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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식사 및 간식 시간을 방해받은 캐서린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캐서린도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파발에 적혀있던 양피지, 명령서의 내용은 매우 간결했다.
상황이 어찌나 급했는지 그 흔한 미사여구조차 없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펠윈터 가문에 속한 영지들을 순회하던 아이오나가 몬스터의 대군과 맞닥뜨렸고, 후퇴 중이라는 것.
그 때문에 급하게 구출대를 편성할 테니 캐서린 본인과 함께 탑의 마법사를 일부 차출하라는 명령.
거기에 언제까지 구출대를 편성하고, 대의 장은 누구고 하는 등등의 당연하지만, 캐서린의 주군인 알프레드의 명령서였다.
아이오나가 펠윈터 령에 속한 영지를 순회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펠윈터 가문의 가주, 아이스랜드의 공작의 발걸음은 무거운 법.
아이스랜드 공작을 대리해 알프레드의 가신인 아이오나가 가문의 시종장으로서 대리하여 움직이는 일은 당연했다.
하물며 펠윈터 가문의 가장 큰 재산.
영지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었으니까.
비단 아이스랜드가 아닌 에우로파의 귀족 대다수의 의례적인 업무였다.
이번 순회도 마찬가지.
물론 아이스랜드가 얼마나 넓다고 매년 순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올해 여름이 순회 및 점검, 확인하는 시기였을 뿐.
간식 시간을 다급하게 종료한 캐서린과 두 종자는 다급하게 방을 빠져나왔다.
"제기랄. 이런 일이면 안 움직일 수도 없잖아!"
"아이오나님이 호위대를 덜 데려간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무려 공작가의 시종장이다! 게다가 삼신교의 장로라고? 몸값이 얼마나 될 거라 생각하냐! 그런 사람이 덜컥 죽어버렸을 때의 여파는!"
비단 삼신교의 장로라는 위치를 제한다고 해도 공작 가문의 시종장이란 지위는 그 칭호에 붙은 단어의 가벼움과는 달리 한없이 무거웠다.
공작의 업무, 가문의 살림, 영지의 행정과 사법을 처리하며 주군의 일을 돕는 존재의 위치는 결코 낮은 위치일 수가 없었다.
명분만 있으면 백작 목도 물리적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데.
"공작 가문을 지탱하던 기둥 하나가 갑자기 꺾인다고 생각해보라."
"오."
"오는 무슨 오! 시종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혼란스러워질 영지는? 아이오나 장로가 처리하던 그 많은 업무는?"
"새로 시종장을 뽑기 전까지 아타니타스님한테도 역류합니까?"
"당연하겠지!"
캐서린은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단언했다.
"여유롭게 네 호신용 마도구를 몇 개 뒤져볼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움직일 때 절대로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
"어, 아타니타스님? 저도 따라갑니까?"
"그래. 너도 따라와라."
"계약자. 카렘 후배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메리는 무심결에 반박했다.
캐서린의 명령에 이견이 없고, 있어도 조금 투덜거릴지언정 따랐지만 이건 아니었다.
전멸 위기라면 어지간한 위급 상황이라는 것인데, 거기에 일반인을 데려가겠다니? 메리는 캐서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 안전이라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캐서린은 메리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그녀는 매우 찔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이성이 생각하기에도 카렘을 데려가는 것은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몸과 혀가, 본능이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아니지. 사실 귀족이 어딜 가든 그를 보조하는 사람들이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쟁터에서조차 귀족의 뒤엔 요리사와 시종, 디자이너 등등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고작 고작 시종을 겸하는 전속 요리사 하나를 대동하겠다는데 이 얼마나 소박하단 말인가.
"흠, 하긴 계약자도 계약자니 일반인 하나쯤이라면..."
그리고 다행히 메리는 캐서린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캐서린의 실력을 믿는 건지 알아서 이해해버렸다.
준비는 그야말로 일사천리.
