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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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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린내가 모든 것을 뒤덮었지만.

그렇다고 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스웜.

웜이라는 이름에 벌레라고 무심코 생각했지만, 얼핏 장어가 떠오르는 생김새답게 카렘은 하얀 살점에서 흰살생선 특유의 식감과 맛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살코기가 있는 부분은 비린내가 적었다.

비린내의 근원은 아무래도 내장을 감싼 뱃살 부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근막을 잘라내고 그냥 소금만 쳐서 구워 먹어도 맛있을 텐데.

대체 왜?

"아니, 조금만 공을 들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대체 왜 이렇게 그냥 먹는 겁니까?"

"예? 이게 가장 빨리 먹을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만."

"....아니 아무리 빨리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야전 식사란 다 그런 법입니다.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엄청 많기도 하고요."

음,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

현대처럼 전투식량이나 배식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토벌대장인 조릭이 준 시간도 촉박한데 후딱 먹고 일로 복귀해야 하는 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보급병이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진.

“무엇보다 신선한 몬스터 고기라면 본연 그대로의 맛으로 먹어야 힘이 되는 법이죠. 여기서 공을 들여 변형을 가하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저희 아랫것들에게는 사치일 뿐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그대로 먹는다고요?"

"저기 육수를 푹 끓여서 굳힌 아이스웜 젤리도 있고, 그냥 따로 불에 구워 드시는 것도 있는데 어떠신지?"

카렘은 보급병의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따로 피운 모닥불에 덩어리 채로 구우며 냅다 소금을 치는 건 양반이었다.

아이스웜 살코기와 가죽 일부를 푹 우려낸 육수가 담긴 냄비를 눈과 얼음으로 식히면서 젤리처럼 굳어가는 것을 국자가 휘저어질 때마다 부서지며 끔찍한 점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

카렘의 마음은 지금 당장 흉물로 끓어오르는 냄비들을 엎어버리라고 외쳤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람에게는 죄가 있어도 음식에는 죄가 없었다.

아이스웜 고기로 빵빵한 자루를 얻어온 카렘은 힘없이 메리에게 떠넘겼다.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모습에 캐서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개한 눈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그래서, 감상은?"

"...저게 우리 왕국의 평균이라고요?"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이겠지.”

중세란 기본적으로 닫힌 사회였다.

지방, 도시, 마을마다 문화가 다르기 마련.

물론 세오폰 왕국의 일반적인 귀족 미만의 음식이 대부분 박살 난 것은 에우로파 대륙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캐서린은 가당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고기가 부족하다고 쥐랑 뱀, 벌레까지 잡아다 구워 먹었다는 꼬마가 말이 많군."

"아니, 그렇지만..."

"내가 세오폰에는 그닥 오래 머무르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저것들이나 과거의 네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꼬마, 네놈이 조금 더 낫긴 하다만은."

"뭣....?!"

"뭐, 그런데도 요리를 이만큼이나 잘하는 건 뭔 돌연변이인가 싶다만."

캐서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카렘의 등을 두드렸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에 반응할 수 없었다. 그야 이렇게나 큰 모욕을 정면에서 받으면....

아니 잠깐. 잠깐?

카렘의 머리에 충격적인 생각이 번뜩였다.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맛도 없는 벌레랑 쥐랑 뱀 따위를 틈틈이 구워 먹던 내 쪽도 딱히 할 말은 없는 거 아닌가?

충격적인 자아 성찰을 하게 된 카렘은 캐서린과 메리의 뒤를 따라 멍하니 걸었다가 이내 왔던 길을 되짚어 캐서린의 천막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꼬마야. 식사는 얼마나 걸리지?"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카렘은 눈을 질끈 감고 멍한 기운을 몰아냈다.

고용주가 배가 고프다는데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천막의 중심에서 꺼져가던 화로에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어 불씨를 키운 카렘은 어느새 다가온 메리에게서 아이스웜 고기를 받아 넓고 길게 손질했다.

