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카렘은 네파네크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대가를 더더욱 올리거나, 다른 제안을 하여 카렘을 설득하고자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네파네크는 옵시디언베리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해치우는 기함을 보이며 과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감상과 함께 허투루 신왕의 측근이 된 것은 아님을 능력으로 보였다.

물론 그녀의 말마따나 그녀가 직접 할 일은 별로 없는 것도 있었고.

처음에는 여유로웠던 그녀도 계약의 상세 조율이 끝나고 옵시디언베리에서 보내는 날이 하루만 남자 조급해졌는지 드디어 가면을 벗어 던졌다.

"얼마면 되는데요! 얼마면 되냐니깐요!"

"얼마를 주시든 제 답변이 변할 일은 없습니다만. 무엇보다 사막은 더워서 싫고."

"더운 거? 고작 그것 때문에! 고작 그깟 더위!"

"어, 어.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집은 아도비스의 요리사들이 소년의 여러 레시피와 비전을 거래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야 어느 정도 꺾일 수 있었다.

기세만 따지자면 카렘이 자신과 함께 아도비스로 떠나기 전까지 머무를 모습이었지만, 네파네크도 공직자였기에 거기까지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끝내 달성하지 못한 마지막 목표.

아도비스의 함대가 옵시디언베리에서 떠나는 날, 네파네크는 이건 끝이 아니라는 듯이 기함에서 일갈했다.

"착각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공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것일 뿐입니다! 전 돌아올 테니까 두고 보세요!"

패배한 악당 같은 발언.

그러거나 말거나 아도비스 함대는 대해로 나아갔다.

그동안 틈이 날 때마다 시달린 카렘은 사람들의 틈에 섞여 다시는 보지 말자는 뜻을 담아 열심히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메리와 올리비에를 대동한 캐서린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꼿꼿하게 턱을 치켜세웠다.

"내 충성스러운 종자를 그깟 물질적인 풍요로 회유하려 하다니. 꼬마. 난 네가 그런 시답잖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을 믿고 있었다."

"그런 것 치고는 계약자. 초조해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런 품위 없는 짓을 했을 리가 있을까? 메리, 네가 잘못 본 것이겠지."

"그러신 것 치고는 그동안 올리비에님이-"

"자! 이제 일도 끝났으니 얼른 짐을 꾸리도록 하지!"

캐서린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단호하게 메리의 말을 잘랐다.

그렇지만 딱히 틀린 것도 아닌 것이, 아도비스의 함대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알프레드가 곧바로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라 명령을 내렸다.

획하고 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는 캐서린을 보며 올리비에가 후우우우우우욱-땅이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리비에님."

"그래, 늙으면 죽어야지. 이 나이가 돼서도 독립한 제자 때문에 심장을 졸여야 한다니. 아이고 내 신세야. 돈만 떼 먹히지 않았어도-"

음, 이건 귀찮아지겠군.

카렘은 올리비에의 투덜거리는 한탄을 흘려들으며 고용주와 선배를 뒤따라 숙소로 향했다.

아도비스 함대가 떠나자마자 환영단은 곧바로 윈터홈으로 복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일행의 행렬은 주관적인 사견이 가득했던 일정만큼이나 늘어졌다.

짐을 꾸리는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진작에 일정표가 배분되어 풀었던 짐은 전날에 모두 꾸린 상태.

행렬이 늦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환영단에 합류해 콜던으로 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으며,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봄은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

이는 춥고 척박한 아이스랜드도 다르지 않았다.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강이 흐르기 시작.

잠들어있던 초목이 깨어나며 당연히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월동한 육식 동물과 몬스터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배가 아주 고팠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세 가지.

충분한 무력을 갖추거나,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게 무리의 크기를 키우거나, 철새처럼 땅을 잠시 떠났거나.

그리고 때마침 일정이 끝나 콜던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아이스랜드 공작의 행렬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기꺼이 거금을 들여 약간의 사심과 함께 행렬에 합류하고자 했다.

그렇다기엔 사람들이 과하게 몰리는 것 같은데..? 네?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고요? 캐서린의 말대로 카렘은 옵시디언베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아아아아아아-

"전방에 언데드! 방패 벽! 준비! 밀어!"

"스켈레톤에 궁수는 무슨, 전용 화살 없음 뒤로 빠져! 주변을 경계하며 둔기 앞으로!"

