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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휩싸인 공연장. ‘18개 밴드가 해체되어 임의의 밴드를 꾸린다’ 라는 3라운드 미션. 이게 무슨 일인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밴드들의 모습을, 카메라들이 생생하게 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어느샌가 내려간 MC. 이전에 한번 봤었던 메인 PD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다. 스태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3라운드 미션은, 방금 전달된 대로 프리 포 올입니다. 18개 밴드는 해체된 다음 임의의 밴드를 꾸려 미션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냐면…”
화면에 뜬 것은, 송출용과는 완전 다른 형태의 타이포. 룰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최대한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파워포인트.
“일단 밴드의 해체는 어디까지나 ‘임시’입니다. 이번 라운드에만 임시적으로 해체될 거고, 다음 라운드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밴드들끼리 대결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임시 밴드’의 리더는 각 밴드에서 상의한다음 다음 주에 저희에게 제출하시면 되구요. 당연하게도 동일 밴드에서 멤버를 뽑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탈락은 어떻게 선정됩니까?!”
차분한 PD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성질 급한 사람의 목소리.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하시겠죠. 우선… 경연은 대결방식으로 치뤄지지 않습니다. 18개 밴드가 차례로 공연을 할 것이고, 1위부터 18위까지 점수로 순위를 매겨 하위 6개 밴드를 탈락시킬 예정입니다. 이 때 밴드의 점수는…”
스크린에는, [팀장(리더) 50% + 팀원 50%] 라는 타이포가 표시된다.
“예컨대, 임의의 밴드 1에서 5가 있다. 그 때 1의 리더가 2, 3, 4, 5에서 각 한명씩 차출해서 A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이 때 A라는 밴드가 90점을 획득했을 경우, 리더는 90점의 50%인 45점을 획득합니다.”
PD는 헛기침을 한번 하며 다시 화면을 가리켰다. 복잡한 룰이 적힌 타이포.
“그리고 팀원들의 경우에는 좀 복잡한데, 예를 들어 4인 밴드인 2번에서 멤버 한명이 차출되어 A 밴드에서 90점을 획득했을 경우, 90점에서 50%를 3등분한 16.6~7%의 수치를 얻어 14.94에서 15.07의 점수를. 5인 밴드의 경우 90점의 12.5%인 11.25점의 점수를… 이런 식으로 점수가 계산됩니다.”
PD가 말을 마치자, 스크린에는 예시가 제시된다. 5인 밴드. A밴드로 90점을 얻은 리더는 45점. B밴드로 70점을 얻은 멤버 1은 8.75점. C밴드로 100점을 얻은 멤버 2는 12.5점. D밴드로 60점을 얻은 멤버 3, 4는 각 7.5점. 합계는 81.25점. 밴드 순위는 6위로 생존.
“어떻게 해도 밴드의 만점은 100점입니다. 소수점은 기본적으로 절하되지만, 관련 점수 분쟁이 생길 경우 소수점까지 다 계산하여 점수를 책정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팀장의 역할이 크지만, 팀장이 잘해도 팀원들이 다 망치면 소용이 없다는 건가?”
“그렇겠지.”
PD의 말을 들은 이서의 중얼거림.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어 명전 자신이 꾸린 밴드로 100점을 받아 만점을 50점 받더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룹 사운드의 멤버 3명이 각자 자신들의 밴드를 폭파시켜서 0점을 받아온다면 총점은 50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즉 만점을 받고도 탈락 후보라는 소리.
게다가 자신은 100점을 받았으니, 밴드의 다른 사람들한테 점수를 다 나눠주는 셈. 그게 싫어서 다른 밴드 사람들에게 점수 낮게 주려고 해도, 제일 점수 비중이 큰 사람은 본인이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여러모로 복잡하군. 소위 ‘트롤’을 하기도 쉽지 않은 방식이네.’
“도대체 이런 복잡한 미션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밴드 대결인데 밴드를 해체한다니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뭉쳐서 시너지를 내는 게 밴드인데.”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가 밴드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동감의 중얼거림도 이어지지만, 왠지 모르게 크지는 않다.
“취지는… 밴드 멤버들 각자의 실력을 알아보자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말에, PD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대답했다. 상대를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
“좋은 밴드라면 분명 각 멤버 개개인의 실력도 좋겠죠. 설마 그렇지 않다는 건가요? 이런 오디션까지 출연할 정도의 밴드인데. 개개인의 실력을 이런 곳에서 검증할 자신이 없다?”
“그게 무슨…!”
