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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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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한창 수행 삼매경에 빠져 있을 무렵, 손님 한 명이 금죽문에 방문했다.

피풍사문 소속의 태성기 수사였다.

공사다망한 사율상을 대신해서 서란에게 법술을 전수해 줄 사람이기도 했다.

여인은 스스로를 사유경이라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류 법관님. 저는 오늘부터 법술 전수를 담당하게 된 사유경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사 수사. 저는 류서란이라고 해요. 경지도 비슷한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괜찮습니다. 이게 편합니다.”

서란도 재차 권하지는 않았다.

“재촉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법술은 언제부터 배울 수 있을까요?”

“류 법관님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그래요? 그럼 바로 시작하죠. 어디서 할까요?”

사유경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직계 혈족 전용 수련장이 있습니다. 거기라면 법술의 여파를 염려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좋아요, 어서 갑시다.”

“예, 안내하겠습니다.”

곁에서 서란을 호위하던 손달이 물었다.

“비번인 좌호법과 우호법을 호출할까요?”

사유경이 난색을 표했다.

“음, 피풍사문의 비전인지라...”

서란이 여상한 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손 호법. 피풍사문의 영역이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곧장 연락해 주십시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항상 고마워요.”

사유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묵묵히 하늘을 날았다.

피풍사문의 수련장은 극광 제도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태성기 수사의 비행 속도로는 금방이었다.

서란과 사유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란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계네요?”

“역시 보이시는군요.”

“은폐용인가요?”

사유경이 소매를 뒤지며 말했다.

“그렇기도 하지만 주된 용도는 환경 보호입니다.”

“환경 보호라고요?”

“예, 정확히 말하면 법술의 여파로부터의 보호죠. 아시다시피 고위계쯤 되면 걸어다니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법술로 난장판이 된 지형을 복구하는 것보다는 결계를 설치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입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였다.

실제로 서란은 독안룡과 싸우면서 세상의 중심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경지가 태성기도 아니었었다.

사유경은 소매에서 패를 하나 꺼냈다.

재질은 호박인 듯했다.

한가운데에 ‘사’ 자가 새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패를 이용해서 결계를 통과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독특한 구조물이 보였다.

거대한 기둥들이 결계 외곽을 따라 장벽처럼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서란이 물었다.

“기둥들이 결계의 축 역할을 하는 모양이죠?”

“제가 이쪽 분야는 잘 몰라서요...”

“아, 모르시는구나...”

사유경은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오늘 가르쳐 드릴 법술의 이름은 ‘피풍술’입니다. 풀이하면 바람을 입는 법술이라는 뜻이죠.”

“특이한 이름이네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직접 보고 나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사유경은 곧장 피풍술을 사용했다.

한 겹의 바람이 사유경을 휘감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비단을 몸에 두른 듯했다.

사유경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으로 짠 천이 하늘거렸다.

서란이 말했다.

“이래서 피풍술이군요.”

“맞습니다. 지금은 시범을 보이는 거라 한 겹만 걸쳤는데, 술사의 역량만 따라 준다면 열 겹이든 백 겹이든 상관없습니다.”

“방어용 법술인 모양이죠?”

사유경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방어 능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공격용 법술에 더 가깝거든요.”

“이게요?”

“예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 물이 튈 테니까 미리 결계를 둘러 주세요.”

사유경이 망망대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해수면이 폭발하며 거대한 물보라가 하늘까지 치솟았다.

전신을 휘감고 있던 한 겹의 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서란은 쏟아지는 바닷물을 결계로 막으며 물었다.

“열 겹으로 하면 더 강해지나요?”

“물론이죠. 그래도 위력에 너무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리해서 바람을 모으다가 선수를 놓치거나 공격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세게 때릴 생각하지 말고 툭툭 치라는 뜻이죠?”

사유경이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웃는 모습이 문주인 사율상과 판박이였다.

이후, 사유경 선생님의 개인 과외가 시작됐다.

조곤조곤한 말씨로 잘 가르쳐 준 덕분에 서란은 금방 피풍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실제로 사용해 볼 차례였다.

사유경이 망망대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해수면을 향해 법술을 날려 보세요. 바람은 한 호흡 정도만 모으시면 적당할 겁니다. 아시겠죠, 가장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힘 조절은 안 해도 되죠?”

“광홍기 수준까지는 거뜬히 버티는 결계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서란은 안심하고 피풍술을 사용했다.

