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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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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초기는 http://you~ 이거랑 http://you~ 이거 보시면되고 다른거는 http://you~ 이거보세요]

[우리애들 재생목록만들어놓은건데]

[이거만보면일단 완벽정리는다됨]

엔터를 누르자 점멸하는 커서. 이후 상대가 채팅을 치고 있다는 아이콘이 나온다. 점 3개가 순서대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채팅이 올라왔다.

[감사합니다ㅣ]

[아니감사하ㅏ건저인;;]

[덕질메이트생긴거…매우반갑…^^^^^;;]

얼마 전 아윤의 개인 계정에 DM으로 쪽지를 보내왔던 사람. 얘는 뭔데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DM을 보내나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매우 반가운 사연이었다. ‘종로구명예구민’… 그룹 사운드의 신규 팬이 되었는데 덕질 컨텐츠가 어디 있는지 못 찾겠다는 이야기에, 아윤은 우물물을 떠다먹여주다못해 우물을 팔 기세로 강렬하게 영업을 했다.

‘나는 아무래도 회장이다보니 같이 덕질을 할 사람이 없단 말이지.

펜카페나 공식 계정의 팔로워들을 보면, 그룹 사운드의 팬들은 그 수가 많지는 않더라도 자기들끼리 모여 친목회를 가진다던가, 감상회를 가진다던가, 굿즈를 나눔한다거나 그런 일들을 자발적으로 하곤 했다.

하지만 아윤은 그 사이에 낄 수 없었다. 다른 팬들이 거부한 것은 아니고, 그녀 자신의 양심이 그것을 거부했다. ‘팬카페 회장’이라는 지위는, 정말 별 거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지워주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친목을 하면… 그 자체가 네임드화라던가 뭐, 그런 걸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야지.

그 때문에 다른 팬들과 친해지지도 못하고, 혼자서 카페나 공계(비공식) 운영이나 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그 시절도 이젠 안녕이다. 이제 아윤에겐 덕질메이트가 있으니까.

[굿즈 같은 건 어디에서 사나요?]

[;;우리가굿즈가업음]

[레이블에서나오는 CD랑 파라독스공연가면 굿즈팔긴하는데ㅔ]

[그거외엔 저희가소규모밴드라 ㅠㅠ 팬들 자작굿즈박에업어요...]

[아]

[저는 그런거 다 있을줄]

평생 메이저 덕질만 하고 살았던 자의 무자비한 칼질. 아윤은 잠시 심호흡을 했다. 굿즈라.

안 뽑는 이유를 그녀는 알 것 같았다. 사 줄 수요층이 없는데 어떻게 뽑겠는가. 음반이 3천장 넘게 팔렸다지만 그건 음반이고, 인디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사람들이 굿즈를 사주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냥 인디 밴드 응원 차원에서 산 것일수도 있으니까.

‘근데 이제는 오디션 유입도 꽤 생겼고 하니… 굿즈 같은 거 만들만 하지 않나? 파라독스에서 한정판매 하는 거 빼고…’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공식 쪽에서 수요조사를 돌리긴 했다. 어떤 굿즈가 가지고 싶냐는 설문조사에, 아윤은 모든 것이 다 가지고 싶다고 응답을 했었다. 그런 거 보면 이제 뭔가 나오려는 게 아닐까.

[아근데]

[저얼마전에 학교축제갔었는데]

[학교축제요?]

[네 고등학교축제]

[중학교 때는 안했는데 고등학교오니까 하더라고요]

‘완전 애기네.

아윤은 그 채팅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애인가. 그룹 사운드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과, 인터넷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신상정보를 무턱대고 알려주면 큰일날테니 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공존할 때쯤.

올라오는 채팅은, 그런 생각들을 다 잊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근데 축제때보니까]

[수연님이랑 이서님이 저희학교선배더라구요]

[그래서축제때 막 공연하셨음]

“뭐?!”

룸메가 뭐라고 할 정도로, 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아윤. 그 뒤를 잇는 채팅과, 다른 사람이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비공개 유튜브 영상은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다에요좀 보여달라고 방금 소리지르신 분 누구인가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네. 무조건 해달라고요? 내가 미쳤냐에요. 헛소리하지말라에요. 됐죠? 해줬죠? 그거 말고 다른 걸로요? 아오 그냥 확 머리를… 어루만져버리고 싶다에요. 아니 이거 말고 뭘 원하는 건데?”]

5분 가량 짧게 편집된 몇개의 동영상. 과오를 부르는 영상이나, 다른 가수의 커버를 한 영상들도 있었지만.

그 중 아윤의 눈과 귀를 가장 잡아끈 것은, ‘다에요 여고생’ 관련된 영상이었다. 전교생이 죄다 “다에요!” 를 외치면서 그 ‘다에요’ 해달라고 외치는 중에도, 꿋꿋하게 귀를 막으며 “아니 해 줬잖아! 뭐가 문제냐에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수연. 신나게 놀림받는 모습이 정말, 이런 학생이 학교폭력 혐의를 왜 받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부끄러워 하는 맛은 없지만, 이 버전은 이것대로 귀엽네…’

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유튜브 영상을 내려받았다. 최근 돌고 있는 ‘버스킹 버스킹’ 영상과 엮어 같이 영업을 돌려볼 속셈으로.


문에 노크를 하자, 대답 대신 시끄러운 드럼 소리가 돌아왔다. 명전은 저번처럼 서하를 쪽팔리게 하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어중간하게 닫혀있는 연습실 문 사이로 드럼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연습?”

강렬하게 내려쳐지던 드럼은, 그 말에 일시적으로 멎는다. 살짝 피곤해보이는 표정의 서하는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였다.

“요즘 성실히 나오네.”

