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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의회의 발족은 바로 내년, 비승 39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올해 안에는 선거를 끝마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야말로 할 일이 산더미였다.
후보자들은 곧장 선거 운동을 개시했다.
“문화 시설을 확충하겠습니다!”
“영석 채굴량을 늘리겠습니다!”
“배급품을 다양화하겠습니다!”
유권자들도 제각기 의견을 표출했다.
“확실히 문화 시설이 부족하긴 해.”
“맞아, 극장이고 도서관이고 항상 인산인해야.”
“류 수사님은 책 또 안 쓰시나?”
“인형인형, 재밌지. 나도 좋아해.”
“그런데 영석 채굴량은 어떻게 늘리겠다는 거야?”
“인형부 예산 늘리겠다는 소리 아니야? 어차피 일은 채굴 인형이 하잖아.”
“예산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인형술사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도대체 언제 적 얘기야. 요즘은 인형술사 많아.”
“진짜? 그 비주류 법술을?”
“류 수사님부터가 인형술사시잖아.”
“맞아, 내 조카도 축기기 되고 인형술 배우더라.”
“하긴, 요즘은 인형 없으면 문파 안 돌아가지. 생활용품 같은 거 전부 인형들이 만들잖아.”
“배급 받으면서 수행만 하니까 편하긴 해.”
“세상 많이 좋아졌다.”
“그러게 말이야.”
극광 제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서란은 자기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굉장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물론, 쉬고 있는 건 아니었다.
서란은 용안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인족 구역의 중앙 광장이었다.
높다란 제단 꼭대기, 담청의 모습이 보였다.
한창 선거 유세 중인 모양이었다.
담청은 짧은 팔을 휘저으며 뭐라 뭐라 외쳤다.
아쉽게도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무성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담청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어인족이 열광했다.
깃발과 발광 산호봉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몇몇은 실신해서 들것에 실려 나갔다.
기분이 좋아진 담청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어인족의 반응은 더욱 격렬해졌다.
역시 이대 용신님, 완전 광장을 뒤집어 놓으셨다.
서란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손에 든 책자를 바라봤다.
‘제1회 금죽문 민선 의원 선거 안내서’였다.
서란은 득표 반영 비율에 주목했다.
이게 금죽문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경지별 표수 차이 따위는 중요한 축에도 못 들었다.
일반적인(서란 기준) 선거는 100%의 득표율을 후보자들끼리 나눠 먹는 구조였다.
유권자 전원이 법적으로 단일 계층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금죽문은 전혀 달랐다.
금죽문의 유권자층은 무려 6계층이었다.
연기기, 축기기, 결단기, 원영기, 운무기, 태성기.
그리고 각 계층마다 득표율을 따로 계산했다.
특정 후보가 연기기 계층 절반의 지지를 받으면, 그의 득표율은 50%가 된다.
거기에 다른 계층의 득표율도 합산된다.
한마디로, 금죽문의 선거는 득표율 총합이 무려 600%씩이나 되는 슈퍼 선거였다.
더 기막힌 건 따로 있었다.
금죽문 소속 연기기 수사는 셀 수 없이 많지만, 태성기 수사라고는 서란과 담청 둘뿐이었다.
그런데 두 계층이 선거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 즉 득표율은 100%로 동일했다.
서란과 담청의 표 6개가 연기기 수사 전원의 표와 동등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셈이었다.
선거로 뽑는 민선 의원 숫자는 총 100명이었다.
600%라는 정신 나갈 것 같은 수치의 총합 득표율을 고려하면, 득표율 6%선만 넘기면 당선이 확정된다.
금죽문 소속 원영기 수사가 열 명이 채 안 되니까, 그 중 한 명만 자기를 지지해도 민선 의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담청은 어인족 구역에서 선거 유세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냥 표 3장에 전부 자기 이름 적고 투표함에 집어 넣으면 끝이었다.
그렇게만 해도 득표율 50%로 당선이었다.
서란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득표율 16.66%짜리 표를 세 장이나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쯤 되면 차라리 지명권이라고 불러야 했다.
서란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기 표를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니까.
서란의 자주색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극광 제도 전역이 시야에 담겼다.
위성 지도를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서란의 시선이 수도자 구역 곳곳을 훑었다.
선거 유세 중인 후보자들이 보였다.
후보자들 옆에는 알림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각자의 공약이 적힌 알림판이었다.
서란은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폈다.
‘1인 1인면조? 수도자 전원에게 인면조를 한 마리씩 지급하겠다고? 그래서 뭐 어쩌려고?’
탈락.
‘글방 수업 시간 단축? 시험 및 숙제 전면 금지? 뭐 저런 공약이 다 있지? 아, 어린애구나. 얼추 열한 살 정돈가? 그러고 보니 의무 교육 연령이 열다섯 살로 올라갔었지.’
