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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
의도치는 않았지만 규아랑 같이 걷는 중이었다.
남자친구 쪽은 규아에게 실망했다면서 가버렸고, 규아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굳이.’
뭔가 말이라도 걸까 싶기도 했으나, 굳이 그런 배려를 해줘야 할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묵묵하니 걷고 있는데.
“선배는 뭐예요?”
학교 정문을 지나며 규아가 짜증내듯 내게 물어왔다.
“김우진인데.”
“씨-.”
짜증내면서 나한테 욕을 하려다 가까스로 참은 규아.
“선배, 인기 엄청 많잖아요.”
“……부정하진 않을게.”
솔직히 여기서 부정하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놈이지 않은가.
“근데 그걸 알면서 나한테 그런 짓을 했니?”
어이가 없어서 되묻자 규아는 이제 본인 속내를 숨길 생각도 없이 짜증내며 대꾸한다.
“그걸 아니까 접근한 거죠. 현호 선배가 고등학교 때 유명했다고 해서 그쪽에 줄 섰는데 대학은 확실히 고등학교랑 다르네요.”
뭐지 얘.
“예린 선배랑 이서 선배가 선배한테 관심 있잖아요. 그쵸?”
“…….”
“둘이 기숙사에서 선배 보려고 자주 찾아오는 거 봤어요. 어떻게 그 둘을 동시에 꼬실 수가 있는 거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저는 남친만 네 명 있어요.”
“뭐?”
이게 무슨 소리야.
무난하게 예쁜 편이긴 했지만 규아가 숨기고 있던 건 예상 이상이었다.
“아, 방금 헤어졌으니까 이제 세 명이네요. 어쨌든. 이렇게 여럿 사귀다보면요 종종 특식 같은 것도 먹고 싶거든요?”
“…….”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식당은 무슨 이유가 있는 거겠죠.”
“내가 줄 서 있는 식당이라는 소리냐?”
“그것도 아주 대박 손님이 줄 선 식당이죠. 영문과 2학년 중 눈에 확 띄는 두 사람이 동시에 원하는 거니까요.”
참.
종종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듣긴 했다. 애인을 일종의 스펙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금 규아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안현호에게 접근한 것도 고등학교 때 유명한 양아치였으니까 그랬던 거고.
나한테 접근한 것도 영문과에서 미인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 호감을 표시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다.
“넌 참…….”
쓰레기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정작 나도, 여자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궁금해졌다.
“넌 아무렇지도 않니?”
“뭐가요?”
“세 다리 걸치고 있는 거. 그러면서도 다른 남자 꼬시려고 하는 거.”
“아아.”
대강 고개를 끄덕인 규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안 걸리면 그만이죠.”
“…….”
“양심의 가책은 옛날에 사라졌죠. 지금은 오늘은 누구랑 할까 골라먹는 재미 같은 거라고 할까.”
“쓰레기구나.”
“뭔 상관이래.”
짜증내면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던 규아는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깜빡했다며 물어왔다.
“근데 왜 예린 선배랑 이서 선배가 선배를 좋아해요?”
“갑자기?”
“아니, 그렇잖아요. 오늘 있어 보니까 딱히 매력이랄 게 없는데? 오히려 재수 없기만 하고. 아까 다리 걸 때 진짜 죽이고 싶었어요.”
“나도 그건 살기 위해서 발악한 거야.”
내 나름의 방어기재가 발동된 거라고 보면 된다.
“엄청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매너가 좋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웃긴 것도 아니야…… 혹시 집에 돈이 많아요?”
많긴 하지.
하지만 굳이 답하지 않고 나는 규아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 너는?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남자들을 그렇게 꼬시니?”
“예쁘잖아요.”
“예뻐? 흐.”
입꼬리가 슬쩍 늘어진다.
내가 왜 웃는지 알아챈 규아가 입술을 으득 물며 대꾸했다.
“예린 선배랑 비교하는 건 반칙인데요.”
“근데 비교되는 걸 어떡하냐.”
단순 서예린 뿐만 아니라 최이서나 유아린이랑 비교해도 압살 당하지 않는가.
‘유아린은 가슴이 좀…….’
지려나?
셋 중에선 작은 편에 속하니까.
“뭘 모르시네. 예쁜 여자가 유리한 건 당연히 맞지만요. 남자 꼬시는 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
“예린 선배나 이서 선배 같은 경우가 딱 그런 느낌이죠. 예쁜데 남자 꼬시는 법을 잘 몰라. 그냥 재능충이라서 예쁜 걸로 씹어 먹는 거죠.”
둘이 하는 행동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걸 말했다간 서예린이랑 최이서한테 혼나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어쨌든. 오늘은 공쳤네요. 현호 선배도 버리고 와서 애매하고, 선배도 딱 보니까 넘어올 성격은 아니고.”
“……내가 하나 충고하자면, 너 그렇게 지내다가 괜히 이상한 소문난다.”
경험에서 비롯된 충고였으나.
“선배처럼요?”
규아는 비웃음을 머금은 채로 가볍게 무시했다.
화요일.
오늘은 오전부터 강의가 있는데 유아린이랑 서예린이 같이 듣는 강의였다.
강의가 끝나도 점심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기에 뭔가 할 게 없나 싶었는데.
삭둑삭둑.
삭둑삭둑.
서예린이랑 유아린이 강의실에 자리 잡고 앉아서는 가위질을 하는 중이었다.
“너희 뭐하냐.”
바로 옆자리였기에 뭘 하는 건가 했는데 유아린이 종이에 여전히 시선을 둔 채로 대답해줬다.
“우리 과대님께서 부탁하셨거든. 1학년들 MT 갈 때 쓸 거라고 만들어 달라고.”
