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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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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의 오랜 연구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수선연맹 전체로 퍼졌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열광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파된 희망이 남대륙을 휩쓸고 있을 무렵, 관천망기 연구소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선임 연구원이 말했다.

“지하 500리, 이거 분명 화산이겠죠?”

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아무런 이유 없이 저토록 방대한 화영기가 모여 있지는 않을 테니까. 화산 정도면 납득할 만한 원인이야.”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서란이 물었다.

“농도가 어느 정도인데요?”

자료를 뒤적이던 선임 연구원이 대답했다.

“일반적인 비경과 비교하면 대략 7배 정도의 농도입니다. 이것도 꽤나 보수적으로 계산한 추정치고 어쩌면 10배 가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란은 옆에 있던 원정대원에게 물었다.

“7배면 영근 생성이 가능한 수준인가요?”

누가 싱크 탱크 아니랄까 봐 즉답이 돌아왔다.

“적절한 시기가 도래했을 경우, 비경의 영기 증폭률이 5배가 좀 안됩니다. 7배라면 굳이 화영기의 해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화영근 생성이 가능합니다.”

서란이 화선과를 통해서 영근을 얻고자 했던 이유는 순전히 비승을 앞당기기 위해서였다.

비경을 통한 방법이든, 선과를 통한 방법이든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화선과 수색 작전은 잠정 중단하겠습니다. 대신에 비경 의식을 준비해 주세요. 저는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까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원정대에는 온갖 분야의 전문가가 합류했다.

덕분에 비경 의식을 준비하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

공동 수뇌부의 준비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연구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수선연맹 진법 연구소에도 협조를 구하시지요. 남대륙 수선계는 예로부터 진법과 함께하는 효율적인 수행을 중시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남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진법이 발달했군요?”

“음, 글쎄요... 직접적으로 어디가 더 낫다고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군요. 제가 다른 대륙을 방문해 본 경험이 없어서 말이죠. 그래도 전반적으로 진법 연구가 활발했던 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산천 어디를 둘러봐도 진법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죠. 지금은 아니지만...”

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남대륙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진법을 거의 못 봤네요. 수선연맹 인근에나 조금 있고.”

“남대륙의 천지영기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진법처럼 주변 영향을 많이 타는 구조물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지요. 실제로 실전된 기술도 적지 않을 겁니다.”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예전에는 진법가였으니까요. 이백 년 전까지는 진법 연구소의 책임자였습니다. 관천망기 연구소의 전임 소장이 사망한 뒤에 이쪽으로 옮겼죠.”

“전문가셨군요.”

“나이 스물에 축기기 수사가 된 이후 진법 연구만 육백 년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다가 대화 주제가 여기까지 왔죠? 아, 협조 공문.”

그렇게 남대륙 수호대가 결성됐다.

관천망기 연구소, 진법 연구소, 그리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온 서란 원정대.

평균 경력만 수백 년 이상,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석학들의 모임이었다.

어떤 난제도 이들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다만 외교 문제는 별개였다.


거인족은 유독 다른 종족과 교류하기를 꺼렸다.

다들 부끄럼쟁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그 누구도 모른다.

원체 폐쇄적인 탓에 알아낼 방도 또한 없었다.

이 폐쇄성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표출된다.

첫 번째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이었다.

동대륙에서 만난 심해거인들이 그 예시였다.

다른 종족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심해거인들은 보통 자기들이 이주하곤 했다.

귀찮으니까 내가 피한다는 회피적인 태도였다.

두 번째는 꽤나 적극적인 방식이었다.

남대륙에 사는 사막거인들이 딱 이런 부류였다.

다른 종족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사막거인들은 거인살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죽기 싫으면 너희가 피하라는 배타적인 태도였다.

친척쯤 되는 심해거인과 비교를 해 보면 사막거인의 종족적 배타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배타성에도 불구하고 사막거인들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상대가 없으면 공격성도 의미를 잃는 법이니까.

사막거인의 서식지는 사막 한가운데, 그것도 영속적인 모래 폭풍 안쪽이었다.

