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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사율상은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서란, 담청, 그리고 여섯 명의 호법.

한 바퀴 돈 시선은 다시금 서란을 향했다.

사율상은 서란을 응시하며 말했다.

“오 수사, 이만 나가 보게. 아,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겠군. 오늘 보여 준 수완은 인상적이었네.”

“영광입니다, 사 문주님.”

해결사 오대랑은 조수와 함께 떠났다.

이로써 응접실 내부에는 열 명만이 남았다.

서란과 담청, 여섯 명의 호법, 그리고 사율상과 묘령의 여인.

사율상이 건너편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게, 앉게. 자네가 류 법관인 모양이지? 들었던 대로 눈과 뿔이 자주색이군.”

“예, 류서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군. 나는 사율상이라고 하네. 자네들도 편하게 앉게나.”

서란과 담청은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호법 여섯은 정중히 사양했다.

그리고는 서란과 담청의 주변에 시립했다.

사율상도 재차 권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말을 고르는 듯 보였다.

서란과 담청은 사율상의 말을 기다렸다.

응접실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사율상이 입을 열었다.

“류 법관, 자네가 하계 출신이었던가?”

서란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음, 그렇군...”

“무슨 연유로 그러시는지요?”

사율상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냥, 선계가 보기보다 비정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네.”

진실.

선계는 더없이 비정한 곳이다.

서란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그와 동시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호법 전원이 서란과 담청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차하면 몸으로라도 공격을 방어할 셈이었다.

서란은 사율상의 눈을 뚫어져라 직시했다.

사율상 또한 여전히 서란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섯 명의 호법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았다.

서란은 진지하게 수명경벽회공 구결이라도 낭송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치솟는 긴장감이 응접실을 가득 메웠다.

그 순간, 사율상 뒤편에 시립해 있던 여인이 조곤조곤 말했다.

“문주님, 그렇게 앞뒤를 자르고 말씀하시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내가 또 그랬나?”

“예, 그러셨습니다. 손님들께서 경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꼭 해코지하겠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사율상은 난처하다는 듯 말하였다.

“음,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하군. 나는 말재주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다네.”

진실.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럼에도 호법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들의 용안은 은한기 수사에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서란이 말했다.

“손 호법,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사 문주님께서도 나쁜 의도는 없으셨습니다.”

호법들은 천천히 물러났다.

분위기가 일단락됐다.

사율상은 내심 안도하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다행히도 오해가 풀린 것 같군. 이래서 내가 용족을 좋아한다네. 내 부족한 말주변으로도 그럭저럭 진심이 전해지거든.”

사율상 뒤편의 여인이 말했다.

“문주님,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시죠.”

“자네가 생각하기에도 그게 좋을 것 같지?”

“예, 류 법관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서란이 동의하자 사율상은 곧장 용건을 꺼냈다.

“금죽문과 동맹을 맺고 싶네. 기간은 대략 2만 년 정도, 그 동안 인재 교류를 통해 선계의 연기술과 연단술을 공유해 주는 건 어떤가. 아, 자네한테는 별도로 풍속성 법술을 전수해 주지. 원한다면 내 인맥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

진실.

사율상의 제안에 거짓은 없었다.

서란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너무 후하게 퍼 줘서 걱정이 될 정도였다.

도대체 뭘 요구하려고 저러나 싶었다.

서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십니까?”

“나는 미래를 원한다네.”

“미래요...?”

어김없이 묘령의 여인이 나섰다.

“문주님.”

“혹시 이번에도?”

“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율상이 말했다.

“류 법관, 고위계 수행에 대해서는 좀 아나?”

잘 모른다.

등백월은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 이외에는 결코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전략이었다.

서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잘 모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고위계 명칭이 천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예, 그 정도는 압니다.”

수선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저위계는 태생적인 한계를 초월하는 단계였다.

우화 의식을 통해 영물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용족이나 거인족처럼 태생적인 영물들은 이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고위계부터 시작이었다.

두 번째, 고위계는 내면의 소우주를 완성해 나가는 단계였다.

그래서 경지 명칭도 모두 천체와 관련이 있었다.

수도자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단계였다.

세 번째, 진선경은 대우주와의 합일을 이루는 단계였다.

당연하게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질적인 비약을 겪는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었다.

사율상이 말을 이어 나갔다.

“수선계는 흔히 혼원법력을 성운에 빗대고는 하지. 그래서 고위계의 첫 단계를 운무기라고 부르는 것이고. 태성기, 광홍기, 은한기도 마찬가지라네. 각각 항성, 성단, 은하를 상징하거든. 여기까지 이해 안되는 부분은 없겠지?”

“예, 이해했습니다.”

“좋아, 그러면 마저 설명하지. 잉태 의식이든, 여의주 의식이든 혼원법력을 응집해 영성의 별로 만드는 건 똑같다네. 이 부분은 이해가 쉽지. 성운이 뭉쳐서 항성이 되는 건 직관적이니까. 그런데 아까 광홍기가 뭘 상징한다고 했었지?”

서란이 대답했다.