피디의 도발적인 발언에, 항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애시당초 밴드로 뭉친 건데 다 찢어놓으면 무슨 소용이냐!”, “이럴거면 씨발 아이돌 오디션 보든가!”.
하지만 예상 외로 크지는 않은 목소리. 몇몇 밴드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만 짓고 있고, 몇몇 밴드들은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실 그런 ‘트롤’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요청하면 방송 스태프의 심사에 따라 해당 밴드원을 점수평가에서 제외하는 규칙 등이 있죠. 룰의 헛점이라던가 공정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PD의 말을 들으며 명전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득은 크지 않고, 논란거리만 가득할 것 같은 방식. 이런 방식을 채택해서 득을 보는 게 있을까?
‘일단 시청률은 확실히 오르겠는데.’
게다가 탈락하면 내분 생기기 딱 좋은 방식이니 그 모습까지 담으면 상당히 흥미로운 방송 내용이 되겠지. 그런 점에서 보면 납득하지 못할 방식은 아니긴 하지만… 뭔가 속셈이 있는 것 같긴 했다.
“괜찮을까요?”
입씨름을 하기 시작한 피디와 일부 밴드들. 어수선한 분위기 사이에서 현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밴드에 불리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명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나 서하, 심지어 이서조차도… 오디션 내에서만 보자면, 각자 동 포지션 내에서 상위권에 위치할 실력이다. 명전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현재까지 고평가를 받던 밴드들 쪽이다. 작곡이라거나 편곡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테크닉적인 부분은 떨어지는 밴드들.
“평소처럼 녹화는 다음 주입니다. 팀원 드래프트나 주제 선정 등은 다 다음주에 할 예정이구요. 부정행위 방지 및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다음 주 녹화는 ‘임시 합숙’으로 진행됩니다. 이 부분 꼭 참고하셔서 녹화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말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는 피디. 몇몇 사람들이 자신은 아직 말을 못 끝냈다는 듯 피디를 좇아 내려간다.
“합숙… 재밌겠다.”
“나는 별로일 거 같은데. 남들이랑 같이 자는 거. 남녀혼숙 같은 건 아니겠지?”
그런 와중에 한가롭게 말하는 이서. 서하의 우려 섞인 대꾸를 들으며, 명전은 머리를 꼬았다. 아무튼 다음 주인가. 골치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오디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든 간에, 일상생활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등교를 하고, 점심을 먹고, 하교를 하고.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그러므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까. 반 친구가 방송에 나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니까.
“점핑! 점핑!”
“그믄흐르…”
이를 악물고 말하는 것이 대놓고 느껴지는 발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놀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공연 중 잠시 취했던 특징적인 댄스와 제스쳐를 보여주며, 계속해서 명전 앞에서 깐족대는 반 아이들.
“빨리 에블바리 해줘.”
“안한다고!”
명전은 성질을 버럭 내고는 머리를 싸맸다. 이제는 21세기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생각한 명전이었으나, 이런 부분에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남을 놀리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건지. 2라운드가 방영되자마자 챙겨보고는, ‘짤’을 만들어 에어드랍으로 돌리고 다니질 않나… 명전이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은근히 다가와서 음악을 틀어대며 “점핑!”을 외치는 등.
‘그냥 뭐, 이만큼 내가 이 애들과 친숙해졌다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오디션 한번 이겨보겠다고 그런 컨셉을 취한 이전의 자신에게 화만 날 것 같았으니까.
“수연아!”
“오~ 이서~”
그 와중에, 교실으로 찾아온 이서. 반 아이들은 명전에게 한 것과 비슷한 장난을 시도했으나, 이서는 밝게 웃으며 그를 받아넘겼다. 그러자 재미를 잃었는지 다시 돌아가버리는 아이들.
‘나도 저렇게 해 볼까?’
아이들의 차별대우에 분개하며 명전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서가 아닌 명전이 저런 식의 대응을 하면, 아이들은 좋다고 더 가열차게 명전을 놀려댈 것 같았다.
“이거 봤어?”
이서가 걸어와 내민 것은, 핸드폰 캡쳐 화면과 영상 몇개였다. [그 거리를 뛰어넘어]가 다시 차트인(무려 63위!) 했다는 스크린샷. 그리고 인베이전 2024 관련 리액션 영상 몇개. 대부분이 조회수 30만, 50만을 넘긴 것들.
