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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메서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인생의 굴곡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요리를 위해 머리와 수염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받던 핍박.
다른 드워프보다 유달리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등등.
당시에는 힘들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과 경험은 그의 피와 살이 되어주어 지금의 지그메서를 만들었다.
거기에 약간의 운과 실력이 뒷받침해준 결과.
지그메서는 오래전 펠윈터 가문의 총주방장 자리를 꿰차며 윈터홈 요리사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다.
요리에 한정한다면 주군인 알프레드조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알프레드의 최측근인 아이오나조차 그를 존중했으니 어지간한 귀족들도 모두 그에게 굽신거렸다.
무엇보다도 그가 모시는 펠윈터 가문은 하나같이 요리를 대접하는 보람이 있는 실로 만족스러운 이들이었다.
요리사로서는 가히 최고의 손님들이라고 지그메서는 자신할 수 있었다.
귀족인데 편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하지만, 어느 날.
"으음, 뭔가 다른 건 없는가?"
"아니. 알리시아님. 대체 무슨 말입니까? 혹시 맛이-"
"아니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사막 아도비스 신왕국에서 공수한 모래 거북의 대추야자를 넣은 비스킷.
매머드 버터를 넣어 구운 스콘.
하이랜드 부족의 크림과 마멀레이드 잼.
알리시아가 좋아하다 못해 쌓아놓고 먹는 간식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뭐지? 입맛이 변했나? 아니 어린 인간이 원래 급격하게 변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입맛이 이렇게까지 빨리 변하나? 지그메서가 당황하던 그때.
"음, 역시 그 푸딩보다는...아, 아무것도 아니다! 영감! 이것도 엄청 맛있어!"
"....'이것도' 말입니까?"
"....앗차차!"
지그메서는 영혼이 가출하는 것 같았다.
뭣 모르는 부하들은 알리시아의 입맛이 변하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그메서는 확신했다.
알리시아 공녀님은 거짓말을 못 한다.
그렇다면 '이것도'의 대상인 푸딩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요리사의 정체는 알리시아가 숨겨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그메서는 드워프였다.
장인의 종족으로 자기 방면에서는 한없이 파고들기로 유명한 종족.
알리시아를 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좋아하는 간식들로 살살 꼬드겨 그 푸딩이라는 물건의 재료와 질감, 맛을 파악하면 재현하는 건 지그메서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계란, 우유, 설탕, 물 만으로 이런 물건을....?"
지그메서는 오랜만에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 고드윈이 쐐기를 박았다.
"고드윈 도련님?"
"음 이거 멈출 수가...응? 지그메서. 무슨 일입니까?"
"그 하얀 물건은 대체..."
"아, 마요네즈라고 하던데.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한 번 먹어보겠습니까?"
원래 모르던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뜻밖의 것에 더욱 강하게 충격받기 마련.
마요네즈를 맛보자 지그메서는 한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지그메서는 한 순간에 마요네즈의 진가를 알아차렸다.
고대 제국의 소스부터 현 대륙의 최신 유행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소스와도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소스였다.
무엇보다 단순 조합 만으로 수십 가지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베이스 소스라니.
특유의 맛 때문에 취향을 좀 탈 것 같기는 했지만, 이 자다.
이 소스를 만든 자가 알리시아 공녀님을 홀렸구나!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리시아 공녀의 입맛을 훔치고 마요네즈를 만든 요리사가 고작 10살 나이의 어린 꼬마라니.
도무지 믿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 나이에 대단한 솜씨더군. 지난번에 대접받은 요리들은 파이를 빼고는 하나같이 처음 보는 것들이었어."
"맙소사! 저보다 요리를 잘한다는 겁니까?!"
"아, 그건 아니지. 뭐랄까, 카렘은 요리에 대한 발상이 다르더군."
"발상. 발상이라."
고드윈은 마요네즈에 당근을 찍어 먹으며 자기 일처럼 자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길쭉한 스파게티.
얇게 잘라 바삭하게 만든 비트칩.
