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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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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첫 수업이 있는 날.

서란과 담청은 함께 강의실로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건물 전체가 용안의 권능을 무력화시키는 결계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강 방지용인 것 같았다.

수강생들은 제각기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딱히 지정 좌석제는 아닌 모양이었다.

서란은 담청과 함께 앞자리로 향했다.

잠시 후, 어떤 사내가 강단에 올라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필기 완전 정복’ 강의를 담당하게 된...”

인사를 마친 강사는 곧장 수업을 시작했다.

법관 고시의 채용 과정은 필기와 실기, 그리고 면접까지 총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면접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합격 여부는 사실상 1차 필기 시험 성적과 2차 실기 시험 성적에 달려 있었다.

강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1차 필기 시험은 총 열다섯 개의 법률 관련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과목 성적의 평균이 여러분의 1차 필기 시험 성적이 됩니다. 적성에 맞는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도 되고, 모든 과목을 균등하게 공부해도 됩니다. 예시로 몇 가지 전략에 대해 짧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강사는 몇 개의 수험 전략을 소개했다.

서란은 공책에 강사의 설명을 받아 적었다.

담청은 영 집중하지 못하는 듯했다.

강사는 주의 사항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균등 공부 전략을 취하면 상관없지만, 차등 공부 전략을 선택할 경우에는 주의하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과락을 하지 않는 겁니다. 열다섯 개의 과목 중 단 하나라도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무조건 탈락됩니다. 나머지 과목이 전부 100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했다.

40점 미만, 과락.

무조건 탈락.

강사는 지우개로 칠판을 지우며 말했다.

“여러분이 수강하신 ‘필기 완전 정복’은 열다섯 개의 필기 과목을 두루 다룹니다. 강의 난이도 자체는 입문자도 이해하기 쉬운 수준이니, 과목이 많다고 지레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의를 충실하게 들으셨다는 가정하에 여러분이 과락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오전이 통째로 사라졌다.

강의가 끝나자 어느새 점심 시간이었다.

수강생들은 강의실에서 나와 식당가로 향했다.

서란과 담청도 그 대열 안에 있었다.

담청이 넋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

“서란, 강의 내용이 이해가 되더냐?”

“좀 어렵지만 그럭저럭 들은 만하던데요?”

“들을 만했다고?”

서란이 필기한 공책을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예, 선계의 법 체계와 서대륙의 법 체계가 생각 이상으로 유사하더라고요. 예전에 외출증 발급 받으려고 속세 행동 지침이라는 걸 공부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또 몰랐네요.”

“선계와 인계의 법 체계가 비슷하다고?”

“다른 대륙 사정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서대륙이랑은 꽤 비슷했어요. 아, 도착했네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식당가에 도착했다.

서란과 담청은 유명한 고기덮밥집으로 들어갔다.

수천 년째 대대손손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오후 수업을 들었다.


개강 열흘째.

고시생 담청이 잠에서 깨어났다.

굉장히 이른 시간이었다.

담청은 엉금엉금 기어 이부자리를 벗어났다.

비몽사몽 중에 씻고 식당으로 갔다.

수행원들이 벌써 아침식사를 차려 놓은 상태였다.

너무 졸려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 다음에는 서란과 함께 오전 강의를 들었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제도 그랬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 같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정신이 좀 들었다.

서란과 함께 식당가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나 고기덮밥이었다.

담청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다른 거 좀 먹으면 안되겠느냐?”

“왜요, 가깝잖아요. 저기요, 고기덮밥 두 개 주세요. 그리고 쇠 수저 말고 나무 수저로 주세요.”

“피...”

10연속 고기덮밥을 먹은 뒤에는 오후 강의였다.

그래도 ‘실기 기초 숙달’ 강의는 꽤 재미있었다.

공부보다는 놀이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담청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기 강의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갔다.

수행원표 석식을 챙겨 먹고 곧장 씻었다.

하지만 담청을 기다리는 건 자유 시간이 아니라 야간 자율 학습이었다.

늦게까지 자습을 한 담청은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자 아침이 됐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담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청의 정신력이 급속도로 깎여 나갔다.

물론, 서란의 일정은 훨씬 더 비인간적이었다.

용족과 달리 수면이 불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인족과의 화상 예배, 안부용 영상 통화, 공법 수행, 야간 특강, 다음날 강의 예습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서란은 서란이고, 담청은 담청이었다.


