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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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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우리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인가?”

첫 마디는 서하에게서 나왔다. 역린을 건드린 사람 마냥 미약하게 두려움을 품고 있는 듯한 말투에, 그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방송으로 공개된 건데 ‘들어도 되는 이야기’는 뭔가. 단지 원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일’이 생길까봐 오늘 방송을 타지 않길 원했던 것 뿐이었다. 이런 내용을 같이 보면 어색하니까.

“애초에 방송으로 나오면 안 되는 이야기였으면 엄마도 인터뷰 안 했고, 나도 이야기 안 했지. 좀 있으면 내 이야기도 나와.”

“어…”

[“급하게 귀국을 했어요. 수연이가 진짜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그때는 사이가 좋았으니까, 껴안고 엄청 같이 울었어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면서.”]

TV 속에서는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에게도 어렴풋이 기억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슬픔을 수습할 겨를도 없었어요. 남편의 친족분들, 그 외 다른 사람들… 어떻다 저떻다 너무 많이 싸웠어야 했고, 그보다 더 급한 건 사업이었죠. 해외에 떠나있던 동안 제가 팔로우업하지 못했던 사안이 너무 많았고, 애기아빠가 저랑 이야기하지 않고 벌였던 일들도 많았어요. 저는 그걸 수습해야 했어요.”]

[“그 시간동안, 저한테는 잠이라는 게 없었어요. 집에 들어오지도 못했죠. 수연이에게는 ‘돈 올려뒀으니까 이걸로 뭐 먹어’ 같은 이야기 밖에 못 했어요. 그렇게 몇년을 보내고 나니, 사업이라던지 하는 부분은 정상화가 되었지만… 정작 수연이와 저는, 정상화가 되지 못했던 거죠.”]

다큐멘터리는 그 뒤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야기의 무게추는 ‘이혜인’에게서 ‘하수연’으로 넘어왔다. 재연배우를 쓴 화면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보여진다.

다 ‘자신’이 했던 일들이다.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일들이죠.”]

화면속의 ‘그’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제가 다쳤던 것이 1년도 더 된 일이고. 아무래도 점점 기억이 돌아오긴 하니까… 그때의 일이 이제는 점점 생각이 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엄마를 많이 원망했던 것 같아요. 아빠랑 사이가 좋았거든요. 엄마가 유학 갔을 때도, 아빠랑 많이 놀았고. 근데 이제 아빠도 시간이 안 나는 날이 반복되다가… 언제였더라.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쓰러졌다고.”]

‘그때의 기억’이 난다. 감정 같은 건 글쎄, 이제는 그다지 떠올리지 못하지만.

그 때의 ‘하수연’은, 정말 분노에 차올라 있었다. 죽어버린 아빠, 자신을 신경쓰지 못한 채 다른 일을 하러 다니는 엄마. 사사건건 자기를 괴롭히는 아빠의 친척들에, 지나갈때마다 수군수군대는 학교의 아이들까지.

정말 돌아버리기 좋은 환경이었었다. 그리고 실제로 돌아버렸기에,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고.

[“그러고 몇 년 동안 있었죠. 뭐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굳이 디테일까지 이야기는 안 해도 될 것 같고… 그냥 그렇게 됐어요. 안 좋은 시기였죠. 아이들에게도 못되게 굴었고… 사과를 받아준 아이들에게는,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는 잠시 표류한다.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며, 그에 대한 ‘감동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다큐. 그는 머리를 살짝 꼬며 혜인을 바라보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보이는데, 애들 앞에서 울 생각인가.

“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럼 뭐라 말하지 말고, 일단 더 봐. 이거 보니까 이 다음 이야기까지 나오겠네.”

그는 섣불리 이야기를 꺼내려는 이서를 제지했다. 아마 저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분명 나올 수 밖에 없겠지.

[기타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음… 이야기하기 좀 부끄럽고 복잡한 부분이 있긴 한데요.”]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며칠에 일어난 일인지는, 저도 만난 시기는 기억이 안 나요. 어떤 일으로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제가 술에 취해서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을 때, 노인ㄴ… 선생님이 와서 챙겨줬었죠.”]

