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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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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대침공.

사실 카렘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소위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 언데드의 대군이 침공해온다고 하지만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위용을 생각하면 있던 걱정도 사라졌다. 현대 기준으로도 미사일에 공군이 없으면 공략은 안녕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물론 프레젠트 방면은 진작에 포위됐다.

이미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카렘은 산맥 너머 방면의 언데드가 요새를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요새는 어떤 식으로 이에 대처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성벽과 그 뒤에서 쏘아지는 화살과 얼음 덩어리, 각양각색의 마법.

수가 줄어든 언데드와 전투를 벌이는 모험가들과 병사들, 기사들.

직격은 고사하고 충격에 휘말려 한 번에 최소 언데드 십 수구가 사라졌지만 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자 의미 그대로 설원을 파도처럼 뒤덮으며 몰려왔다.

그리고 손으로는 물을 막을 수 없다.

압도적인 화망으로 이뤄진 1차.

사람으로 이뤄진 2차 저지선.

이를 뚫고도 프레젠트에 가까이 다가온 언데드는 언데드를 상대하기 위해 급조한 화살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대 언데드 화살이라고는 해도 별거 없었다.

언데드에 특효라는 은을 도금한 화살 혹은 성수에 촉을 적신 화살.

촉 자체에 뭉툭한 추를 달아 쏘거나 아니면 그냥 불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스러져 침묵한 언데드 시체는 손이 비는 이들에 의해 주기적으로 성벽에서 멀찍이 치워졌다. 시체로 언덕을 만들어 성벽을 넘으려는 시도를 원천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들었을 때 카렘은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무슨 전생에 영화로나 봤던 일을. 과장 아니야?

하지만 창 밖에 또렷하게 보이는 문자 의미 그대로 해일처럼 프레젠트로 몰려오는 언데드 떼거리에 다른 의미로 실소가 튀어나왔다. 저 정도면 가능하겠다.

당장 혼잡하고 분주한 시가지와는 달리 요새는 아직 여유로웠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다.

요새도 한창 전투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연습하거나 당직을 서는 전투원들. 각양각색의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 치중 물자를 손수 만들고 옮기는 시종들, 하녀들, 일꾼들. 붕대와 약초를 손질하는 약초사와 치료사. 피로를 풀지도 못하고 장비를 축성하고 소금물을 만들다 탈진하는 사제들 등등.

물론 이런 상황에도 여유로운 이들은 있었다.

캐서린을 비롯한 고든, 메리, 카렘.

바로 손님들이다.

"...흐으으읍"

카렘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볍게 점심을 끝마친 일행은 캐서린의 방에 모여 입가심을 위한 간식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오늘의 간식은 평소와 달리 매우 단출했다.

다양한 모양의 버터와 쇼트브레드 쿠키. 산딸기와 마멀레이드, 블루베리 잼과 빵. 그와 함께 먹을 음료 몇 가지가 전부.

"...그게 그렇게나 마음에 듭니까?"

"조용히. 냄새를 음미하고 있잖아요."

"아니, 냄새가 좋기는 합니다만. 오래 우리다 못해 농축한 데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 뜨겁고 쓰기만 한 검은 물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 겁니까?"

메리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카렘을, 정확히는 카렘의 손에 쥐어진 머그컵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머그컵에는 연하고 진한 갈색 거품이 올라온 새까만 액체가 담겨있었다. 말린 알라우네를 오랫동안 우린 물이다.

"이 냄새가 너무 좋아서요."

"냄새는 둘째치고 맛이 문제잖습니까. 맛이."

"그렇게 말하셔도 싫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십니다만."

카렘의 말대로다.

쿠키와 함께 곁들일 음료로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냥 물과 우유, 크림, 와인을 비롯한 음료만 6가지.

그 중에는 유사 커피, 말린 알라우네 우린 물이 있었고, 메리를 제외하면 모두 알라우네 우린 물, 캐서린 명명 '알라우네의 눈물'을 마시고 있었다.

"쓴맛이 별로면 설탕을 잔뜩 쳐. 카렘 말대로 하니까 쓴맛이 사라져선지 향이 더 진하게 느껴져서 좋네."

"스타크 경. 그러면 그냥 꿀 탄 우유를 드시면 되잖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쿠키랑은 그것보다 이거랑 먹는 게 좋은데?"

"뭣."

메리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듯이 고든을 바라봤다.

