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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였구나. 미, 미안.”
어색한 사과를 남기고 돌아가신 주희 선배.
“선배 덕분에 따로 들킬 일은 없네요. 고마워요!”
엿 같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그대로 가버린 규아.
둘이 떠나가고 기분이 약간 더럽긴 했으나 어쨌든 저격 자체는 다소 심심했다.
↳ 익명157: 너무 대충 적은 거 아님?
↳ 익명367: 이게 저격이냐? 그냥 난사지.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11: 이 새끼 그냥 분탕종자 아님? 영문과 최근 조용하니까 일단 불 질러본 거 같은데.
↳ 익명46: 나는 걸리는 사람 있긴 함.
↳ 익명178: 영문과 너무 좋다. 대숲 심심할 때마다 이렇게 장작 넣는 거 좋음.
↳ 익명69: 섹x 하고 싶다아아아아앙!
↳ 익명408: 나 영문과인데 이런 거 올리지 마라.
‘흠.’
대나무숲에서도 크게 관심이 없어 하는 걸 보니 저격 자체는 사건이라고 언급되지 않고 끝날 듯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주희 선배가 나라고 착각하고 오셨네.’
골드원에서 서예린이랑 유아린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신 것 같으니까.
아마 그게 걱정돼서 오신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거지?’
어쨌든 뭔가 알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골드원에서 내 품에 안겨서 주무시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까먹고 있었네.’
최근에 너무 바쁘기도 했고, 주희 선배가 잊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잊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도대체 무슨 상황이었는데 안겨 있었나 싶기도 했다만.
고민해도 결국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규아와 주희 선배가 가고, 나도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메로나랑 제로콜라 사주면서 장식 만드는 거에 잡혀 버렸다.
“김우진 이거 뭐지? 가위 쥐는 법 몰라?”
그리고 지금 대차게 혼나는 중이었다.
“아, 손재주가 없는 걸 어떡하냐고.”
투덜거리며 대꾸하자 초코몽을 마시던 유아린이 혀를 찬다.
“어휴, 넌 군대 가서 어쩌려고 그러냐.”
“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뭐야, 우진이 군대 가?!”
옆에서 자를 대고 열심히 뭔가를 그리던 서예린도 퍼뜩 고개를 들더니 깜짝 놀란다.
“그럼 안 가겠냐?”
내가 무슨 외국 유학생도 아니고, 의무인데 당연히 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진이는 안 갈 줄 알았어.”
시무룩해서는 입술을 쭉 내미는 서예린.
그걸 보며 유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회장 아들이라고 국방의 의무가 사라지냐. 가야지.”
그건 맞긴 하지.
하지만 서예린은 그 뜻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병원 같은 곳 가면 무슨무슨 병으로 빠지지 않을까?”
“…….”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유아린이 쓰읍 하고 숨을 들이키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정신병원 말이지? 하긴 애가 정상이 좀 아니긴 해. 가면 일단 뭔가 병명을 받아오긴 할 것 같은데.”
“그치? 생각하는 게 싸할 때가 종종 있잖아.”
“우진아, 한번 가볼-.”
더 이상 듣기 싫어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교수님이랑 통화하던 최이서 쪽으로 도망친다.
“네, 네. 아뇨, 준비하고 있어요. 네, 저도 가야죠.”
말이 많은 교수님한테 걸렸는지 피곤해 보이는 최이서.
창가에 선 채로 바깥을 보고 있었는데,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엉덩이가 탐스럽다.
문득.
잡혀 산다고 나를 비웃던 규아가 떠올랐다.
마치, 선악과를 먹으라고 하와에게 속삭이던 뱀처럼.
유혹이란 강렬한 충동에 져버린 나는 손을 뻗어 최이서의 엉덩이를 움켜쥔다.
“흐읏?!”
깜짝 놀라서는 고개를 퍼뜩 돌려 나를 쳐다보는 최이서.
“아, 아뇨! 아무 일도 아닙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목소리에 저쪽에서 뭔가 물었는지 다급하게 변명한다.
‘야동에서 이런 상황 많았는데.’
좀 더 힘을 줘서 주무르기 시작했는데, 최이서가 까치발을 들며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도망치려는 모양인데, 어차피 창가였기에 따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네에, 아뇨? 제,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이렇게 믿어주셔서.”
한 손으로 내 손을 밀어내려고 애써보지만 홈트 경력 어느새 반년.
나는 최이서의 같잖은 반항에도 오히려 좀 더 깊게 손을 안으로 넣어, 양 허벅지 사이에 손을 끼우고 살짝 위로 올린다.
“……?!”