“성단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성단. 이 부분은 납득이 좀 안되지 않나? 어떻게 항성의 숫자를 더 늘릴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영성의 별을 두 개나 지닐 수 있겠나? 우리는 이미 태성기에 도달하면서 가진 재료를 모두 소진해 버렸는데 말이야.”

“듣고 보니 그렇네요.”

사율상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방법 자체는 꽤 단순하다네. 완제품을 다시금 재료로 되돌리는 거지. 조금 과격하게 말이야.”

“영성의 별을 다시 부수는 건가요?”

“그래, 잠력 격발의 원리와 유사하지? 그 다음에는 폭증한 혼원법력을 잘 제어해서 복수의 별로 빚어 내기만 하면 된다네. 이 과정을 항성의 생몰에 빗대어 윤회 의식 혹은 순환 의식이라 부르지. 어떤가, 참 쉽지 않나?”

서란이 쓴웃음을 지었다.

“실패하면 큰일이겠네요.”

“물론이지. 수명이 반토막 나거나 경지가 퇴보하는 건 다반사고, 즉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네. 하지만 어차피 류 법관 자네와는 관계 없는 얘기일 거야.”

“어째서죠?”

사율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올해 몇 살이라고 했었지? 700살? 아니지, 좀 더 어렸던가? 아무튼, 그 어린 나이에 벌써 태성기까지 도달하지 않았나. 준비만 제대로 하면 자네가 순환 의식을 실패할 염려는 없어. 자네가 걱정해야 할 건 오히려 환경적인 요인이라네.”

“주변 정세 같은 외부 요소들이로군요.”

“내가 방금 얘기하지 않았나. 선계는 생각보다 훨씬 비정한 곳이라고. 앞서 가면 앞서 갈수록 세상은 더더욱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테지. 그리고 자네는 점점 더 조급해질 거야. 종국에는 나처럼 되겠지.”

묘령의 여인이 다급히 만류했다.

“문주님!”

“어차피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야.”

“하지만...!”

사율상은 여상한 태도로 말했다.

“류 법관, 나는 10000년 정도를 더 살 수 있다네. 아참, 혹시 인간 은한기 수사의 수명이 몇 년인지 알고 있나?”

“32000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알고 있었군. 아무튼, 나는 수선을 시작한 이래로 수명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네. 자질이 뛰어난 수도자들이 으레 그러하듯 말이야. 자기 자랑 같지만 내 자질도 꽤 괜찮았거든. 6000살도 안 돼서 은한기에 도달했으니 당연히 신선이 될 줄 알았지. 하지만 16000년이 지난 지금도 준선경은 요원할 뿐이라네. 왜 그럴 것 같은가?”

서란이 조심스레 말했다.

“순환 의식 도중에 실패하셨나요?”

“이번에는 틀렸군. 순환 의식 도중에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면 내가 여태까지 살아 있지도 않았겠지. 은한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아홉 번의 순환 의식을 모두 성공리에 마쳤다네. 다만 경지를 너무 빠르게 올린 것이 문제가 됐지.”

“경지를 빨리 올리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나요?”

사율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위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순환 의식이라는 건 따지고 보면 폭발을 통해서 억지로 그릇을 넓히는 행위라네. 실패하면 당연히 그릇이 깨져 버리지. 하지만 성공했다고 여파가 전무한 건 아니야. 크든 작든 피해는 끊임없이 누적된다네.”

“그게 사 문주님께서 준선경에 도달하지 못하시는 이유인가요?”

“그래, 과거의 나는 굉장히 조급했거든. 시시각각 심해지는 주변의 견제 속에서 가문을 보호해야만 했지. 하루라도 빨리 경지를 올려야만 했어. 결과적으로 피붙이들은 지켰지만 더이상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네. 굳이 비유하자면 금이 잔뜩 간 그릇이지.”

이 순간, 서란은 동맹을 제안한 사율상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서란이 말했다.

“그래서 2만 년짜리 동맹인 거군요. 사 문주님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1만 년, 그 이후에는 제가 1만 년. 금죽문의 현재를 보장해 주고 피풍사문의 미래를 보장 받는다. 미래를 원한다는 아까의 말씀은 이런 의미였군요.”

“자네 말이 맞네, 안전망 비슷한 거지. 우리 피풍사문에는 현재 광홍기 수사가 한 명도 없다네. 1만 년 뒤에는 또 모르지만, 적어도 은한기 수사는 없겠지. 내가 죽으면 피풍사문은 곧장 몰락할 거야.”

“적이 많은 모양이군요.”

사율상이 대답했다.

“모든 이의 등에는 과녁이 달려 있고, 그 과녁은 높이 올라갈수록 더욱 잘 보이는 법이니까. 임6 구역의 모두가 내 등을 노려보고 있지.”

“금죽문 같은 신진 세력을 제외하면 말이죠?”

“역시 이해력이 좋군. 자네가 어떤 이적 중개인한테 그랬다지? 나는 여기까지 혼자 오지 않았다고. 처음 전해 들었을 때는 꽤나 인상 깊었다네. 그래서 동맹을 제안하기로 결심했지. 함께 하고 싶어졌거든. 류 법관, 자네는 어떤가?”

고민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