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1 KiB
금죽문은 사실상 류서란 원맨팀이었다.
나머지가 못난 건 아니었다.
단지 류서란이 너무 잘났을 뿐이었다.
수뇌부 또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막말로 류서란 없는 금죽문은 용신 없는 어인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민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걱정거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류서란이 죽거나, 다른 거대문파로 이적하거나.
어느 쪽이든 금죽문은 몰락할 게 분명했다.
류서란과 담청의 합격이 확실시 되었을 무렵.
그때부터 수뇌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금죽문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사실, 이적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었다.
류서란을 다 잡은 물고기 취급하는 건 아니었다.
감정적인 측면과 이성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류잘알’ 호혜문 선생님의 분석 결과였다.
호혜문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류 수사님께서 다른 거대문파로 이적하실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최소한 자발적으로는 말이죠.”
수뇌부 중 한 명이 물었다.
“호 수사,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일단, 류 수사님은 성격 자체가 무던하신 분입니다. 사치나 향락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시죠. 관심사라고 해 봐야 인형술이나 지인 모임, 창작 활동 정도가 전부입니다. 한마디로 재물이나 권세 같은 세속적인 급부로는 쉽사리 매혹할 수 없다는 뜻이죠.”
“하긴, 그런 쪽으로는 유달리 관심이 없으시죠.”
호혜문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결국,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수단은 수행 자원을 대가로 제시하는 겁니다. 선골이 생기는 선약이나 절세 공법 같은, 그런 귀물을 말이죠. 그런데 솔직히 이쪽도 가망은 거의 없습니다. 류 수사님께서는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엄청 꺼리시거든요.”
“담청 님께 여의주를 돌려 드렸던 것처럼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류 수사님께서는 더할 나위 없이 출중한 재능마저 지니고 계시죠. 100살도 안된 나이에 벌써 태성기에 도달하시지 않았습니까. 진선경에 도달하는 건 기정사실인 셈이죠. 선골이나 절세의 공법이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뇌부 한 명이 말을 받았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겁니까?”
“맞습니다. 류 수사님 입장에서는 선골이든, 절세의 공법이든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영생자이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도달할 목적지, 조금 더 빨리 가겠다고 여태까지 쌓아 온 인연을 저버리실 이유가 없어요.”
“그러면 이적 문제로는 안심해도 되겠군요.”
호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정성을 다해 섬기는 한, 류 수사님께서는 언제까지고 금죽문 소속이실 겁니다.”
수뇌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혜문의 견해는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당사자인 류서란과의 우애도 돈독했다.
이보다 더 설득력 있기는 힘들었다.
결국, 자발적인 이적에 대한 염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위험 요소는 남아 있었다.
비자발적 이적과 암살 문제였다.
수뇌부는 대책 논의에 나섰다.
“납치는 어떤가요? 류 수사님과 가까운 사람을 인질로 삼는 거죠.”
“류 수사님께서 인질범의 요구에 휘둘리실 것 같지는 않군요. 피의 복수를 하면 했지. 게다가 법관을 상대로 인질극을 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애초에 비자발적으로 류 수사님의 소속을 변경해도 얻을 게 없습니다. 절대 협조하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암살이죠.”
“암살이라...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682살 태성기 수사는 몰라도 97세 태성기 수사는 암살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682살 태성기라는 것 자체도 충분히 위험해요.”
“류 수사님 본인을 납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음 경지는 요원한데 남은 수명도 얼마 안되는 악인, 그런 수도자에게는 류 수사님이 주인 없는 선과처럼 보일 겁니다.”
“마도공법의 제물로 사용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확실히 일리는 있어요. 독안룡의 사례도 있고, 원래 절박해지면 물불 안 가리는 법이니까요.”
회의를 거치며 의견이 좁혀졌다.
결국, 관건은 류서란의 진짜 나이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밀을 유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뇌부 중 한 명이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정보를 영원히 통제할 수는 없어요. 일단 막아야 할 입이 너무 많습니다. 금죽문 수도자들 중에 류 수사님의 진짜 나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긴 합니까? 선계 태생말고요.”
“당연히 없죠. 애초에 인계에 있을 때부터 류 수사님은 그런 쪽으로 유명하셨잖아요. 서대륙 전체를 기준으로도 모르는 수도자가 더 드물었을 겁니다.”
