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카렘은 고든의 싸움을 딱 두 번 봤다.

상대는 어린 이끼 멧돼지와 그리즐리 비버.

두 상대에게 보였던 압도적인 무력은 비록 너무 멀고 빨라 카렘의 눈엔 어렴풋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는지만, 입에서 절로 감탄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보게 되는 사람을 상대로 한 소드마스터의 전력.

"멍청한 놈. 고작 하-끄르륵-"

볼 수 있었다.

단, 오로지 결과만.

도적 두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핏물이 흩날려 땅에 닿기도 전에 몸만 남은 시체의 뒤에서 고든이 나타났다.

그리고 핏물이 몸에 닿기 전 고든은 다시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넋이 나간 도적들 방향으로 사라졌다.

눈 바닥에 십수 개의 발자국이 거의 동시에 찍혔다.

뎅겅, 뎅겅, 뎅겅.

"이게, 뭐억."

"하나 뿐이라아아악!?"

"크르륵-"

대각선으로 베어 갈라져 걷어차인 시체는 포탄처럼 날아가 두 사람을 후려쳤다.

시체가 닿기도 전에 도적 다섯의 팔과 다리, 몸통을 토막 친 고든의 검은 이미 다음 목표를 반으로 쪼개고 있었다.

양 떼 속의 사자 한 마리.

아니, 그조차도 부족한 표현이었다.

추풍낙엽.

사지가 시든 이파리처럼 흩날렸고, 사람의 몸이 추수철의 밀처럼 무더기로 툭툭 깔끔하게 꺾였다.

도합 백 년 이상의 시간.

수 명의 목숨이 찰나에 그렇게 손쉽게 꺾이자 두목이 죽은 그 순간 도망치기 시작했던 눈치가 빨랐던 이들 이외의 도적들이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쉽고 간단한 일이라며! 쉽고 간단한 일이라며!"

"그래 봐야 상대는 고작 하나야! 뭉쳐! 놈을 둘러-"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이들은 어떻게든 도적들을 규합해 대항하려 했지만, 그런 목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고든은 하던 작업이 무엇이든 간에 중단하고 목표를 변경했다.

카가가가각!

흉갑을 걸친 도적의 몸이 금속 파편을 흩날리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고든은 머릿속의 한쪽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소문이 나겠는데.'

미처 도망치지 못한, 않은 도적들을 베어 가르는 와중에도 고든의 눈은 진작에 도망친 도적들이 남긴 발자국과 동료들을 미끼로 도망치는 나머지를 보고 있었다.

상대는 소드마스터도, 하물며 마력사용자도 아니었다.

모조리 도살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주자들을 모조리 추적하는 건 소드마스터에게도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물론 시간만 충분하게 주어지면 못할 일은 아닌데."

단지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서 그렇지.

용병으로서도, 기사로서도 말이다.

하물며 지금 호위로서 고든을 점수 매기자면 점수를 주고 말고 할 것 없이 바로 0점.

호위란 호위 대상을 보호하는 것이다.

적을 도살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에 도적 중 일부는 딴생각하고 마차 행렬을 공격하고 있었다.

포로를 잡으면 뭐가 됐든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뭐, 괜찮으시겠지."

고든은 멋모르고 달려드는 도적을 걷어차며 슬쩍.

투명한 얼음 돔에 둘러싸인 마차를 돌아봤다.

사람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차를 바다에 빠트렸다고 전쟁을 일으키는 영국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파인애플 피자를 보고 격분하는 이탈리아인.

빵을 종교처럼 숭배하는 프랑스와 튀르크인.

다소 편파적이지만, 단순하게 나라로만 갈라도 이렇게 다른데.

하물며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제각기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다른 건 당연했다.

캐서린에게 있어, 요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오늘의 간식은 잼으로 속을 채운 컵케이크.

윈터홈에서 미리 (메리가) 구워서 가져온 컵케이크에 잼을 채워 넣고, 그 위에 바닐라 버터 크림을 얹은 물건이었다.

아니, 그야말로 마도구 만만세랄까.

컵케이크는 굉장히 맛있어 보였다.

"그나저나 저렇게 토막을 치는데 검은 멀쩡할까요? 아니, 저거 방금 갑옷도 두 동강 낸 것 같은데?"

"검이 닿는 짧은 순간 날에만 오러가 전개된 덕분이겠지. 그 외의 내구도 문제는 요령으로 어떻게 한 것일 테고. 꼬마. 네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 말대로 오러니 뭐니 하는 건 보이지 않는데.

흐응. 카렘은 비음을 날리며 컵케이크를 집어 베어 물었다.

