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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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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음식/요리

그것은 어지간해선 시도할 엄두조차 못내는.

그렇다고 완식에 선공하는 이도 드문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영상으로나마 수십 kg인 통구이를 보며 눈을 반짝거리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적인 만화 고기 같은 거대 음식에 호기심을 품는 것은 당연.

샌드위치 또한 얼마든지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두껍고 기다란 샌드위치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은 카렘 또한 같았다.

그리고 바보의 황금빵(Fool's Gold Loaf)는 그런 카렘의 로망을 충실하게 달래주는 샌드위치였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두꺼운 빵.

그 속을 파내어 포도잼과 땅콩버터를 한 통 다 넣고 그사이에 바싹하게 구운 베이컨을 수십 장 넣은 샌드위치.

비록 땅콩버터가 없어서 아몬드로 비슷하게 재현한 아몬드 버터가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맛 하나만큼은 카렘도 장담할 수 있었다.

달콤한 포도잼, 짭조름하고 바삭한 베이컨, 고소한 아몬드 버터.

달콤짭짤한 맛에 더해진 고소함은 진리를 뛰어넘는 맛을 지녔다.

"음! 보통 샌드위치는 크기만 작아서 감질나던데, 이건 큼지막한 게 아주 만족스럽군."

"아...."

캐서린의 곁에 앉은 구출대의 책임자.

자이언트 처칠의 이름답게 거대한 손에 붙잡혀 눈에 띄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비록 요리 시간은 짧았지만) 공을 들인 음식이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허망함을 느꼈다.

"꼬마. 꼬마! 뭘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거냐."

"아, 죄송합니다."

독촉하는 말에 화들짝 제정신을 차린 카렘은 얼른 (자이언트가 집어 들기 전에 미리 잘라놓았던) 바보의 황금 빵 조각을 들고 캐서린에게 내밀었다.

한입 베어 물고, 입안에 퍼지는 맛의 조화에 미소지었던 캐서린은 곧바로 내용물을 씹어 삼켰다.

"그래서, 처칠 경.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구출대의 지휘자가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거지?"

캐서린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자고로 권력자의 발걸음은 무거워야 하는 법.

그런데 카렘이 생각하기엔 그동안 캐서린은 자주 여기저기 움직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야 사정이 사정(일손 부족, 긴급 상황 등등)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자고로 권력자란 발걸음과 손짓 하나에조차 숨겨진 의미가 담기는 법.

캐서린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응? 그냥 아타니타스공의 요리사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한번 슬쩍 와본 것인데."

그런 건 없다.

세상에는 간혹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파천황이 있는 법.

자이언트는 태연하게 마지막 샌드위치 조각(라고 해도 캐서린 몫의 것보다 한참 더 큰)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답했다.

"무, 뭣."

그 단호하기 짝이 없는 말에 캐서린도 당황했다.

그녀의 오랜 직감과 경험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층 더 당황하는 것이 당연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음? 반대로 물어보겠네만."

"뭘 말이냐."

"굳이 안 그럴 이유라도 있나? 듣자 하니 고드윈 공자님도 종종 방문한다 들었네만."

우리 귀염둥이 막내 공녀님도.

라고 덧붙이니 캐서린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입을 다물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풍채를 위엄 넘치게 부풀리는 고드윈과 마법사의 탑에 설치된 최신 보안체계를 뚫고 출현하는 알리시아는 이젠 마법사의 탑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 오래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거기 카렘이라고 했지?"

"넵. 그렇습니다. 처칠 경."

"그래. 이 샌드위치 빵의 이름은 뭐지?"

"바보의 황금 빵입니다."

"흐음? 이 맛있고 큼지막한 샌드위치가 하필 그런 이름인 거지?"

그 질문에 카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야 바보나 아니고서야 한 번에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샌드위치인데 또 맛은 있으니 그런 게 당연하겠지.

"그야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 거대한 샌드위치를 한 끼에 전부 다 먹어치울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런 이름이겠지."

캐서린의 명쾌한 답변에 카렘은 흠칫했다.

설마 내 마음을 읽은 건 아니겠지?

물론 그건 아니었다.

그저 캐서린도 카렘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에 불과했다.

"으음, 그거 왠지 나를 콕 집어서 말하는 것 같네만."

"난 특정한 누구라고 콕 집어서 말한 적이 없는데."

캐서린은 카렘을 재촉해 다시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먹었다.

"그래서, 정말로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그거 하나뿐이라고? 그냥 내 전속 요리사가 한 요리를 맛보고 싶어서?"

"으음, 사실은 한가지 이유가 더 있기는 한데-"

"흠, 좋아. 드디어 진지한 이야-"

처칠 경-

돌연 숙소 바깥에서 어렴풋한, 하지만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차 자이언트의 성을 연신 부르며 그를 찾고 있었다.

"아뿔싸-. 여기까지 찾아오고야 말았는가."

태연하게 손바닥에 묻은 가루를 접시에 탈탈 털던 처칠은 당혹스러웠는지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하지만 소드마스터에 걸맞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숙소의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내가 여기 왔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주게!"

그리고 그대로 창문 너머로 나가버렸다.

