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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펑거스비 마을에 도착하고 며칠 뒤.
그동안 나르케의 예고대로 숲에서 다시 호두 형상의 아쿠사레 버섯 골렘 무리는 꾸준하게 마을을 습격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렘의 수는 늘어만 갔다.
하지만 마을은 오히려 전보다 안전했는데, 토벌대가 지원 물자와 함께 펑거스비 마을에 증원됐기 때문이었고, 실시간으로 사냥 의뢰를 받은 모험가들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토벌대의 모험가들은 캐서린의 전리품은 다 가져도 된다는 자본주의적 광범위 버프를 받아 열정적으로 토벌에 앞장섰다.
얼핏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당연했다.
골렘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거대한 버섯이었다.
물, 불, 바위나 아이스랜드에서 흔한 얼음으로 이뤄진 골렘에 비해 버섯 골렘은 때리는 족족 고스란히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
키 높이만 목책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아쿠사레 버섯 골렘조차도 모험가 파티 몇이 달라붙어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토벌되었다.
그렇게 토벌된 버섯 골렘들은 골렘의 핵이 파헤쳐져 방치되었고, 모험가들은 곧바로 숲으로 향했다.
완전히 침묵한 골렘의 잔해들이 목책의 앞에 방치된 것도 잠시.
일부 모험가들과 토벌대에 고용된 일꾼, 마을 사람들의 협력하에 펑거스비 앞에 거대한 구덩이를 파 모조리 밀어 넣었다.
그리고?
"와, 거 참 활활 잘 타네."
카렘은 목책의 지휘탑에서 활활 불타는 구덩이를 내려다봤다.
처음에는 마법으로도 불이 잘 붙지 않는 듯했지만, 이내 불이 한 번 붙기 시작하자 버섯 골렘의 잔해가 보이지 않을 만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쿠사레 버섯이 원본이라 그 특징을 가진 걸까요? 처음이면 몰라도 지금은 화력이 장난 아닌데요."
"뭐, 골렘은 뭐가 베이스가 되었냐에 따라 특징이 달라지기 마련이지."
"으음, 그런데 저러면 숲에서는 화염 마법은 못 쓰겠네요."
카렘은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음? 굳이 못 쓸 이유는 없겠지?"
"저렇게 불길이 장난이 아닌데요?"
"저 구덩이에 불이 붙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생각해봐라."
캐서린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지휘탑에까지 느껴지던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건조한 냉기가 느껴졌다.
"이제 곧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축축하다 못해 걷기만 해도 이슬이 맺힐 정도로 습기가 넘친다. 어지간한 불길이 아니고서야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물이랑 얼음 속성 마법에는 유리하겠네요."
"그쪽은 오히려 너무 과할 정도로 위력이 나오-"
"아, 아타니타스님. 여기 계셨네요."
조금 숨이 차오른 듯한 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르케가 지휘탑의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 카렘도 있었네?"
"옙. 슬슬 점심시간이니까요."
"저, 점심!"
나르케는 처진 귀를 쫑긋 움직이며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런 분위기를 초 치듯이 캐서린이 말했다.
"일단 일부터 끝내도록 하지. 원인을 조사하라 했는데, 이제 결론이 났다는 말이로군?"
"마, 마력 과포화 현상의 원인을 물으시는 거 맞죠?"
"지금 상황에서 물어볼게. 그거 말고 더 있냐?"
캐서린은 지휘탑의 테이블로 걸어가 앉고는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 턱짓했다.
"자리에 앉아라."
"후우, 여, 여기는 건조하고 시원해서 좋네요. 아차 이게 아니지. 원인은 짐작하셨던 게 맞아요. 아, 아쿠사레 버섯의 기름이 원인이에요."
꼴꼴꼴꼴-
나르케는 카렘이 건넨 물잔을 받아 조금 목을 축였다.
"하, 하필이면 마력이 풍부한 데다 다방면으로 쓰이는 아, 아쿠사레 버섯의 기름을. 그것도 최소 수, 수십 년을 숲에 쏟아부었어요."
"그동안은 아쿠사레 버섯이 더 많이 채취되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 임계점을 넘어 마력이 과포화되면서 골렘이 발생했다는 말이로군."
"네, 네. 정확한 결론이세요."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며칠 전에 저녁을 먹기 전에 들었던 말에 혹시나 하였던 것이 역시나.