순식간에 캐서린을 포함한 각기 다른 십 수 명분의 짐과 카렘의 짐을 꾸린 메리는 집결지로 떠나는 이들을 배웅했다.
양피지를 보지 않은 카렘은 집결지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평소엔 각 윈터홈의 각 구역에 흩어져있을 병사들이 모여 성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림짐작해서 병사들의 숫자는 지난겨울의 아이스웜 토벌 때보다 많았고, 성을 나서서 우당탕 합류하는 일꾼과 각종 수레, 마차의 수는 더욱더 많았다.
그 많은 사람이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아타니타스님. 집결지는 성 밖입니까?"
"그래. 상황이 긴급한데 광장에 모이라고 했다간 애먼 광장에 모여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병사들이 이렇게나 많은데요?"
"콜던에 모험가 길드 사무소가 몇 개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
카렘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정말로 몇 개나 있는지 몰랐기 때문.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가질 이유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둘이 합쳐서 못해도 십수 곳은 되겠죠?"
"잘은 모르지만, 그보다는 많을 거다. 어느 광장에서 모이라고 하는 것보다 가볍게 그냥 콜던 외성 정문 밖에서 모이면 간단하지."
캐서린의 말대로 성벽을 하나 지나면 지날수록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수레, 마차가 병사들의 행렬에 동참했고 이는 외성 밖으로 나갈 때까지 이어졌다.
수많은 병사와 모험가와 일꾼들이 고함을 지르고 걷어차였다.
구출대가 진형과 인원을 확인, 정비하는 난장판.
당연하게도 캐서린과 윈터홈의 마법사들(+카렘)이 그 대환장의 한복판에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캐서린은 마법사들과 함께 구출대의 인원을 제외하고 출입이 통제된 외성의 성문 한쪽 공터에 우두커니 섰다.
"아타니타스님."
카렘은 마법사 중에 껴있던 나르케와 말없이 손 인사로 안부를 물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어도 되는 겁니까?"
"흐으으으음."
"솔직히 시선이 부담스러운데요."
카렘은 그 대환장의 한복판에서도 점차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 이들을 바라보았다.
대다수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가만히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도 한둘이 아닌 열 명 이상의 군집이라면 시선이 안 모일 수가 없었다.
"아, 저기 오는군."
"예?"
"저쪽 말이다. 저쪽."
카렘은 캐서린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끝에는 카렘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중무장을 한 소년이 달려왔다.
"허억! 헉! 실례합니다! 화려한 호박 지팡이와 금실로 짜올린 비단결 같은 장발. 혹여나 최고 마법 고문이신 아타니타스님이 맞으신지 여쭈는 것을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는 구출대에 참가할 내 휘하의 마법사들. 이쪽은 내 전속 요리사다."
"옙! 고문님과 일행분들의 마차로 안내해드리라 이번 구출대의 장이신 처칠 경의 명을 받은 그분의 스콰이어 리무스입니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내인은 그 후로 입을 꾹 다물었다.
첫 만남이 강렬해서 수다쟁이인 줄 알았지만 리무스는 그 후로는 입을 꾹 다물고 일행을 혼란스러운 공간의 한쪽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마차들로 안내했다.
"이쪽 마차들이 고문님과 일행분들이 타고 가실 마차입니다!"
"흠, 다섯 대를 전부다?"
"비교적 작은 선두의 마차는 아타니타스님께서 탑승하실 마차입니다! 상황이 급한지라 모험가와 병사들의 집결이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하실 예정이라는 것을 전달하라는 명령 또한 받았습니다!"
아니면 그냥 할 말만 하는 성격인데 그 말을 엄청 길게 하는 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내인을 돌려보내고, 인원에 맞게 마차를 분배한 캐서린을 따라 카렘은 곧바로 마차에 올랐다.
"어라. 나르케?"
그리고 그 뒤를 나르케가 따라 올랐다.
