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날씨는 점차 추워져만 갔고, 콜던과 윈터홈의 사람들도 점점 분주해졌다.

물론 그와 한 발자국 동떨어진 카렘은 마법사의 탑에서 일상을 충실히 보내고 있었다.

봉급도 캐서린을 통해서 나오고, 고용 계약도 캐서린에게 개인적으로 고용된 탓이고, 직접적인 상급자라고 할 법한 존재도 캐서린밖에 없었으니 참으로 캐서린 만만세였다.

하물며 모든 요리 초보자/숙련자들의 주적인 뒷정리조차 선배인 메리 덕분에 카렘에게 넘쳐 흐르는 것은 시간이었다.

아니, 오히려 전 현생을 포함해 이렇게까지 시간이 넘쳐 흘렀던 적이 없어서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했다.

사람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는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한 것이 현실!

전생에서는 틈틈이/작정으로 즐기던 요리를 하기 위해 식재료와 조리기구를 사기 위해서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현생에서는 오히려 요리는 무슨 살기 위해서 맨바닥을 굴러다니며 발악을 하는 동안 요리는 쳐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오히려 이전의 감각이 사라지지나 않아서 다행이지.

채소는 넘쳤지만 정작 단백질이 부족해서 기회만 된다면 곤충이랑 뱀, 쥐 따위나 구워 먹었었는데.

그런데 정작 돈도 시간도 주어지자 카렘의 마음은 긴장이 풀려버려 공허함을 느꼈다.

이것이 복수만을 생각하던 복수자들의 심정인가!

좀 극단적인 단어 선택이었지만 카렘은 그럴듯하다 여겼다.

정작 목표를 위해 아득바득 살아남아 탈출했지만 얼떨결에 고용되어 목표를 이루었고 짧은 시간 사이에 상황이 갑자기 확 변하니, 소년의 마음은 심숭생숭했다.

뭐, 그래도 마음을 따라 멍하니 시간을 때울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대가를 받고 있으니 따지자면 카렘은 프로였다.

감정으로 업무에 지장이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무엇보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장벽을 내리지 않는 메리에게 틈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카렘은 지금 현재의 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타니타스님. 이번에는 어떤 간식이 드시고 싶습니까?"

"음, 점심에는 거친 것을 먹었으니 좀 부드러운 것을 먹고 싶은데."

"부드러운 거라면. 이전에 드셨던 카-"

"카스텔란이라, 아니 그보다는 다른 걸 먹고 싶은데."

"아니, 카스텔란이 아니라 카스테-어휴. 네네."

카렘은 결국 카스텔란이 되어버린 카스테라의 명칭 정정하기를 포기했다.

"흠, 좋아 결정했다."

"예."

"뭔가 새로운 것으로 날 놀라게 해 보아라!"

"아타니타스님. 대체 그게 무슨 말이랍니까."

평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던 고용주가 끔찍한 주문을 내놓았다.

어쨌거나 상급자가 막연한 주문을 요구했다.

피고용자인 카렘으로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뭐, 까짓거 못 만들 것도 없지.

막연한 요청에 카렘은 당황했지만, 조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부드러운 것을 먹고 싶다는 구체적인 요청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를 쥐어짜야 할 판이었다.

사람의 인식 덕분에 20세기 초나 되어서야 발명됐지만, 재료는 무척 간단했다.

집에서조차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요리에 대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귀찮음 탓에 보통 만들기보다는 사 먹는 물건.

푸딩의 대명사.

카렘은 커스터드 푸딩을 만들 준비를 했다.

바닐라가 없어서 아쉽지만 일단 달걀, 우유, 설탕, 물에 섬세한 감각만 있다면 시간이 좀 들 뿐이지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아니, 식히는 시간을 뺀다면 여타 다른 디저트들보다는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커스터드 푸딩이었다.

우선 물과 설탕을 넣고 졸여서 만든 갈색 캐러멜 소스를 용기 대용으로 쓸 버터를 골고루 바른 구리컵에 깔아주고, 그 위로 우유에 달걀을 완전히 섞어서 체로 여러 번 거른 푸딩액을 컵 높이에 맞는 용량을 맞춰 투입.

