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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부스는 손님들을 테이블 그리고 스툴 의자 몇 개가 놓인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카렘은 태연하게 다리를 흔드는 알리시아를 작게 불렀다.
"알리시아님. 알리시아님."
"무엇인가?"
"이거 정말로 여기 들어와도 되는 겁니까?"
"응? 내가?"
"알리시아님 일리가 없잖습니까. 저요. 저."
알리시아는 양팔로 테이블을 두드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렘. 뭐가 문제란 말인 건가?"
"코르부스가 정말로 몬스터입니까?"
"응, 파파님이 그렇다고 하더구나. 호리, 호리드...뭐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제가 이렇게 그냥 들어와도 되는 겁니까?"
카렘의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 여럿 있었다.
온실을 관리하는 몬스터, 알리시아가 설명한 귀중하고 희귀한 각종 식물과 동물, 그리고 약초들.
아니 뭐, 귀족이나 왕족이 식물원이나 동물원을 운영하는 건 전생이나 현생이나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허락을 맡지 않고 들어왔는데?
알리시아는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체 어울리지 않게 심히 고민하더니 눈을 떴다.
"이 알리시아. 고작 6살밖에 안 됐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우리 공녀님.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평소와 같았으면 기특한 말에 조금은 감격했겠지만 알리시아의 말은 카렘의 불안감을 조금도 희석해주지 않았다.
카렘이 알리시아에게 전전긍긍하는 사이 숲 너머에서 손에 나무 접시를 쥔 코르부스가 다가왔다.
"알리시아 공녀님이 오랜만에 친히 두 번째 손님을 데려오셨으니 제가 주전부리 중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대추야자 호두말이를 가져왔습니다. bon appétit."
코르부스가 접시에 내온 물건은 코르부스의 말 그대로였다.
딱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속을 비운 대추야자의 속을 호두로 채우고 설탕을 잔뜩 뿌린, 전생에 몇 번 본 적 있는 대추정과와 유사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예. 제가 개발했습니다."
코르부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리시아는 희희낙락 대추말이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렘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안 그래도 다디단 대추야자에 설탕을?
속에 호두를 채워 넣었다고는 하지만 그 당도가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달지 카렘은 상상할 수 있었다.
"? 혹시 견과류를 드시지 못하십니까?"
"아, 아뇨.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실례였다.
카렘은 가루가 파스스 떨어지는 대추야자 호두말이를 눈 딱 감고 입에 넣었다.
"음?"
대추야자 호두말이의 맛은 카렘이 생각했던 맛 그대로였다.
혀를 찌르는 듯한 대추야자의 단맛과 껍질을 벗겨 떫은맛을 완전히 제거한 호두의 고소한 맛.
하지만 혀에 닿는 감촉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겉에 묻은 가루는 입에 들어가서 녹는 것이 아니라 대굴대굴 굴러다니다가 바삭바삭하게 씹혀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과자? 이렇게 작고 모래알보다 조금 큰 수준으로 굴러다니는 과자는 없었다.
하지만 음식이라면? 카렘은 이런 음식을 한 가지 알고 있었다.
"쿠스쿠스?"
"호오, 역시 유명세 답게 아시는군요. 확실히 쿠스쿠스가 맞습니다. 한번 불에 볶아 수분을 날리고 식감을 늘렸죠. 이런 손인지라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리입니다."
부리를 딸깍거린 코르부스는 양 날개를 들었다.
크기 때문에 눈에 안 들어왔던 것인지 박쥐의 날개에 발톱이 자라난 부위에 날카로운 발톱과 관절이 손가락처럼 자라있었다.
"확실히 날카로워서 식료품을 잡기가..."
"농담입니다. 그냥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쿠스쿠스를 뿌린 대추야자 호두말이라서 그렇습니다."
"진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질 모르겠네."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카렘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던데다 나름 회심의 농담이었던 터라 코르부스는 우렁차게 웃었, 아니 울부짖었다.