한순간에 벌어진 그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태.

카렘도 캐서린도 무심코 서로를 돌아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서로를 향해 시선으로 물었다.

똑똑똑똑똑-! 똑똑똑똑똑-!

이내 누군가 문을 정중히, 하지만 빠르게 반복해서 두드리자 카렘은 시선을 돌리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좋은 오후이네!"

"리무스님?"

"그대는 그 유명한 요리사 카렘이로군!"

자이언트의 종자 리무스에게 마주 인사한 카렘은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실례하게 되었군. 미안하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음! 혹시 여기로 처칠 경이 도망-실례. 방문하셨는가?"

"오."

그제야 카렘은 자이언트가 방문했던 진짜 목적을 깨달았다.

그리고 슬쩍 숙소 안쪽의, 테이블에 앉은 자기 고용주를 손바닥으로 공손하게 가리켰다.

"아타니타스님? 리무스님께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님이라니. 그냥 리무스라고 불러주시게."

그리고 캐서린은 그걸 받아서 그대로 숙소의 한쪽.

구체적으로는 조금 전에 활짝 열린 창문을 향했다.

창문의 커튼이 리무스를 향해 아련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뿔싸! 한발 늦어버리고야 말았는가!"

"조금 전까지 저기 앉아서 아타니타스님의 간식을 뺏어 먹으셨지요."

"음, 종자인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이 무례에 대-"

"아니, 대체 무슨 상황인 겁니까?"

그 말에 카렘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은 리무스의 얼굴은 10년은 폭삭 늙어버리며 주름이 생겼다.

"후우, 정말 실례되는 말이지만, 처칠 경은 속되게 말해 머리 쓰는 일은 참모와 부하들에게 떠넘기시고 탈주하셨네."

"무, 뭣."

"그러면 나는 처칠 경을 추적해야 해서. 이만 실례하겠네. 아타니타스님. 실례했습니다."

카렘에게 한 번 꾸벅.

캐서린에게 한 번 꾸벅 머리를 숙인 리무스는 과연 자이언트의 종자답게 그와 같이 한 줄기의 바람처럼 재빨리 움직였다.

굉장히 독특한 주종관계라고 잠시 생각하던 카렘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떨떠름하게 창문까지 닫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뭐, 소드마스터는 저런 겁니까?"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말아라. 전에 그 용병도 태도가 가벼워서 그렇지 저만큼은 아니었잖냐."

"그으랬었죠?"

"그래. 그러니 샌드위치나 마저 먹어야겠다."

카렘은 곧바로 방치되어 있던 샌드위치를 캐서린의 입가로 가져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어라, 이거 생각보다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니지 않아?

따지고 보면 툭하면 서로 마법을 갈기는 캐서린과 올리비에.

두 경우와 비교해보니 고든이나 처칠 경도 별로 특이할 건 없었다.

드디어 스스로 납득한 카렘.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손수건을 들어 캐서린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털어냈다.

구출대의 총대장이 회의를 탈주하는 찐빠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하지만 임무 자체는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구출대의 목적이 그 무엇보다도 명확했거니와, 알프레드도 딱히 자이언트가 구출대를 지휘할 거라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프레드가 무려 소드마스터인 자이언트 처칠 경을 구출대로 편성한 이유는 구출대를 지휘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명목상 구출대장인 것은 지위가 높고 실력이 뛰어나서였다.

오로지 그 무력 하나 때문.

지휘를 잘 해서가 아니라.

즉, 실질적으로 구출대는 참모들에 의해서 굴러갔다.

딱히 막히는 일도 없었다.

참모들의 작전은 모두 자이언트의 이름으로 실행되었기도 하고.

원래 높으신 분이 없더라도 굴러가는 것이 현장 일이었으니까.

자이언트와 달리 캐서린은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틈은 없었다.

블랙우드 마을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툭하면 이쪽 영주가 초대하고, 그다음엔 저쪽 영주가, 어느 날엔 한 귀족이 작은 연회를 벌이니 초대장을 보내오는 등.

이번에도 초대받았던 캐서린은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분위기를 살피다 숙소로 돌아오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귀찮으시면 그냥 거절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내일부터는 그럴 생각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캐서린은 그녀가 받은 선물을 대신 들고 있는 카렘을 흘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이쯤 만났으면 적당히 만나볼 만한 이들은 다 만났으니 이후엔 초대를 거절해도 상관은 없을 거다."

"그러면 이후에 초대장이 오면 적당히 거절할까요?"

그 말에 캐서린은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말이 없어도 뻔했다.

캐서린이 이렇게 귀족들의 초대를 받고 이리저리 발품을 파는 이유는 몰랐다.

그녀의 지위는 알프레드의 직속 대기사장에 맞먹었다.

관습적으로 어지간한 백작보다도 지위가 높은데 그러면 초대를 거절해도 아쉬운 건 상대가 아닌가?

물론 그 사실을 캐서린에게 물어볼 만큼 궁금했던 것은 아니니 카렘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머릿속을 뒤적거렸다.

"아타니타스님. 간식으로는 단 게 당기십니까?"

"그래. 혀와 뇌가 녹아버릴 만큼 달았으면 좋겠다."