이후에는 중탕으로 잠시 구워주다가 미리 예열한 오븐으로 옮겨 구워줘야 했다.

"그래서, 메리 선배?"

"무엇입니까. 카렘 후배. 설마하니 벌써 다 끝난 겁니까?"

인기척. 어느새 주방에 들어온 메리가 카렘의 옆에서 오븐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 들어왔던 겁니까?"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카렘이 벌려 놓은 주방을 정리했는지 그 잠깐.

찰나밖에 안 되는 사이에 주방은 최상의 상태로 깨끗해져 있었다.

"그래서, 카렘 후배. 이 오븐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이름은?"

"어, 커스터드 푸딩입니다."

"...푸딩?"

오랜 세월 동안 브라우니로서 다양한 계약자를 만난 메리는 당연하게도 다양한 요리를 할 줄 알았다. 그런 그녀에게 푸딩이란 속된 말로 짬처리 음식이었다.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조차 없는 먼 옛날부터 오래된 빵을 처리하기 위해 우유, 달걀 및 기타 재료를 비벼 틀에 넣고 오븐에 구워서 바로 먹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방식.

이른바 브레드 푸딩이었다.

단, 세오폰 왕국의 푸딩은 육즙에 절여서 구운 빵 비슷한 것이기는 했지만.

여튼.

"저게 푸딩이라는 말입니까?"

"그럼 뭐가 푸딩이라는 거죠?"

"아니..."

아무리 봐도 푸딩으로 안 보이는데? 아니, 그 전에 커스터드? 저 안에 든 게 커스터드라고?

아리송한 메리의 반응을 카렘은 이해했다.

빵을 활용한 원시적인 푸딩, 브레드 푸딩은 최소 고대 로마, 아니면 그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을지도 모르며 커스터드 또한 마찬가지.

그리고 커스터드 푸딩은 그 두 종류의, 어쩌면 최종적으로 한층 더 발전시킨 형태.

결국, 브레드 푸딩이란 전부 다 까놓고 말해 우유와 설탕으로 맛과 양을 불려 달걀로 빵과 재료를 접착시킨 요리. 재료만 수정하면 커스터드 푸딩이었다.

원리 자체는 간단했다.

달걀을 변형했든 아니든 충분히 가열시켰을 때 형태가 고정되는 특징을 활용하는 것이 끝.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에 달걀을 충분히 풀어준 다음 가열하면 형태가 고정되는 것이 커스터드 푸딩의 원리였다.

여기서 달걀을 젤라틴으로 바꾸면 바로 현대에 널리고 널린 속이 투명한 푸딩이 완성되는 것이고.

"뭐, 발상의 전환이죠. 달걀은 익히면 굳잖아요? 그러면 굳이 빵을 넣을 필요는 없겠죠?"

“...그렇군요. 따지고 보면 파이 시트에 채우는 커스터드의 재료도 달걀. 그리고 달걀은 형태에 따라 프라이, 오믈렛도 될 수 있으니까.”

"어, 생각보다 빨리 받아들이시네요."

브라우니는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른가? 메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코를 치켜세웠다.

"이래 보여도 수십 년 이상 글러 먹은 계약자만을 찾아다녀 뒷바라지해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 브라우니인 몸이니 당연한 말을 하는군요."

"하긴. 사람의 취향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있다고 하니까."

"네. 정확하군요. 참으로 다양한 취향의 계약자들이 있었죠."

"으음?"

뭔가 나쁜 기억이라도?

오븐을 들여다보던 메리는 와락 얼굴을 구겼다.

"...예. 다른 건 다 좋아도 하나같이 죄 식사 준비하는 보람이 없는 계약자들이었어요."

"어떤 의미로 말이죠?"

"맛있는 음식은 영혼을 나약하게 만든다며 다시 만들라는 건 차라리 양반이지. 식사보다는 연구가 더 중요하다며 틀어박혔다가 굶어 죽은 계약자도 있었죠."

