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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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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센드가 끝나고 이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을 수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시식회는 여러모로 머리를 트이는 자극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사정이 안 돼 시식회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이를 거짓말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야 카렘의 도발에 응해 직접 시식한 사람들.

그리고 그걸 모두 보고 있었던 관중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졌다.

하지만 호기심을 곧바로 풀 수는 없었다.

"아니, 여기에도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없습니까?"

"없어요! 없다고! 추워 죽겠는데 이게 무슨 난리야!"

그야 당연했다.

특유의 강렬한 매콤함 때문에 미량의 독초를 약재로도 쓰는 약사, 치료사도 취급하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민간 마법사, 연금술사들이 사용하기 위해 찾는 일이 있었지만, 여타 마법/연금술 재료들과는 다르게 도시 밖으로 나가면 드물게나마 보였기에 딱히 값비싼 풀도 아니었다.

윈터홈과 캐서린이 가진 물량은 플라워 오브와 깍두기로 재탄생.

그나마 콜던에 있던 물건들도 시식회에 모두 사용되어 동이 난 상태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핍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이 결핍을 감지한 이들은 생각했다.

어라, 이거 돈이 되겠는데?

그렇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상인과 모험가들이었다.

"거 참.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돈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야!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눈이나 치워!"

"알았어! 거 참. 뭐가 그리급어이! 조심해!"

크허어어어엉!

한겨울의 성벽 바깥이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지만 반짝이는 금화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

얼마 지나지 않아 콜던에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콜던에 만연했던 호기심은 곧바로 유행되어 위아래로 퍼져나갔다.

"끄흐으읅...! 무, 뭐! 견딜 만 한데헤에-!"

"하, 하나도 안맵기는무슨입안이불타는것같은데에에에에에엑-!!!!!"

"후우우우! 후우우우! 한 입 더! 후우우우! 후우우우! 한 입 더!!!"

그 퍼지는 원인은 다름 아닌 카렘에게 쫄?을 당한 관중들.

더 정확히는 그 광경을 보고 미처 올라가지 못한 콜던의 남자들이었다.

당연히 먹은 남자들의 입에 불길이 치솟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거기에 먼젓번에 시식했던 이들이 기름을 끼얹었다.

"하! 콜던의, 아니지. 아이스랜드의 남자라면 이 정도는 먹고 버텨야지!!!"

"아직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내 너를 위해서 준비했지! 신선하고 아삭한 붉은 마녀의 손가락!"

"설마 먹지 않겠다는 건가? 내가 널 위해서 직접 구해왔건만!?"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선사하는 고통을 겪은 이들은 나만 당할 수는 없다는 심리로 무장해 아직 먹지 않은 이들에게 기꺼이 권유라는 탈을 쓰고 강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강요'당한 이들은 자신에게 '권유'한 사람들처럼 먹지 못한 이들에게 다시 '강요'하기를 반복. 무한의 굴레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악독한 유행은 당연하겠지만 귀족들에게도 번지려 하고 있었다.

"자네. 이 열매로 요리를 만들도록."

"예? 주군? 하필이면 이 붉은 열매로 말입니까?"

하지만 고귀하신 귀족이 과일이나 샐러드도 아니고 아직 채소인지 향신료인지도 모를 풀의 열매를 생으로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난데없이 소문으로만 듣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접한 귀족에게 고용된 요리사들은 난데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알게 된 요리사들은 비밀리에 한자리에 모여 의논했다.

"후우우우! 후우우우! 제기랄 양파나 마늘이랑 비교할 수도 없군."

"양파나 마늘보다는 악마랑 후추가 교배해서 싸지른 향신료 계의 사생아 같은 물건이 아닌가? 대체 이걸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지?"

"맙소사. 몬스터가 이걸 먹으면 기겁하거나 광분한다던데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었군."

어쨌건 불마손으로 뭔가 만들기는 해야 했기에 요리사들은 고통받으면서도 후추와 악마가 싸지른 사생아같은 열매를 조금씩 시식하며 불평했다.

비록 단 한 번도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고용주들이 난데없는 재료나 요구사항을 내미는 일은 종종 있는 일들이잖아? 한번 제대로 용도를 궁리해보자고."

고추의 매콤함은 결국엔 익숙해지는 법.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했다.

