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꾸르르르륵-

"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주방을 일깨우듯 식욕을 품은 공복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카렘과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소리의 진원지는 나르케였다.

"아, 아아아."

나르케 또한 엘프였고, 여자였다.

(두 사람밖에 없다지만) 남에게 추태를 보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터질 것같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배를 감싸 안았다.

그 광경을 본 캐서린은 누구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성이 본능을 때려눕힌 순간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도록 하지."

"오실 줄 알고 미리 자리를 준비해뒀습니다."

카렘의 안내에 배고픈 마법사들은 우선 프라이드 치킨이 잔뜩 쌓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래서."

캐서린이 턱짓으로 주방의 건너편을 가리켰다.

"이 많은 닭을 튀기는데 쓴 기름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냐? 설마 저만한 기름을 이 작은 마을에서 구했다는 것은 아닐 테고."

주방의 한구석에 놓인 커다란 무쇠 냄비엔 황금빛 기름이 가득했다.

"여기 특산물인 아쿠사레 버섯의 기름입니다. 숲에다가 버섯의 비료로나 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아쿠사레 버섯의? 확실히 그만한 기름이라면, 이 아니라. 잠깐. 방금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다만?"

"버섯의 기름이요?"

"아니, 그 뒤에."

"숲에다가 버섯의 비료로나 버렸다던데요. 가죽 주머니 하나만큼에서 저만한 기름이 나오는데. 아깝게."

카렘은 그릇에 떨어진 튀김옷 부스러기를 집어먹었다.

"아니, 미친. 그것들을 다 가져다가 버렸다고?"

"아까 나간 촌장의 딸이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니겠죠. 왜 그러십니까?"

"그야 마법과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되는 물건들이니까."

카렘은 눈만 끔뻑이다가 목덜미를 긁적였다.

"어, 전 기껏 요리 재료로나 쓰는 거라 생각했는데요."

"아니, 그걸로 요리한 너도-아니지, 이미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란 선례가 있었군. 아니, 그걸 그냥 숲에다가 버렸다고?"

"네, 수십 년 전의 촌장이 그걸 그냥 먹었다가 골로 가버리고서는 알맹이는 채취하고 나머지 기름은 곧장 숲에다가 버렸다고 하던데. 덕분에 버섯도 무럭무럭 풍년이랬던가."

캐서린은 순간 얼이 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서든 일단 납득은 할 수 있었다.

대륙에서 아쿠사레 버섯이 유행하고, 그 부산물인 아쿠사레 버섯 기름이 마법 및 연금술 재료로 쓰인다고 해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 몰랐다는 사실은 일단 있을 수 있었다.

아무튼, 민간에서 쓰이는 물건은 아니었으니까.

콜던에서 반나절만 이동하는 거리의 마을인데도?

환경이 척박하고 야생의 몬스터와 맹수가 뛰노는 곳의 반나절은 사실상 반쯤 고립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콜던이 가깝다고는 하나 아이스랜드는 에우로파 대륙을 기준으로 오지중의 오지였다.

세오폰 왕국을 기준으로도 오지인 것은 마찬가지.

"아니, 일단 이 일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군."

캐서린은 분위기를 환기할 겸 가볍게 손뼉을 쳤다.

"배도 고플 테니 일단 먹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게 좋겠네요. 누구의 귀가 하늘을 찌를 것 같거든요."

거의 아래로 축 처져 있던 나르케의 귀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허름한 로브의 후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여, 역시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하니까. 잘 먹을게!"

치킨을 앞에 두고 안절부절못하던 나르케는 캐서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큼지막한 닭 다리를 냉큼 집어 들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가장 가까이 있던 부위가 닭 다리였을 뿐.

창문을 통해서 해가 완전하게 내려앉기 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황혼의 햇빛을 받아 밝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닭 다리의 양 끝을 통해 손에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살코기를 감싼 튀김옷에서 들려오는 자극적인 소리.

귓가를 자극하는 미세한 파장의 소리가 피곤함에 잠들어있던 나르케의 코와 혀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아이스랜드에 오기 전 연구와 자금 사정 및 기타 등등으로 인해 값싼 보존용 건빵과 육포, 나무와 덤불 열매, 과일로만 배를 채웠던 나르케에겐 너무나도 폭력적인 삼중주였다.

빠르게 감상을 끝마친 나르케는 프라이드 치킨을 입가로 가져갔다.

바사삭!

튀김옷이 갈라지고, 닭 다리의 살코기가 찢기며 은은한 단맛을 느끼기 무섭게 억압되어 있던 육즙이 풀려나 주변으로 흩날렸다.