"음, 그 정도면 지금 있는 거로는 부족할 텐데. 또 창고에서 보급관을 털어봐야 하려나."

"굳이 그럴 것까지야. 숙소에 잔뜩 쌓인 선물을 뒤져봐라."

캐서린은 지팡이로 흙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그중에 분명 꿀이나 설탕이 있을 테니까."

"어, 아타니타스님의 선물요?"

"그래. 그 첫날부터 잔뜩 보내져 온 상자 무더기."

"그걸 제가요?"

남이 준거라지만 그래도 선물인데.

카렘은 그래도 되나 싶었다.

그렇지만 캐서린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확고했다.

그렇다고 하니 카렘은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뭐 랜덤 박스 가챠 대리를 맡았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그 이전에 선물로 식품이 들어있기라도 하면 캐서린이 건드렸을 때 순식간에 바스러지면서 사라질 테니까 캐서린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아아. 아? 아아아-"

"응? 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카렘은 왜 캐서린이 그렇게 귀찮다면서도 지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새벽부터 심야까지 초대에 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높으신 분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으레 대가가 와야 하는 법.

그리고 캐서린은 당연하게도 권력자들이 친해지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외교적 보물 그 자체였다.

아무렴 그녀는 아이스랜드에서 사실상 왕인 존재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인데 아이스랜드에서 살아가는 하위 권력자들의 생태야 뻔할 뻔 자였다.

웅성웅성-

그리고 카렘이 캐서린을 따라 숙소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와 비교적 가까운 목책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커졌다.

"흠, 뭔가 시끄럽군."

"마을 근처까지 몬스터라도 온 걸까요?"

"구출대의 그 많은 수색대랑 모험가 파티를 움직였는데요?"

"혹시 모르니 한번 가보지."

그동안 조용했는데 무슨 일이려나.

카렘은 호기심을 품고 캐서린을 따라 목책으로 향했다.

목책 위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그 위에 있던 병사와 용병, 모험가의 숫자도 상당했다.

그리고 캐서린을 알아본 병사들 덕분에 카렘은 그녀의 곁에서 목책이 분주했던 원인을 볼 수 있었다.

랄까.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무렴 정면의 숲이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요란스럽게 흔들리며 흐릿한 먼지가 피어오른다면야.

"몬스터의 습격일까요?"

"어쩌면. 그렇다고 내가 나설 일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어두운 숲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하나, 둘 정도가 아니라 무더기로.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달려오던 이들은 카렘이 서 있는 목책과 마을을 발견하고는 화색이 변하며 더욱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숲에서 튀어나오는 약간 더러워진 사제복을 입은 뚱뚱한 산타클로스같은 노인이 하나.

"저거, 아니 저분 아이오나님 아녜요?"

"저 육중한 몸매와 성성한 수염. 확실히."

그리고 카렘은 경악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막 숲에서 나온 아이오나의 주먹이 얼음으로 뒤덮이더니, 그대로 옆에 있던 나무를 붙잡았다.

그리고 끙차.

뿌리 채 뽑아 넘어뜨렸다.

"어? 잠깐? 어어?"

"몸과 나이가 저래도 삼신교의 장로라는 것이겠지."

"고작 그걸로 설명됩니까!?"

"그러면 한 종교의 장로 자리를 어떻게 정치질과 금권으로 후려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도시 밖에서는 법보다 도끼가 앞서는 이 척박한 아이스-"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는 반 토막 나 땅으로 추락.

그 사이로 롱소드를 들고 뛰쳐나온 남자는 카렘이 잊을 수 없는 은인이었다.

"잠, 저기 저 고든 아닙니까?"

"돈이라도 벌려고 왔던 모양인데. 그나저나 이 소란의 주범이 등장하는군."

드드드드드-

그리고 카렘과 목책에 있던 모두가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발걸음 소리였다.

그리고 숲 위로 떠오르는 먼지구름이 생명체들의 규모를 짐작게 했다.

그리고 얼마 거대한 스웜이 숲을 뛰쳐나왔다.

곰 만큼이나 육중한 덩치와 그만큼 두터워 보이는 모피.

말 만큼 빠르진 않지만, 곰만큼 육중한 무게에서 오는 위력적인 돌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고목을 부러트릴 것 같은 두껍고 넓은, 전선의 노를 뚝 떼어다 놓은 것 같은 검은 꼬리.

그리고 조악하기 짝이 없는 돌창을 앙 물고 햇빛을 받아 위협적으로 빛나는 거대하고 네모난 이빨.

"어, 곰비버?"

"그리즐리 비버! 그런가, 지금 시기가 그런 건가!"

"어, 네? 뭐라고요?"

그리즐리 뭐?

매우 위협적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단어가 공존하는 이름.

뭔가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눈앞의 광경은 현실이었다.

가장 먼저 나왔던 그리즐리 비버가 창을 쥐고 블랙우드 마을을 가리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아니 그걸 신호로.

수십, 그 뒤로 숲에서 뛰쳐나오는 더 많은 그리즐리 비버가 제각기 조악한 석제 무기를 들고 돌진했다.

바람을 타고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