통으로 된 고깃덩어리도 못 구울 건 없지만.

지금 그걸 굽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고용주께서 배가 고프다고 하시니까.

카렘은 조금 전에 먹었던 흉물의 맛을 곱씹었다.

강렬한 비린내에 감춰진 숨겨진 맛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일단 고소한 맛이 강했고 무척이나 기름졌다.

동시에 탄력 있는 살코기를 씹고 나면 부드러워지는 이중적인 식감.

그리고 카렘은 이와 유사한 맛의 생선을 알고 있었다.

"설마 어렴풋이 장어랑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맛도 비슷할 줄이야. 혹시 몰라 끄트머리를 잘라 화로에 구워보자 확실히 장어의 그것과 맛이 비슷했다.

아니, 고소한 맛은 이쪽이 더 강했다.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맛이 느껴질 정도로 맛이 확실했다.

게다가 담백한 것에 반해 기름기도 상당했다.

그렇다면 조리법은 간단했다.

"메리. 밀짚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밀짚을 말입니까?"

"예."

"토벌대의 그건 사료용이라 안 되겠군요. 마을까지 갔다 와야겠습니다. 계약자?"

"그래. 갔다 와라."

캐서린에게 허락을 받은 메리는 천막 밖을 나섰다.

"그나저나 밀짚이라니. 장작이라면 충분할 텐데?"

"장작불이랑 밀짚으로 피운 불에 고기를 구울 겁니다."

"밀짚으로? 확실히."

캐서린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그녀에게도 지푸라기란 사료, 건축 및 도구 재료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렘의 머릿속 깊은 곳에는 장작불과 지푸라기에 구운 삼겹살과 장어의 맛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민감한 사람은 밀짚과 볏짚 구이는 향의 차이를 느낀다지만, 카렘의 감각은 그 정도로 민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튼 구수한 향이 더해진다는 것은 알았다.

"내장 비린내가 가득한 뱃살 부위도 이거라면 해결되겠지."

"다녀왔습니다."

"금방 돌아오셨네요?"

"별로 먼 거리도 아니니 당연합니다."

그리고 메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에 커다란 원통으로 묶인 밀짚을 들고 당당하게 천막 안으로 들어와 사뿐하게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재료들은 다 준비되...었지만 카렘은 아쉬웠다.

간장도 고추장도 없는 마당에 장어 소스를 바라는 건 사치.

설탕에 후추도 있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카렘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길쭉하게 손질한 아이스웜 고기를 쇠꼬챙이에 구불구불하게 꿰었다.

"꼬마. 뭐 아쉬운 거라도 있냐?"

"아뇨. 그냥 재료가 없어서 아쉬워서요."

"재료? 들고 온 설탕이랑 후추가 벌써 다 떨어지기라도 했나. 메리?"

"아뇨.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연기가 많이-"

"일단 구워라."

카렘은 불이 잦아든 장작불에 냅다 밀짚을 던져넣었다.

바짝 말랐던 짚은 화로에 닿기도 전에 불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캐서린이 마력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키자 천막 안에 퍼지려던 시커먼 연기는 빨아들이는 것처럼 천막의 천장 중앙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아이스웜의 하얀 고기가 지글거리기 시작.

카렘이 재빨리 꼬치에 소금을 뿌리자 타닥거리며 튀어 올랐다.

"메리."

"무엇입니까."

"이거 불에 직접 닿지 않게 익혀주세요."

"음? 알겠습니다."

메리가 능숙하게 꼬치를 받고 요구대로 굽기 시작하자 카렘은 곧바로 보관함을 열었다.

소금과 식초.

설탕과 후추.

카렘은 요리의 필수 조미료 네 가지를 팬에 담아 달궜다.

설탕이 녹으며 갈색으로 변하자 물을 조금 넣고 타지 않게 저어주었다.

그렇게 완성한 양념을 메리가 꼬치를 굽는 동안 얇게 반복적으로 펴 바르며 틈틈이 화로에 밀짚을 투입하자 꺼져가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메리는 한쪽 눈을 치켜떴다.

