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끄어어어어....."

"고든. 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죽어가요?"

카렘의 의문은 당연했다.

전생에 술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현생의 모스톤 마을에서 머무를 적 카렘은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종종, 아니 자주 볼 수 있었다.

주로 생물학적 애비라는 작자와 마을의 유일한 사제, 그리고 촌장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하지만 도저히 시체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초췌하면 없던 의문도 생겨나는 법.

대체 이 멧돼지를 정면에서 쳐 잡은 베테랑 용병을 반 죽인 술은 대체? 설마 외형과는 다르게 맥주 이외의 술은 전혀 못 하는 걸지도.

"꺼흐으으윽. 그으윽. 드렁큰....파이어..."

"드렁큰 파이어?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숙취의 원인. 드렁큰 파이어.

카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아니,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어디서 들어봤던 거 같은데? 뭐였지?

부엌의 상석에 앉아 두루마리를 정리하던 캐서린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허, 드렁큰 파이어를? 보나마나 한 잔으로 끝낸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나 독한 술이에요?"

"꼬마야. 드렁큰 파이어는 불이 붙는 독주다. 너무 독하고 주정이 순수해서 연금술의 촉매나 마법의 시약으로도 사용될 정도지."

"불이 붙는다라..."

카렘은 곰곰이 생각했다.

술이야 도수가 높을수록 불이 잘 붙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는 상식.

다만 카렘이 알기로 불이 붙는 술은 위스키, 보드카, 스피리터스 따위의 증류주로 치우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걸 병째로 들이켰다?

"어, 사람 새끼신가...?"

캐서린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보나 마나 뻔하지. 용병들 특유의 객기가 발동한 것이 아니겠냐?"

"...카렘. 뭔가 마법사님한테 고용됐다고 단어가 뻔뻔해진 거 같은데."

"아타니타스 님."

"용병. 지금 내 전속 요리사를 위협한 게냐?"

캐서린은 감히 내가 선고용 한 요리사를 위협하지 말라는 듯 고든을 응징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마법을 날린다거나, 종아리를 걷어찼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매우 가볍게. 다리를 움직여 고든이 앉은 스톨의 다리를 툭 쳤을 뿐.

숙취로 바닥을 기다시피 부엌에 들어온 고든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끄응아악! 머, 머리랑 속이 동시에 울린다아아악!?"

"...반응이 영 이상하군. 이쯤 되니 나도 궁금해지는데. 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이 꼴인 게냐? 열 잔?"

"하, 한 병..."

"..."

턱에 손목을 괴고 있던 캐서린은 당황했다.

어느정도냐면 나머지 손에 힘이 풀려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을 정도로.

고든의 말에는 그만큼의 파괴력이 있었다.

드렁큰 파이어 한 병이면 오우거조차 술에 취해 쓰러지는 것이 정상이고 드워프조차 병상에 드러누워야 했다.

일개 인간이 한 병을 비웠다니. 고든의 말대로라면 지금 그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허, 이봐 용병."

"으윽. 예?"

"사실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인게 아니냐?"

역으로 이렇게까지 기이하니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캐서린이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하며 숙취로 죽어가는 고든을 말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카렘은 화덕 위에서 몇 시간 째 끓어오르는 냄비 뚜껑을 열었다.

냄비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닭곰탕.

고든이 지난 밤늦게 술 내기에서 따온 손질된 닭을 한 번 볶아 대파, 양파, 무와 마늘을 조금 넣고 몇 시간 전부터 푹 우리기 시작했다.

비록 질긴 노계라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서 국물을 우리면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

때마침 뒷마당의 창고에 각종 채소가 그득히 쌓여 있었기에 카렘은 채소들을 아낌없이 팍팍 투입했다.

카렘이 이 세계에 환생하고 나서 처음으로 만드는 한식. 조금 맛을 보자 카렘은 눈을 질끈 감고 감격했다.

하지만 짧은 감격의 순간이 지나자 곧바로 아쉬움이 몰려왔다.

진짜 후추랑 밥 한 공기만 있으면! 하지만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카렘은 건더기와 국물을 가득 담은 그릇에 소금을 짭짤하게 쳐서 죽어가는 고든에게 내밀었다.

탁!

"자, 고든. 이거나 먹고 정신 좀 차리시죠?"

"끄으으응"

고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머리맡에 놓인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냄새.

고든의 몸은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후루룩.

그릇을 드는 간단한 일도 힘들었지만 어떤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반은 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든은 푹 고아진 진한 닭 육수와 닭기름이 몸 안에 들어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쓰린 위장에 스며들며 고통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용병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법.

그리고 술만큼이나 친한 것이 바로 해장이었다.

그랬기에 용병으로 에우로파 대륙을 돌아다닌 고든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장을 했지만, 지금 이 뜨끈한 국물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크허어어어어! 아, 좀 살겠다."

"..."

숙취에 시달리며 죽어간 좀비가 고든으로 되살아나자 캐서린은 고개를 획 돌려 카렘을 응시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뻔했다.

곰탕을 준비한 카렘이 곧바로 그녀에게 건더기를 담은 숟가락을 내밀었다.