물론 그러면서도 메리는 캐서린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입안의 내용물을 삼킨 캐서린은 메리가 내미는 자신이 먹던 쇼트브레드 쿠키를 마저 머금고는 곧이어 커피를 한 모금 삼켜 쿠키를 녹여 먹으며 향을 음미했다.

"하, 이거 향에 중독될 것 같아 큰일이로군."

"정말 큰 일이로군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도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처음엔 별생각 없었다만. 이거 생각보다 마실 만하단 말이지."

"하, 따뜻하게 데운 꿀 탄 우유보다 말입니까."

"우유보다? 그래. 우유보다."

"하!!!"

메리는 강한 의지를 담아서 짧고 굵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했다.

물론 그녀가 소위 '알라우네의 눈물'에 악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당장 알라우네의 눈물과 말린 가루로 만든 티라미수는 카렘이 선보인 그 많은 메뉴 중에서 부정할 수 없는 걸작 중 하나라고 그녀 자신도 인정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따로 먹으면 쓰고 떫기만 한 물건만 음료로 대체 왜 마신다는 말인가?

향? 물론 향이 좋기는 했다.

볶은 콩과 가열한 견과류, 새콤한 산미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매혹적이고 고급스러운 향기.

그러면 뭐해. 쓰고 떫잖아.

방을 완전히 점령한 향기에 메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숨을 쉴 때마다 알라우네의 눈물을 처음 맛보았을 때 느낀, 잊을 수 없는 떫고 쓴 맛의 이중주가 고스란히 떠올랐다.

"뭐, 결국 쓰고 떫은 게 문제라는 거죠?"

"디저트의 재료로 쓰면 나름 환기되는 느낌도 있고. 저도 그 향만큼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면 간단하네요."

...뭔데. 대체 또 무슨 술수를 벌이려고.

캐서린과 당사자 메리는 약간의 불안을.

고든은 호기심을 담아 카렘의 손을 지켜봤다.

그리고, 의외로 특별한 건 없었다.

카렘은 새 잔에 알라우네의 눈물을 따르고 설탕을 다섯 스푼.

저어서 녹인 후 크림 주전자를 잔의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부었다.

"...오?"

조금 전과 달리 메리는 조금 감탄했다.

새까맣던 액체에 크림이 흘러 들어가자 새하얀 구름이 알라우네의 눈물을 연갈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수면을 통해 고스란히 보였다.

어둠의 중심부를 떠오르게 하는 쓰고 떫은 악독한 액체는 흉터같이 진한 갈색 거품에 휩싸여 보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워 보이는 연갈색 액체로 변했다.

"...여건상 스팀은 못 치겠고."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아무튼, 완성. 입니다."

"고작 크림을 조심스럽게 넣었을 뿐 아닙니까?"

"그래도 먹어보면 좀 다를걸요?"

메리는 의심을 담아 잔을 내려다보았다.

물론 넣었을 뿐이라고는 해도 그녀는 집요정.

맛을 연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알라우네의 눈물과 다량의 설탕, 크림.

이러면 떫은맛도 그럭저럭-이 아니다. 그래 봤자 크림을 탔을 뿐이다.

유제품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굳건한 믿음으로 스스로 다짐한 메리는 쓸데없이 진지한 태도로 척하고 잔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호로록-

"......!!!!!!!"

신앙에 가까운 굳건한 믿음은 잠시 옆으로 치웠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걸 내세운 장본인에 의해서.

입술과 혀, 입안을 차례대로 적신 부드러우면서 따뜻하고 달콤한 액체는 본래 베이스가 된 알라우네의 눈물이 지닌 떫고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미미하게 남기는 했지만.

아니, 오히려 미미하게 남아서 좋았다.

덕분에 맛과 향이 이전보다 더욱 돋보여지는 듯했다.

머리와 열매까지 가져가더니, 이파리, 뿌리, 줄기까지 남김없이 가져가다니. 저주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던 악독함은 고작 생크림에 의해 자취를 감췄다.

도무지 이 발상의 전환은 따라갈 수가 없어.

철가면 같은 무표정으로 감탄을 안으로 억제한 메리는 자연스럽게 한 모금을 더 마신 뒤 잔을 내리고 쇼트브레드 쿠키를 손으로 집었다.

이걸 여기에 찍어 먹으면 분명 맛있겠-

딱딱-!

"어이. 이봐. 정신 차려라."