그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서하. 명전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 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가 이야기를 하겠지.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영 안색 안 좋아보인다고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실례라는 것이, 수십여 년을 살아오며 그가 깨달은 삶의 지혜였다.

“방송은 어땠어?”

“어… 뭐, 그냥저냥 할만 했긴 했는데.”

연습이 잠시 일단락된 후. 향긋한 커피의 냄새를 맡으며, 명전은 서하의 질문에 대답했다.

“조회수는 얼마나 나올 것 같아?”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얼마전에 확인해보니까 그래도 몇십만은 나온 것 같던데.”

“그 정도면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딱히 없지. 말 거는 사람은 많은데 대부분 다 번호따기니 소속사니… 미치겠다.”

방송에 대해서 궁금한 듯 이리저리 질문을 던지는 서하. 명전은 거기에 대해서 대답을 해 주면서도, 서하가 우물쭈물한다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말은 해야 하는데, 대놓고 말은 못 하겠고. 그래서 자꾸 옆으로 돌려돌려 말하는… 그런 이상한 습관.

‘그럴 나이긴 한가?

명전은 잠시 고민했다. 생각해보니, 그럴 나이이긴 했다. 이미 수십년 전에 인격이 완성되어 거의 고목나무나 다름없다고 자부하는(최근에는 좀 뿌리가 뽑힐 일이 있었지만) 명전과는 달리, 밴드원들은 죄다 정신연령과 육체연령이 정확하게 고등학생으로 일치하는 아이들이었다.

사회인으로서 오래 살아왔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도 제대로 의사소통하기가 힘든데, 하물며 고등학생들이면 어떠할까. 명전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아까도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

“어, 잠시만. 여보세요?”

느닷없이 울리는 진동. 발신자는 ‘이유나’. 서하에게 손을 들어보인 후, 명전은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들었던 밝고 가벼운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여보세요? 하수연 학생 핸드폰 맞죠?”]

“네 맞습니다.”

[“아~ 저 이유나에요.”]

“네, 전에 전화번호 알려주셨지요.”

가벼운 덕담으로 시작한 전화. 하지만 그 대화가 길어지자, 명전은 상대가 왜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졌다. 일이 있어서 전화를 건 것일텐데 왜 이야기를 안 해주는 걸까. 혹시 연예인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사람의 시간은 소중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일까? 사회인으로서 뭔가가 결여되어 있지 않은가?

“아, 그런데 가수님. 그 혹시 어떤 것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제가 좀 다른 일이 있어가지고. 뭐 다른 거 하고 있는 와중이라.”

[“아 맞다. 아 미안해요. 이야기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서하를 무시한 채, 명전은 유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결국 음반을 내고 싶은데 곡좀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저한테 말입니까? 작곡가 분들 많이 아실 것 같은데. 굳이 저한테… 아니, 싫다는 건 아닙니다.”

[“수연 학생이랑 꼭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요즘 엄청 뜨시잖아요.”]

“저는 완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아니 당사자가 모르면 어떻게 해요. 요즘 섭외 같은 거 안 들어와요?”]

“금시초문입니다.”

이상하네… 라고 중얼거린 유나는 자신 주변의 이야기를 조금 해주었다. 장안의 화제! 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행에 민감한 피디나 제작자 등은 유나를 만날 때면 “그 학생 누구야? ‘다에요’.” 라며 수연에 대해서 묻는다고 했다.

[“그런 거 보면 섭외 갔을 줄 알았는데요.”]

“굳이 그런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상하네. 여튼 수연 학생 기타 잘 치시니까.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러려나? 수연 학생 화제도도 좀 활용할 겸. 저랑 같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던가, 아니면 옆에서 기타를 같이 친다던가. 그런 식으로 곡 하나 만들어서 싱글 활동도 하고… 그런 작업을 좀 하고 싶다는, 뭐 그런 느낌인 거죠.”]

대략적으로 취지는 이해가 갔다.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살자는 것 아니겠는가. 유나는 ‘하수연의 화제도’(그런 게 있다면)를 가져가고, 명전은 ‘이유나의 인지도’를 가져간다. 서로 좋은 일.

“저희야 좋긴 한데. 그런데 음… 일단 밴드랑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 활동은 좀 그래서.”

하지만 명전은 일단 고려해보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밴드가 성숙하지 않았는데 개인 활동을 하는 건 좀 분열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야 상관없지만, 다른 애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의 문제니까.

굳이 감정싸움이 생길 일은 안 하는게 낫다. 인지도니 돈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천천히 가도 다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명전에게 들려온 것은, 살짝 떨리는 서하의 목소리였다.

“개인 활동 하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작업… 프로젝트 같이 할 생각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왠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 이유 없는 자신감이 넘쳐나는 평소의 서하와는 다른 분위기.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고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물어봐야 할 모양이구나.

“무슨 일 있냐?”

“어… 아니, 어… 음. 음…”

우물쭈물하는 서하.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서하의 답변을 기다렸다. 살짝 쥐었다 폈다 하는 손과, 떠도는 눈동자. 도대체 어떤 말이기에 저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그 혹시, 세션 뛰어줄 수 있어?”

“… 세션? 어…”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나 시간을 끌었단 말인가. 명전은 한소리 할까 싶어 서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은 듯한 불안함.

“그 세션이, 그게. 아니 세션은 아니고, 대타라고 해야하나. 음…”

“왜, 뭐 문제라도 있어? 무슨 불법 지하 마약 판매상 밴드 대타라도 뛰는 거?”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교회.”

“교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에 명전이 의아함을 느끼는 사이, 서하는 나머지 말까지 전부 꺼내놓았다.

“우리 교회 밴드. 기타가 어딜 좀 다쳤다고 해가지고… 대신 서 줄 수 있을까. CCM 밴드인데.”

…C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