개강 보름째, 고장 난 담청이 끙끙 앓았다.

“으으... 으우... 우으...”

담청은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질 않았다.

종이 위에서 깨알 같은 글씨들이 춤추고, 책장은 무려 한 시진째 넘어갈 기미조차 안 보였다.

담청은 왼쪽 뿔 부근을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여의주를 완성하기 위해 좁은 동굴에 600년씩이나 처박혀 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 짓을 어떻게 감내했는지 의문이었다.

결국 담청은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잠깐 산책이라도 하기로 했다.

집(임대)을 나선 담청은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 삼아 눈발이 휘날렸다.

정말 거지같은 날씨가 아닐 수 없었다.

담청은 조금 더 멀리 나가기로 했다.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날자 눈이 그쳤다.

영백도에서 꽤나 멀어진 모양이었다.

담청은 개방감을 만끽하며 심호흡했다.

바깥바람을 쐬니까 한결 나은 것 같았다.

앞으로도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청은 영백도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어떤 소리가 담청의 귀를 사로잡았다.

쿵짝쿵짝 흥겨운 가락이었다.

담청의 눈이 저절로 돌아갔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 커다란 섬이었다.

조명 때문에 한밤중에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담청은 섬의 정체를 깨달았다.

영백도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섬, 상청도였다.

강사들이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했던 곳이었다.

담청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주 잠깐, 구경만 할까?”

그리고 낚싯바늘에 걸린 생선처럼 상청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홀린 듯 섬에 접근하던 담청을 누군가 제지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하지만 용족이시라면 입장료를 지불해 주셔야 합니다.”

이성을 되찾은 담청이 물었다.

“입장료?”

“예, 그렇습니다. 용담에 방문하는 길이시지요? 이 시간이면 하루 이용권, 심야 이용권, 시간제 이용권 중 하나를 추천드립니다.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아니, 그게... 내가 현금이나 단말기를 안 챙겨 왔구나. 이만 가 보마.”

아무리 궁금해도 돈이 든다면 또 얘기가 달랐다.

담청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영백도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이 담청을 불렀다.

“선배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400살 미만의 용족은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담청의 이성이 잘 익은 수박처럼 쪼개졌다.

“무료란 말이냐?”

“예, 그럼요. 여기 이 어린이용 팔찌를 차고 입장하시면 됩니다.”

“호오...”

담청은 팔찌를 차고 상청도로 향했다.

두 직원이 큰 목소리로 배웅했다.

“용담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담청이 떠난 뒤, 인간 수도자가 물었다.

“선배님, 그런데 1400살이 안되는지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외견이 어려 보이긴 하는데, 그건 영생종이 다 그렇잖아요.”

용족 수도자가 대답했다.

“원래 용족끼리는 딱 보면 감이 와.”

“되게 신기하네요. 원리가 뭐예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보고 구분하는 건데...”

두 직원은 몇 마디 더 떠들다가 자리로 복귀했다.

그러는 사이에 담청은 상청도에 도착했다.

길쭉한 산 하나를 기준으로 섬의 절반은 어둡고, 나머지 절반은 밝았다.

불이 켜진 구역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용족 방문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유원지의 직원들이 목청껏 외쳤다.

“잠시 후, 수생생물 인형탈 행렬이 시작됩니다!”

“성인용 입장 팔찌 하나당 무료 뽑기 한 번! 꼴등 상품만 해도 무려 기념 모자! 어린이용 팔찌는 무료 뽑기 세 번!”

“당신의 수영 솜씨를 만천하에 뽐내세요! 일출까지의 순위를 기준으로 상품을 드립니다! 참가만 해도 기록과 상관 없이 간식 증정!”

“새벽에 대규모 수중 불꽃놀이 예정!”

담청은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수생생물 인형탈 행렬을 관람했다.

상어 인형탈을 쓴 직원이 엿을 비처럼 뿌렸다.

눈과 혀가 동시에 즐거웠다.

뽑기도 세 번이나 했다.

전부 다 꽝이었지만 상관 없었다.

담청은 모자로 삼층탑을 쌓았다.

수영 대회에도 참석했다.

용족 어린이들은 담청의 상대가 아니었다.

억울하면 자기들도 태성기 수사하면 됐다.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마지막으로 담청의 밤 산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