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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토벌대가 숲으로 향한 후.

펑거스비를 방어하기 위해 남은 이들은 각자 긴장한 기색으로 숲을 경계했다.

당연했다.

토벌대의 전력을 1선이라 비유하자면, 펑거스비에 남은 이들은 이른바 2선과 3선. 혹은 애초에 전력 외.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몇몇 C~B급 베테랑 모험가도 마을에 남았지만, 애초에 마을 전력 대부분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숲으로 향했으니, 그동안 경험했던 버섯 골렘 무리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버섯이라고 해도 엄연히 골렘이었다.

그것도 목책과 크기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은 거대한 개체가 섞여 있는.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서 버섯 골렘 무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사사삭-

"활쟁이랑 요술쟁이는 모두 준비!"

"긴장해서 먼저 쏘지 마!"

"유격대는 대기! 유격대는 대기하라고 미친 새끼들아!"

그리고 목책에서 아쿠사레 버섯 골렘 표면의 주름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무렵.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지금! 일제히 발사! 이후 마법사들은 마법을 아껴! 불마법 금지! 불마법 금지! 아직은 안된다!"

목책에서 얼음과 번개, 물, 바위 마법과 화살이 날아가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느릿하게 다가오던 크고 작은 아쿠사레 버섯 골렘 무리는 공격을 받자 잠시 후 속도를 올렸다.

그래도 골렘인 탓에 속도는 느렸지만, 그것도 개체차가 있는 법.

거대한 골렘은 특유의 덩치에서 오는 보폭으로 다른 비교적 작은 골렘보다 앞서 나왔다.

"돈주머니가 다가온다!"

"욕심부리지 말고 동료랑 같이 공격해!"

"가자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에 호응하듯이 목책 앞에서 대기하던 모험가들이 앞다투어 달려나가 거대한 버섯 골렘들을 요격했다.

얼핏 무모해 보이는 전술이었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동물과 몬스터를 사냥할 때의 공통점.

언제나 무리에서 튀어나온 개체를 먼저 노린다.

덩치가 거대한 버섯 골렘은 아쿠사레 버섯에 비롯되어 호두알 같은 외형이라고는 해도 위압적이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움직임이 느리고, 틈이 많다는 것.

특유의 강력하고 위협적인 공격조차 버섯 골렘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어 목표로 했던 모험가보다도 같은 동족을 두들기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모험가들에 의해 하나둘 핵이 파괴되고 침묵한 골렘들.

"후우, 긴장했는데 생각보다는-"

"어이 드워프. 긴장은 다시 챙겨야겠는데."

"응? 아."

하지만 쉴 틈 없이 다음 습격이 이어졌다.

뒤늦게 몰려온 (비교적) 작은 버섯 골렘이었다.

명백히 모험가의 숫자보다 더욱 많은 버섯 골렘들.

자연스럽게 전투는 난전으로 흘러갔고 전장도 펑거스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리해졌다는 것은 아니었다.

펑거스비에 가까워졌단 것은, 목책엔 더 가까워졌다는 뜻.

"사람 맞추지 않게 조심해서! 중심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아, 지금 코 앞인데 이걸 못 맞추겠느냐!"

"유격대!"

화살과 마법 그리고 짱돌이 기다렸다는 듯이 버섯 골렘을 공격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던지고 보니 봄철 언데드랑 비슷한 것 같지 않아?"

"그러게나 어이쿠! 저쪽!"

척박하고 위험한 아이스랜드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강하게 만들었고, 그건 일반적인 마을 사람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돌.

아이스랜드에서 눈 다음으로 많이 구할 수 있는 물건.

고작 돌이라고 무시하지만, 무려 돌이었다.

그저 가볍게 던지기만 해도 누구 하나 다치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닌 물건들이 단 한 명의 모험가도 맞추지 않고 버섯 골렘을 구멍 냈다.

"오른쪽! 오른쪽!"

"아이씨! 위험하게 뭐가아아아아?"

"거대한 놈이 온다!"

그리고 뒤늦게 진짜로 거대한, 높이만 목책에 다다를 거대한 버섯 골렘이 느리지만 착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웅- 웅-

와아아아아아-

마을 바깥의 어렴풋한 소리와 진동은 대피소에서 있던 카렘도 들을 수 있었다.