"음, 뼈와 살이 숟가락만으로 분리가 될 정도라니. 이렇게 푹 끓인 닭은 또 오랜만인데."

"아무래도 수탉인데다 노계라서 부드럽게 먹을려고 시간을 좀 썼죠."

"그래, 조금만 더 오래 끓였으면 뼈까지 으스러졌겠구나."

그녀의 말대로.

육수와 기름이 모조리 빠져나온 노계의 뼈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낱낱이 분해되는 지경.

오븐에 딸린 화덕의 화력이 상당한 덕도 있었다.

오랫동안 푹 끓여 결대로 찢어지다가 분해되는 닭고기.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으스러지는 대파와 양파의 달콤함과 오랫동안 푹 우려낸 닭기름의 조화가 캐서린의 입안을 상냥하게 휘감다가 흡수되었다.

캐서린은 어제 점심에 즉석에서 카렘을 고용한 자신의 선택에 찬사를 보냈다.

무심코 미소를 지은 그녀는 옆에서 카렘의 시선을 느끼고는 잽싸게 표정을 고쳤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카렘과 용병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후아, 이제야 좀 살겠네.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아."

"빨리 먹었네요. 한 그릇 더-"

"그래, 그나저나 이렇게 부드럽고 맛이 진한 치킨 수프라니,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끓인 거야?"

"일단 해가 뜨기 전부터 지금까지 끓이고 있었죠."

그 때문에 부엌의 한쪽에 쌓여 있던 장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진한 국물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카렘은 생각했다.

캐서린에게 이것저것 퍼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집주인 해머슨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쓰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리필된 닭곰탕을 이번에는 순식간에 비워버린 고든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어우, 슬슬 기력이 돌아오니 얼른 정신을 차려야지."

"급한 일이라도 있나요?"

"어제 하루 푹 쉬었으니 오늘부터 의뢰를 받아야지."

안 그래도 겨울엔 위험한 의뢰밖에 없으니 아주 절실하거나 막대한 의뢰비가 아니라면 용병들도 휴식기를 가졌다. 모험가들도 마찬가지.

그랬기에 봄과 가을은 다방면으로 의뢰 성수기라고 할 수 있으나, 그래도 카렘은 의아했다.

"고든. 아타니타스 님이랑 나누기는 했지만, 금화가 한 가득하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카렘?"

"네."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다. 그럼 이만."

"그래. 배웅은 하지 않으마."

"물론이죠. 마법사님. 카렘, 그동안 밥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남아있던 국물을 전부 마신 고든은 카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부엌을 나갔다.

배웅은 하지 않아도 되는가 싶었지만 캐서린이 말없이 탁자를 두드리자 카렘은 얌전히 그녀의 식사 시중을 들었다.

"고기와 채소는 충분하니 이젠 빵을 먹고 싶은데."

"아, 그러면 구워 드릴까요?"

"아니. 잘게 뜯어서 국물에 말았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는 알겠나?"

예. 카렘은 캐서린이 무슨 요구를 하는지 곧바로 파악하고는 곧바로 딱딱하게 굳은 빵을 집었다.

국물에 쌀밥이 아니라 빵을 담가 먹는 행위는 얼핏 낯선 방식일 수 있었다. 수프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식이 밀, 빵인 지역에서 빵을 국물에 적셔 먹는 방법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행위였다.

다만 지금 있는 빵들은 찍어서 캐서린에게 먹이기에는 불편했다.

카렘은 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 국물에 적셨다.

캐서린은 바로 그거라는 듯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카렘이 내미는 닭 기름과 곰탕 국물을 흠뻑 머금어 부드러워진 빵을 입에 담았다.

역시 고기는 빵이랑 먹어야지. 기름지고 진한 국물과 무척 잘 어울리는군.

단백질에는 탄수화물이 빠질 수 없다는 미식의 진리.

경험을 통해 진작에 깨우친 캐서린은 즐겁게 식사를 끝마쳤다.

캐서린의 식사가 끝났으니 이제 카렘 차례. 소년은 곧바로 자기 몫의 곰탕을 덜었다.

캐서린의 식사 시중을 드는 동안 곰탕은 더욱 졸았다.

그만큼 건더기는 더욱 부드러워졌고 국물의 감칠맛은 더 진해졌다.

입에 쩍쩍 달라붙을 만큼 진해진 곰탕의 맛과 열기에 카렘의 머리는 환호를 내뱉었다.

하지만 카렘의 혀는 아쉬움에 미뢰를 파르르 떨었다.

밥! 흰 쌀밥! 아삭아삭한 깍두기! 파김치!

불쑥불쑥 이룰 수 없는 요구사항이 두더지처럼 마음속에 피어오르자 카렘은 이성의 망치로 아쉬움이라는 이름의 두더지를 가차 없이 내려찍었다.

그렇게 카렘이 그가 식사를 끝마치기를 기다리는 캐서린의 곁에서 내적 갈등이라는 이름의 마음속 내전을 치르고 있을 때.

똑똑똑-! 똑똑똑-!

"이른 아침부터 실례지만 이곳에 캐서린 메리골드 아타니타스 공께서 머무르신다고 들었다!"

손님이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