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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우웅!
규칙적으로 울려오는 진동에 슬그머니 눈을 뜬다. 익숙한 천장과 눈에 익은 방의 풍경.
바로 직전에 서예린의 방에서 깨어났을 때의 공포감이 아직도 선명하게 등골에 서려 있었기에 안도하면서도 울려오는 핸드폰에 손을 뻗는다.
- 최이서 -
“…….”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게 하면 안 될 짓을 한 다음 걸린 기분이라고 할까.
일단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받았고.
- 뭐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평소와 같은 최이서의 목소리와 말투를 듣는 순간 마음 한켠에 평화가 자리 잡았다.
“지금 몇 시지?”
- 아직까지 자고 있었어? 주말이라도 좀 심한데.
“왜 평화로운 주말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 에휴, 운동하자고 하려고 했는데 안 할 거지?
“……어제 운동 빡세게 했어.”
- 거짓말 치네. 어제 주점에 있다가 그냥 갔잖아.
진짜야.
오랜만에 운동해서 힘들어.
하지만 이걸 말할 수는 없으니까 별다른 답 없이 대충 넘긴다.
- 저녁은 먹었어?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야?”
- 6시야.
벌써 저녁 6시라고?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확인해 보자 정말로 벌써 저녁 시간대였다.
생각 이상으로 내가 피곤했다는 걸 깨달으며 하품하며 답했다.
“흐아암! 아지더자호히흐데.”
- 뭐라는 거야.
“아직 더 자고 싶다고.”
- 그럼 그러시고. 내일 올 거지?
내일?
“내일 뭐가 있는데?”
- 내일 축제 끝난 기념으로 뒤풀이하기로 했잖아. 과톡에도 공지로 올려뒀어.
이야기를 듣던 나는 뭔가 오묘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지막 날에 우리 주점에서 술 마셨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니야?”
- 그건 교수님들이랑 선배들까지 다 껴서 마신 거잖아. 이번에는 주점에서 일한 사람들만 딱 불렀으니까 3학년 선배들은 안 와.
그러니까 내가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는 소리.
“술을 하루 종일 마시네.”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흘리며 중얼거리자 의외로 최이서도 동의했다.
- ……솔직히 나도 하기 싫어.
하긴 최이서도 술자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으니까.
- 어쨌든 와야 해. 이번에 너 좋게 보는 애들 많아졌으니까 나쁘지 않을 거야.
“진짜 귀찮은데.”
그냥 방에서 혼자 맥주 까고 넷플릭스 보면서 노는 게 더 나아 보인다.
- 애들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잖아. 너 소문도 이번 일 덕분에 누그러지고 있으니까 와서 얼굴만이라도 비춰.
“엄마세요?”
- 내조겠지.
“…….”
- …….
순간적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고, 아마 저쪽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는데.
“부끄러워할 거면 말하지 마.”
장난치듯 툭 까놓고 말하자 최이서의 목소리도 톤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 자, 장난이었어!
딱 봐도 지금 당황해서는 눈 핑핑 돌아가고 있을 게 보인다.
“왜 전화해서 갑자기 할복을 하십니까.”
- 됐어! 끊어! 안 오기만 해! 2차는 너희 집으로 쳐들어 갈거니까!
뚝.
그대로 전화를 끊은 최이서.
마지막 말은 진짜 무서웠기에 잠깐 가서 얼굴만 비추는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서예린 또 만나는 건가?’
뭔가 어색한데.
서예린이야 아까 통화할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었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부끄러움에 제대로 말도 못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현실에서 섹x라고 말도 못 하는 애인데.’
아마 가서 눈만 마주쳐도 얼굴 확 붉히면서 피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며칠 동안 계속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게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피곤해.’
오랜만에 몸을 격하게 써서 그런지 몰라도 피로가 확 몰아쳤기에.
그대로 눈을 감으며 다시금 잠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토요일 하루가 삭제되었다는 게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지만 막상 할 게 있냐고 묻는다면 또 답할 건 없다.
‘생각해 보니까 엿 같네.’
원래 금공강이었는데 축제 때문에 학교에 갔던 게 좀 화가 난다.
공강에 학교에 가는 것만큼이나 대학생을 화나게 하는 건 몇 없겠지.
참고로 지금 나는 PC방에 가고 있었다. 따로 누구랑 같이 온 건 아니었지만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하이.”
“왔어?”
주말에는 하루 종일 알바만 하는 정찬우랑 만나기 위함.
오늘 아침에 뜬금없이 PC방 와주면 안 되겠냐고 연락이 와서 찾아왔다.
심심하기도 했고 어차피 뒤풀이도 가야 하니까 오는 게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뭐 먹을래?”
바로 서비스 라면까지 낭랑하게 넣어주시는 우리의 찬우. 내가 얘를 싫어하고 싶어도 싫어할 수가 없다.
“튀김우동.”
“자리 잡으면 금방 끓여줄게.”
그대로 구석 쪽 자리를 잡고 앉아서 웹툰이나 드륵드륵 거리며 보고 있자니 찬우가 음식을 가져왔다.
튀김우동이랑 핫바 거기에 만두까지.
“뭐야, 이렇게 많이 안 시켰는데?”
“서비스야 서비스.”
“하.”
지금부터 정찬우의 적은 내 적으로 간주한다. 찬우와 나는 한 몸이니 유아린 딱 대라.
가져온 라면을 먹으면서 슬쩍 찬우를 쳐다본다. 옆자리에 앉은 찬우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으나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엊그제 유아린이랑 같이 들어갔잖아. 잘 됐어?”
“…….”
말하기 힘들어 보여서 대신 말해주니 찬우가 어색하니 헛웃음을 흘린다.