목책에 둘러싸였고, 부촌이라고 해도 펑거스비는 어디까지나 작은 마을.

안 들리는 것이 이상했다.

카렘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대피소에 있는 이들은 몸을 겨누기 힘들 정도로 늙었거나, 아니면 나이가 어려 전력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들.

하지만 카렘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대피소의 중심에 피워진 모닥불에 올려진 냄비에 집중했다.

하룻밤 사이 굳어있던 기름이 녹기 시작하고, 고소한 냄새와 함께 기름에 물결이 일어나자 곧바로 한입 크기로 부순 건빵 조각들을 흩뿌렸다.

사아아아아아아아-

보글-보글-보글-보글-

노인과 아이들의 얼굴에 서려 있던 마지막 한줄기의 불안감은 냄비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기름에 건빵이 튀겨지면서 풍기기 시작한 고소한 견과류의 냄새에 떠밀려 사라졌다.

물론 이는 카렘의 계획이었다.

아무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을이 겪었던 적이 없던 종류의 재난.

기근으로 굶어 죽을지언정 몬스터의 습격은 언데드를 빼곤 없다시피 했다.

그마저도 작은 마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

심지어 굶어 죽은 사람은 수십 년 전을 마지막으로 없었다.

그런 마을이 처음으로 겪는 미증유의 사태.

대피소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마을 바깥의 진동과 소음이 들려올 때는 모두 움찔거렸다.

그 답답한 분위기를 카렘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재빨리 숙소로 쓰던 촌장의 집에 갔다 왔다.

챙길 것은 아쿠사레 기름이 든 냄비 단 하나.

아무튼, 쓸데없는 잡생각이 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위장이 비어있기 때문이지. 아니면 잠이 부족하거나.

마침 대피소는 대피소답게, 펑거스비는 부촌답게 각종 보존식으로 가득했다.

그래봤자 숫돌로 갈면 칼로 쓸 수 있는 육포, 돌보다 단단한 건빵과 그보다 더 단단한 치즈가 전부기는 했지만.

하지만 모스톤 마을같이 이마저도 없는 곳은 많았다.

하물며 대피소의 보존식은 하나같이 곰팡이나 습기가 서리지 않은 매우 단단하고 건조한 물건들뿐.

카렘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보던 노인들은 단번에 의심을 걷어내었다.

"하이고. 이 고소한 냄새 좀 봐라."

"이만한 양의 기름이라니. 선생님은 이걸 다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돼지기름은 아닌 것 같은데-"

"아쿠사레 기름입니다."

"아쿠사레? 그거 먹으면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노인들의 얼굴에 다시 미심쩍음이 깃들었다.

풍요롭지 않은 아이스랜드를 겪었던 펑거스비 노인들에게 아쿠사레 기름은 사실상 극독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렴 그들이 젊었을 적의 선대 촌장.

현 촌장의 선선대 촌장이 한 국자 퍼마시고 골로 가버린 일은 마을에서도 유명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들! 어제 제가 먹었는데도 엄청 멀쩡하던데요?"

"이세트! 수상한 거 함부로 주워 먹으면 안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말했는데!"

"하이고, 우리 똑 부러진 이세트. 간혹 이렇게 얼빵한 부분이-"

"아니 그게 아니라. 에잇!"

어르신들의 불타오르는 관심에 촌장의 딸은 불타는 효녀 정신으로 답했다.

전부 다 튀겨져 카렘이 건져낸 건빵 조각들을 가타부타 없이 노인들의 입안에 던져넣었다.

불타는 효심과 뜨거운 건빵에 노인들은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뱉어내는 이들은 없었다.

입안에 퍼지는 아쿠사레 기름 특유의 견과류가 가득한 고소한 풍미.

오히려 무미건조한 건빵을 오래 튀겼기에 건빵의 깊숙한 곳까지 아쿠사레 기름의 깊은 향이 짙게 스며들어 있었다.

"으음, 건빵이지만 그렇게 딱딱한 것도 아닌가. 튀겨서?"

"아니, 향이 이렇게 고소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 하하하! 그러면 설마 그동안 버린 기름이 전부?"

딱딱한 건빵이 고온의 기름에 튀겨졌다.

