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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우!’
목소리가 워낙 떨렸던지라 삑사리를 낸 서예린.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그래도 앞에 있는 관객들은 좋게 봐주는 모양이었다.
크게 소란이 일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오히려 귀엽다면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긴 했으나 그것마저도 서예린은 부끄러웠다.
그나마 옆에서 최이서가 괜찮다고 눈짓해 준 덕분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집중해서 노래를 끝낼 수 있었다.
“네에! 영문과 네 분의 무대였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예능인 사회자의 외침에 관객들이 박수치며 환호성을 내지른다.
저 멀리 영문과 주점 부스도 보였는데 거기가 제일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러주고 있었다.
‘다, 다신 안 할 거야!’
어쨌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다.
괜히 선배들의 꼬드김에 넘어간 자신이 미워지는 찰나.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자신 쪽으로 걸어왔다.
“무대를 봤으니 인터뷰를 해야겠죠?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앞에 선 사회자는 방긋 웃으면서 서예린에게 물어왔다.
“어디 소속 연습생이세요?”
“네엣?!”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깜짝 놀랐으나 사회자는 너스레를 떨어댔다.
“아니, 제가 여러 축제를 다녀봤는데 이렇게 예쁜 분은 처음 봤어요. 심지어 제 동료 연예인분들보다 미인이신데요?”
“아, 아 넵. 감사합니다.”
부끄러워서 쪼그라드는 서예린. 하지만 사회자는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웃으면서 물어왔다.
“기획사 섭외 들어와 본 적 있다? 없다?”
“아하하.”
어색하니 웃어 보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 수도 있었기에.
“이, 있다.”
최대한 부끄러움을 참으며 답하자 사회자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었는지 바로 소리를 지른다.
“여어억시이이이! 이런 보석을 놓칠 리가 없거든요! 나중에 저 다시 만났을 때 모르는 척하기 없습니다! 자아! 그럼 다음 분! 어이구! 여기도 한 미모하시는 여성분이십니다!”
살짝 현기증을 느끼는 서예린이었으나 무대와 인터뷰가 끝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주점을 홍보하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과대라고 하시던데요?”
“네, 영문과 1학년 과대 최이서라고 합니다.”
서예린과 다르게 몸짓과 말투에서부터 여유로움이 담겨 있는 최이서.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자 오히려 서예린 때보다도 훨씬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 서빙을 보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이야! 이거 저도 가고 싶어지는데요? 혹시 우리 메뉴는 이거다 하고 자신 있으신 거 있습니까?”
“제육을 꼭 드세요. 제육 하는 애가 실력이 좋거든요.”
“제육볶음! 좋습니다! 혹시 주점에 오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마이크를 건네받은 최이서는 크흠 하고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영문과 주점에 많이 와주세요. 하지만 헌팅은 안 됩니다. 서버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잔잔한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기에. 정중한 부탁은 한결 편하게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맞습니다! 헌팅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임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과대 이서 양은 어떠신가요?”
최이서가 편하게 멘트를 받아주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사회자가 좀 더 물어왔는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최이서는 빼지 않고 답했다.
“사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근데 관심 있는 사람은 있어요.”
그 한마디에 장내가 후끈 달아오른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는 최이서의 용기와 미인의 마음을 얻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비명과 환호가 오고 갔다.
“이야아아! 우리 이서 양이 아주 멘트가 좋군요! 자! 그럼 다음 우리 잘생긴 분들께 가볼까요?”
다음 안현호와 한강에게도 마이크가 갔다. 안현호는 좀 떨었지만 한강은 꽤나 능숙하게 답변했는데, 작년에도 이 무대에 올라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네에! 여러분! 이렇게 미남미녀들이 모인 영문과의 무대였습니다! 다음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그대로 내려가는 네 사람. 많이 떨리긴 했으나 어쨌든 홍보 자체는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었다.
“최이서 죽어.”
영문과 네 사람이 무대에 올라갔다 온 다음부터 다시금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문과의 얼굴마담 4인방이 나갔다 왔던 여파가 꽤나 큰 모양.
덕분에 평균적으로 외모가 출중하다고 불리는 항공운항과나 연극영화과에서도 은근히 우리 쪽으로 와서 견제를 하거나 구경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이서 죽어.”
“좀. 손만 움직여.”
보조해 주던 현아가 두부를 썰면서 나를 질타한다. 본인은 그냥 칼로 두부만 숭덩숭덩 자르면 되니까 편하게 얘기하는 거겠지.
“제육 넷 추가요!”
홀 쪽 입구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전하는 유아린.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유아린은 히죽 웃는다.
“제육 인기 미쳤음.”
“내일부터는 다른 메뉴로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얼른 주세용 주방장니임, 다들 기다려용!”
애교를 섞어서 찡긋거리는 유아린에게 순간적으로 제육을 던져버릴 뻔했으나 꾹 참는다.
이미 오늘 생각했던 분량은 끝났다. 내일을 위해서 준비해 뒀던 걸 급하게 조교실 냉장고에서 꺼내서 하는 중이었다.
“최이서 제발 죽어.”
내가 무슨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게 들렸던 걸까.
홀 쪽에서 최이서가 한숨을 내쉬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나도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어.”
