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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엄마가 돌아갔다.

그야말로 폭풍과 같은 하루였고, 나 역시 다시금 내가 했던 선택의 무게감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평화는 지나가고.

어느새 중간고사 기간.

  • 익명415: 족보 구하는 꿀팁 좀.

  • 익명267: 400번대는 중간고사 기간에 글 쓰지 마라.

  • 익명211: ㅋㅋㅋㅋㅋㄹㅇ 대숲 꼰대들 봐.

↳ 익명302: 쟤들이 자초한 거임.

↳ 익명97: 맞는 말이긴 해. 배려를 받고 싶으면 상식선에서는 말해야지.

↳ 익명402: 그냥 다 같이 상부상조하면 좋잖아. 왜 이렇게 차별을 해.

↳ 익명125: 상부상조 개소리하고 있네. 너희 도와주면 너희도 내 시험 도와줌? 너희가 내 과제 해줌? 뭘 해줌?

↳ 익명413: 커피 삼.

↳ 익명146: 그건 형들 돈으로 사 먹으니까 꼬맹이들 가서 공부나 해.

  • 익명244: 신입생들 도와줄 필요가 없음. 진짜 그냥 호의로 도와주는 건데 저것들은 권리인 줄 아네.

  • 익명142: 경영학과 이번에 신입생들 위해서 대숲 모음글 주소 보냈던 거 폭파했어요. 알아서 하세요.

↳ 익명425: ? 선배님? 저 아직 그거 확인 못 했는데요.

↳ 익명387: 아니 졸업한 분들부터 시작해서 남기신 거라고 들었는데?

↳ 익명444: 하, 시발. 가현대 똥군기. 원래 이래?

  • 익명432: 선배님들 텃세는 그만 좀 부려요. 진짜 너무하잖아요.

↳ 익명141: 응, 너희 문제야 작년에는 안 이랬어.

↳ 익명71: 2학년들한테 물어봐라. 그때는 다들 착하게 다 알려줬어. 없는 족보도 구해다줬다.

↳ 익명210: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 익명129: 욕할 거 다 해놓고 필요하니까 찾는 거 웃겨.

“에휴.”

내가 가현대에 다닌 것도 이제 1년밖에 안 되긴 했으나.

감히 예상컨대 아마 역대급으로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중간고사가 아닐까 싶었다.

대나무숲은 지금 300번대 후반부터 400번대까지의 회원들을 적대적으로 배척하는 중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1학년들.

이번 신입생들을 욕하는 상황.

왜 이렇게 됐냐고 묻는다면 조금 복잡했는데.

가장 먼저 연극영화과가 시발점이었다.

1학년 신입생들이 과단톡에서 선배들 뒷담화하는 게 발견된 것.

단순히 한두 명만 욕한 게 아니고.

2, 3학년 선배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다 같이 씹어댔고.

심지어는 법원에 가야 할 정도의 고수위 발언들도 서슴지 않았다.

외모, 몸매, 가슴, 엉덩이, 골반 등의 순위 매기기도 자주 이루어진 모양.

덕분에 연극영화과가 아주 뒤집어졌다.

서예린의 친구이자 골드원에서 같이 일했던 이서아도 뿔이 잔뜩 나서는 후배들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씩씩거리던 걸 서예린이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물론,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으나.

  • 익명407: 병신들. 진짜 보잘것없는 거 가지고 특권의식에 찌들어 사는 것 좀 봐라. 군대 다녀오지도 않은 등신들이 군대 똥군기 처 잡고 있으면 그게 가오가 사냐? 그냥 애새끼들이지.

“쯧.”

익명407.

지난번부터 계속 대나무숲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쌍욕을 쏟아내는 어그로꾼.

바로 이 녀석이, 대나무숲의 신입생 혐오에 또 한 번 기름을 붓는 원흉이었다.

익명407의 밑에 우수수 달리는 답글들.

하나 같이 익명407을 욕하고 있다.

