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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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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저녁 먹어.”

회의를 마쳤던 어젯밤부터 굳게 닫힌 방문. 혜인은 걱정스럽게 그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딸이 뭔가 꽂히는 것이 있을 때마다 식음을 전폐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이전의 밤샘 사건으로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좀 심할 정도였기에.

‘쓰러진 건 아니겠지?

“잠시만요.”

그런 걱정을 한 사이 들려온 대답.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밥을 떴다. 그러는 사이 방에서 나온 그녀의 딸을 보고, 혜인은 내적 비명을 질렀다. 무슨 눈 밑이 검어진 게 판다 수준 아닌가.

“너 밤새웠니?!”

“어… 그런 것 같은데요. 지금 몇 시예요?”

“지금 18시 32분.”

“아…”

멍하니 잠시 서 있다가, 느적느적 걸어와 수저를 놓는 수연. 혜인은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뭐, 젊으니까 하루쯤 밤새워도 되긴 하겠지만…

“맛있게 드세요.”

“어, 너도 맛있게 먹어.”

이제는 없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가 된 식사 인사. 수연은 언제나처럼 밥숟가락을 떠 눈앞의 음식을 기계적으로 섭취해 나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혜인은 입을 열었다.

“어제 말했던 일정… 그거 될 것 같니? 힘든 거 아니야?”

“음…”

그 말에 수연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손을 쫙 펴 손가락을 하나둘씩 접기 시작했다. 왠지 아날로그적인 귀여운 행동에 혜인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안, 그녀의 딸이 머리를 살짝 꼬며 말했다.

“힘들 것 같지는 않아요.”

“고경민 부장님이 6개월 말씀하시긴 했지만, 굳이 그렇게 빡빡하게 안 지켜도 되니까. 알잖아? 엄마가 사장인 거.”

엄청나게 피곤해 보이는 수연을 보며, 혜인은 그렇게 말했다.

회사도 사업도, 물론 이익 극대화 및 기업 확장을 위해서 벌인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몇 년 동안 넓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녀의 딸을 위해 시작한 것들이었다. 무리한 일정을 통해 사업이 성공해 봐야, 그녀의 딸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괜찮아요. 일정이 약간 빡빡하긴 하지만… 그 정도야 뭐.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래…”

그 말을 마치고 수연은 다시 수저를 들었다. 다시금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끝난 식사. 딸이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동안, 혜인은 문득 하나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작업하는 건, 원래 쓰던 곡을 쓰려고 하는 거니?”

“아니요. 지금 미리 만들어놨던 곡은 선공개 싱글에 안 맞아요.”

“왜?”

대답 대신 맥심 커피믹스 2개를 타 넣고는, 믹스 봉투로 커피를 휘휘 젓는 수연. 두어 번 탁탁 친 후 봉투를 버린 다음에야 수연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타이틀 곡이라던지 선공개 곡이라던지… 그런 곡들은 사람들이 듣기 편한, 확실히 대중적인 곡을 선호해요.”

딸의 설명이 이어진다.

따로 타이틀 곡이라는 개념이 없이 리드 싱글과 싱글 컷을 통해서 앨범 활동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앨범 내에서 1~2곡 정도만 타이틀 곡으로 선정하여 활동한다.

그런 만큼 타이틀 곡은 다른 곡과 다르게 대중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듣자마자 ‘이 밴드/가수/아이돌/기타 등등… 곡 좋은데, 다른 곡도 들어볼까?’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곡.

이는 반대로 말하면, 타이틀 곡을 제외하면 앨범 내의 곡은 대체로 좀 자유로운 분위기로 만든다는 것이 된다. 즉 현재 앨범에 들어갈 곡 중 타이틀 외의 다른 곡은 완전 대중적이라거나 하는 곡은 아니다… 라는 수연의 설명.

“그런 곡들은 선공개 싱글이라고 하면 아무런 소득 없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곡들이니까… 선공개 싱글을 내는 의미가 없죠. 그러니까 새로운 곡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게… 괜찮니? 가능할 것 같아?”

“괜찮아요.”

그녀의 걱정에 수연은 희미하게 웃었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아무런 우려나 걱정도 들어가지 않은 그런 웃음.

“멜로디는 찍어놓은 거 많아요. 시간 날 때 만들어놓은 것들… 그런 것 중에 이번 앨범이랑 어울리는 곡으로 해서, 좀 다듬고 편곡도 좀 괜찮게 해서 만들면 되니까.”

그리고 수연은 머리를 반쯤 위로 쓸어 넘겼다. 긴 머리칼이 손에 밀려 바스스 부서지며 그녀의 얼굴이 확연히 드러났다. 분명 피곤해 보이는, 살짝 초췌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할 일을 다 했다는. 혹은 이미 모든 걸 끝냈다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머무는 얼굴.