"그나저나, 알리시아 공녀님을 통해 전달한 붉은 마녀의 손가락 모종은 어떻게 잘 기르고 계십니까?"
"어휴, 며칠 됐다고 벌써 제 팔뚝만 하게 자랐는걸요? 응? 전달?"
"그렇습니다. 소개가 늦었군요. 온실 관리인 코르부스입니다."
중후한 목소리에 걸맞게 절도있는 자세로 인사한 코르부스는 새가 둥지를 품듯이 스툴 의자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자연 상태에서는 쑥쑥 잘 자라는데 사람의 손만 타면 이상하게 까다로워서 말이죠. 그래도 못 기를 건 없다고는 하지만 조금 걱정했습니다."
"어....그런 특징이 있었군요."
카렘은 모종의 관리를 메리에게 떠넘긴 덕분에 그렇게 잘 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코르부스는 부리를 딸깍거렸다.
"그리고 그 모종을 부탁한 상대가 성에서 제일 유명한 요리사라고 하니. 그 솜씨가 궁금해서 알리시아님한테 조금 부탁을 드렸던 건데..."
"음!?"
그리고 대화의 방향이 갑자기 자신에게 돌아오자 투실투실한 볼에 다람쥐처럼 양껏 대추야자 호두말이를 밀어 넣고 씹던 장본인.
알리시아는 입안의 내용물을 꿀꺽 삼키고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 그건 분명히 알리시아가 잘못했으니 코르부스 그대에게 사과하겠다. 그렇지만!"
"응?"
"자, 잘못은 그런 놀라운 간식을 펑펑 쏟아내는 카렘한테도 있다!"
아니, 여기서 책임을 이렇게 전가해버린다고?
카렘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알리시아는 진심이었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탑을 돌아다니며 카렘을 찾을 때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을 때까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새로운 간식을, 그것도 모래 거북 대추야자를 잔뜩 사용한 간식이라니 알리시아가 참을 수 있을 리가-"
책임 전가인 줄 알았던 말은 이윽고 알리시아의 자기변명이 되었다.
알리시아의 변명 아닌 변명은 그렇게 한참 이어지다가 코르부스가 대추야자 호두말이를 추가로 내오자 끝났다.
"그나저나, 붉은 마녀의 손가락 모종을 주셨었죠. 그러면 역시 온실에서 대량으로 기르시는 건가요?"
알리시아의 관심이 멀어지자 카렘은 얼른 코르부스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펠윈터 각하의 명령으로 온실 일부에서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지요. 아직은 결과가 좋습니다. 관심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알리시아님도 같이 가실는지요?"
보충된 간식을 분홍색 찐빵 외계인처럼 흡입하는 알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코르부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렘 또한 곧바로 따라 일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알리시아는 마저 남은 간식들을 볼 안에 욱여넣고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간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카렘과 알리시아를 안내하면서 코르부스는 말했다.
"펠윈터 각하의 명에 따라 온실에서 기르는 붉은 마녀의 손가락은 우선 수를 불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행이 가라앉기보다는 아이스랜드의 새로운 문화로 편입되면서 당장 야생에서 채집하는 것만으로는 품귀 현상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품귀 현상이요? 그러면 값이 오른다는 말입니까?"
"그래도 수입되는 향신료보다는 값이 싸겠지만 말입니다."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뻔했다.
후추, 생강 같은 향과 맛이 강렬한 향신료는 오로지 동방의 수입품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
중세의 향신료처럼 진짜 금값으로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평민이 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 춥고 척박한 아이스랜드에서도 자라는 향신료가 있잖아?
카렘이 불마손의 무독성을 증명한 이래 작년 겨울부터 콜던은 인근의 불마손이란 불마손은 모조리 흡입하고 있었고 그 유행은 주변의 다른 마을과 도시, 영지로 번지고 있었다.
하물며 보온 효과까지 있었다.
무려 혹독한 아이스랜드의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확실하니 이를 사재기하는 세력도 등장하고 있었다.
