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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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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카론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는 제 앞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노을빛을 닮은 청년의 눈동자엔 핏발이 가득 서 있고, 부릅뜬 눈동자의 동공은 한계까지 수축해 있었다.

‘게르드 경의 눈동자와 닮았군.

제국의 소드 마스터, 게르드.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이자 검술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그야말로 현 인류의 최강자. 나진의 눈동자에서 카론은 게르드의 눈동자를 엿보았다.

외견은 조금도 닮지 않았지만 그 느낌이 비슷했으므로. 마주 바라보는 순간 소름이 끼치는 눈동자.

“······.”

카론이 말없이 제 검집을 바라봤다.

조금 전, 나진은 카론의 검집을 붙잡았다. 마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듯이. 그 찰나의 순간 나진이 보인 움직임은 분명히 ‘이상한’ 것이었다.

···미래를 예견한 움직임.

그리고.

한 번 본 것만으로, 대상의 세월마저 모방해 내는 기이할 정도의 재현력. 조금 전 나진이 카론의 움직임을 모방했을 때, 나진이 모방하지 못한 부분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카론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 완성된 부분. 벽을 넘은 초인이기에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을 나진은 정확하게 모방했다. 과연 소름 끼칠 정도의 정교함이다.

자신의 주관이 빠진 모방은 아직 불완전하나, 그 정교함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

‘모방, 그리고 한시적인 미래시.

머릿속에서 정보가 짜 맞춰졌다.

‘설마.

짜 맞춰진 정보. 내려지는 결론.

설마, 하고 카론은 헛웃음을 흘렸다. 만일 자신의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저 청년의 진짜 재능은 검(劍)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카론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핏발이 선 나진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눈을 감았다 뜨려던 카론은 이내 검을 고쳐잡았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조금 더 보아야 했다.

“보여봐라.”

카론이 검집을 까딱였다.

그게 무엇이든 좋다.

내게 보여봐라.

네가 가진 특별함을, 네가 가진 가치를.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핏발이 선 눈동자로 바라본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캄브리아에 온 아래, 숱한 경험을 쌓으며 나진은 성장했다. 당연하게도 그 눈동자로 보이는 풍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수축한 동공. 핏발이 선 눈동자.

그 눈동자에 비춘 세상은 정보 덩어리다. 수많은 정보가 나진의 머릿속에 파도처럼 밀어닥쳤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나진은 불필요한 정보들을 쳐낸 채 눈앞의 제 상대만을 바라봤다.

검성, 카론.

그가 내뱉는 숨결. 그가 취한 자세.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흔들리는 옷자락과 눈동자의 움직임.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나진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 상식의 기준을 넘어선 통찰력과 시력이 이를 가능케 한다.

지하도시에서.

기회의 도시에서.

악마 기사와의 전투에서.

전투, 도주, 추격, 숱한 상황 속에서 나진은 자신의 눈동자를 믿어왔다. 이번에도 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나진은 직감했다.

‘오래 유지 못 한다.

악마 기사와의 전투에선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시야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음을 나진은 직감했다. 눈동자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제 앞에 서 있는 것은 소드 마스터다.

범인(凡人)을 초월한 초인(超人).

상식의 위에 군림하는 초월자와 같은 존재다.

제아무리 나진의 시력이 뛰어나다곤 하나, 지금의 경지로는 카론의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주륵.

멈췄던 코피가 다시 흘렀다. 머리가 울렸다. 그러나 나진은 한번 웃음을 흘림으로써 그 모든 것을 털어내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곤, 쾅. 땅을 박차며 카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론은 나진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인다.

일부러, 한 차례 늦게 반응한다.

카론이 움직이는 순간 나진이 내다본 미래가 흔들렸다. 여태껏 상대했던 적들과는 달리, 카론의 움직임은 선명하지 않고 흐릿했다. 아직 자신이 눈에 담을 수 없는 상대란 뜻이겠지.

‘그럼 뭐 어쩌라고.

보인다. 어렴풋이나마 그려진다.

그거면 충분했다. 나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나진이 상반신을 휙, 숙인 순간 나진의 머리 위를 카론의 검집이 스쳐 지나갔다.

자세를 낮춘 채 한 걸음 더.

파고들며 나진은 검술을 펼쳤다. 교단의 검술과 나진이 지하도시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낸 검술을 뒤섞은, 나진의 검술이다. 카론은 그것을 불완전하다고 표현했으며 가치가 없다고 평했다.

부정하진 않는다.

아직 자신은 미숙하니까.

대상을 모방할 때 어느 정도는 제 몸에 맞게 개량하고, 자세를 보완하는 나진이나··· 카론이 말하는 ‘너의 검’은 고작 그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검성의 검은 모방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통제.

오직 자신만이 펼칠 수 있는 검.

검술에 통달하는 데 그친 게 아닌, 완벽하게 체득해 최적화를 마친 검술. 카론의 검은 그렇게 완성돼 있었고 그것을 나진은 훔쳐내진 못했다.