[“지금 이 그룹 사운드라는 밴드를 보면… 곡은 좀, 병맛이라고 하나 이걸? 예전에는 아스트랄하다고 했는데. 아무튼 기타의 실력이 엄청나죠? 그런데 거기에 묻힐 수도 있는데… 박자라든지, 중간 중간 넣는 변주들. 특히 이 부분, 이 부분. 이런 곳을 보면 밴드 멤버들의 실력도 엄청나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기타를 치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겠는데 완전 정통 블루스 느낌이 확 나요. 이런 연령대에 그렇게 배우기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 뭐라고? 서명전 선생님 제자라고요? 그럼 이럴 수 밖에 없지. 뭐 끝이네. 영상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국 세션 기타리스트계에 전설이 한분 계세요. 서명전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그 분이…”]
[“문제의 2라운드! 편곡이 좀 웃기긴 한데, 디테일적인 면을 볼까요! 일단 이 포인트. 참 저는 이 부분에서 밴드의 실력이라고 해야하나, 섬세함이 느껴진다고 생각되는게…”]
“너 맨날 이런 거만 찾아보냐.”
“이런 거 보는 맛으로 밴드 하는거지 무슨 소리야. 남이 막 나를 찬양해주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아.”
이서의 말에, 명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명전도 남에게 인정받는 거 좋아하긴 하는데, 저 정도는 아니었다.
‘얘는 중증이야, 중증…’
“차트 올라가는 거 보면 앨범 판매량도 늘었으려나?”
“그러고 보니 엄마가 한정판 LP 또 생산하자고 하긴 하더라. 요즘 찾는 전화가 많아졌다고.”
이서의 물음에, 명전은 그렇게 대답했다. EP곡의 차트 인이라던가 그들을 소재로 한 유튜브 영상 같은 것들은 일시적인 붐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실물앨범의 판매량 증가는, 그들의 팬이 확실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
“이번에 정산 나오면, 오디션 출연료랑 합쳐서 일본 가자. 막 오챠노미즈 가서 베이스 사고. 재미있지 않을까?”
“돈 쓸 생각부터 하니.”
이서의 행복회로에, 명전은 핀잔을 주면서도 픽 웃었다. 아무튼 뭐 이러려고 돈을 버는 거긴 하니까…
다음 화 촬영과 그로 인한 며칠동안의 합숙을 위해 바쁘게 준비되는 촬영장. 메인 PD, 윤동욱은 팔짱을 낀 채로 현장을 바라보았다.
‘참 쉽지 않구만.’
18개 밴드 중 5개의 밴드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항의를 했고, 그 중 2개 밴드는 촬영을 안 한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 반쯤 어르고 반쯤 협박을 섞어 어떻게든 촬영에 복귀시키긴 했다.
‘반발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까지일줄은.’
동욱도 사람이고, 공감의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포맷을 도입하게 되면 밴드들에게서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포맷을 굳이 3라운드에 도입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보이밴드 푸쉬였다.
‘비주얼 되는 남자밴드’를 밀라는 박 이사에 이어, “기획사들 체면이 있으니까 보이밴드 실력도 부각을 시켜놔.” 라는 정 사장의 요구.
그러나 ‘밴드’로서는 영 아닌 실력을 어떻게 부각을 시키는가. 영 아닌 것 같은 보이밴드라도, 멤버 개인으로만 보면 대부분 실력이 있었다. 기획사 아래에서 전문적으로 트레이닝 받은 짬이 어딜 가는 게 아니니까. 문제는 밴드로 뭉쳤을 때 딱히 시너지가 안나온다는 것.
거기서 동욱은 발상을 전환했다.
밴드로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개별로 찢어버리면 되잖아? 그럼 탈락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애들은 잘했다! 실력 좋았다!” 라고 체면을 차릴 수는 있는 것이다. 어쩌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개개인의 테크닉 자체는 좋으니까.
게다가 이런 포맷을 취함으로써 밴드 간의 불화를 유발시켜 어그로도 끌 수 있기에, 여러모로 이득이 넘쳐나는 포맷이었다. 참가밴드들이야 좀 불행하겠지만(불화가 생겨서 해체할 수 있으니) 그건 동욱이 알바가 아니었고.
그리고…
“피디님. 밴드들 멤버 픽 방식은 이전에 정했던 대로 갈까요?”
“그래. 변동 없어.”
원래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 쟤들이 저기 아니라 여기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것. 인터넷에 IF을 막 넣어가지고 글을 쓰면서, “사실 걔보다 얘가 들어갔으면 더 나았음.” 이라고 하는.
그런 일종의 ‘드림팀’을 보고 싶어하는 열망. 이번 라운드에서 동욱은 시청자들의 그런 욕망을 충족시켜줄 예정이었다.
‘형평성’을 파괴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