“하루 정지 먹였었는데도 또 이러고 있네.”

결국 다시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한 상황.

나는 익명407과 녀석이랑 같이 싸웠던 놈들 전부 사흘 정지를 줘버리면서 일단락 시켰다.

“요즘 분위기가 참 그렇네.”

대나무숲에 불이 지펴진 신입생 혐오를 보면서 나는 카페로 향한다.

이번에 안현호가 같이 듣는 강의 족보를 얻어왔다고 해서 공부하기로 했다.

시험기간이라 카페도 사람이 많았다.

안현호가 보이지 않아서 어디 갔나 했는데, 단체 손님들 앉는 널찍한 테이블에서 케이크를 먹고 있는 남자 셋 중 하나가 안현호였다.

남은 둘은 자연적으로 한강과 표진호.

둘 다 군대가 미뤄져서 대학 휴학한 상태로 놀러 다닌다고 들었다.

“족보를 얻은 게 한강 선배였어?”

어이가 없어서 자리에 앉으며 묻자, 안현호가 포크를 문 채로 끄덕인다.

“어, 선배가 그냥 주셨음.”

“그거 내 선배들부터 이어오던 거야. 그때 사귀던 누나가 준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한강.

솔직히 족보라고 해도 결국 기출문제 정도밖에 안 되긴 해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일단 감사하며 받는다.

“이번에 신입생 혐오 때문에 족보 구하는 게 더 힘들어졌는데. 덕분에 수월하네요.”

“신입생 혐오?”

안현호도 대나무숲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신입생 혐오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셋이 얘기하는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나는 서예린한테 톡을 보낸다.

  • 김우진: 족보 확보.

그러자 몇 분 되지 않아 바로 돌아온 답장.

  • 서예린: 라임 맞춘 거야?

  • 김우진: 아니야. 족보라고 해도 기출문제 정도이긴 한데. 그래도 이게 어디야.

  • 서예린: 다행이네. 어디야? 나 강의 끝나서 한가해.

  • 김우진: 카페인데 애들이랑 있어. 한강 선배도 있음.

  • 서예린: 아린이랑 놀아야징.

그대로 톡이 끊겼다.

한강 선배가 있다니까 바로 도망치는 거 좀 봐라.

솔직히 나도 그냥 가고 싶긴 했지만, 세 사람한테 어느새 붙잡혔다.

“아니, 선배들 가지고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 그치 않아 우진아?!”

한강이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치? 내가 작년부터 딱 느꼈어. 요즘 애들은 선배를 향한 존경이 없어 존경이.”

“뭐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응? 찔렸어?”

이 새끼가.

“존경할 짓을 하던가. 매일 후배들 뒤나 쫓다가 주희 선배한테 개처럼 맞으면서.”

“크흠.”

어색하니 고개를 돌리는 한강.

이제는 선배도 아닌 녀석이 왜 저러나 모르겠다.

“근데 찬우는?”

그때 케이크를 열심히 퍼먹던 표진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얼간이들끼리 모여서 뭐가 좋다고 정찬우까지 부르는가 싶었는데.

“걔 여친이랑 있다고 오늘 못 온대요.”

안현호는 진짜 찬우까지 불렀는지 내용을 꿰차고 있다.

이번 여친이랑은 좀 잘되면 좋겠다.

“하, 찬우는 진짜 좋겠어.”

“나도 어디서 꿀리는 편은 아닌데 걔는-.”

자연스럽게 찬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미 공부는 뒷전이었기에 나도 이번에 찬우 관련해서 있었던 일화를 풀었다.

여친이랑 헤어진 지 고작 사흘 만에 다른 여자애를 사귄 정찬우의 무용담.

“찬우 정도면 진짜 여자 골라 사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근데 또 아닌 애들이 있어. 얼굴 중요하게 안 여기는 애들.”

“왜 얼굴 안 중요하게 여기는 애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냐.”