[“그때 제가 기타 들고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쳐 보라고 막 그랬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기타를 쳐 줬고, 저는 그걸 듣고 나도 한번 쳐보겠다면서 기타를 잡았죠. 그때 아마 몇분만에 곡 하나를 쳤을 거에요. 그때 저는 저한테 재능이 있는 걸 알았고, 노인… 선생님은 나한테 배우고 싶으면 언제 여기로 와라…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한동안 배우게 됐죠.”]

소문만 무성했으나,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이야기. 당사자인 수연의 입을 통해 풀리는 그 비화는, 너무도 드라마같은 스토리였다. 일찍 죽은 아버지와, 가정을 팽개치고 바깥으로 도는 엄마. 그것 때문에 삐뚤어진 아이가, 우연히 기타를 가르쳐주는 멘토를 만난 이야기.

‘노인네라고 자꾸 부르려는 것 같은데… 얼마 안 봤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네.

서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터넷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인 것 같았다. SNS를 통해 찾아볼 수 있는 Group Sound의 팬들은, 한강을 형성할 정도로 펑펑 울고 있었고, 매사에 부정적이기로 은근 유명한 ‘그룹사운드 마이너 갤러리’ 녀석들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그렇게 뭐, 남들한테 나 기타 배운다 이렇게 떠들고 싶지는 않아서. 그리고 기타를 배운다는 것 자체도, 뭔가 심도깊게 배우려고 했다 그런 생각도 아니었어요. 어디까지나 여흥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집에는 들어가기 싫고, 바깥에 돌아다니면 다 돈이고. 그러니까 이제 영감님 집에 가서 기타 배우고.”]

[“그렇게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뭐… 술 먹고 그렇게 된 거죠. 같이 마시던 애들은 친한 애들은 아니었는데, 그냥 기분 좋아서 같이 타고 가다가 휙~ 하는 바람에 이제 뭐.”]

그렇게 일어나보니, 기억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이전의 자신과 이후의 자신이 같은 사람인지도 잘 실감이 안 나는 그런 상태. 단지 기억에 남은 것은 기타와 선생님.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선생님은 이미 죽은 지 오래.

[“이전부터 이야기는 들었어요. 너는 꼭 음악 해야 한다. 그런데… 뭐,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구나. 할 수 밖에.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제 이서가 저랑 밴드를 하자.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그 뒤로는 이제 다들 아시는 대로.”]

“떨어져라 좀.”

다큐가 끝난 후. 왠지 모르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이서를 몇번 밀어내려다가 포기한 채,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친구, 지인, 기타등등…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카카오톡이 와 있었다. 심지어는 답장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도착하고 있는 중.

“으어헣ㅎ헣으허흐흑ㅎ흑…”

“아니 야 웃기네. 당사자인 내가 그냥 이러고 있는데 니가 왜 울어?”

“그건 그렇긴 해.”

“거기에다가 얘 지금 울어서 옷 다 젖었음. 엄청 찝찝해. 좀 떨어져 좀.”

어떻게든 이서를 떼어낸 다음, 그는 주방으로 다가가 물을 한잔 마셨다. 그를 그렁그렁한 눈으로 쳐다보는 엄마. 그는 “쟤들 가면 이야기 하죠.” 라고만 말하고는, 소파에 돌아와 앉았다. 다시 엉겨붙으려는 이서.

“귀찮으니까 저리 가.”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나는 괜찮아. 괜찮다고 하는 게 더 안 괜찮아보인다는 그런 말 하지 말고, 진짜 괜찮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어느새 밀린 답장. 답을 해 주는 시간에도 또 다시 오는 답장을 받아내며, 그는 생각했다.

‘뒤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다 날조지만.

이전까지는 남들이 알아서 받아들이도록 내버려두었다. 왜냐하면 디테일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기억이 있었다고는 하나, 자신의 기억이라기보단 약간 ‘책에서 찾아보는’ 느낌의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는 고육지책으로 그런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자리에 나온 김에, 그는 이야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제는, 그 기억들도 ‘찾아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부가 된 상태였고.