“기대해 보세요. 엄마가 들어도 계속 들을 수밖에 없는… 이게 만약 어머니의 딸, ‘하수연’이 만들지 않았더라도 듣게 되는. 그런 곡을 만들어서 들려드릴 테니까요.”

그녀의 딸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혜인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흐뭇하게 웃었다.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만.”

그는 손을 올리며 마이크에 말했다. 바로 멈추는 노래.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스피커를 통해 그의 목소리가 녹음실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내가 아까 그랬잖아. 너 지금 자꾸 노래를 하려고 하고 있다니까. 왜 자꾸 사운드를 올리고 있어?”

“아니, 이게 노래가 하다 보면…”

녹음실 내에서 반박하는 이서. 하지만 그는 바로 그 말을 끊어버리며 마이크를 계속 잡았다.

“왜 소리를 낮추라는지 내가 설명을 해 줄게. 부르는 사람 입장에서야… “우어우엉ㅇ엉어어어~~!” 막 이렇게 부르고 싶겠지. 그런데 생각을 해 봐. “지금 여기——!! 에—!! 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

순간적으로 드높이 올라가는 목소리. 시원시원하게 치고 올라가는 음에 다들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명전은 전혀 만족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번 두번이야 괜찮은데, 너 같으면 이렇게 감정 힘 빡 주고 부르는 노래를 계속 듣고 싶겠어? 그런 노래가 땡길 때는 있는데 스트리밍에 넣고 계속 돌리지는 않을 거잖아.”

“어… 그렇긴 하네.”

“그리고 계속 강조하는 게 지금 우리 노래가 밝은 노래잖아. 그러면 웃는 느낌으로 노래가 들어가야 해. 뭔 말인지 알지? 볼륨 다운 하고. 살짝 웃는다는 느낌으로. 조곤조곤 말하듯이. 그럼 다시 가보자.”

“힘들다.”

녹음 1일 차가 끝난 후.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 상태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이서를 그는 호쾌하게 밟고 지나갔다. “억!”이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이서를 무시한 채로, 그는 디카페인 커피를 내렸다.

“보컬 녹음 하루 했는데 힘들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냐. 지금 진행 상태 보면 3일은 해야 할 것 같은데.”

“… 진짜?”

“당연히 진짜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리 쉬는 이서. 그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바깥은 어둑어둑해지다 못해 별이 빛나고 있다.

녹음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동안 쉰 까닭인지 합주 템포를 맞추는 데만도 몇 시간. 합주를 통해서 완벽하게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만 해도 며칠. 그리고 그 실력을 토대로 악기를 녹음하는 데에도 며칠.

그동안 그는 앞으로 3년은 마음고생을 안 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겪었다.

악기 디렉팅 중간에 질책을 듣고 수그러든 아이들을 다시 달래고, 이상한 식의 연주를 하면 다시 호통을 치고. 괜히 예술성 발휘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고, 나름의 개성은 살려야 하니까 너무 정석대로 연주하지는 말라고 하고.

그러면서도 녹음 과정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통해 편곡을 손보고, 수정하고. 그러다 보면 다시 재녹음을 떠야 하는 일이 생기고. “왜 다시 녹음해야 하는 건데? 그냥 가면 안 돼?”라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아이들을 밀어붙이고. 현아는 중간에 울면서 녹음실을 나가버릴 정도로 험난한 과정이었다.

Brian Wilson의 심정이 이랬을까…’

물론 앨범을 40년 동안 고쳤다는 그 광기에는 미치지 못하겠지. 그가 겪은 일은 Smile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의 ‘가장 보통의 존재’에도 비기지 못할 일이었다. 앨범 연기를 다섯 번을 하고, 한 곡의 믹싱을 11번을 했다는 음반.

하지만 왠지 그 심정 자체는 이해할 것 같았다. 키보드는 파트 수정과 재녹음을 합쳐 거의 열 번 정도 녹음을 떴다. 오죽하면 현아가 녹음실에서 뛰쳐나갔을 때, “연수, 지금 현아 언니가 너 보면 더 울 테니까 그냥 내가 갈게.”라며 이서가 갔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노력한 보람은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해요…”

그의 물음에, 연습실 구석에서 자기 파트를 혼자 연습하던 현아가 말했다. 초췌해 보이는 얼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는 시기라는, 인생 최고의 황금기에 음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키보드, 진짜 잘 녹음됐어.”

“…그, 그렇게 말해놓고도… 녹, 녹음 한 번 더 했잖아, 요…!”