“아오, 최이서.”
“미안하다니까. 대신 쉬는 시간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이고 가려는 최이서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답했다.
“쉬는 시간이 어디 있어. 이렇게 손님이 계속 오는데.”
“아…….”
쉬는 시간이 사라질 정도로 손님이 몰려오고 있으니 당연히 쉬지 않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내 대답에 최이서는 시무룩해졌다.
‘그나마 다행이지.’
솔직히 여기서 내가 최이서랑 단둘이 축제를 돌아다니면 쟤가 말했던 관심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게 알려지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안현호도 똑같은 질문에 똑같이 답했고, 지금도 최이서 눈치를 은근 보고 있었는데.
“아쉽네.”
그리 말하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최이서.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건지 대충 알 것도 같았기에.
“그러게.”
나도 마찬가지로 답해주자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총총걸음으로 다시 홀로 돌아갔다.
‘……복잡하네.’
CC를 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고, 최이서도 굳이 지금 사귀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다가오는 게 나를 충동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물치과도 가봐야 하는데.’
익명90.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용의자를 찾았으니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것도 힘들까 싶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옆에 있는 보조의 닦달을 받아 가며 일하고 있는데.
쨍그랑!
꺄아아아악!
묵직하면서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씨발 놈아!”
그리고 동시에 터져 나온 구수한 쌍욕. 홀로 나가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게 나였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바로 밖으로 나가봤는데.
테이블은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져 있고, 내가 열심히 만든 제육이 바닥에 처참하게 퍼져 있다.
그 위에는 소주병을 거꾸로 쥔 채로 씩씩거리며 콧김을 불어대는 남학생과 반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웅크리고 있는 남학생 그리고 그런 남학생 옆에서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은 여학생까지.
세 사람의 상황을 보자마자 대강 느낌은 왔다.
소주병을 쥐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후려친 거겠지.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말릴 필요가 있었는데.
깨진 소주병을 든 채로 흉흉하니 핏발이 선 눈동자. 거나하게 취했는지 얼굴이 붉은 게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개새끼가 그렇게 좋았냐? 시발 년아!”
쓰러진 남자의 옆에 있는 여학생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취객.
“헤어지고 바로 사귄다고? 솔직하게 말해, 나랑 사귀던 중에 만났지?”
“개소리야 미친놈아!”
서로 버럭버럭 외쳐대는 두 사람. 여자 쪽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억울한지 막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데.
“저, 저기요! 잠시만요!”
아무도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대인 최이서가 앞으로 나섰으나.
“닥쳐 씨발 년아! 얘기 중이잖아!”
바로 부서진 소주병을 들고 위협하기 시작했기에 최이서도 더 이상 다가가진 못했다.
그리고 그런 최이서가 위협받았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옆으로 가서 손과 어깨를 잡아당기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우, 우진아?”
“위험하니까 뒤로 가.”
주방에 있던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는지 당황한 최이서. 그녀를 뒤로 보내면서 일단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해준다.
당장이라도 쓰러진 남자나 여자 쪽으로 다시 소주병을 휘두를 수도 있는 상황.
“학우분? 진정 좀 합시다. 이러면 본인만 인생 망치는 거예요.”
일단 시선을 돌리려고 웃으면서 양손을 들고 다가간다.
“넌 또 뭐야!”
그러자 두 사람에게로 향하려던 분노가 갈 곳을 잃고 나에게로 향했다.
씩씩거리면서 나한테 소주병을 내밀면서 저리 꺼지라고 위협한다.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너도 대가리 깨지고 싶어?!”
아예 반대편 손으로 다른 소주병을 하나 더 든 남자. 저러다가 휘두르거나 던지기라도 하면 진짜 큰일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서 말하기도 어려웠는데.
그때 나와 눈을 마주친 유아린.
머리 끈으로 머리를 묶고, 딱 달라붙는 검은 치마의 옆단을 가위로 일정 부분 잘라낸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바로 외쳤다.
“네가 그러니까 여자한테 차이는 거야 이 새끼야! 쪽팔리게 술병으로 대가리나 깨고 있어?! 쫄리니까 무기 든 거 진짜 내가 다 부끄럽네! 꼬추 떼라! 아니, 꼬추 이미 없어서 헤어진 건가?!”
“미친 새……!”
바로 발끈해서는 나한테 취객이 달려들려는 순간.
부웅!
바람이 불어왔다.
깔끔한 궤적과 함께 말끔하게 올라간 유아린의 발끝이 정확하게 취객의 턱을 때리고 들어갔고.
빠악!
쿵푸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취객의 고개가 팍 돌아가며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 쓰러졌다.
“후우.”
깔끔하게 다시 자세를 잡은 유아린은 쓰러진 취객을 한 번 내려다보곤 내 쪽을 힐끔 쳐다봤고.
우쭐거리며 미소를 입가에 짓는 순간.
“와아아아! 유아린 뭐야아아아!”
“개 멋있어어어어어!”
“손! 손에 술병 쥔 것부터 놓게 해!”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나도 인자한 미소와 함께 유아린에게 엄지를 치켜올리며 생각했다.
‘검은 치마에 검은 팬티 졸라 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