행렬이 움직이던 도중 스켈레톤 한 무리가 숲에서 튀어나오더니 이내 먹이를 발견한 개미 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명백히 행렬보다 많았다.

다만, 다 썩은 무기를 든 스켈레톤은 몽둥이를 든 잡부만도 못한 저급 몬스터.

숫자만 많았을 뿐이었다.

쓰레기나 다름없는 무기와 장비, 혹은 그마저도 없는 스켈레톤 무리는 올 때보다 더욱 신경질적으로 변한 기사와 병사들, 그리고 모험가들에 의해 오는 족족 뼈 무더기로 변했다.

도시를 떠나고 며칠 동안 본 언데드는 스켈레톤만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나는 좀비라며 천천히 다가오는 좀비 때.

그런 좀비보다 빠르고 소리 없이 달려오는 와이트.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휘두르는 구울.

이름이 잊힌 전사들의 시체가 일어선 드라우그.

거기에 이제 막 동면을 마치고 깨어나 배고픈 맹수와 몬스터가 어우러지자 습격은 하루에 최소 두, 세 번씩 이어졌고 어떨 때는 행렬이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카렘이 기겁했던 것은 당연했다.

언데드, 다른 말로는 걸어 다니는 시체.

카렘은 킹스랜드 촌구석에 처박혔을 때도 언데드는 본 적이 없었다.

영화, 게임으로 봤을 때나 나치와 더불어서 마구 죽어 나가는 몬스터에 불과했지 그게 행렬을 둘러쌀 정도로 몰려온다면 그건 그 자체로 공포였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그게 몇 날 며칠이고 반복되자 소년은 적응할 수 있었다.

"으음, 오늘의 첫 언데드는 스켈레톤인가."

"내기는 제가 승리했네요."

"엥이."

오늘의 첫 언데드는 뭘까~요.

라는 주제로 내기를 할 정도로.

올리비에는 투덜거리며 공쳤다는 듯이 지팡이로 땅바닥을 쿵 찍었다.

"어젠 온종일 좀비만 나오더니 어째 오늘이 되자마자 스켈레톤이 나오는지."

"영감은 그 나이만큼 뱃속에 욕심이 그득그득해? 그동안 뭐가 나올지 매일 맞혔으면서 투덜거리기는."

"그래서, 카렘 후배. 오늘 내기에 따라서. 점심은 뭡니까?"

당연하지만 내기에 걸린 것이 돈은 아니었다.

딱히 돈이 아쉽지 않은 두 대마법사와 돈보다 일이 좋은 워커홀릭 집요정.

그리고 카렘이 건 것은 그 날 처음 등장한 언데드 이후의 메뉴 선택권.

결과에 따라 카렘은 선포했다.

"팬케이크와 베이컨, 모래거북 대추야자 시럽과 버터에 볶은 당근과 아스파라거스!"

"흠, 점심이라지만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오늘 점심은 제가 정합니다! 저도 좀 쉬자고요. 힘들어 죽겠네."

투덜거리는 캐서린에 카렘은 투덜거림으로 응수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 점심만큼은 정말로 쉬고 싶었다.

옵시디언베리에서 떠나기 전까지 헤드헌팅을 시도한 쿠소-메스가키 다크엘프.

아도비스 요리사들과 교류와 거래, 배움을 요청하는 동안에도 카렘은 캐서린에게 두, 혹은 세끼를 꼬박 챙겨야 했다.

그리고 콜던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카렘은 쉴 틈 없었다.

물론 며칠 쉬며 온전히 메리에게 맡길 수도 있겠지만, 명색이 프로 요리사인데 그럴 수야. 그냥 도움만 받았다.

무엇보다 언데드가 출몰한 이후 행렬에 깃든 시취, 시체 냄새는 카렘이 마차 밖으로 나올 때마다 지속해서 피로감을 일으켰다.

"팬케이크와 모래거북 대추야자 시럽. 아주 탁월한 선택입니다. 카렘 후배."

"보세요. 여기 흔쾌히 승낙하며 먹겠다는 집요정도 하나 있잖습니까?"

"그렇습니다. 편식은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 말에 메리는 반색한 기운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무렴 그녀가 좋아하는 부드럽고 폭신한 빵과 달콤한 시럽을 준비하겠다는데 그녀가 거부할 리가 없었다.

더 볼 게 없다며 캐서린과 올리비에는 마차 안으로 돌아갔다.