제아무리 자신의 몸에 맞게 변형하려 해도, 도저히 그림이 같아지지 않았으니까.

카론의 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제 몸에 맞춰 변형하기엔 아직 나진은 미숙했다. 검이란 무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카론처럼 수많은 검술을 머릿속에 박아 넣지도 못했으니까.

부족하다. 미숙하다.

그 부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카론이 원하는 것은 변수다. 오직 나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다. 그거라면, 자신만의 검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음을 나진은 알았다.

쐐엑.

찰나의 순간 나진의 검이 가속했다. 여유롭게 나진의 검을 쳐내려던 카론의 검집 역시, 한순간 가속했다. 카가가가가각! 소리를 내며 검집을 타고 나진의 검을 흘려낸 카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빨라졌다. 조금 전보다 더.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게 아니었다. 카론이 빈틈을 찌르려는 순간마다 그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 나진은 즉시 몸을 비틀며 제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냈다.

제 불완전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약점을 찌르고 들어올 것을 알고 있다면··· 그걸 막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게 외치는 듯싶었다.

그 근성이 마음에 든다.

그 집념이, 마음에 들었다.

‘허어.

카론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카론은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조금 더, 눈앞의 청년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빨라진 나진의 검속(劍速)에 맞춰 카론의 검집 역시 가속했다.

검과 검집이 맞부딪친다. 검기를 두른 검과, 검집이 서로를 흘려보내고 휘어잡으며 파고든다.

카론은 여전히 여유롭게 움직이나 나진 역시 조금 전처럼 바닥을 구르거나, 아예 밀리지는 않았다.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검을 휘두른다. 오가는 대화는 없으나 맞부딪치는 검을 통해 카론은 나진의 속내를 읽었다.

언제까지고 빈틈만 노릴 겁니까.

그래서야, 저도 배울 게 없지 않습니까.

그리 말하는 듯한 검. 카론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나진의 제안에 응했다. 그래, 얼마든지 보여주지. 카론이 크게 나진의 검을 밀어내며 파고들었다. 처음으로 카론이 제자리에서 발을 뗐다.

소드 시커급의 이들과 대련할 때조차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 않았던 카론이, 나진을 압도하려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것이다.

쿠웅.

땅을 내려찍으며 카론이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단두대처럼 내려치는 검격. 완벽한 동작과 완벽한 호흡이 합쳐진 검격. 나진의 속도에 맞추고 있다 한들, 나진은 눈을 부릅뜨고 검을 막아내야만 했다.

어디로 올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 검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받아내는 순간 무릎이 꺾일 뻔했다. 검을 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쩌억, 소리를 내며 발을 디딘 땅에 금이 갔다.

카, 가가가가각.

그러나 일격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진이 검을 받아낸 순간 카론의 검집은 흐르는 강물처럼, 나진의 검면을 타고 나진의 목덜미로 쭉 뻗어나갔다. 베기에서 찌르기로 전환되는 흐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

미리 읽어냈기에, 검집이 목에 도달하기 전 칼을 비틀어 흐름을 비틀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흐름은 이미 넘어갔다. 검의 교단의 검술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자세와 자세의 연계를 통해 상대를 몰아넣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교단의 검술은 마치 거목과도 같다고.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되어 수백, 수천, 수만 가지로 뻗어나가는 자세. 그것은 검투(劍鬪)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마련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검의 교단은 검을 연구하는 곳이고, 그들은 수백 년의 세월에 거쳐 검술을 발전시켜 냈으니.

검의 연계 방식.

상대가 검을 받아냈을 때의 대처.

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

파고드는 상대에 대한 대처와, 반격법.

하나의 상황에서도 수십 가지의 대처법이 존재한다. 그 모든 대처법을, 수만 개에 이르는 자세를 모두 외우고 숙달한 검성의 입장에서 검투(劍鬪)란··· 단지 정답을 고르는 과정에 불과하다.

‘파도와 같다.

검성의 검을 받아내는 나진은, 마치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파도가 휘몰아친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당장이라도 바닷속으로 침몰할 것만 같다.

이것이 소드 마스터의 검술.

이것이, 교단의 정점.

볼크만과의 검투에서도 상대가 만들어 내는 흐름을 느꼈으나, 검성의 검은 볼크만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됐다.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카론은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

‘미래를 예측하고 있음에도······.

흐름에 거스를 수가 없다.

나진의 눈동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다보이는 미래의 모습은 흐릿하다 못해, 아예 희뿌연 안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진은 밀려나고 밀려났다.

그러면서도 나진은 머리에 아로새겼다.

카론의 검을. 그가 보이는 정점의 검술을. 아직 모방해 내지 못한다 한들, 그것은 뼈와 살이 되는 가르침이었고 양질의 비료였으니.

‘탐난다.

검성이 가진 검이.

저 검에 대한 이해도가.

저 아름다운 검술이.

‘더, 많이···.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허나, 자신으로선 검성의 검을 끌어낼 수 없다. 그렇기에 나진은 선택했다. 이대로 밀려날 바에 도박 수를 던지기를. 나진은 눈을 부릅떴다.