거품을 잔뜩 먹여 부풀린 머랭으로 만든 오믈렛.
빵으로 감싸 구운 스테이크인 웰링턴 스테이크.
익숙한 재료들의 어느 것 하나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
지그메서는 감탄하다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정신 차려라. 지그메서! 상대는 너에게서 알리시아 공녀님을 빵빵하게 먹여 기뻐하게 만드는 권리를 훔쳐간 놈팡이다. 정신 차려라!
물론 카렘이 들으면 억울하고 음해라며 소리칠 생각이었다.
아무튼. 원인을 파악했으면 방도를 찾아야 하는 법.
때마침 윈터센드였으니 아주 좋은 기회였다.
총주방장쯤 되면 윈터홈에서 개최되는 윈터센드에 제물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기 마련이니 이를 위해 지그메서는.
"알!"
"예?"
"동물이든 몬스터든 상관없으니 알이란 알은 모조리 가져와!"
"어, 연회랑 공작님의 가족에 올라갈 것들까지 말입니까?"
"아 그건 아니지. 그것들 빼고 다 가져와!"
"얼마 전에 보레아스 와이번의 알도 들어왔는데..."
"다 가져와!!!"
적의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는 비겁하다 하겠지만, 그는 당당했다.
모름지기 적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을 알고 적의 기술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능가하는 것.
커스터드 푸딩의 제조법은 진작에 파악한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다음 할 일은 뻔했다.
조리법의 수정 및 보완과 발전.
목표를 위해 같은 종류의 다른 재료 활용.
레시피의 다각화와 실험까지.
'알리시아 공녀님을 홀린 커스터드 푸딩. 놀라운 물건이지만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 애초에 완성품이 아닐 것이다. 뭔가가 빠졌으니 레시피는 아직 미완성일 것이 분명해!'
그리고 지그메서의 추측은 정확했다.
공작가의 식탁에 오르기에 화려함이 부족한 것은 둘째로 치고, 커스터드 푸딩에 빠진 것은 바로 향기.
구체적으로는, 바닐라.
아쉽게도 공작성에 바닐라는 없었으니 빼고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향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전생의 영향으로 카렘은 바닐라 이외의 물건을 떠올리지 못했다.
'이것저것 실험했지만 스노우러너의 알과 그냥 우유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겠어. 반딧불이 장미 오일이 딱이로군. 향이 과할 수 있으니 조금만 넣고...'
틈틈이 실험하는 와중 결과물은 점점 구체화하여 당장 누구에게 내놓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지만, 장본인은 아직도 불만족스러웠다.
뭔가 부족했다.
'식감! 식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커스터드 푸딩의 식감을 보조할만한 식재료가 마땅치 않았다.
잼 종류는 나쁘지 않았지만 끈적한 식감 때문에 탈락.
볶은 빵가루는 식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입안에 계속해서 남아버리는 탓에 탈락.
식감을 보충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되었다.
"견과류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푸딩이 사라지고도 형태가 남는 것이 별론데. 바삭하게 깨지고 흔적도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있군!"
입에 넣고 씹으면 바삭한 식감이 남고.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사라지는 훌륭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태운 설탕. 캐러멜.
지그메서는 카렘이 선보였던 그것을 응용하기로 했다.
팬에 설탕을 꼼꼼히, 그리고 넓고 얇게 흩뿌린 지그메서는 조심스럽게 팬을 달궜다.
설탕은 금새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색이 변하기 전에 재빨리 팬을 얼음을 넣은 가죽 주머니에 얹었다.
치이이이- 뜨거운 팬이 급격하게 식었다.
그와 함께 팬 위에서 녹은 설탕이 결정화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지그메서가 바라는 대로였다.
진한 갈색빛으로 빛나는 설탕 결정판은 반대편이 어렴풋이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지그메서는 손바닥보다 조금 더 작게 분리한 설탕 결정을 조심스럽게 장미향 스노우러너 푸딩 위에 얹었다.
긴장되는 표정으로 작은 스푼을 들어 올린 그는.