"어..."

카렘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수 시간을 들여 열심히 준비한 요리들. 돌연 취소되는 약속들, 혹은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자는 친구들.

요리하는 사람의 기쁨이란 비단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여 그들이 요리에 감탄하는 것도 포함된 것을 생각한다면 심히 끔찍한 일들이었다.

하물며 카렘에게는 고작 요리 하나뿐이지만, 메리는 요리를 포함한 집안일 전반을 총괄하는 집요정 브라우니. 당연히 카렘보다 느끼는 허탈함과 불쾌함은 더 할 터였다.

"거참 대접하는 보람이 없는 계약자들이었네요."

"카렘 후배. 배려는 받도록 하지요. 후, 굴러들어온 돌이지만 그것만큼은 높이 사겠습니다."

"아니, 당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걸 그렇게 대놓고?"

"그럼. 굴러들어온 돌이 아니란 겁니까!"

획! 메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렘을 쳐다봤다.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글러 먹은 계약자를 만나 한창 즐겁던 와중이었는데, 잠깐 안 본 사이에 더 뛰어난 요리사를 데려오다니! 요리밖에 못하면서!"

"요리사가 요리를 잘해야지 그러면 빨래를 잘 할까요?"

"크읏, 주방 뒷정리도 깔끔하게 못 하는 주제에...!"

"아 그래서 세 끼 식사는 마음에 드셨다고요?"

그건-.

획! 정곡을 찔린 메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대각선 위로 향했다.

그야 어쨌건 남이 해준 음식을 먹을 일 자체가 없던 그녀도 매 끼니가 기대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박힌 돌을 침묵시킨 카렘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오븐을 열었다. 구리컵에 담긴 커스터드 푸딩들이 모락모락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풍겨오는 부드러운 우유와 달콤하게 가열된 설탕의 은은한 냄새에 먼 허공을 쳐다보던 메리가 슬쩍 고개를 돌려 관심을 보였다.

"...카렘 후배. 그냥 이 상태 이대로 먹는 겁니까?"

"이대로 먹기에는 너무 뜨겁죠. 이걸 식히고 나서야 완성이에요."

"후배.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메리의 말은 정확했다.

커스터드 푸딩을 요리하는 동안 어느덧 캐서린의 간식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한가하게 뜨거운 오븐에 들어갔다가 나온 구리컵이 차갑게 식기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카렘은 집게로 조심스럽게 나무 쟁반에 옮겼다.

"그건 아타니타스님한테 부탁을 드려야겠죠."

"부탁? 아."

"그분의 마법이라면 눈 깜빡할 사이에 식겠죠?"

고작 디저트가 담긴 구리 잔을 식히는데 고용주를.

하물며 대마법사를 부려먹겠다니.

제정신인가!

라고 할 수도 있으나.

"크흠, 이 뜨거운 걸 식혀야 완성된다는 겁니까?"

"네. 이대로 퍼먹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식히는 게 거의-"

"그러면 뭘 기다리는 겁니까."

카렘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메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접시와 식기가 담긴 쟁반을 왼손에, 구리컵들이 올려진 쟁반을 오른손으로 들었다.

"계약자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바로 가도록 하죠."

"아이고. 들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선배님."

"흥, 오해하지 마시죠. 이건 어디까지나 계약자의 간식 시간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먹을 간식이 기대되는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잘도 믿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렘은 그녀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군말하지 않고 척척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주방을 벗어나 이제는 익숙한 넓은 복도를 걷는 그때, 돌연 앞서가던 브라우니가 제자리에 멈춰섰다.

"음?"

"메리 선배? 갑자기-"

"손님께서 방문하셨군요."

"이렇게 갑자기요? 미리 연락도- 아니 잠깐, 께서?"

"저길 보세요."

양손이 가득 찬 메리는 고갯짓으로 정면의 복도 좌측 구석 커튼의 뒤를 가리켰다.

"알리시아 공녀님이십니다."

"공녀님!?"

자료첨부

-커스터드 푸딩-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