입가와 볼, 옷에도 일부 튀었지만 나르케는 거기에 지금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다, 닭고기가 왜 이렇게 부드럽지?"

그리고 카렘이 손질한 닭가슴살 조각을 먹은 캐서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식의 궁극인 현대 문명에 비하면 초라한 품종개량.

온종일 온갖 곳을 쏘다니며 탄탄해지는 근육.

나이가 들수록 질겨지는 살코기.

수탉보다 암탉이 더 부드럽다고는 하나 그녀의 입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런 닭은 부드럽게 먹기 위해 먼 옛날부터 이 세계든 저 세계든 각지에서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세오폰 왕국은 그러하지 않았지만, 옛날부터 고기구이만큼은 진심인 터라 대륙의 요리사들도 이를 공부하기 위해 종종 찾아왔다.

그런 만큼 고기를 부드럽게 먹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스튜(stew), 조림(braise), 로티세리(rotisserie)

그렇지만 캐서린의 눈앞에 있는 물건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튀김은 디저트 기법으로나 쓰는 것 아니었나? 스튜도, 조림도, 로티세리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닭고기가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이번엔 또 무슨 농간을 부린 거냐?"

"농간이라뇨? 요리 기법이라고 해주십쇼."

"네가 또 무슨 요상하고 놀라운 일을 벌인 것이겠지. 아니 그 전에. 닭가슴살은 이렇게 육즙이 많은 물건이었나?"

"제가 닭은 또 엄청 잘 튀기거든요."

누가 그에게 가장 잘하는 음식을 묻는다면 카렘은 단언할 수 있었다.

치킨.

그리고 그를 비롯한 닭요리.

현생에서 닭을 먹은 적은 카렘이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적었지만, 전생은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앉은 자리에서 치킨 2, 3마리는 남들이 잘 먹지 않는다는 계륵까지 분해해서 발라 먹었다.

나이가 들고 치킨값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올랐을 때부터는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

(다이어트라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치킨을 먹지 못한다고 해도 끼니마다 닭가슴살은 빠지지 않았으며 치팅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치킨을 만들어 먹었다.

"허, 고작 닭을 튀겼을 뿐인데 이렇게 부드러워졌단 말이냐?"

"뭐, 꿀이나 버터밀크에 식초, 레몬, 와인을 넣고 재운 것도 있겠죠."

솔직하게 처음 카렘은 닭고기를 마주했을 때 조금은 식은땀을 흘렸다.

현대에 비하면 개량도 덜 됐고, 나이도 든 닭이니 당연히 질길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질길 줄이야.

덕분에 당장 구할 수 있는 연육제란 연육제는 모두 투입하고도 부족해 튀김옷을 입히기 전에 꿀에 버무려야 했다.

"묘한 단맛이 꿀이었군. 아니 그 전에...버터밀크? 그 버터 만들고 남은- 아니, 아무렴 어때."

캐서린은 다시 카렘이 내미는 치킨 조각을 먹었다.

허벅지 살이었다.

콰삭, 바작, 찌지직, 카드득.

밝은 주황빛을 띠는 투박한 튀김옷은 잘 구워진 통구이의 껍질보다도, 파이 시트나 쿠키보다 더더욱 경쾌하게 입안에서 부서졌다.

짭짤하고 은은한 향신료의 향이 물씬 풍기는 튀김옷이 이빨에 찢기고, 부서질 때마다 그 속에서 피어오른 강렬하고 묵직한 견과류의 향이 캐서린의 코를 자극했다.

한없이 가볍고 묵직하며 즐거운 코와 이빨의 시간이 지나고 혀가 즐거운 시간이 찾아왔다.

부드러운 살코기를 씹었다.

살코기는 경쾌하게 부서지는 껍질과는 전혀 달랐다.

힘을 주기 무섭게 부드럽게 갈라지는 살코기는 은은한 단맛과 함께 묵직한 닭의 엑기스를 뿜어내 혀에 고스란히 남아 감싸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하지만 살결이 찢길수록 엑기스가 끊임없이 배어 나와 입안을 흥건하게 적셨다.

캐서린은 이 엑기스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닭을 굽고, 조리고, 삶을 때 바깥으로 어쩔 수 없이 빠져나오는 기름과 육즙.

그런 손실분이 치킨의 겉을 감싼 두꺼운 튀김옷에 갇혀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튀김옷이라는 조리 기구 속에서 사방에서 압박하는 뜨거운 기름에 튀겨지며 그 열기로 끓어오르는 육즙에 가열된 닭고기는 구워지면서 삶아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고기는 구운 다음에 삶으면 더더욱 부드러워지는 법.