푸딩 위의 사탕판을 가볍게 내려쳤다.
휙- 파각! 얇은 결정이 원형으로 깨지며 푸딩을 장식했다.
그리고 결정 조각과 푸딩을 먹은 지그메서는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코를 자극하는 장미향.
혀를 감싸는 부드럽고 달콤한 푸딩의 감촉.
그리고 씹을 때마다 바삭거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그메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함부로 공녀님을 빼앗아간 놈팡이를 찍어누르고 귀염둥이 알리시아 공녀의 관심을 되찾아올 수 있겠지.
"그런데 그 마요네즈는....아니지. 아니야."
마요네즈와 푸딩.
설마 카렘이라는 놈팡이도 요리사일 텐데 그 두 개를 섞지는 않겠지.
지그메서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맛과 모습에 소름이 다 돋았다.
혐오스러운 상상을 재빨리 지워버렸다.
"이 푸딩을 커다랗게 만들기만 하면 되겠군!"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야 윈터센드의 수많은 제물 사이에서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하려면 일단 크기를 키우는 것이 좋을 테니까.
중간에 시행착오를 겪기야 하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알이란 알은 모조리 쓸어왔던 것이니까.
항의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지그메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 항의는 찍어누를 정도의 권한은 있었다.
주군과 그 가족들의 식사와 저녁 식사에 사용할 분량은 챙겨 뒀으니까 만사형통.
무엇보다도 지금 그에겐 그런 같잖은 항의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알리시아 공녀를 놈팡이로부터 되찾아오는 것.
늙은 드워프 총주방장은 손녀딸의 관심을 되찾겠다는 노인의 심정으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불합리한 분노의 대상이 된 줄도 모르는 카렘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카렘이 꿀타래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이만한 물건을 그저 꿀타래로 정하고 넘어가기엔 알리시아의 감성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마법, 생활, 매출적인 이유로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서린은 당연.
심지어 딱히 관심 없다고 여겼던 메리도 동의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카렘 후배. 이만한 작품에 그냥 꿀 실타래라고 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아니 꿀타래가 그렇게나 이름이 별로입니까?"
그리고 카렘을 제외한 모두가 긍정했다.
알리시아가 먹은 마지막 꿀타래를 아쉽게 응시하던 캐서린이 말했다.
"모르는 음식을 접하는 이에게 이름이란 첫인상이나 마찬가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름이 별로라면 식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키티의 말에 동의한다! 카렘!"
"키티가 아니라 캐서린. 꼬마야. 생각해봐라. 말린 과일을 듬뿍 넣은 브레드푸딩을 축축한 곰보빵이라고 하면 누가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으으으으...."
알리시아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듯 양팔을 껴안고 진저리쳤다.
아니, 대체 꿀타래가 뭐가 어때서? 라고 했지만 이미 상대는 3대1.
카렘은 어쩔 수 없이 꿀타래의 다른 이름을 언급하기로 했다.
"그러면 드래곤의 수염은 어떠십니까?"
"흐, 꼬마."
"무, 뭡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
캐서린은 반개안 눈으로 이거 보라는 듯이 피식 웃었다.
"너도 드래곤은 수염이 자란다는 것을 믿고 있었나? 하긴 워낙 조숙한 모습이라서 그렇지 너도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도 않기는 했지."
"....드래곤의 수염이 뭐 어때서요!"
"그렇지만, 뭐 드래곤의 수염도 나쁘지는 않구나. 확실히 이만큼 얇고 부드러우면..."
카렘이 그렇게 캐서린에게 놀림을 당하던 그때.
메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카렘 후배. 계약자. 알리시아 공녀님이 하실 말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세상 충격받은 알리시아 공녀가 있었다.
숨겨졌던 진실을 알아차린 소녀는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키티. 드래곤은 수염이 자라지 않는단 말인가?"
이 자리에는 두 가짜 미성년자들과는 달리 진짜 어린이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동심에 흠집이 난 알리시아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자료첨부
-꿀타래/용수당/피스마니에-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