“계속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단말기 소유는 철저한 허가제, 외출은 원칙적으로 금지, 수도자 집단과 범인 집단의 완전 분리, 외부 수도자 접근 차단. 여태까지 잘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아요. 꿈에도 그리던 선계에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호기심이 생길 테죠.”
“사실, 비승하고 나서 삼십 년 넘게 틀어막은 것도 기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작정 금지해서는 불만을 잠재울 수 없어요. 대안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외출 제한은 요괴 문제도 있으니 그렇다 치고, 단말기 소유 규제만이라도 완화해 주죠? 절대로 정보를 유출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요. 류 수사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도 위험해질 텐데 입을 함부로 놀리는 바보가 있을까요?”
“사람의 멍청함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분명히 문제가 터질 거예요.”
그때, 금영영이 정말 오랜만에 발언했다.
“아예 공개해 버리죠?”
회의장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장선화는 의자째로 금영영과 거리를 벌렸다.
자신은 방금 그 발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의 보디랭귀지였다.
의장이 애써 웃으며 물었다.
“금 수사,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여러분이 염려하시는 게 뭔지 압니다. 입이 가벼운 누군가가 류 수사님의 나이를 발설하고, 사람들이 그 정보를 믿는 거 아닙니까. 납치든 암살이든 전부 부차적인 문제죠.”
“예, 이번에는 안 졸고 잘 들으셨군요.”
핀잔을 가볍게 회피한 금영영이 말을 이었다.
“발설 자체를 방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입이 몇 갠데 그걸 다 틀어막나요. 결국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발설된 내용을 안 믿게 하는 거죠.”
“흠,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선수를 치는 겁니다. 그럴 듯한 내용이 섞인 가짜 정보를 여기저기 뿌리는 거죠. 나 류서란이랑 같은 문파 소속인데, 류서란 진짜 나이 682살 아니다. 사실은 1200살이다.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의장이 물었다.
“그리고요?”
“1200살이라는 부분만 바꿔서 비슷한 짓을 반복하는 겁니다. 사실은 10000살이라더라. 아니다, 3000살이라더라. 내가 들었는데 682살이 맞다더라. 그런 식으로 허위 정보를 마구 뿌리는 겁니다. 천라지망 대형 교류회에 도배도 하고, 언론 제보도 하는 거죠.”
“정보 과잉으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말씀이시군요.”
흥이 오른 금영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도 커지고 말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바로 그겁니다! 익명의 제보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저마다 하는 얘기가 다른 겁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도 점차 지칠 겁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기 시작하겠죠.”
“오오, 과연...!”
“그렇게 되면 금죽문의 누군가가 진실을 발설하든 말든 상관이나 있겠습니까? 어차피 다들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어차피 류 수사님은 선계 태생도 아니잖아요. 결국 증거라고는 익명의 제보뿐, 그 누구도 진실에 다가갈 수 없을 겁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
“용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용족은 발설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텐데, 허위 정보가 전부 무의미해지는 거 아닌가요?”
“일단, 용안도 만능은 아닙니다. 용안의 권능은 진리가 아니라 믿음에 관한 겁니다. 대상이 잘못된 정보를 진짜라고 믿은 채 발언했다면 진실 판정이 나옵니다. 그래서 재판 과정에나 쓰이는 겁니다. 안 그랬으면 수학 난제 같은 걸 물어봤겠죠.”
“용족 입장에서는 발설자가 진실을 잘못 알고 있는 걸로 치부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아닐는지요.”
물론, 금영영은 다 계획이 있었다.
“용족이 발설자의 정보를 종합해 진실에 도달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용족의 발언을 신뢰할 수 있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니까요.”
“아참, 용족에게는 용안이 통하지 않았죠!”
“맞습니다, 용족인 탓에 자기 발언의 진위 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겁니다. 그때 우리가 나서는 거죠. 용족들이 어린 천재를 질투해서 모함하는 거라고. 아니면 반인반룡이기 때문에 차별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도 괜찮겠네요.”
금씨 혈족들은 전율했다.
이런 발상은 천라지망의 망령이 되어서 인간성을 상실한 반동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잠들어 있던 금씨 혈통의 찬란함인가.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날, 금죽문에 통신부가 신설되었다.
그리고 금영영은 단번에 통신부장이 됐다.
벼락출세도 이런 벼락출세가 없었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