때마침 시간이 지나 입안의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하자 머리를 맞댄 요리사들 사이에서 상당히 그럴듯한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매콤함. 후우! 분량만 조절하면 흔하디흔한 맛들에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겠어."

"다른 건 몰라도 꿀이나 설탕을 넣어서 같이 써야 하는 건 확실해. 아니지, 이쪽이면 차라리 잼을 넣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는데?"

"아아악!? 내 눈! 내 누우우운!? 실수로 눈을 비벼버려.....!!!!!"

"허이고. 잡내는 잘 못 잡는데. 다른 향신료를 꼭 같이 써야 하겠네만."

"이렇게까지 색이 진한데. 좀 신기하군."

"달기만 해서 뭐하나? 산미가 부족한데. 식초부터 레몬에 라임까지 전부 시험해보자고."

그리고 그렇게 요리사들이 자신들의 혀와 열정을 불태워가며 파악한 붉은 마녀의 손가락은 요리 일부가 되어 고용주, 귀족과 권력자나 상인들의 식탁에 올라갔다.

"그에에- 자넨 이게 맛있다는 건가? 혀의 고통때문에 도저히 무슨 맛인지..."

"자네, 설마 고작 손톱만큼 먹었다고 그러는 건가? 참으로 '남자'답지 못하군. 그래?"

"당장 접시에 담긴 것들을 전부 가져와아아아아아!!!"

그리고 유행이란 본디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

여왕의 요리사에게서 비롯된 베샤멜 소스가 거의 모든 서양 요리의 근본이 되었던 것처럼 콜던 전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크흠! 흠! 당신. 오늘 스튜가 좀 많이 매운 거 같은데?"

"왜요? 술을 마시고 들어온 당신을 위해 제가 정성껏 끓인 숙취해소 스튜가 별로인건가요? 설마 '남자'답지 못하게 맵다고 못먹겠다는-"

"누가 매워서 못먹는다고 말했나! 거 참! 후루루컥커헉! 끙! 한 그릇 더!"

물론 절반은 남자의 자존심을 자극당한 나머지 도저히 거부할 여지가 없어서 억지로 먹게 된 희생양들이었다.

물론 자존심만이 아닌 심통 난 안사람에 의해 그러기도 했고.

하지만 본디 혀의 매콤함은 입으로는 싫다고 해도 머리가 원하는 법.

하물며 매콤함이란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이런 새로운 자극이라니?

"흠! 호오! 이 혀에서 느껴지는 자극!"

"대체 이 고통스러운 자극이 왜 이리도 중독적이란 말인가!?"

"불마손 가루의 양을 좀 줄이고 벌꿀술을 첨가해 끓여봤다네. 아마 조금 더 부드러울 거야."

"이 매콤한 악몽을 먹고 피로를 싹 날려버려!"

"후! 겨울인데도 후끈하다 못해 더워 죽겠어!"

그렇게 콜던의 사람들은 자존심과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의지, 생각보다 중독적인 자극에 말미암아 거부감은 금세 사라졌다.

당연하겠지만 이 유행은 콜던의 중심.

윈터홈으로도 역류했다.

언제나 같이 겨울을 맞이한 우중충한 아이스랜드의 저녁 하늘에서 주먹만 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을 때, 마법사의 탑에 자리한 주방의 오븐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장작불이 타오르는 오븐과 화덕은 열기를 내뿜고 금속과 도마가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져야 했다.

저녁 준비를 위해 후끈하고 시끄러워야 했을 주방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심야의 설원과도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카렘이 주방에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요리사가 주방에 없을까?

그 이유는 더더욱 간단했다.

지금 그는 마법사의 탑에 없었으니까.

카렘은 지금 캐서린, 메리와 함께 본성의 대회관에 와 있었다.

그동안은 캐서린이 일에 치이던 터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밀리고 쌓인 일거리들이 전부 정리된 이상 마법사의 탑에 거주하는 3인도 윈터홈의 오랜 전통에 따라 저녁 식사에 참석해야 했다.

"카렘 후배."

"네, 네?"

"지금 이 광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카렘은 그녀의 말에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캐서린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한다. 나도 같은 심정이니까."

"아타니타스님?"

"는 무슨. 꼬마야 네놈이 윈터홈의 심장에 맹독을 풀었구나."