탈락, 집에 가서 숙제나 할 것.
‘일부다처제 허용? 아니, 진짜로? 아, 자기 부인한테 권각술로 두들겨 맞는다.’
마찬가지로 탈락.
서란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뭔가 이거다 싶은 공약이 안 보였다.
성과 없는 탐색이 계속됐다.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했다.
‘아, 혜문!’
호혜문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
알림판에는 ‘행복한 가정, 행복한 금죽문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표어가 적혀 있었다.
모든 수도자는 금죽문 소속이기 이전에 가정의 구성원, 고로 가정의 행복이 선행되어야지만 문파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던 다른 후보들과 달리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웠구나. 게다가 발상도 아주 마음에 쏙 들어. 역시 혜문이야.’
호혜문, 서란의 좋아요 획득.
합격!
다음으로 발견한 건 장선화였다.
표어는 ‘선계형 미래 인재 육성 백년대계’였다.
15세 미만 연기기 수사들을 대상으로 인형술 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게 공약의 주요 골자였다.
서란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인형술 교육 의무화, 이 또한 항거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 암, 그렇고 말고. 선화라면 분명 훌륭하게 해낼 거야. 누구 제자인데.’
장선화, 서란의 좋아요 획득.
합격!
남은 표는 단 하나.
서란은 탐색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금영영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선거 유세 중이었다.
자체 방송국을 설립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다.
서란은 고민에 잠겼다.
‘흠, 영영이라... 요새 평판도 많이 좋아졌다던데 한번 믿어 볼까? 마침 공약도 괜찮고.’
금영영, 서란의 좋아요 획득.
합격!
마침내 투표날이 됐다.
수많은 인파가 투표소로 몰려들었다.
투표소는 삽시간에 혼잡해졌다.
진행 요원들이 연신 외쳤다.
“차례차례 줄을 서 주세요!”
“투표 용지 왼쪽 상단에는 본인 이름을, 중앙에는 뽑고자 하는 후보 이름을 적어 주세요!”
“왼쪽 위가 본인 이름, 중앙이 후보 이름입니다! 헷갈리시면 안됩니다!”
“경지별로 투표 용지의 형태가 다릅니다! 잘 확인해 주세요!”
“선배님, 그쪽은 축기기 수사 줄입니다!”
“거기, 투표 용지에 편지 적지 마세요!”
“일정이 빠듯합니다! 투표를 마치신 분은 지체 없이 나가 주세요!”
“음식물 반입 불가능합니다!”
서란은 그 광경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진행 요원들이 비극적으로 몸부림쳤다.
태성기 담당 창구의 직원이 말했다.
“류 수사님, 태성기용 투표 용지 세 장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서란은 태성기용 투표 용지를 살펴봤다.
금박 문양이 새겨진 값비싼 비단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유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서란은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왼쪽 상단에 ‘류서란’이라고 썼다.
투표 용지 중앙은 후보 이름을 적는 곳이었다.
호혜문, 금영영, 장선화의 이름을 적었다.
서란은 투표 용지를 잘 접었다.
그리고 칸막이에서 나와 투표함으로 향했다.
세 장 다 집어넣고 투표소를 나섰다.
남은 건 개표뿐이었다.
투표가 종료되고, 곧장 개표가 시작됐다.
개표 과정에 인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일당으로 영석을 받은 연기기 수사들이 힘냈다.
담청이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히 빌었다.
“제발 당선... 제발 당선...”
서란은 안다.
볼 것도 없이 담청은 당선이었다.
스스로한테 세 표를 던졌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나서서 초를 치지 않았다.
스포일러는 죄악.
조마조마했던 만큼 결실 또한 달콤할 터였다.
마침내 선거 결과가 나왔다.
법술로 증폭된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득표율 1위, 담청 님! 축하드립니다!”
담청이 팔짝 뛰었다.
“당선이다!”
“축하드려요, 담청 님.”
“정말 고맙구나 서란!”
발표 과정을 지켜보던 어인족도 환호했다.
“용신님 만세!”
“대지모신님 만세!”
“이제 용신님이 금죽문을 지배하시는 거지?!”
“맞아, 맞아!”
“캬, 이게 옳게 된 세상이지!”
“만세!”
사회자가 어인족을 진정시켰다.
“자, 자, 다들 진정해 주세요. 오늘 안에 당선자 100명을 발표하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빠르게 2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제1회 금죽문 민선 의원 선거, 그 대망의 득표율 2위는...!”
서란은 집중했다.
득표율 1위가 담청이라는 건 어차피 상수였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순위는 2위부터였다.
사회자가 외쳤다.
“득표율 2위, 류서란 님! 축하드립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