"카렘 후배. 후배는 여기 계속 있을 겁니까?"

"기왕 바깥에 나온 거. 숨 좀 돌릴 겸 식재료나 미리 받으러 가죠? 행렬이 잠시 멈출 것 같으니까."

카렘은 스켈레톤이었던 박살 난 뼈 무더기를 뒤지며 정리하는 병사와 모험가들을 응시했다.

언데드였던 스켈레톤의 인골은 딱히 가치가 없었다.

있다면 오른손이나 오른발 뼈, 두개골같이 토벌 증거에 걸린 현상금 정도?

그마저도 고블린보다 값이 좀 더 비싼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종종, 아니 상당수의 스켈레톤이 지닌 장비들은 썩었다고는 하지만 금속.

구리, 청동, 철에 이르기까지 금속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충분했다.

다만 모두가 가지기엔 수가 충분해 보이진 않았지만, 병사들은 스켈레톤의 잔해를 정리하는 데 집중해선지 의외로 분쟁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흐음, 확실히 스켈레톤이라고 해도 이만한 숫자였으니 잠시 쉬었다가 가겠군요. 그렇다면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당장 가도록 하죠."

"네. 보급 수레는 뒤쪽에 있겠죠?"

행렬은 과연 카렘과 메리의 예상대로였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던 행렬은 스켈레톤 무리가 습격했으니 전장을 정리하며 휴식을 겸해 정지했다.

카렘이 보급 수레가 몰려있을 행렬의 중심부에 다가갈수록 바깥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끄러웠다.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며 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호위 행렬 본대의 보급 전체를 책임지는 수레 주변은 가축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렬의 규모도 규모지만, 이런 가축 때문에 오히려 습격이 빈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카렘은 아무렴 어떻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덕분에 야외에서도 신선한 고기와 우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래서 캐서린이 귀족의 행렬에 합류하면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었던가.

어쨌거나 목표는 어디까지나 팬케이크 재료와 베이컨, 그리고 채소와 버터.

카렘과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은 한 둘이 아니었는지 수레 주변엔 인파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고용주가 누구랴.

최고 마법 고문인 캐서린이었다.

그녀의 위세에 힘입어 카렘은 당당하게 새치기하여 목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카렘을 대신해서 짐을 들은 메리는 재료들을 둘러보았다.

"카렘 후배. 대추야자 시럽이 없습니다. 빠트린 것 아닙니까?"

"옵시디언베리에서 얻어놓은 물건이 가득하니 다른 시럽은 없어도 될 것 같아서요."

꾸준히 이어지는 헤드헌팅 제안과 교류회.

쉴 틈 없이 일한 카렘은 그만한 대가를 얻을 수 있었다.

요리사들과의 레시피 교환하며 아도비스 요리사들은 대가가 불충분하다며 카렘에게 값비싼 향신료와 장기 보존이 가능한 각종 식료품을 추가로 건넸다.

카렘이 잔뜩 받은 모래거북 대추야자 시럽은 그 중에 하나였다.

일반 꿀, 대추야자보다 훨씬 강한, 볼이 아릴 정도의 단맛

믿기는 힘들지만 판타지같은 단맛 만큼이나 농도도 짙어 입구만 잘 봉하면 연 단위로 보존할 수 있다고.

"그래도 돌아가면 이것저것 새로운 요리를 해볼 수 있겠는데요."

"새로운 요리라면, 아도비스의 요리입니까?"

"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치즈가 아닌 도넛을 시럽에 며칠 동안 절여 견과류 가루를 뿌려서 짭으로 굴랍자문을 만들어 볼까요? 네, 네. 그렇게 보지 않으셔도 충분히 만들 테니까요."

소리 없이 눈빛만으로 별을 쏟아내며 메리가 소년을 응시하자 카렘은 그럴 줄 알았다며 곧바로 대답했다.

카렘이 받은 대추야자 시럽은 몇 통이나 되었지만, 윈터홈의 디저트 귀신들을 생각하면 몇 년은 무슨 몇 달이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짧은 전장 정리와 휴식을 마친 호위 행렬은 곧바로 출발했다.

늘어난 규모와 빈번한 언데드와 몬스터의 습격에 약 2배의 시간이 걸려 행렬은 콜던에 도착했다.

자료첨부

-대추야자 시럽을 뿌린 팬케이크-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