“MT? 아직 시간이 좀 남지 않았나?”
지금 2월 중순인데 보통 MT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 가지 않는가.
“3월 중순에 간다더라. 그냥 일찍 가서 후딱 끝내고 오자고.”
그렇구나.
도와줄까 싶었지만 손재주가 별로 없어서 그냥 멍하니 보고 있는데.
“아린아, 이 정도면 어때? 1우진 되지 않을까?”
기다란 종이장식을 내밀면서 물어오는 서예린.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데.
“0.7우진 정도로 자르자. 너무 길다.”
“그래? 알았어.”
뭐지.
“니네 뭐라고 하는 거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1우진이나 0.7우진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묻자, 두 사람은 별거 아니라며 얼버무린다.
“뭔데. 뭐가 1우진이냐고.”
왜 내 이름을 가지고 그러는 건가 싶어서 계속 캐묻자 결국 유아린이 짜증내면서 대꾸해준다.
“니 꼬추 크기요.”
“……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되물음에 답해준 건 서예린이었다.
“그냥 일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다른 거에 대입하면서 얘기하고 있는 거야.”
“원래는 다른 것들도 대입하고 했거든? 근데 1우진이 입에 붙으니까 계속 쓰게 되더라.”
이 새끼들은 왜 한 눈 팔면 미친 짓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걸까.
“그거 줘봐.”
아까 1우진이라고 했던 거 받아와서 이리저리 살핀다.
“야, 이거 0.8우진 정도밖에 안 되잖아.”
짜증내면서 정정해주자 무슨 심사라도 보는 것처럼 둘이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간다.
“엥? 이게 0.8 우진밖에 안 된다고?”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까 1.2우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이것들이.
“가져와, 이년들아. 대보자.”
바로 허리에 차고 있는 벨트 푼다. 1우진의 정의를 다시 매겨야 할 시간인 듯 했다.
“이게 1우진보다 작다는 거에 내 전 재산 다 건다.”
“지 전 재산이라고 해봤자 돈 백은 되나.”
“쓰읍, 좀 더 작나? 우진아 얼른 보여줘 봐. 봐야 알듯.”
내 전재산을 비웃는 유아린과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촉하는 서예린.
졸지에 강의실에서 꼬추 까고 발기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 지고 싶지 않았기에-!
“뭐 하냐.”
팬티가 보일 정도로 바지를 내리자, 뒤에서 들려온 한숨 섞인 목소리.
슬쩍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커다란 상자를 든 최이서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바지는 왜 깠는데.”
“……통풍이 좀 덜 돼서.”
주섬주섬 다시 입자, 유아린은 재밌는지 웃어댔고, 서예린은 내심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에휴, 뭘 하는 건지.”
혀를 차면서 상자를 책상에 올린 최이서. 보니까 안에는 이런저런 장식들이랑 꾸미는 데 쓰는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나도 도와줄 테니까 얼른 끝내자.”
최이서의 말이 턱하고 목에 걸린다.
“……도와준다고?”
반대 아니었나?
유아린이랑 서예린이 도와주는 역할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내 그런 의미가 담긴 시선에 최이서는 어깨를 으쓱인다.
“어제 술 마시면서 게임했는데 내가 이겼거든.”
“음? 너희 술 마셨니?”
생각해보니 어제 서예린이 저녁 약속이 있다고 먼저 가긴 했었다.
설마 유아린, 최이서랑 같이 마셨을 줄은 몰랐다.
“응, 윤지까지 같이 껴서.”
“……쓰읍, 못 들은 걸로 해야겠다.”
한마디 덧붙인 최이서.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혀 들어왔지만 나는 못 들은 척하면서 최이서가 가져온 상자의 물건들을 꺼내든다.
납작한 접시.
“접시?”
“도구야. 원 그릴 때 쓰는 거지.”
진짜 별게 다 있구나 싶었지만.
“1아린이네?”
내가 웃으면서 납작한 접시를 가리키자 발끈한 유아린이 책상을 탕 내리치며 외친다.
“0.5아린이지!”
“뭐라냐. 딱 봐도 1아린인데.”
“내놔, 이 새끼야.”
그러더니 자기 가슴 옆에 두고 대조해보더니.
“……0.97아린 정도네.”
시무룩해하며 접시를 내려놓는다.
“아린아, 괜찮아. 가슴 크기가 전부가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아린을 위로하는 서예린과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최이서.
5분 전의 내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다시 상자를 뒤적이다가 크리스마스에 자주 보는 빨간 공 모양 장식품을 꺼내들며 말했다.
“이건 1예린이네?”
“개애애소리 하고 있네!”
벌떡 일어나서는 양손으로 본인 밑가슴을 받치는 서예린.
“그거랑 이게 어떻게 같아! 아무리 봐도 0.5예린인데!”
방금까지 가슴 크기는 뭐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껄이던 입이 맞는 걸까.
지 가슴 작게 말하니까 바로 발악하면서 소리쳐댄다.
“만져서 비교해 봐. 어? 비교해보라고!”
만지라고 하는데 또 안 만질 수는 없으니까 손을 뻗는데, 다른 손이 깍지 끼고 들어온다.
최이서였다.
“아아악! 이서야! 알았어! 안 할게!”
바로 잡은 손을 꺾는 최이서 때문에 서예린의 가슴을 움켜쥐는 걸 실패했다.
결국 다시 일로 돌아가는 상황.
일을 도와줄 생각은 없었기에 슬슬 도망치려고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덜컹!
“우, 우, 우진 선배 도와주세요오!”
강의실 문이 열리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규아가 들어왔다.
“제발 증인으로 글 좀 써주세요!”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안녕, 1.5아린아.”
쾅!
유아린이 내 머리를 낚아채서 바로 책상에 처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