소스 바른 고기를 지푸라기 연기에 쐬면서 굽는다니.

훈제는 익숙했다. 그런데 밀짚으로?

아이스웜이 장어랑 맛이 비슷한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장어란 스튜, 수프, 파이, 구이의 재료.

자욱한 연기를 쐬며 굽는 반 훈제 방식은 영 낯설었다.

하물며 장작 연기도 아니고 지푸라기로?

하지만 메리는 꼬치의 냄새를 맡자마자 혀를 찼다.

“아무튼, 굴러 들어온 돌이 실력은 뛰어나단 말이지.”

“인정하시면서 툴툴거리신다니까.”

“카렘 후배는 조용히 하시죠.”

천막 안의 공기가 변했다.

캐서린은 변화를 재빨리 인식했다.

소스에 들어간 설탕 때문에 새하얀 빛을 띠던 꼬치의 고기는 카렘이 붓질을 할 때마다 옅은 갈색에서 자욱한 연기와 바깥을 오갈 때마다 조금씩 짙어졌다.

그러면서 강렬하고 구수한 냄새와 어우러지는 달콤한 향기. 끝을 자극하는 날카롭고 톡 쏘는 식초와 후추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허, 왜 연기가 많이 나는 밀짚으로 굽나 했더니."

"직화로 구우면 양념이 전부 타버리니까요."

많은 요리사가 말하듯, 겉에 탄 부분이야말로 고기가 가진 감칠맛의 극한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타야 맛이지 아니라면 그냥 검댕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기본

그리고 모름지기 기본이란 통달하기 제일 어려운 법.

불질은 진작에 숙달한 메리는 꼬치를 이리저리 살폈다.

"슬슬 다 익어가는 것 같군요."

"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발라 굽고 끝내죠."

소스의 설탕이 캐러멜라이징되어서 처음엔 하얬던 것과는 달리 먹음직스러운 갈색 크러스트를 두른 아이스웜 고기는 은은하게 윤기가 났다.

카렘이 접시를 내오자 꼬치를 놓은 메리는 곧바로 간이 테이블을 들고 와 식사 준비를 순식간에 끝냈다.

꼬치를 굽느라 점심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탓인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캐서린의 표정에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메리가 곧바로 능숙하게 꼬치에 꿰어진 고기를 손질해 내밀자 드디어 기대감이 폭발한 캐서린은 냉큼 베어 물었다.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캐서린은 경쾌하게 소리쳤다.

고기를 처음 씹자마자 입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 향은 코, 머리를 자극하며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보다 부족하지 않은 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밑바닥에 깔고 들어왔다. 수확을 끝마치고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밀짚에 전신을 파 묻었을 때나 느껴지는 그윽한 가을의 향취가 말이다.

거기에 간접적인 열로 소스가 졸여지듯이 바짝 마르고 층을 이루며 자체적인 기름기로 튀겨지듯이 구워졌지만 속은 쪄지듯이 구워져 부드러웠다.

거기에 짜고, 달콤하고, 매콤하며 끝으로는 산미까지.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주축으로 나머지 네 감각을 모조리 자극하는 파괴적인 맛이었다.

"크흠, 메리."

"계약자. 찾으시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와인, 아니 맥주를 한 잔-"

달콤짭짤매콤한데 끝에 산미까지 느끼니 맥주가 마려운 것은 당연했다.

캐서린의 요구에 메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그리고 카렘도 조금 눈치를 보았다.

"크흠."

"카렘 후배?"

"저도 한 잔만...."

솔직히 이건 참으면 사람이 아니지.

카렘은 반개한 눈으로 째려보는 메리의 시선을 피하며 간절함을 담아 부탁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녀가 얻어온 맥주는 두 사람이 원하던 청량함을 가지고 있었다.

자료첨부*

-아이스웜 꼬치구이의 모티브가 된 장어 구이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