‘이야기를 좀 말이 되게 만들려고, 진짜 엄청 머리를 굴렸지…’

생각해보면, 완전한 날조라고도 할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하수연’과 ‘서명전’이 만난 것은, 어찌되었든 논리적으로는 사실인 이야기 아닌가. 단지 만난 장소가 실제하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다를 뿐이지.

‘하수연과 서명전… 이제는 둘 다 나 자신. 거짓말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카오톡을 바라보았다. 답장을 하다가는 하루가 내내 다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 1화가 나간 후.

모든 커뮤니티가 일거에 폭발하는 일은 없었지만,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흔히들 말하는 ‘짤’의 형태로 다큐멘터리 캡쳐본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고, 그런 자료들은 Group Sound의 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Group Sound를 각인시켰다.

  • 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나 ㅋㅋ

  •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 나 음악 그래도 꽤 듣는편인 것 같은데 서명전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알려줄사람

ㄴ 한국 세션계에서 세손가락 안에 듬

ㄴ 한국 기타계 goat

ㄴ 뭔 고트야 ㅋㅋ

ㄴ 실력만 보면 고트지 내가 기타 좀 쳐봐서 아는데 그분 펜더 엔도서 제의까지 받았음

  • 존나 안타깝네

  • ㅠㅠㅠㅠㅠㅠ 이번에 콘서트 하는거 다음에 가야지 하고 스킵했는데 꼭 가봐야겠음

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2가지였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에 나온 Group Sound의 투어 첫 번째 공연. 소프트한 느낌으로 펼쳐진 무대는, ‘아이돌 공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에서 발표된 신곡은, 마일드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곡. 누군가가 발빠르게 녹음해서 올린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태였다.

두 번째, ‘하수연’의 과거. [Invasion From Seoul 2024]로 한번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하수연의 과거는, 다큐멘터리로 다시 재조명되며 엄청난 서사를 쌓아올렸다.

당시 제기되었고, 해결되긴 했지만 간혹 인터넷에서 나돌던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는… ‘저런 불우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애라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여론에 다 휩쓸려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동정과 안도 뿐.

그 결과, Group Sound는 단지 1화만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쌓아올릴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정도나 알던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에서도 “아 걔들 그 인터넷에서 봤는데?” 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

모두가 다 [레이블 에코사운드], 특히 고경민 팀장과 정유영 과장이 의도한 대로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다른 모든 것이 의도한 대로 돌아갔다고 해도, 정작 그들이 정말로 원했던 것… 일종의 단기적 목표였던, ‘서울 콘서트 티켓 매출 상승’에는 단 하나도 기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미 매진이었기 때문에.

기쁜 오산이었다.


밤.

“거기 그거좀 갖다줘요!”

“야야야 넘어간다 잡아 잡아!”

바쁘게 설치되고 있는 무대를 보면서, 그는 직원들과 함께 걸었다. 옆에는 외주 회사에서 나온 콘서트 연출 감독과,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이 같이 있었다.

“여기 보시는 것처럼 모니터 달려 있구요. 이제 아무래도 뭔가 환경적으로 튀어나온다던가 그런 건 전혀 안 되니까. 아무래도 조명 컨트롤이 들어갈 거고… 약간 타워처럼 들어갈거거든요.”

“그때 이야기했던 거는요?”

“그건 문제 없습니다. 저희가 다 검토했고,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무대를 거닐며, 이리저리 점검을 한다. 아직 완전히 다 설치되지는 않은 시설물들이지만, 그는 경험을 통해 대략적인 그림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스케일 진짜 크구만.

그가 주문했고 회사에서 컨펌을 내긴 했지만… 이렇게 돈을 들여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의 장비들. 과거 세션 시절 다녔던 콘서트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스케일. 하지만 그는 고개를 털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지만, 첫 라이브 투어의 마지막 콘서트는 다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다.

“내일이네.”

그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지막 콘서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