라면을 후룹후룹 먹으면서 찬우를 쳐다보자 녀석이 뺨을 긁적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린이한테 고백했어.”
“허…….”
생각 이상으로 대담한 발언이었다. 인터넷에 그런 식으로 말이 떠돌지 않는가.
보통 고백이라 함은 도전하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거라고.
근데 그것도 범부들한테나 통용되는 거다.
우진 범부는 고백까지 가는 허들이 상당히 높다. 얘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가지기 힘드니까.
근데 찬우의 얼굴을 보라.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번호 좀 달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줄 외모지 않은가.
찬우에게 고백은 도전도, 확인도 아닌 통보라고 볼 수 있었다.
나랑 사귀라고 대놓고 말하는.
그런데.
“차였어.”
‘왜 하필 그년이냐.’
왜 열 중 하나한테 가서 고백을 하는 거냐고. 답답하긴 했으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알고 있기에.
“고생했네.”
컵라면을 놓고, 찬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하지만 녀석의 눈동자는 아직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포기 안 해.”
“…….”
“아린이랑 잘 되고 싶어. 진심이야.”
이 정도면 집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아린은 거의 로판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여주인데? 이런 애가 집착하는 거면.
“우진아, 나 좀 도와주라. 너 1학기 때 여자친구 사귄 적 있다고 들었어.”
그게 뭐 대수라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일단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하나만 좀 묻자.”
“응?”
“고등학교 때 유아린이 너한테 고백했다며.”
내 말에 찬우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지난번에 유아린이 내게 말해줬던 내용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을 줄 몰랐던 모양이다.
“그때는 안 좋아했다가 고백받고 갑자기 여자로 보였다 뭐 이런 거야?”
그게 아니면 찬우가 유아린의 고백을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니야.”
“음?”
하지만 좀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아린이만 좋아했어.”
“쓰읍, 내가 지금 얘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 건가?”
귀를 후비면서 다시 말해보라고 되묻자 정찬우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몸을 웅크린다.
“못 믿겠지만 진짜야. 나는 아린이만 계속 좋아했어. 고백을 거절했던 것도 내 의도가 아니었고.”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네.”
“그냥, 그냥 내가 실수했던 거야.”
“…….”
찬우는 그 이상 뭔가 얘기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흑역사라는 말도 가벼울 정도.
‘죄책감?’
그런 것을 품고 있어 보이는 찬우의 모습이 좀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여기서 함부로 정찬우를 돕겠다고 까불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유아린 쪽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유아린이랑 비밀도 공유하는 가까워진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정찬우랑 가까워지게 수를 쓴다는 게 좀 꺼려지기 시작했기에.
“미안한데 찬…….”
일단 거절하려던 순간.
우웅!
핸드폰이 울려왔다.
슬쩍 확인하자 어쩜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췄는지 유아린의 톡이었다.
그것도 꽤나 심상치 않은 내용이었기에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 유아린: 야! 지금 대숲에 관리자 정체 까발린다면서 네 사진 올라왔어!
“뭐?”
찬우를 앞에 두고 좀 미안하긴 하지만 소름이 쭈뼛 돋으며 다급하게 대나무숲 앱을 켰다.
‘누구? 누구지?’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익명69인 서예린, 익명90인 물치과 화석 이은우.
그리고 유아린 밖에 없다.
대나무숲 관리자 자리를 넘겨준 선배는 이미 졸업했으니까 그쪽은 논외로 쳐야 하는데.
어쨌든 대나무숲에 들어가 보자.
-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 정체 공개함(사진)
정체를 밝힌다는 글은 유아린이 쓴 것이었으며 거기엔 오랑우탄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이 개색……!”
↳ 익명11: 어쩐지 운영 개판으로 하더라. 지능 원숭이 수준일 것 같았음.
↳ 익명75: 엌ㅋㅋㅋㅋ이거 차단당하는 거 아니냐?
↳ 익명198: 관리인 훈육 바로 가자. 손 묶고 엉덩이 찰싹찰싹!
↳ 관리자: 지금부터 여기에 동조하는 새끼들 전부 밴.
↳ 익명54: 다들 입 다물어!
↳ 익명276: 도망쳐!
↳ 익명69: 섹x 하고 싶다.
↳ 익명90: 섹x!
“후우.”
“우진아 무슨 일 있어?”
내가 갑자기 숨을 크게 내쉬자 당황한 찬우. 나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한 다음 바로 유아린에게 톡을 보냈다.
-
김우진: 너 뒤졌다.
-
유아린: 엌ㅋㅋㅋㅋㅋㅋㅋ부들부들 중인 관리자면 개춬ㅋㅋㅋㅋㅋㅋ
-
유아린: 막상 짤 보고 진짜 유출된 줄 알았지? 너 거울 봤을 때랑 비슷해섴ㅋㅋㅋㅋ
-
김우진: 너 오늘 뒤풀이 오냐?
-
유아린: ㅇㅇ 가서 너 줘팰거임.
아무래도 축제 마지막 날에 정찬우로 둘이 같이 가게 했다고 이러는 거 같은데.
-
김우진: 찬우 뒤풀이 데려감 ㅅㄱ
-
유아린: ?
-
유아린: 님?
-
유아린: 관리자님?
-
유아린: 왜 걔가 나옴?
-
유아린: 하지 마
-
유아린: 진짜 하지 말라고!
-
유아린: 나 안감
-
유아린: 안 간다고!
-
유아린: 아 진짜 제발!
-
유아린: 개색갸!
-
유아린: 다ㅓ히ㅏ너리ㅏ랢네래페ㅑㅐㅓ닝라ᅟᅥᆷㄴㅁ탸폳ㄹㅁㄴ아ㅓ치라농리ㅏ넝리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