직후, 결계 속에 있던 사유경은 깨달았다.

자신이 서란의 역량을 오판했다는 사실을.

한 겹, 두 겹, 네 겹, 여덟 겹, 열여섯 겹.

서란은 이미 몇십 겹의 바람을 두르고 있었다.

고작 한 호흡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유경은 서둘러 서란을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기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결국, 사유경의 입술이 채 열리기도 전에 법술이 발동했다.

서란의 일격이 바다를 때렸다.

타격 지점에서부터 외곽으로, 막대한 양의 해수가 파문을 이루며 밀려났다.

그리고 장벽처럼 늘어선 결계를 덮쳤다.

장벽 결계 전체가 위태롭게 점멸했다.

하지만 사유경이 걱정하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결계의 기능은 건재했다.

엄청난 해수가 다시금 타격 지점을 향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치솟고, 밀려나고, 다시 치솟고, 밀려들고.

바다가 찻잔 속의 내용물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사유경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자신은 결코 광홍기에 도달할 수 없다.

그게 사유경이 스스로를 향해 내린 결론이었다.

억울해 할 일은 아니었다.

사영근자, 오영근자 대부분은 한평생 오채지심 수행이나 하다가 원영기로 죽으니까.

운무기에 도달하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선골 보유자도 아니고, 영생자도 아닌 이들에게는 태성기까지가 한계였다.

간혹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도박하는 심정으로 순환 의식에 도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물론,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종착지인 경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경유지일 뿐이었다.

사유경은 복잡한 심경으로 서란을 바라봤다.

꽃병 깰 뻔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했다.


서란과 담청이 법관 고시에 합격하고, 금죽문과 피풍사문이 동맹을 맺고, 금영영이 생산적인 일을 시작한 뒤로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때는 비승 38년.

이아금이 딱 100살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서란의 저택에서는 지금 이아금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대호법 손달 또한 생일 잔치에 참석했다.

서란의 호위를 담당한 지 어느덧 6년째였다.

사교적인 성격답게 호위 대상인 서란은 물론이고 그 주변인들과도 적지 않은 친분을 쌓았다.

손달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이아금에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축하 인사, 그 뒤에는 덕담이나 농담.

보답으로 경계심 한 점 없는 미소가 돌아왔다.

이아금, 100세, 삼영근자, 범골.

꽤나 실력 있는 연단술사.

최근에는 농림부로 소속 변경.

다음은 호혜문이었다.

현숙하고 재주 많은 여인이었다.

화제는 사회 과학 분야가 가장 적합했다.

호혜문, 110세, 이영근자, 선골 보유자.

수십 년 내로 원영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

예전에는 교육자, 지금은 행복부의 부장.

호혜문과의 지적인 대화를 마친 손달은 근처 장의자에 몸을 뉘었다.

중정 구석에 위치한 자리였다.

잔치에 참여한 인물들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장선화, 78세, 일영근자, 범골.

류서란의 제자, 인형술사.

바쁜 류서란을 대신해서 금죽문의 인형을 유지 및 보수, 현재는 인형부의 부장.

홍순, 인면조, 축기기.

장선화의 애완 인면조.

인면조 치고는 굉장히 높은 지능.

식산대붕 분신, 경지는 운무기 정도로 추정.

류서란이 제작한 자아를 지닌 인형.

본체의 크기는 1리(400m) 정도.

삼안묘, 요괴 출신으로 추정.

꽤나 괜찮은 영안을 지니고 있음.

영근 보유자를 찾는 업무를 담당.

왕 수사 혹은 왕 노인, 나이는 270세 정도.

류서란, 이아금과 유독 친분이 깊음.

한평생 영근 보유자를 찾는 일에 매진.

사유경, 나이는 3500세 정도, 태성기.

사씨 가문 직계 혈족.

문주인 사율상과의 계보가 꽤 가까움.

등백월, 정보 전무.

금죽문과 함께 비승한 건 확실함.

예의 주시할 필요 있음.

담청, 나이는 대략 1100세 정도, 선골 보유자.

부러진 왼쪽 뿔이 특징.

금죽문 소속 수도자들, 그리고 어인 교단과 꽤나 오랜 기간 교류한 것으로 추정됨.

류서란, 대외적 나이 700살 정도, 반인반룡.

선골 보유 여부는 불명확.

모순되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음.

사실, 손달은 기록보관소 소속 정보 요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