"끄응차. 아, 아까 인사는 했는데. 오랜만이지?"
"아니 같은 공간에 있는데 뭐 이렇게 얼굴을 보기 힘들어요."
"여, 연구 거리가 생겼는데 이걸 참을 수는 없잖아."
"그러다가 곰팡이 피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햇빛도 좀 쐬고. 공기도 좀 마시고. 운동도 좀 하고-"
"네, 네가 내 엄마야아아!?"
나르케는 경기를 일으키며 축 늘어진 귀를 손으로 막았다.
무심결에 나온 말.
하지만 단 한 점의 거짓도 담기지 않은 카렘의 진심이었다.
그동안 카렘이 보아온 마법사라는 작자들은 대다수가 골방에 틀어박혀 머리에 먼지가 쌓이도록 책상에 붙어있는 종자들뿐.
그나마 캐서린은 한 자리에 오래 못 앉아 있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마법사들은 카렘 기준으로 모조리 글러먹었다고 볼 수 있었다.
아니, 전생에도 이틀, 사흘에 하루는 집 밖을 나갔는데.
이놈의 요술쟁이들은 메리가 주기적으로 대청소를 이유로 내쫓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한 달이고 1년이고 탑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이 성인식도 치르지 않는 꼬맹이면서!"
"그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꼬마 만큼도 안 움직이는 사람이 할 소립니까?"
"나, 나는 내 맘대로 행동할 수 있는 성년 엘프야!"
나르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획 돌려 마차 바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카렘과 나르케를 캐서린은 소금기 가득한 시선으로 번갈아 보다가 그대로 한숨을 내뱉었다.
"11살짜리 꼬맹이와 다 큰 엘프의 말다툼이라니."
"저쪽은 그래도 저는 나이에 걸맞은 행동 아니겠습니까?"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한다고?"
"음, 솔직히 부끄럽군요."
그리고 카렘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현생은 11살이라고 해도 기억으로는 분명 그는 진작에 30세를 넘은 아저씨였으니까 부끄러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싸움은 뻔뻔해야하는 법.
얼굴이 벌개지건 말건 카렘은 마음에 한 점의 부끄러움을 제외하면 당당하기 그지 없는 테도로 가슴을 폈다.
"전 11살이 맞는걸요."
"이 녀석 가끔 말하는 거 보면 11살이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어른스럽다는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니라 비꼬는 거다. 맹랑한 것아."
"듣는 사람이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칭찬이 아니겠습니까?"
"그 이전에 말의 문맥부터 따지는 게 먼저겠지!"
"으음. 11살짜리에게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주종이 서로 친목을 다지는 사이.
어느새 구출대의 편성이 끝났고 카렘은 마차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오, 이제 출발하는 걸까요?"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마차는 돌연 멈춰섰다.
"응? 아닌가?"
"흐음, 아마 출정하기 전에 연설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로군."
"연설."
사자가 울부짖는 것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
뇌리에 박히는 중후하고 우렁찬 소리는 환호하는 인파의 소음과 마차의 외벽을 뚫고 그대로 전해졌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전리품을 수거할 시간은 없다거나, 허가 없이 도주하면 즉시 목을 베어버리겠다거나, 전투에서 활약하면 포상하겠다는 등등.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저희 어디로 가는 겁니까?"
"글쎄. 나도 모른다."
"실례합니다?"
카렘은 기가 막힌다는 눈빛으로 캐서린을 쳐다봤다.
혼자 삐져있던 나르케도 이번만큼은 기가 막혔는지 얼이 나간 표정으로 캐서린을 돌아봤다.
"아니, 진짜로. 명령서에 장소는 안 적혀있었다."
봐라. 그리고 캐서린은 파발에게서 받은 명령서를 내보였다.
설마 했지만 진짜였다. 양피지에는 장소에 관해선 그 어떤 정보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연설은 끝났다.
구출대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