안현호의 말에 한강이랑 표진호가 한마디씩 거든다.

나도 묵묵히 듣는 와중.

우웅.

  • 최이서: 뭐 하고 있어? 공부한다고 했는데 방에 없네?

얘는 왜 내 방에 있냐.

  • 김우진: 족보 받으러 왔어.

  • 최이서: 오. 어디야?

왜 비슷한 대화가 이어지지.

  • 김우진: 카페. 여기 현호도 있음.

  • 최이서: 예린이랑 공부하러 가야겠다.

그 뒤로 연락이 없다.

연락 두절된 서예린과 최이서.

나는 둘의 비슷한 반응에 피식 웃으면서 있자니, 어느새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야, 만약에.”

그리곤 표진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죽고 다시 태어났는데, 신이 정찬우랑 김우진. 둘 중 하나로 살게 해준다고 하면 누구 고를래?”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질문이지.

어이가 없어서 표진호를 쳐다봤는데.

“찬우지.”

“닥우지 닥우. 닥치고 정찬우.”

이 새끼들이?

“그치? 나도 찬우긴 해. 괜히 물어봤네.”

표진호까지 올킬을 당해버리자 이거 이상하게 기분이 더럽다.

핸드폰을 집어넣고 어깨를 돌리며 나는 놈들에게 말했다.

“잘 생각해 봐. 찬우보다 외모 정도만 딸리지 나 다른 건 나쁘지 않아.”

어이가 없어서 말하자 한강이 먼저 질문해 왔다.

“여친 있어? 예린이나 이서랑 사귀고 있니?”

“아직 썸- 이죠?”

할 거 다 하긴 했는데 여기서 섹프 같은 말이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애매해서 말꼬리를 늘리자 바로 고개를 젓는다.

“찬우는 이미 여친 사귀고 있잖아. 보니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명 사귄 거 같던데.”

“…….”

“못 먹는 탐스러운 과일 가지고 있는 너보다. 사과, 포도, 딸기 고루고루 먹는 찬우가 좋은 거 아닐까?”

입이 꾹 다물어진다.

결국 내가 못 사귀고 있는 건 맞았으니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고 말이다.

이번에는 안현호가 덧붙인다.

“외모도 저쪽 압승이잖아.”

“야, 그래도 나도 나쁘지 않아. 요즘 헌팅도 가끔 당해.”

“네가? 흐음.”

뭐지.

여자애들은 은근 잘생겨진다고 넌지시 말해줬는데, 남자 새끼들이라서 그런지 변화에 무딘 모양.

“일단 보류. 그럼 너 돈은 많아? 보니까 찬우는 이제 PC방 알바 말고 모델 쪽도 하던데? 그거 시급 엄청 센 거 알지.”

“후.”

내가 대기업 회장 아들이야 이 새끼들아.

지금 마음만 먹으면, 이 카페도 일시불로 살 수 있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애써 꾹 삼킨다.

“자취방 빼고 기숙사에서 사는 거 보면 돈도 좀 빠듯해 보이고.”

골드원에서 일했던 거랑, 큰형 성인용품 처분한 돈이 있긴 했으나.

이걸로 1년을 버티긴 힘들긴 하다.

알바를 구해볼 생각은 있었다.

찬우처럼 피팅모델 같은 건…… 무리겠지만.

“돈도 졌네? 뭐 다른 게 있나?”

“운동.”

애매하다고 중얼거리는 안현호의 옆에서 표진호가 바로 끼어든다.

“운동은 어떠니.”

“제가 홈트하다가 진화해서 이제 헬스장을 다니고-!”

“근데 찬우 헬스장 토박이 아냐? 걔 심심하면 헬스장 가던데.”

맞다.

찬우는 나보다 먼저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다.

운동은…… 못 이기겠네.

걔 드는 무게 보면 따라 할 엄두가 안 난다.

애초에 나는 운동 목적이 좀 다르긴 하다.