컵케이크가 다소 퍽퍽하긴 했지만, 새콤달콤한 산딸기 잼과 시간이 지나도 수분을 잃지 않는 버터크림이 이를 중화하며 부드럽게 만들었다.

"으음."

카렘은 진하고 새빨간 잼에서 눈을 돌렸다.

그곳엔 참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경을 보면 도리어 무덤덤해진다던가.

지금의 카렘이 딱 그런 꼴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간식이 잘도 넘어가십니까?"

"응? 뭐가 말이냐."

"그걸 말이라고요."

도적들이 도적들이었던 것이 되어 남긴 붉은 웅덩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파편 및 잔해.

일반인에겐 다리가 풀리거나 혼절, 구역질이 나올법한 풍경.

그리고 나타날 때마다 그 흔적을 넓히는 고든.

"뭐, 저런 시체들 앞에서 간식이 넘어가냐고 묻는 거냐?"

"그것뿐이겠어요?"

카렘은 정면에서 시선을 떼고 이번엔 마차의 뒤로 돌렸다.

깡! 카강! 카가가각! 드르륵! 캉! 깡!

"....! 전....후....뭐...!"

"...!? ...녀석...인...뭐이...!"

"마법....! 얼른.....다!!"

조금 전까지 마차를 포위했던 도적들이 캐서린의 손짓으로 생겨난 투명한 얼음 방어막. 돔을 두들기고 앉아 있었다.

일행도 처음에는 적대감이 물씬 풍기는 광경에 찜찜했다.

하지만, 자극이라는 것은 반복되면 무뎌지는 법.

어느새 적응한 호위들은 서로 내기를 걸려다가 고든이 너무 빨리 움직여 이내 때려치우고는 캐서린을 따라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시종과 하녀들도 호위들을 따라 적당히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걸 본 도적들은 머리에 열이 뻗쳐 더 가열하게 돔을 두들겼다.

캉!캉!캉!캉!캉!캉!캉!캉!캉!캉!캉!캉!

"뭐랄까. 너무 여유롭고 태연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 급할 이유가 뭐 있냐?"

"아니 뭐, 지금 저희 도적에게 포위당했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일부라지만, 저흴 공격 중이고요."

"그것도 그렇지."

"그런데 이렇게 태연하게 간식 시간을?"

"너도 이걸 같이 준비했으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아니, 네놈도 먹고 있으면서."

'아니 그렇기는 한데.'

할 말이 없어 카렘은 순간 입이 턱 막혔다.

컵케이크에 잼을 채워 넣고 크림을 올린 건 다름 아닌 그의 제안이었으니까.

"간식 먹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메리는 정성스럽게 몇 조각으로 자른 컵케이크 중 하나를 캐서린의 입에 넣어주고는 카렘을 슬쩍 봤다.

"지금 간식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까?"

"아니, 지금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저희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뭐. 그. 하아."

"쓸데없는 소린 그만하고 컵케이크나 먹으십시오."

맹인들의 도시에서 외눈박이는 비정상인이라던가.

유일한 정상인으로서 울분을 느낀 카렘은 하는 수 없이 메리의 말대로 자리에 앉고 컵케이크에 울분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배고팠나 봅니다?"

"우물우물, 꿀꺽. 이건 그냥 화풀이에요."

"화풀이? 그러면 배는 딱히 안 고팠나 보군요."

메리가 손을 뻗어 앞에 놓여있던 컵케이크 일부를 치우려 했다.

그 손이 닿기 직전에 카렘은 얼른 접시를 자신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뇨. 생각해보니까 배가 고픈 것 같은데요!"

밥 먹고 뒤돌면 배가 고플 성장기.

알리시아만큼은 아니라도 카렘은 그 나이 또래만큼은, 아니 그보다는 훨씬 많이 먹었다.

그만큼 요리는 중노동이다.

"앞에는 피범벅, 뒤에선 저런 광경인데. 그래서 지금 먹는 컵케이크의 맛은 어떠냐?"

"솔직히 말해서 맛있는데요."

"찜찜하다고 했던 것 치고는 너도 태연하지 않으냐."

"뭐어."

카렘은 냉큼 컵케이크를 베어 물었다.

물에 젖은 모래성처럼 부드럽게 무너지는 안쪽에서 산뜻하고 새콤달콤한 산딸기 잼과 부드러운 버터크림의 감촉 뒤로 은은한 바닐라 향이 풍겼다.

"저도 시체를 처음 보는 건 아니니까요."

죽음이 일상만큼 가깝다는 건 과장이다.

물론 전생에 비하면 충분하게 가까웠지만.

어쨌든, 당장 카렘이 지긋지긋한 현생의 고향을 등졌던 순간도 현생에서 나고 자란 모스톤 마을이 몬스터 무리에게 습격당하는 때였다.