심지어 더 깊게 들어가면 모래 대신 자갈로 이루어진 폭풍이 불어닥친다는 얘기도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딴 거지 같은 땅에 살고 싶어 하는 종족은 사막거인뿐이었다.

이처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막거인의 종족적 배타성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식지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남대륙 수호대의 목표, 이상현상의 근원지는 사막거인의 영역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수선연맹은 사막으로 사절단을 보냈다.

이상현상 해결을 위해서 조사대의 국경 출입 및 연구 활동을 허가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비무장 집단 정도는 들여보내 주지 않을까 싶었다.

사막거인의 배타성을 얕봤다고 할 수 있겠다.

서란은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예? 사절단이 쫓겨났다고요? 말도 못 해 보고?”

사절단을 따라갔던 원정대원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모래 폭풍 안쪽에서 조우한 사막거인의 첫 마디가 이거였습니다. 당장 이 땅을 떠나라, 마지막 경고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사절단 대표가 뭐라고 말을 붙여보려던 순간 공격해 오더군요. 진짜 마지막 경고였던 셈이죠. 협상 대상과 갈등을 빚을 수는 없으니 사절단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죠.”

서란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혹시 그 사막거인이 유독 배타적이었던 거 아니고요?”

“사절단도 당시에는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군데 다른 장소를 통해서 사막거인과 접촉을 시도했죠.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협상단이 빈손으로 돌아온 전말이었다.

서로의 말이 통한다고 대화가 성립하진 않는다.

사막거인들은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남대륙 수호대 전체가 소집됐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건 안되겠죠?”

“거인족이랑 전쟁을 하자고요? 차라리 자연재해를 방치하는 쪽이 인명 피해가 더 적을 겁니다.”

“사막거인들, 못 날지 않나? 비행 법기를 탄 상태로 원거리 공격을 하면 되는 거 아냐?”

“소장님, 걔들도 공격 법술 쓸 줄 알아요.”

“몰래 들어가는 건 어때요? 설마하니 그 넓은 국경을 모조리 지키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거인족의 눈은 용안에 버금가는 희대의 영안, 천리안입니다. 수도자의 법력 정도는 천 리 밖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애초에 국경만 통과한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이상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와 연구도 아직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거인족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요.”

“이 일을 어쩌죠? 사절단을 다시 보낼까요?”

“천운으로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문제예요. 거인족은 장생종입니다. 가뜩이나 배타적인 종족이 수천 년이 넘는 수명까지 지닌 셈이죠. 조사단이 국경을 통과하는 건 도대체 몇 년 뒤일까요? 백 년? 아니면, 천 년?”

말로도 안되고 주먹으로도 안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회의장은 점차 혼란스러워져만 갔다.

그때, 밀수 전문가 서란이 입을 열었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연구소장이 물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거인족과 마찰을 빚을 걱정도 없습니다.”

“오오, 무슨 방법입니까?”

서란이 말했다.

“그 방법은 바로, 밀입국입니다.”

선임 연구원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밀입국이요? 회의 내용 듣고 계셨던 거 맞죠? 거인족은 천리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눈은 어떻게 피해 가시려고요?”

“천리안이라고 해도 결국 멀리 볼 뿐이죠. 용안처럼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는 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거대인형 안에 타고 당당히 들어가면 됩니다.”

“거대인형이요? 혹시 저 밖에 서 있는 대붕 어쩌고 하는 새 인형 말씀이십니까?”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만든 식산대붕이요. 외형을 조금만 손보면 그냥 법력을 지닌 거대 요수인 줄 알 겁니다. 물론 감쪽같은 의태 능력도 추가할 필요는 있겠죠. 내부를 개조하는 김에 아예 해석기관까지 탑재하죠. 거주 공간을 확장해서 연구원들도 전부 태우고.”

선임 연구원이 물었다.

“아니, 진짜 이래도 괜찮을까요?”

서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 들키면 그만입니다, 안 들키면.”

그렇게 밀입국 작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