내 운동 목적은 엄밀히 섹x니까.

“거기가 큼.”

이제야 이길 수 있는 걸 찾은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

“…….”

“…….”

세 사람이 동시에 멍하니 나를 쳐다봤고.

나는 어깨를 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존나 크다.”

잠깐 당황한 셋.

하지만 곧바로 피식 비웃음을 흘린다.

“에이, 그건 나도-.”

“하. 나는 팬티를 두 개씩 껴입어. 안 그러면 두툼하니 보여서.”

“태권도 할 때 애들이 나랑 같이 씻기 싫어했어. 자괴감 든다고.”

이것들 봐라.

지기 싫다고 바로 끼어드는 것 좀 봐.

“범부들 까부네.”

내가 혀를 차자, 다들 발끈해서는 이런저런 소란이 일었으나.

주변에서 눈치를 줬기에 한 템포 쉬어간다.

그리곤.

“찬우는 좀 작지 않을까?”

누군가 그리 말했고, 우리끼리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 맞네. 찬우는 좀 작겠다.”

“애가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이 없지.”

“하하! 신은 공평해.”

왜 이런 얘기가 진행됐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투표는 내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자, 그래서 누구로 태어나고 싶다고?”

웃으며 다시 질문했고.

“찬우.”

“아무리 그래도 찬우지.”

“찬우로 태어나야지.”

다시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인즉슨.

“슈뢰딩거의 우진이네. 관측하기 전까진 나는 믿을 수 없어.”

“팬티 속에 숨겨둔 소중이 하나 가지고 블러핑 치는 김우진 추하다.”

“우진아, 그거 알아? 크기에 연연하는 애들은 작다는 거.”

후.

안 되겠네.

“시발 여기서 5분만 보여주면-!”

우웅! 우웅! 우웅!

타이밍 맞게 울려온 전화.

유아린이었다.

  • 야, 영상통화야. 귀 때 봐.

화면을 보자, 학교 농구대에 있는 유아린이 보인다.

슬쩍 화면을 돌리니 서예린이랑 최이서도 함께 있는 상황.

나는 슬쩍 화장실로 간다.

이것들한테 애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왜? 셋이 노는 거 아니었어?”

  • 네가 진짜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

“하아, 지금 바빠. 모욕을 당했다고!”

  • 뭔 개소리야.

“있어. 끊어봐. 이건 너희가 허접하지 않다는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승부니까.”

  • ……왜 벌써 불길하냐. 뭔 내용이야.

“1우진이 작다잖아?!”

  • 아, 씨발.

  • 우진아…….

  • 1우진 정도면 크지 않나?

각기 다른 반응들.

유아린이랑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었고, 서예린은 순수하게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했다.

“어쨌든 전화 걸지 말아 봐. 뉴스에 공연음란죄로 누가 잡혀갔다고 뜨면 그거 나다.”

  • 내가 저번에 말했지. 너는 다 싫은데 가끔 좋을 때가 있거든? 근데 특히 싫을 때도 있어. 지금이야.

  • 그게 뭐가 중요해 우진아. 그런 거 때문에 너 좋아하는 거 같아?

  • 나도 상관없어! 진짜야!

“얘들아…….”

울컥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 이게 사랑이지.

  • 그냥 지고 와, 이 새끼야. 그냥 그래 맞다 하고 져주고 오면 되잖아. 추한 싸움 이겨서 뭐하냐.

  • 맞는 말이야. 쓸데없이 소란 피우지 말자.

  • 근데 나는 우진이가 다 이길 거 같은데.

이것저것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니.

정말 아무 상관 없게 느껴졌기에.

전화를 끊고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간다.

“기요미 하이.”

“추워 우진아?”

“화장실에서 확인했어?”

“이 씨발 놈들아, 여기서 가장 가까운 사우나 어디야. 따라와 개새끼들아.”

문구점 어디 있어.

자도 사서 가야겠네, 이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