식사도 과하면 독이 되듯 숲에 뿌린 아쿠사레 버섯 기름이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마력을 풍부하게 만들다 그 임계점을 넘어 폭발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숲에서 골렘이 뛰쳐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수십 년 동안 부모자식을 갈취당한 버섯들이 인간들에게 가진 분노?"
얼핏 듣기로는 그럴듯한 말.
카렘의 예상과는 달리 캐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뭐? 골렘이? 설마 그럴 리가. 저런 꼴이긴 하다만 버섯 골렘도 어디까지나 골렘이다. 넌 바위를 부쉈다고 돌이 화내는 것을 본 적 있냐?"
"제가 살았던 마을은 주변에 온통 숲이랑 초원뿐이었는데-"
"내 말이 그런 뜻일 리가 없지 않냐! 아니, 뭐 정령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여하튼."
잠깐 발끈했던 캐서린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적인 골렘은 동족 의식은커녕 영역을 배회하고 침입자를 공격하는 본능밖에 없는 존재다. 숲이 모조리 불타버리지 않는 이상."
"그러면, 지금 뭔가가 버섯 골렘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고요한 정글에 총성이 울이면 수천 마리의 새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꼴이었다.
"정확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언데드가 관련되어있을까 싶은데."
여기서 갑자기 언데드?
카렘은 나르케가 언데드의 기운을 운운한 것은 기억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마을 주변에 언데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언데드가 생성될 마력까지 버섯이 흡수해 골렘이 됐다는?"
"자연 발생하는 언데드는 따, 땅속에서 발생하고 버섯의 종균도 땅속에 있으니까. 발생할 틈도 없을 거야."
언데드 전문가인 네크로맨서 나르케는 단언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모험가들을 꾸준히 투입할 테니 버섯 골렘을 자극하는 요인이 뭔지는 금방 밝혀지겠지. 그렇게 큰 숲도 아니니까."
그리고 그때야말로 캐서린이 나설 순간이었다.
캐서린은 시간을 끌었다가 요상한 일이 벌어지는 순간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원인이 드러났으면 최고 전력을 이용해서 한 번에 끝내야 했다.
캐서린은 손뼉을 쳤다.
"그동안은 체력과 마력을 비축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네. 알고 있습니다."
카렘이 바닥에 내려놓았던 바구니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르케는 작게 손뼉을 쳤다.
"마, 마침 잘됐다. 이른 새벽부터 머리를 쓰느라 배고팠는데?"
"그렇게 일이 촉박하더라도 아침은 드셨어야죠."
"으응."
나르케는 누구 때문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그 장본인이 나른한 표정과는 달리 날카로운 눈빛으로 뭐라 말하는지 보자는 듯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카렘이 바구니의 뚜껑을 치우고 지휘탑을 달콤짭짤한 냄새가 점령해버리자 끝났다.
"참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냄새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캐서린은 이내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나 싶냐는 듯이 말꼬리를 길게 잡아 늘였다.
카렘이 바구니에서 꺼낸 그릇엔 치킨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다만 치킨은 태양빛을 받지 않았는데도 밝고 선명한 검붉은 바탕에 검게 뭔가가 응어리져 섬뜩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황금과 보석이 빛을 쐬지 않아도 광이 나듯이 선명한 광택이 두 눈에 똑똑히 박혔다.
"카, 카렘. 대체 프라이드 치킨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기반으로 한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입니다."
"그, 그래도 너무 섬뜩한 색깔이잖아! 머, 먹으면 큰일 나는 거 아냐!?"
"절 뭐로 보는 겁니까? 당연히 두 분의 입맛에 맞게 맵기를 조절했죠."
"그, 그렇지만-"
"일단 색깔의 선입견을 버리고 냄새만 맡아보시죠. 어떠십니까?"
당연히 그걸 말이라고.
카렘이 은근하게 미소지으며 호언장담하는 데로 냄새는 그야말로 여태껏 맡아 보았던 것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유혹적이었다.
매콤하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코를 찌르는 매콤한 냄새는 딱히 나지 않았다.
코를 절이는 듯한 달콤한 냄새 사이로 매콤함을 대신하는 산미.
새콤한 냄새가 자칫 진득한 달콤함에 코가 절여져 마비되려고 할 때마다 자극해 환기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폐부 가득히 숨을 들이마셨다.
코를 절이고 혀뿌리를 절이듯이 달콤한 냄새의 근원이 꿀인 것은 분명했다.
산미를 가득 품은 새콤한 냄새의 근원은 식초와 비슷했지만, 캐서린은 확신할 수 없었다. 단순히 식초라기엔 냄새가 다채로웠다.