이빨을 움직일 때마다 산산히 부서지는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살코기가 이를 증명했다.

바삭한 튀김옷 밑에 가려진 비단결 같은 허벅지.

탄력 있는 다리 다음엔 육즙이 폭발하는 가슴살.

쫄깃한 날개살에서 다시 가슴살로.

캐서린은 어느 정도 배가 차오르자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치킨에 신경을 쓰느라 밑에 가려져 있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쥐면 가려질 만한 작지만 완벽한 구체의 형상을 띈 밝은 갈색의 튀김은 얼핏 캐서린에게 익숙한 디저트처럼 보였다.

"꼬마야. 저건 도넛이냐?"

"도넛? 아, 저거요? 아쿠사레 버섯입니다."

"아쿠사레 버섯이라고?"

"조금 간을 하고 향신료에 버무린 뒤 통째로 튀겼습니다."

"하, 통으로 튀겼다라. 이번엔 그걸 내와라."

카렘은 튀긴 아쿠사레 버섯을 포크로 찍어 캐서린에게 내밀었다.

"아쿠사레 버섯을 통으로 튀겼다니, 하!"

"많이 이상한가요?"

"그래, 사치스러운 쪽으로 말이다."

캐서린은 아쿠사레 버섯 튀김을 베어 물었다.

동그란 튀김옷에 금이 가며 타원형으로 뭉개져 속에 감춰져 있던 아쿠사레 버섯이 캐서린의 입을 따라 포크에서부터 주욱 늘어졌다.

마치 치즈처럼.

캐서린은 기대하지 않았던 사치스러움에 몸을 떨었다.

카렘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치킨을 튀길 때 먹었던 아쿠사레 버섯 튀김은 경악스러운 물건이었다.

날것일 때는 제법 단단했다.

하지만 튀김옷을 입혀 뜨겁게 가열하자 쫄깃하게 변하며 모짜렐라 치즈처럼 늘어지기 시작.

그만큼 쫄깃한 버섯은 씹으면 씹을수록 잣, 호두, 밤, 피스타치오, 개암, 아몬드 등 수십 종류나 되는 견과류의 맛과 향이 배어 나왔다.

쫄깃한 식감과 수십 종류의 맛과 향의 조화.

저렇게 맛있으니 인기가 폭발하는 것이 당연하지.

"본성의 주방이나 창고에선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연회에도 나온 적은 없었죠."

"뭐가, 아쿠사레 버섯을?"

"네. 전부 대륙에다가 파는 걸까요?"

"글쎄다. 파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윈터홈에 바쳐지는 그걸 전부 다 먹어치우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만."

그 말을 들으니 카렘은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히, 그렇다! 간식을 먹으러 온 알리시아다!'

장본인이 없는데도 은연중에 귓가를 스치는 막내 공녀의 목소리에 카렘은 절로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뭐, 그것도 이제 옛말인 것 같다마는."

"옛말이라...응? 그건 마치 이제 숲에서 아쿠사레 버섯을 못 구한다는 말 같은데요?"

캐서린은 아쿠사레 버섯 튀김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으, 응. 아타니타스님의 말이 맞아. 아쿠사레 버섯은 이제 못 구할걸."

나르케는 치킨의 껍질만 뜯어 먹으며 동의했다.

"어, 숲에 뭔가 큰 문제라도 있습니까? 오염이 됐다거나?"

"어, 어떻게 보면 비슷할지도? 버섯이라는 건 균의 일종인데, 그 균이라는 게 마, 마법적인 요인으로 종종 변이를 일으키거든?"

"...설마 마력 과포화 현상?"

마법적인 요인이라면 아까 낮에 들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카렘은 불현듯 떠오른 현상을 읊조렸다.

두 마법사는 정답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마을을 공격한 버섯 골렘들은 전부 아쿠사레 버섯이 몬스터화 한 거 같거든? 언데드의 흔적이 느껴지는 게 조, 조금 이상해서 조사는 좀 더 해봐야겠는데. 저 숲은 사실상 버섯 골렘의 둥지야."

나르케는 조곤조곤한 어조로 펑거스비 마을의 몰락을 예견했다.

"으응. 숲을 통째로 밀어버리지 않는 이상 골렘은 계속 발생할 테고. 어, 어쨌든 숲 안에 골렘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뭔가를 해결하는 것이 작금의 목표란 거지."

아그작-

캐서린은 카렘이 내민 육즙이 뚝뚝 흐르는 프라이드 치킨의 껍질을 씹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셋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치킨에 집중했다.

자료첨부

-프라이드 치킨-

-아쿠사레 버섯 튀김(치즈볼)-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