한 번 풀어진 건빵 튀김은 침에 젖자 딱딱함은 어디로 가고 노인의 이로도 부숴 먹을 수 있을 만큼 바삭하게 변했다.

그리고 부서지면서 더욱 짙은 견과류의 향이 입안에 휘몰아쳤다.

그런 노인들에게 호기심과 식욕이 가득한 눈길이 향하고 있었다.

침울하고 울먹이던 어린아이들. 언제 그랬냐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노인들과 카렘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자, 마침 다 튀겨졌는데. 그릇이-"

"여기 있습니다."

카렘은 촌장의 딸이 건넨 그릇에 튀긴 건빵을 수북이 담아 한 그릇은 아이들에게, 다른 한 그릇은 노인들에게 떠넘겼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며 분위기는 풀어졌다.

한 건 해냈다는 기분으로 카렘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었는데,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인데. 여긴 원래 어떤 건물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런 카렘을 본 촌장의 딸이 다가왔다.

"뭔가 궁금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여기가 대피소라고 하셨죠?"

"네. 안내해드릴까요?"

"좋죠."

하지만 단순히 대피소라고 하기엔 걸리는 점이 많았다.

마을 중심부에 있던 대피소는 단순히 크기와 넓이만 해도 카렘이 그동안 숙소로 머물던 촌장의 집보다 컸다.

거기에 빈틈없이 깔린 돌바닥과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을 지탱하는 돌기둥.

곳곳엔 다양한 동물 조각상이 배치되어 마치 피신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그 끝의 넓은 방엔 수많은 동물 조각상과 작은 오르간처럼 배치된 촛대 사이로 도끼를 든 전사와 여인의 조각상이, 그 앞엔 돌로 만든 제단이 놓여있었다.

아니, 모셔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대피소라고 하기엔 심히 고급스럽네요. 꾸준하게 관리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예전에 신전이었다고 들었어요."

"신전? 어느 분의?"

"스카디님을 모셨다고 해요."

카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다면 이런 고급스러운 내부와 마을의 어느 시설보다 넓은 공간이 이해되었다. 아니, 이었다? 과거형인데.

"이었다라는 말은, 지금은 아니라는 말입니까?"

"지금도 신전이긴 한데-"

"사제님이 없던데."

"네. 신전을 관리하시던 사제님이 선선대 시절에 먼 길을 떠나시고 다른 사제님이 오시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토벌대가 오면서 모험가로 활동하는 스카디님의 사제님이 오셔서 잠깐 신전을 봐주셨어요."

먼 길을 떠났다는 건 곧 죽었다는 의미.

그런데 걸리는 점이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렘은 촌장의 딸에게 물었다.

"보통 신전에 자리가 비면 같은 신을 모시는 다른 신전의 사제님이 오시지 않습니까?"

"아버지한테 듣기로는 사제님의 수가 적고, 여기 마을이 나름 안전한 곳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그 말을 듣고 카렘은 나름대로 이해했다.

요는 결국 아이스랜드에 사람 자체가 적었었기에 발생한 문제.

현 아이스랜드 공작 알프레드 펠윈터 보우하사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하지는 않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인구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쉽게 느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일단 아이스랜드는 무지막지하게 넓었다.

그리고 당장 고통받는 마을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마을이 사제 파견의 뒷순위로 된 거 같다고 카렘은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아니, 그 전에 신전이면 흠."

"뭔가 걸리시는 점이 있나요?"

카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잽싸게 건빵을 손질해 기름에 튀겨, 그릇에 수북하게 담아 전사와 여인의 석상 앞에 놓인 제단에 올렸다.

"위급한 상황에서 대피했다고는 해도, 함부로 들어온 게 좀 걸려서."

"아, 그렇네요."

눈만 끔뻑이던 촌장의 딸은 카렘의 의견에 수긍하고는 제단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했다.

그 모습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카렘도 잠시 후.

바구니를 옆에 내리고 어색하게나마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했다.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

촌장의 딸을 따라 카렘이 기도를 올리는 사이.

스카디의 형상을 묘사한 석상의 눈이 햇빛을 받아 바닥에 놓인 바구니를 내려다보며 눈을 빛내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바구니 속 양념 치킨은 은은한 빛과 함께 점차 사라졌다.

카렘이 이상을 눈치챈 것은 기도를 마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