 버렸다.
SNS에 퍼져 있는 건 몰라도 어제 회식에 참석했던 우리 과 사람이라면 옷을 보고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그것보다.
‘이 선배가…….’
나한테 분명 선의의 경쟁 뭐 이런 거 하자고 한 거 아니었나?
나를 다시 봤다고. 누가 사귀게 되든 서로 소주 한 잔 마시자고 막 그러지 않았나?
어제 유아린한테 맞은 곳이 괜히 더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이럴 거면 맞는 게 아니었는데.
- 김우진: 선배, 재학생 입영연기제도 있는데요?
내가 한강 선배에게 그렇게 톡을 보내자 잠시 후, 한강 선배한테 톡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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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응, 그렇긴 한데. 나는 그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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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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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그런 게 있어. 막 절차상 내가 거기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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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이미 확인해 봤지. 걱정해 줘서 고맙다 우진아.
‘이 새끼가?’
제대로 말 안 하는 거 보면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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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주희 선배가 선배 조별과제 빠진다고 엄청 화났던 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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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통화 해보니까 화 많이 나긴 했더라. 근데 괜찮을 거야. 지난번에 주희도 말했잖아. 영장 나온 거 아니면 못 빠진다고.
그걸 믿고 깝치고 있는 건가?
민주희 선배가 본인이 한 말을 잘 지킬 거니까?
근데 이건 경우가 좀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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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선배, 솔직히 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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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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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어제 서예린한테 고백 박고 쪽팔려서 군대 입영 신청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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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예린이가 말했니?
‘이 미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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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SNS에 선배 영상 돌고 있거든요? 주소 보내드릴 테니까 가서 영상 본인이라고 내려달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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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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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주희 선배가 이거 보면 그냥 넘어갈 거 같아요? 들어보니까 연장 챙긴다고 그러던데. 저한테도 같이 가자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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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그리고 선의의 경쟁 뭐 이런 거 하자고 했던 거 아니에요? 나 괜찮은 놈이라면서요. 술 한번 마시자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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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너는 그러면 예린이한테 관심 없다더니 이미 갈 곳까지 다 갔던데?
“윽.”
이건 좀 가슴이 찔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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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우진아, 우리 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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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무슨 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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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주희한테 안 잡히게 도와줘. 오늘만 지나면 주희도 어느 정도 진정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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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네가 오늘 주희랑 같이 다니면서 나한테 위치만 브리핑해 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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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배: 응?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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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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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아, 네.
잠깐 한강 선배 저장된 이름 좀 바꾸느라 답장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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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저한테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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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그럼 이서한테 말해도 되겠니?
‘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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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내가 눈치가 꽤 빨라. 예린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것도 그렇고 네가 이서랑 보통 관계가 아닌 것도 대충 눈에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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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딱 하루만 도와주라. 진짜 제발. 우진아. 나 이렇게 빌게.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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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그럼 이제부터 형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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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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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싫으면 주희 선배한테 뒤지든가. 아마 최이서한테 뭐 말하기 전에 이빨 다 뽑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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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우진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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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그래, 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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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내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 말고. 주희 선배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닐 거야.
이미 손 다 털고 새 사람으로 살고 계신 분인데 뭘 얼마나 과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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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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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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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요.
“이 씹새끼.”
한강의 말을 그냥 넘겼으면 안 됐는데. 사실상 같은 학년으로 대학교에 막 들어온 주희 선배의 날 것 그대로를 봤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씩씩거리며 정말로 당구장 큐대를 어디서 가져온 주희 선배가 핸드폰을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강의 위치를 수소문하고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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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학교 편의점 벤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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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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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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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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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대답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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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네…….
톡을 보낸 이후 슬쩍 주희 선배를 확인한다. 2학년 과톡에 한강의 위치를 수소문하는 중이었다.
한강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었지만, 흥분한 주희 선배는 일단 좀 진정시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다가 진짜 일 크게 치를 것 같았다.
“그래도 영장 나온 거니까 너무 뭐라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슬쩍 말하자 주희 선배의 눈에 핏발이 돌며 나를 노려본다.
그러고는 담배 대신 먹고 있던 막대사탕을 으적 씹으며 대꾸했다.
“어제 그 새끼 서예린한테 고백했던데?”
영상 보셨구나.
그거 내려갔던데.
그 잠깐 사이에 어떻게 보셨네.
“재학생 군대 연기도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는 거 보면 사이즈 딱 나오지 않니?”
재학생 관련 입대 제도도 찾아보셨고. 역시 일을 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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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너 걸리면 진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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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
“후우우, 가자 우진아. 그 새끼 지금 봉사 동방에 있단다.”
바로 당구 큐대를 어깨에 걸치고 달리는 주희 선배. 나도 선배가 가져와 준 야구방망이를 들고 그대로 뒤따르며 슬쩍 톡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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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너 지금 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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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네, 자취방 이미 좌표 찍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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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거기로 가는 중.
답장은 없다.
아무래도 바로 도망치는 중인 모양이다.
“이거 엉덩이에 쑤셔 넣은 다음 입으로 나오게 해준다, 개새끼.”
“…….”
“우진아, 그거 아냐? 그 새끼 군대 못 가. 나 때문에 현역 못 가고 재검받아서 현역 불가 판정 받을 거야.”
흉흉하니 선언하는 주희 선배의 뒤를 따르며 침을 꿀꺽 삼킨다.
한강이 버러지에 병신이긴 해도 죽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일단 오늘만 지나면 주희 선배도 진정하겠지.
그때.
갑자기 내게 온 톡.
한강인가 싶었는데 좀 뜬금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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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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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이거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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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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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영상은 못 구하는데 이거 한강 선배랑 예린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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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아니 근데 그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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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저기서 묵음 처리된 거 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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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섹x 잘해요는 무슨 소리냐?
“…….”
조용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아무것도 못 본 척 주희 선배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