"여기 온실 말고도 펠윈터 가문의 직할령은 빠짐없이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재배하고 있을 겁니다. 여기입니다."
넓은 공터에는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주렁주렁 열린 식물의 군락이 있었다.
코르부스가 스스로를 온실 관리인이라고 소개했던 것처럼 식물과 열매는 싱싱해 보였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파릇파릇하게 살아 있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이렇게나?"
"최적의 환경에서 기르기 위해 일정 구역만을 아이스랜드의 겨울처럼 차갑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혹시 군락의 귀퉁이마다 있는 빛나는 막대가?"
"그렇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보시겠습니까?"
카렘은 코르부스의 제안대로 군락에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자 알 수 없는 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진 막대의 끝엔 청색 다면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카렘은 손을 군락의 안쪽으로 슬쩍 내밀었다.
뼛속까지 시린 아이스랜드의 겨울 냉기가 파고들었다.
"어우!"
"봄, 여름, 가을 날씨에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래도 겨울에 가장 생생했고 그만큼 품질 좋은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탄생하더군요."
자랑스럽게 떠들던 코르부스는 돌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콜던에 단 하루 만에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아이스랜드로 넓혀가는 놀라운 실력을 맛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아쉽군요."
"히끅! 코르부스. 너, 넘어가 준 거히끅! 아니었던 건가?"
"진작에 용서는 해드렸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순식간에 어디선가 잔에 물을 떠 온 코르부스는 딸꾹질하는 알리시아의 뒷목을 받치고 천천히 물을 먹였다.
그나저나 내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했다니.
그런 말을 들으니 카렘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하물며 코르부스는 카렘에게 붉은 마녀의 손가락 모종을 기르고 번식시키는 방법을 아낌없이 알려준 상대. 은혜가 있었다.
물론 카렘 보다는 메리가 더 열심히 돌보고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카렘은 잎사귀가 풍성한 줄기에서 알리시아로부터 전달받았던 것과 같은 짧고 작지만 뚱뚱한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아쉬워하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네요."
"아, 카렘 주방장한테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알리시아님을 놀리는 것이 재밌어서 했던 말이에요."
"코르부스?!"
"아이고 이거 아쉬워서 어떻게 하나."
알리시아는 새초롬하게 코르부스의 깃털몸을 두드리다가도 그가 아쉽다며 아고고거리자 당황하며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카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초대를 받았는데 빈손으로 왔으니까. 요리로 갈음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침 써보고 싶은 물건도 있으니까요."
"음?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말씀하십니까?"
"보다는 매운맛이 적고 풋내가 강한 만큼 식감도 좋은 이 짧고 뚱뚱한 물건을 말이죠."
카렘은 보라는 듯이 피망같이 뚱뚱하고 짧은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따서 내밀었다.
그걸 본 코르부스가 손끝으로 부리를 긁었다.
"이거 큰일이로군요."
"예?"
"온실의 식물로 뭘 하시려면 저와 펠윈터 가문의 일원 이외엔 공작 각하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허락을 받지도 않으셨는데 그렇게 열매를 따버리시다니."
"...혹시 제가 처벌을 받는 행위를 한 건가요?"
"예. 손이 잘리실 겁니다."
카렘의 손에서 힘이 풀리자 뚱뚱한 붉은 열매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그 말을 들은 알리시아조차 안색이 창백해졌다.
"물론 농담입니다. 저에게 온실 부산물의 적당한 사용 권한 정도는 있습니다. 까아아악! 까아아악! 까아아악!"
코르부스는 부리를 딸깍거리면서 목의 깃털이 부풀어 오르도록 울부짖었다.
그 모습에 카렘은 무심코 소리쳤다.
"거짓말이었습니까!"
"거짓말이라니, 농담입니다. 농담. 까아아악!"
"코르부스!"
"어이쿠 아가씨."
카렘의 울분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듯 알리시아는 코르부스에게 돌격.
주먹을 휘두르고 깃털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코르부스에게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자료첨부
-호두 대추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