과격한 손길에 허리가 빠릿하게 선 최이서가 입술을 으득 문 채로 나를 노려본다.
그것에 히죽 웃으면서 살살 간질이듯 손을 앞뒤로 움직였는데.
최이서가 핸드폰을 가슴에 얹어서 소리가 세지 않게 한 다음 원망을 담아 경고한다.
“하, 지 마앗!”
분명 처음에는 그냥 규아의 말에 반박하면서도 심심해 보이는 최이서랑 놀려고 했던 건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손을 움직이고 있자니 최이서의 엉덩이가 살짝 떨려왔다.
“네에! 교수님,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아…… 네, 좋습니다. 다음에 그러면 1학년 과대 부과대도 불러서-.”
슬슬 통화가 끝나간다.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다시금 꼬집듯 강하게 움켜쥔 다음, 바로 몸을 틀어서 도망갈 준비를 한다.
“…….”
“…….”
몸을 틀자마자 서예린과 유아린이랑 눈이 마주쳤지만 무시한다.
“나 간다.”
가방을 챙기는데 여전히 따라붙는 두 사람의 시선.
“김우진 특. 일단 꼬추 세우면 함락됨.”
“누가 막 관계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
가슴이 푹푹 찔린다.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실로 하찮게 여겨졌으나, 규아랑 최이서 탓이다.
규아가 양다리 걸치는 걸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나도 그게 옮은 거 반.
최이서가 너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엉덩이가 탐스러운 거 반.
이렇게 반반 나눠서 둘이 책임소재가 있다.
나는 피해자일 뿐이다.
“꼬추가 뇌를 지배하는 게 아님. 그냥 뇌가 꼬추임.”
“저 새끼 막 우리랑 거리 둔다면서 호들갑 떨 때부터 알아봤다. 그냥 입만 산 새끼.”
“우진이가 혀를 잘 쓰긴 해.”
“……그 얘기가 아니잖아. 넌 애가 좀 변한 것 같다.”
유아린이 어이없다면서 옆에 앉은 서예린을 쳐다보는 사이.
나는 냉큼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왔고, 잠시 후.
“김우지이이이이인!”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 들려온 최이서의 외침에 좀 더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후우.”
사실 그렇다.
결국 도망쳐도 기숙사였는데.
왜 깝쳤을까.
방에 대자로 누운 채로 만신창이가 된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회의감을 느낀다.
한순간의 충동으로 인생을 망친다는 게 이런 거 아닐까.
결국 최이서 엉덩이 만진 건 좋았지만, 꼬추만 잔뜩 화나게 되었고.
방까지 찾아온 최이서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다음 이렇게 누워 있지 않은가.
결국 남은 건, 우뚝 솟은 남성성뿐이었다.
이 새끼는 맞으면서도 가라앉지를 않는 걸 보면, 아까 최이서랑 그런 플레이를 했던 게 마음에 든 모양.
“에휴.”
하지만 마음이 쿡쿡 찔리기도 했다.
유아린이 말했던 대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 은근 거리를 뒀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엉덩이나 주무르고 있지 않은가.
‘존나 탐스럽긴 했어.’
근데 최이서 잘못도 있다.
엉덩이가 너무 쫀득한 걸 어쩌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손이 아니라 얼굴을 거기에 처박고-.
“에휴.”
이렇게 남 탓하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싶어 머리를 바닥에 한 번 쿵 찍는다.
‘그러고 보니 윤지가 온다고 했었지.’
슬슬 마중 나가려 일어나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간다.
오늘도 스포츠카 타고 오는 걸까?
가뜩이나 기숙사생들한테 주목받는 편인데 그런 걸로 또 주목받으면 어쩌나 걱정할 무렵.
“크, 크흠. 우진아 뭐하니.”
뒤에서 나를 부르는 주희 선배.
아까 오해했다는 것 때문에 부끄러우신지 헛기침하며 슬며시 다가오신다.
“선배, 아는 애가 잠깐 얘기 좀 하고 싶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 그래? 아까는 그…… 다시 한번 미안하다.”
“아니에요, 선배.”
그냥 그렇게 넘기려고 다시 윤지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주희 선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왜 그러세요?”
뭔가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주희 선배는 힐끔 주변을 확인하시더니.
“소, 손.”
“네?”
“손 한 번만 줘봐.”
뜬금없는 요구.
하지만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냉큼 손을 내밀었고.
선배는 양손으로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더니 이곳저곳 훑듯이 만지기 시작했다.
‘……뭐지.’
주희 선배니까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싶다만.
약간 야릇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또 너야 최이서.’