실핏줄이 터져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찰나의 한순간만큼은 나진은 정확하게 카론의 검을 읽어냈다. 선명하게 보이는 미래. 카론의 검집이 그리는 궤적을, 경지에 오른 검사들이 검로(劍路)라 부르는 것을 나진은 목격했다.

나진의 검은 뒤늦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카론의 검을 너무나도 가볍게 받아냈다.

궤적이 보이기에. 어느 곳에서 받아내야 할지 알 수 있었기에. 나진이 검을 받아낸 순간 카론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나진은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 카론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앞으로 세 번.

지끈거리는 눈동자론 세 번이 한계이니, 그 세 번 안에 어떻게든 한 방을 먹여볼 작정이었다. 여태껏 카론의 검을 받아내며 나진은 정점을 목격했고, 또한 경험했다. 그건 나진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 있어서든 값진 경험이다.

대련이 끝나거든, 가부좌를 틀고 대련의 내용을 복기하며 가다듬고. 홀로 벽을 보고 검을 휘두르며 복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것이 값진 경험을 한 검사들이 으레 치르는 과정이요.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나진에겐 그런 번거로운 과정은 필요 없었다. 깨달음이란 전투를 하는 도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것이며, 굳이 뒤로 미룰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은 수백 장의 그림.

카론이 보여준 수십, 수백에 이르는 그림이 나진의 머릿속에서 촤라락 펼쳐졌다. 카론이 검을 휘두르는 방식과 어떤 순간에 힘을 실어주고, 어떤 순간에 힘을 빼는지 나진은 이해했다.

‘이렇게.

이해했기에.

쐐엑!

나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론의 검을 흉내 냈다. 그것은 오직 나진의 검이라 부르기엔 미흡하다. 아직은 모방에 그치는 것이며 창작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진이 펼친 일격(一擊)은.

검성의 눈에 무가치하게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같은 경지에 서서 저 일격을 받아낼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카론은 웃었다. 검성은 눈앞의 청년이 내보인 가치를 인정했다.

인정했기에.

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뜬 순간 그 눈동자에 비춘 것은 가까운 미래다. 그것은 소드 마스터들의 전유물이자,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초인이 가지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시.

나진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 그러나,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야 카론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카론은 사용했다. 눈앞의 청년에게 일종의 경의를 담아서.

파챵!

나진이 바라보던 미래가 깨졌다. 나진이 내다본 미래와 현재가 일치하지 않았다. 미래시와 미래시가 맞부딪치며 발생하는 현상. 나진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나진이 눈을 크게 떴다.

콱.

나진이 휘두른 검을 카론은 손을 뻗어 붙잡았다. 맨손으로 검기를 붙잡았음에도, 카론의 손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검을 받아낸 채 카론이 검집을 내렸다. 대련의 끝을 알리듯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로군.”

카론은 헛웃음을 흘렸다.

“검로(劍路)를 읽을 줄 아는 소드 엑스퍼트라. 단언컨대, 제국의 역사에서 네가 유일할 거다.”

검집을 움켜쥘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확실했다. 눈앞의 청년은 초인들이 가진 것과 같은 미래시를 가지고 있음을.

‘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통찰력이란 말인가.

벽을 넘고, 스스로의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의 경지에 오른 소드 마스터. 그런 소드 마스터들조차 겨우 체득하게 되는 것이 미래시인데······.

눈앞의 청년은 그걸 벌써부터 가지고 있다.

만일, 이 청년이 계속해서 성장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저 청년의 눈동자가 어디까지 내다볼 수 있을지 카론으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인정하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청년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자신을 뛰어넘을지도 모를 가능성의 편린을. 카론은 웃음을 흘리며 나진의 검을 놓아주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몸을 내던지는 집념과, 그 짧은 순간에도 정진하는 모습. 그 결과 만들어 낸 일격이 가진 가치를 카론은 인정했다.

“마지막에 보인 일격, 훌륭했다.”

훌륭한 검격을 보았다.

그러니 그 답례를 해야만 하겠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 청년에겐 도움이 될 테니. 나진의 검을 놓아준 채 카론은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옮긴 곳에는,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땅에 꽂아둔 검이 있었다.

검집을 허리춤에 채운 카론이 땅에 박힌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하여 그가 진검을 뽑아 든 순간이다.

공기가 일변했다. 흐름이 뒤바뀌었다. 카론과 자신 사이의 거리가 제법 됐음에도 나진은 마치 제 목덜미에 칼날이 맞닿아 있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나진뿐만이 아니다. 저 멀리서 대련을 보고있던 중위 사제 볼크만 또한 같은 감각을 느꼈다.

카론이 검을 고쳐잡았다. 검 위로 피어오르는 것은 카론의 검기(劍氣)다. 카론은 검을 든 채 나진을 바라봤다.

“움직이지 마라.”

한 번의 경고.

직후, 카론이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