"핫. 제가 방금 무슨-"

"내 크림이 들어갈 때부터 네놈이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 그런데. 고작 크림을 넣었을 뿐인데 많이 다른가?"

"계약자. 분명하게 말하겠습니다."

메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 다릅니다."

"그러면 어디 한 번 내와 봐라. 먹어보게."

과정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카렘이 했던 절차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었다.

기존의 머그컵에 알라우네의 눈물과 설탕을 보충. 크림을 가미.

메리가 만들어 내민 가칭 알라우네의 눈물 라떼를 맛본 캐서린은 기존의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홀짝였다.

"그런데 저희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

"음? 뭘 말하는 거냐?"

"아뇨. 뭐랄까. 너무 여유로운 것 같아서요."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카렘은 버터 쿠키를 집어 알라우네의 눈물에 살짝 적셨다.

"저희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찔렸다. 남들 다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간식 먹으며 여유를 부려도 되나?

물론 리처드라는 장본인이 이렇게 있으라고는 했다.

그렇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알라우네의 눈물을 마시기 전에 뭘 그리 고민하나 했더니. 쓸데없는 생각이다."

"쓸데없다니요. 조금 말이 심하시네."

"쓸데없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여기에 손님으로 온 거다."

캐서린은 검지를 흔들며 메리가 내민 버터 쿠키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요새의 주인은 그쪽이 요구하기 전까지 얌전히 있기를 요구했지. 허가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움직이는 건 심각한 무례다."

"그래도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 정도 되는 전력을 손님이란 이유로 얌전히 놀리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 자존심 탓도 있으실 거다."

"예?"

감흥 없는 어조에 담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발언.

아니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자존심에 죽고 사는 대귀족이다.

"그래. 네 짐작대로다. 그간 수많은 세월 동안 문명의 최전선을 지켜왔다는 명예. 귀족의 의무. 애초에 후퇴까지가 계획이라고는 해도 후퇴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지."

"방어전이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계산도 있으실걸?"

"정확하군. 용병놈이 짚은 부분도 있을 거다."

잔이 비자 캐서린은 메리에게 조금 전에 마셨던 알라우네의 눈물 라떼를 한 잔 더 만들 것을 명령했다.

"뭐, 그래도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곧바로 부르실 거다. 아껴뒀던 한 방을 최적의 순간에 쓰려면 결국 전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니."

"생각해보니 곧 있으면 겨울이잖아. 혼자서 언데드 군세를 다 쓸어버리시는 거 아닙니까?"

"...뭐, 한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었으면 모를까. 당장은 무리다. 무리."

농담 섞인 아부에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카렘은 질린 표정으로 캐서린을 돌아봤다.

'아니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질리도록 듣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니 며칠 전 집무실에서도 호언장담을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오는 동안에 보았던 고든의 무력.

무려 수십 명을 무기와 방어구 채로 토막 내는데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데다 지치지도 않은 듯 숨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었다.

"히끼야아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도하고 마저 음료를 즐기려던 카렘은 움찔했다. 일행과 눈을 마주치고는 메리와 함께 무슨 일인가 싶어 문밖을 나섰다.

복도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일인지 한 번 알아보러 가볼까요?"

"괜찮습니다. 어떤 일인지는 대충 들립니다."

눈을 감고 고개를 기울인 메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로완 전직 사제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의 남은 콩가름과 성수로 세 번째 스파이를 잡아냈다는데, 언데드라고 합니다."

"세 번째요? 네 번째도 있겠어요?"

"현재 요새에 있는 사람은 모두 확인했다고 들립니다. 아마 마지막인 듯싶군요."

스파이 색출에 된장이 동원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어쨌거나 색출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업적에 카렘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심정이 들었다.

"아, 다행입니다. 혹시 카렘 공과 고문님의 집요정 되십니까?"

복도 너머에서 달려오던 시종이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민 카렘과 메리 앞에 멈춰섰다.

"예. 저희가 그쪽이 찾으시는 사람들이 맞는데. 무슨 일이신지-"

"부디. 변경백 각하께서 두 분의 주군 되시는 분과 스타크 경의 협조를 요청하셨습니다. 가능하면 지금 당장 지휘실로-"

카렘과 메리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문을 닫고 시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다시 열렸을 때는 캐서린과 고든이 앞서고 있었다.

자료 첨부

-커피(작중 알라우네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