대회관은 윈터홈 본성의 가장 넓은 실내 공간.

그 특성 덕분에 알현실, 접객실과 식당을 겸하는 곳.

펠윈터 가문의 역사를 함께한 대회관은 카렘에게 매우 익숙한 향기로 가득했다.

구체적으로는 비강을 자극하는 매콤한 향기.

그저 후추를 강하게 쳤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빵과 디저트 등을 제외한 메인이라고 할 법한 다수의 요리에는 미약하지만 매콤한 향기가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요리들을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고 있었다.

캐서린의 말이 실로 옳았다.

카렘은 자신이 맹독을 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매운맛은 인기가 많은 현대에서도 분명하게 취향을 타는 부분이 있었다.

마약이라도 넣지 않는 이상 이런 일괄적인 반응은 있을 수 없었다.

이는 캐서린도 동의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중독성 있는 포션이나 마약. 하다못해 환각성 버섯이나 독초 그 어느 것도 들어가지 않았군."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라는 건가요?"

"그래. 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맛있어서 먹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카렘은 고개를 돌렸다.

대회관의 가장 안쪽에 마련된 높은 상석엔 펠윈터 가문의 일원들이 하나같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식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시종들과 함께 총주방장 지그메서가 직접 요리를 덜고 있었다.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벌게진 알리시아의 빈 접시에 매콤한 아이스웜 파이를 던 알프레드는 카렘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맛이 어떠냐는 듯이 윙크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윈터홈의 총주방장이라는 말은 달리 표현하자면 콜던 요리계의 1인자.

거기에 드워프의 종특이나 다름없는 장인정신이 결합하였다.

아는 맛이 무섭다지만 모르는 맛은 자극을 부르는 법.

평소에도 취향이 아니어도 맛없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지그메서의 솜씨에 요리에 따른 각기 다양한 강도의 매콤함이 추가되었다.

익숙한 맛에 난데없이 새로운 자극에 기습당한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꼬마 네가 전에 만들어 보였던 피클에 비하면 확실히 먹을 수 있겠구나."

"제 입에는 영 느껴지지 않지만요."

붉은 기름이 떠오른 스튜, 매콤달콤한 소스가 뿌려진 구이, 적갈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가금류 구이에 이르기까지.

메리가 내미는 메인 요리는 모두 그녀에게 매웠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저놈 이전에도 그랬지만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너 취향이 이상한 게 아니냐?"

"그것보다는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여기 잠시만요."

카렘이 부르자 곧바로 시종이 달려와 양손에 들고 있던 매콤한 아이스웜 파이를 그의 접시에 덜어주었다.

각종 허브와 향신료, 양파를 다져 만든 양념에 감싸여 부드럽게 익혀진 살코기는 선명한 붉은 기가 돌았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파이의 단면에 보이는 수십 겹의 황금빛 페이스트리와 대비되어 보는 것만으로 입맛을 돋웠다.

카렘은 곧바로 파이 조각을 들어 한입 가득히 물었다.

아사삭! 바삭한 감촉이 있지만, 저항감이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촉감.

고소한 페이스트리와 기름진 아이스웜 살코기는 향신료에 더해져 전혀 기름지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잘 모르겠네요."

냄새만큼이나 매콤함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고추가 잠깐 목욕하고 나온 것 같은 화한 감각.

전생의 카렘이었으면 이게 뭐가 맵냐고 한소리 했을 정도의 맛이었다.

잠시 요리에 집중하던 캐서린은 대신해 메리가 말했다.

"카렘 후배. 그쪽 취향이 변태적인 겁니다."

"음 역시 그런 것일까요."

"예. 인정하시죠."

그래도 카렘은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니, 떠올렸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역시 요리란 혼자 먹을 게 아니라면 타인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일 만들건 그거밖에 없겠지.

그거라면 적어도 맛없다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특유의 끈적한 달콤새콤 하지만 고소하고 매콤한 소스

바삭한 튀김옷에 쌓여 고온에서 재료가 가진 수분으로 쪄진 부드러운 속살.

“양념 치킨이라면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

“...꼬마.”

“아 깍두기랑은 다르게 앞으로는 매운 음식도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조리 할 테니까요!”

자료 첨부

-매운 장어 파이(la espinagada)-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