이 모든 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역시나 단 한 가지.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여, 역시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건 아타니타스님이 먼저 시식해보셔서 하지 않을까-"
그런 캐서린을 응원하듯 나르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호오, 맛은 있어 보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으니 먼저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이 말인가?"
"그,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요?!"
"방금 그 말로 네가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아니냐?"
"그, 그런 괘씸한 생각을 제가 했을 리가요."
당연히 캐서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야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데 속마음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뱉었다.
"꼬마야. 뭐 하는 거냐."
"아타니타스님이 먹을 양념치킨을 손질하는 중입니다."
"내가 언제 먹는다고 했냐?"
"아 겉모습만 보시지 마시고 한입 드셔 보시지요."
그릇과 식기의 세팅을 마친 카렘은 포크와 나이프를 능숙하게 놀렸다.
맨손으로 바르는 것보다도 빠르게 뼈만 발라진 치킨을 한입 크기로 자른 카렘은 그대로 캐서린의 입가에 가져갔다.
검붉은 색상에 다소 꺼려졌지만, 유혹적인 냄새.
소스에 가려진 기름진 튀김옷과 부드럽고 육즙을 고스란히 머금은 가슴살 살이 캐서린의 아성을 뒤흔들었다.
"후, 이 망할 냄새만 아니었더라면..."
캐서린은 처음 품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곧바로 치킨을 먹었다.
카아그작!
과연 실력은 명불허전.
도착 첫날 저녁에 먹었던 치킨보다도 더욱 바삭한 튀김옷 밑으로 쫄깃한 닭 껍데기가 바삭하게 씹히더니 저항감 없이 찢겨 나갔다.
그리고 냄새를 그대로 맛으로 옮겨놓은 듯한 달콤함이 혀를 끈적하게 휘감으며 비단실같은 부드러운 살코기 사이로 파고들었다.
닭의 기름과 육즙이 샘솟는 가운데 진득한 단맛이 섞여 들어갔지만, 혀는 전혀 피로함을 느껴지지 않았다.
다채로운 풍미가 느껴지는 산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매콤함과 고소한 견과류의 향이 코와 혀를 자극해 서로 상쇄하고 있었다.
"이건, 발사믹 식초?"
"어떻게. 마음에는 드십니까?"
"허, 아주 훌륭하구나."
마음을 졸이던 카렘은 안도했다.
본래 양념치킨의 소스라 하면 케첩과 고추장이 거의 반드시 들어갔지만, 케첩 이전에 토마토는 아직 흔적만 있었고 고추장은 어떻게 재현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고로 요리란 재료가 없어도 비슷한 재료들로 땜빵해 근사치만 나온다면, 그래서 맛있기만 하면 그만인 기술이자 물건.
케첩 대신 졸인 캐러멜과 볶은 아쿠사레 버섯 페이스트, 발사믹 식초를 혼합한 소스.
고추장 대신 볶은 밀가루와 마늘, 꿀, 약간의 과일에 고춧가루.
물론 결과물은 오리지널과 영 딴판이었지만, 카렘은 자화자찬했다.
저 멀리서 어렴풋하게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까지 재현에 성공한 상태.
나 설마 천재? 물론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고스란히 카렘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걸 본 캐서린은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지만, 이내 참기로 했다.
아무렴 이렇게나 훌륭한 진미를 가져다 바쳤는데 그 정도쯤이야.
표정이 열 받는다고 쥐어박을 만큼 그녀는 옹졸하지는 않았다.
처음 먹었던 프라이드 치킨도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씹을 때마다 다양한 소리를 내던 바삭한 껍질.
살코기를 물어뜯을 때마다 홍수가 나듯이 폭발하는 고소한 육즙과 기름.
부드러운 비단 실처럼 분해되는 살코기.
그리고 눈앞의 양념치킨은 프라이드 치킨과는 다른 방향으로 뛰어났다.
튀김의 특성상 뒤로 갈수록 느껴졌던 기름진 감은 새콤달콤하고 약간 매콤한 소스에 완전히 가려진 상태.
캐서린은 입안의 내용물을 삼키고 물었다.
"혹시 술은 없냐? 기왕이면 발포주. 아이젠발트산 맥주가 딱인데."
"이런 작은 마을에 아이젠발트 맥주가 있겠어요?"
"크으으으. 그거 정말 아쉬운데."
아쉬움을 숨기지 않은 캐서린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나르케. 넌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냐?"
자료 첨부
-발사믹 소스 양념치킨-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