최이서가 흥분시킨 것 때문에 주희 선배의 아무렇지 않은 손길도 야릇하게 느껴지는 게 분명했다.
“새, 생각보다…… 손이 크구나?”
“그래요? 그런 말은 처음 듣네요.”
그냥 딱 적당하지 않은가 싶었다.
“오히려 선배 생각보다 손이 작으신데요?”
웃으면서 살짝 손을 움켜쥐며 장난치자 주희 선배의 어깨가 살짝 들썩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어, 어어! 그, 그래?!”
그리곤 냉큼 내 손을 놓으시곤 몸을 돌리신다.
“나는 갈게! 고생해라!”
“아, 넵.”
뭔가 손이 뜨거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주희 선배가 떠나가고.
“주옥같네?”
뒤에서 익숙한 전 여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타고 와서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일부러 걸어왔어. 운동 좀 하려고.”
그렇구나.
천천히 몸을 틀자, 거기에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윤지가 있었다.
“헤어졌다고 아주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고 다니시네요?”
“아니야! 주희 선배는 여자가 아니라 대장님이야!”
나름대로 변명을 해봤으나, 게슴츠레 뜬 눈은 거두어지지 않는다.
“대장님은 무슨. 완전 암컷이었는데.”
“너, 대장님한테 사과해.”
“너나 사과해, 나한테. 오자마자 여자 손 쪼물딱 거리는 거나 보여주고.”
“……무슨 일로 왔어?”
이 이야기를 이어가봤자 어차피 내가 불리하다. 그러니까 그냥 본론으로 이야기를 돌렸고.
“에휴, 너 아직 대나무숲 관리하지?”
오윤지도 굳이 더 캐물을 생각까진 없는지 넘어가 준다.
“하고 있지.”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
어제 애들이랑 술 마셨다는 데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걸까.
크게 무리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포포가 대나무숲 이용해서 홍보도 하고 그랬잖아. 지금도 하고 있어?”
업무 관련 얘기였나?
“아니, 안 하고 있는데.”
그래서 최근에 건공과 애들이 포포가 대나무숲 안 한다면서 실망하고 있다.
정작 방송은 하고 있다니까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내 말에 오윤지의 표정이 짐짓 어두워지더니 조심스럽게 부탁해 온다.
“괜찮으면 포포 계정 기록 좀 보여줄 수 있어?”
“음?”
“약간 걱정되는 게 있어서 그래.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어렵진 않은데.”
묘하긴 했다.
옛날에도 포포의 기록을 보여달라는 익명 이용자가 있었으니까.
‘그 뒤로는 딱히 연락이 없긴 했지만.’
오윤지라면 큰 문제없겠거니 싶어서 대나무숲을 켜고 포포의 계정인 익명111의 내역을 확인한다.
[익명111 최근기록]
- 익명111: 갇현대 학우분들 안녕하세요! 먹방하는 방송인 포포입니다! 오늘 9시에 킹크랩 먹방하는데 많이 봐주세요!
↳ 익명111(작성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 익명111(작성자): 일단 제 학점은 씹창나긴 했죠.
- 익명111: 혀러부우운! 저녁 9시에 합방 있어요! 방송인 포포 많이 찾아주세요!
-익명111: 있죠. 내일이 월요일인데 포포는 공강이라서 24시간 방송을 할 계획입니다! 아무나 놀러와 주세요!
- 익명111: 어라? 오늘 포포의 방송이 쉰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 익명111(작성자): 넹?
↳ 익명111(작성자): ;
- 익명111: 요러분! 오늘도 힘내세요! 중간고사 아자아자! 포포가 응원해요!
-익명111: 있죠. 내일이 월요일인데 포포는 공강이라서 24시간 방송을 할 계획입니다! 아무나 놀러와 주세요!
- 익명111: 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BJ포포입니다! 이제 곧 축제인데요! 사실 제가 응원단에서 같이 응원을 하게 되었어요! 축제 당일 실시간 방송할 테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가독성 봐.”
미간을 찌푸리며 오윤지가 잠깐 투덜거렸으나, 잠시 보겠다며 채팅 내역을 훑는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거기서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한 느낌.
그렇게 몇 분 후.
“하아.”
이마를 탁 치며 오윤지는 뭔가 발견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쉰다.
“왜, 뭔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되묻자, 잠시 나를 쳐다본 오윤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이쪽이 처리할 일이야. 고마워 우진아. 덕분에 확실해졌어.”
“확실해졌다고?”
“응, 정말 고마워. 네가 사람 하나 살린 거야.”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오윤지는 여운조차 남기지 않은 채, 바로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좀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나는 방금 오윤지가 봤던 포포의 최근기록을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