그 과정에서 보게 된 광경.

도망치고 난 다음 그리폰의 습격을 받은 용병.

그 외 전생의 혐짤 테러로 인해 피폭당한 경험 다수.

"아무튼, 분명 목숨이 위협받았던 순간인데. 이렇게 편하게 있는 게 너무 어색합니다."

"그러면 얼른 익숙해지면 되는 일이다."

"아니, 이게 익숙해지라고 해서 익숙해지는 그런-"

"단순한 일이지. 시끄럽고 컵케이크나 먹으면서 저 꼴이나 구경해라."

캐서린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어느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만, 방어막을 두들기던 도적들은 지친 상태였다.

"....도..쳐!"

"......마! .....가..다!"

헉헉거리던 도적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들고 있던 무기를 꼬나 쥐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언제 지쳤냐는 듯이 도망치기 시작.

이건 뭔가 싶었건 카렘은 앞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청아한 소리에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방어막을 두드리던 고든이 눈을 마주치자 소리를 질렀다.

"이...좀 내....보..고...!"

그걸 본 캐서린이 옆에 기대놓은 지팡이를 들고 가볍게 땅을 두드리자 일행을 감싼 얼음의 돔이 머리 위에서부터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눈으로 흩어지며 바람에 흩날렸다.

보호막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껑충 들어온 고든은 눈송이를 흩날리며 투덜거렸다.

"누구는 힘들게 일하는데 태연하게 간식을 즐기시다니."

"뭐어. 좋은 볼거리가 있는데 그걸 안 보는 것도 실례지 않으냐. 게다가 힘들다라? 벌써 쇠퇴하기 시작한 거냐?"

"정정하지요. 힘들게가 아니라 열심히."

"그거나 그거나."

"거 참 마법사님도 너무하시네."

누가 보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다는 듯 과장되게 가슴을 부여잡았던 고든이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롱소드를 집어넣고 털썩 자리에 앉자 메리는 컵케이크가 가득 담긴 접시를 그의 앞에 놓았다.

"그런데 고든. 저 시신들은 저렇게 내버려 둬도 돼요?"

"당연히 안되지."

고든은 주먹만 한 컵케이크를 연달아 세, 네 개 꿀떡꿀떡 삼키고는 가루를 탈탈 털었다.

"일단 이것들만 먹고 호위나 시종들 좀 시켜서 같이 치우든가 해야지."

"그 전에 몬스터나 맹수가 올 것 같은데..."

"그것도 우리가 자리를 뜬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접시에 놓인 컵케이크를 집었다.

한 입 꿀꺽. 삼키고는 우물거렸다.

질문하던 카렘은 그 광경을 보고 말을 잃어버렸다.

한순간에 접시의 반이 사라졌다.

"응? 뭐. 컵케이크? 네 몫은 아직 남아 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렇게 먹으면 목 안 막힙니까?

"응? 목? 누구의?"

"그쪽이요 그쪽. 아니 뭐 씹지도 않고 그걸 그냥 막 집어 드시네."

비록 컵케이크의 속은 잼으로 가득했다.

뿐이랴? 부드럽고 가벼운 버터크림이 얹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컵케이크의 밀도가 어디 간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잼과 버터크림이 있다고 해도 젖은 모래성 같은 부드럽지만 버석거리는 식감의 컵케이크가 연달아 들어가는 광경에 카렘은 절로 목이 다 막히는 것 같았다.

정작 그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고든은 어리둥절했다.

"뭐가 문제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데."

"그런 것보다 용병."

캐서린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든을 보며 손가락을 두드렸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제 작위도 있으니 남작이라고 불러야겠군."

"드디어 호칭에 변화가 생기는군요?"

"그래. 그런데 컵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설마 일을 대충 한 거 아니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력사용자가 아니라고는 해도 어쨌든 적은 적인데. 도주한 놈들 외에 남아있는 것들은 확실하게 처리했...음?"

버석- 꿈틀.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고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컵케이크를 집으려던 그의 손은 어느새 허리춤의 칼집에 가 있었다.

"지금 계절이 가을이지?"

"어, 그렇죠? 몬스터의 습격?"

"그건 아니고."

고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을 노려봤다.

도적의 시체. 아니, 도적의 시체였던 것들이 천천히.

분명하게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고든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언데드 발생? 가을의 아이스랜드에?"

마찬가지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에 눈을 깜빡이던 캐서린은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다.

"용병 놈. 귀찮다고 대충 한 거냐?"

"예? 제가요?"

"간식 먹으려고 일 대충 했네."

"아니 이걸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뽑으려던 고든은 어처구니가 없어 무심코 소리치며 반발했다.

자료첨부

-빨간 잼을 채운 바닐라 버터크림 컵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