“아니, 뭐 더 좋은 게 떠오르는데 어떻게 하나. 아무튼 뭐…”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MV의 제작사는 이미 결정되었고, 어떤 컨셉으로 제작이 될지도 얼마 전에 제안서가 왔다. 며칠 후면 촬영에 들어갈 것이고, MV와 무대 등에 활용할 의상도 이번 주 내로 배송이 될 예정.

“이번 곡은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에는 진짜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그가 평소에 즐겨 쓰던 블루스 스케일에 기반한 코드가 아니라, 머니 코드(Money Chords. 히트곡들이 많이 사용하는 코드)를 사용하여 만든 곡. 길이는 3분가량. 듣자마자 확 귀를 잡아챌 수밖에 없는 중독성 있는 베이스 리프.

주위의 반응도 좋았다. 그의 친구, 이서와 서하, 현아, 혜인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이게 이번 신곡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야, 이거… 칼 단단히 갈았네. 귀에 막 꽂히는 거 보면 이번에 한번 차트 등반해 보겠다. 작정한 것 같은데. 맞아요?”]

“맞습니다. 이번에 일 한번 내봐야지요.”

테일러드의 김철연뿐만 아니라, 음대 교수인 채호근, 세션 기타맨 임준홍, 발라드 가수 주현, 라디오의 최수경, 그 외 기타 등등… 수많은 음악 관계자에게 곡을 들려주었을 때도, 호평밖에 나오지 않은 곡.

“조금만 더 고생하자. 부와 명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너무… 속물… 아닌가요…”

그런 현아의 말에 그는 슬쩍 현아를 째려보았다. 히에엑, 하는 소리와 함께 현아는 다시 키보드에 머리를 박고 연습을 시작했다.

뭐, 아무튼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아, 존나 재미없네. 뭐 재밌는 거 없냐?”

그녀의 친구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옆에서 쓱 봤더니, 인스타 영상을 보고 있었다. 재미없는 건 쓱 내리고, 재미있는 건 한 10초 보고.

“미친 도파민 중독년.”

“뭐래, 지도 그러면서.”

그 말에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시발…’이라 중얼거리며 유튜브를 열었다. 인스타도 지겹고, 틱톡도 지겹다. 유튜브는 다른가? 유튜브도 사실 지겹다. 인스타틱톡유튜브 무한으로 3개를 돌려가면서 그냥 카페에서 시간 낭비나 하고 있는 신세가 바로 그녀였다.

“아, 시발 오늘도 이러다 시간 다 가네.”

“그럼 공부하러 가든가.”

“응느금마요~”

그녀의 친구는 그 말에 중지를 들어 올려 그녀의 얼굴에 디밀었다. 손을 휘둘러 치워버려도 다시 한번 더 돌아오는 중지. 이빨로 물어버리니 “미친년아!!” 라는 욕설이 돌아왔다. 카페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시선은 금세 사라졌다.

“아오 씹련.”

친구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그녀는 유튜브 메인화면을 쳐다보았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음악이나 들어야겠다.’라고 들어간 유튜브 뮤직.

그녀는 관성으로 [둘러보기]를 누르고, [최신]을 눌러 최신음악으로 들어갔다. 딱히 달라진 것 없이 어제와 같은 음악 리스트… 라고, 생각했는데, 리스트 하단에 못 보던 이름이 하나 박혀 있었다.

“야, 너 그룹 사운드라고 들어본 적 있냐?”

“어… 들어본 거 같은데.”

카페 소파에 누워 인스타로 무한 도파민 공급을 받고 있던 친구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친구에게 유튜브 뮤직 화면을 보여주었다. 선명하게 박혀 있는 곡명.

[공중정원 | Group Sound | 4.4천 회 재생 | 공중정원 | 3:41]

“얘네… 어… 그… 오디션! 오디션, 그… 어쩌고 우승했다던 애들인 거 같은데. 락밴드, 학폭, 오디션 어쩌고저쩌고… 아닌가? 맞나?”

“학폭?”

아니 그런 재미있는 일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넷을 바로 켜서 찾아보았다. 그룹사운드 학폭. 나온 것은 별로 재미없는 결과였다. 친구에게 사과, 모두가 다 받아줌, 학폭 누명, 쌍방 폭행 기타 등등.

“아 뭐야. 그냥 지들끼리 치고받은 거라는데? 존나 노잼이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어떤 애들인지 면상이나 보려고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와 시발, 존나이뻐.”

“뭐? 뭐가 이쁜데… 헐 미친. 대박.”

차가운 인상. 저 멀리 너머를 보는 듯한 표정의 사진. 그녀는 기사에 올라온 사진을 흘린 듯이 쳐다보다가, 바로 유튜브 뮤직을 켜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재생되는 음악. 리듬감 있는 드럼, 그 이후로 흘러나오는 베이스 리프는, 손가락이 저절로 탁자를 톡 톡 치게 했다. 아직 곡이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이 곡과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