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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어느 장소든 간에 이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은 일단 넘어가고.

짐을 포장해 가구와 함께 이사 업체를 알선.

미리 준비한 이사할 공간에 옮긴 후 가구를 재배치.

짐을 다시 풀어헤쳐 정리하는 일은 하루 이틀로 끝날 리가 없는 대공사의 연속이다.

게다가 이사하는 곳이 가깝다면 모를까.

멀기까지 하는 바람에 몬스터나 도적이라도 마주한다면?

그런데도 짐을 줄일 수는 없었다.

일반 농민조차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자 할 때 옮길 수 있는 것은 바닥 판자까지 뜯어서 옮기고자 하니 당연했다.

판자도 잘 마른 널빤지고 전부 돈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좀 산다고 하는 권세가면 이보다 더했고 그게 귀족으로 올라간다고 하면 수레 몇 대는 우습게 보일 정도의 짐과 가구가 필요한 것이 당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염가형 가성비 용병 고든

아니, 이제 볼턴 남작으로 임명된 고든 스타크는 이런 일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자유롭다니요. 대장, 아니. 남작님. 오히려 없어도 너무 없어서 문제가 될 지경입니다. 그나마 포상금에 선물은 충분하셔서 다행이시지."

"뭐, 어쩌겠나? 떠돌이 용병이 재산이 있어 봐야 갑옷과 무기에 돈주머니가 전부면 충분하겠지."

"대체 왜 소드 마스터씩이나 되시는 분이 방랑하셨던 겁니까?"

"로벨리오. 많은 일이 있었어. 많은 일이."

고든의 눈이 한순간 풀리며 아득하게 변해버렸다.

에우로파 본토와 아이스랜드 이남에서 벌어졌던 수십 건 이상의 사건 사고(마법/물리가 동원된 인신공격 및 육탄 공세)가 고든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하나같이 아끼고 아꼈던 순정과 소중하게 여기는 꿈이라는 약점을 찔러 들어오는 공격은 소드 마스터에게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주로 정조적인 의미에서.

고든은 불쑥 안녕?하는 흑역사 겸 악몽을 머리를 흔들어 쫓아냈다.

그걸 지켜보던 로벨리오라고 불린 남자.

전 하루살이 용병단의 임시 단장 겸 경리관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남작 가문의 집사가 되어버린 로벨리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흑역사에 시달리던 고든도 땅에 구멍이 뚫리도록 내뱉어지는 큰 소리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해도 괜찮은 겁니까?"

"응? 뭐 문제라도 있나?"

"이보세요. 대장, 아니. 남작님. 하, 그거 칭호가 참 입에 안 달라붙네."

"뭐야. 무슨 말인데 간을 보는 거야?"

"근본 없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뭐한데."

마차를 몰던 로벨리오는 옆에서 말을 모는 고든에게 큰 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대장 아니지. 남작님도 귀족 나리잖습니까?"

"뭔 말을 하려고 아까 했던 말을 또 꺼내는 거야?"

"아잇. 씻팔 좀 들어보십쇼. 처음 신하들로 우리 같은 근본 없는 것들로 잔뜩 채워도 되는 겁니까?"

"그게 왜?"

"그야...이제 귀족이시니까?"

게다가 소드마스터이시기도 하시고.

로벨리오의 말은 어느 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맨땅에서 처음 귀족이 되어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이라면 모를까.

소드마스터라는 보증 수표에 공작 가문의 은인이 더해지자 연회가 끝난 후 고든의 자산은 이제 막 귀족이 된 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규모가 되었다.

거기에 이런저런 연을 만들기 위해 접근한 기존의 권력자들.

기본적으로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하면 이런저런 견제와 사다리차기 시도가 오가는 것은 정도와 종류만 다를 뿐 아이스랜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공작가의 은인?

그것도 소드마스터?

능력 지상주의인 아이스랜드.

이런 신생 권력자는 오히려 좋았다.

안 그래도 지난 연회에서, 그리고 끝난 후에도 수많은 귀족이 호의(眞)를 품고 고든에게 접근했고, 당연히 선물과 함께 인재들을 추천하거나 맞선을 요청했다.

주로 처치 곤란한 자기네 삼남 및 기타 등등의 친족들 혹은 아끼고 아꼈던 장녀나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양녀의 초상화를 내밀면서.

"에이. 뭐 그런 걸 다 고민하고 있어?"

발정기의 공작새같이 화려한 두꺼운 비단 누비 갑옷 위로 사슬 갑옷과 플레이트를 걸친 고든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고 로벨리오가 끄는 마차 옆의 전 용병.

현 스타크 가문의 가병을 한 명 가리켰다.

"사생아."

"네? 저요?"

"그래 너."

가병을 시작으로 전직 용병이었다가 한순간에 귀족의 신하, 부하가 된 이들을 차례차례 가리켰다.

"고아, 창녀의 자식, 반란자의 후예, 탈영병, 떠돌이 및 기타 등등인데. 용케도 도적질은 했어도 전업 강도 출신은 없군?"

"뭐, 죽어버린 단장이란 양반이 그런 놈들만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긴 했습니다."

"몰락 귀족 가문의 막내라는 이중 가장 근본 있는 놈이 그런 말을 한다고?"

"허, 그러는 우리 남작 나리는 얼마나 근본 없는 출신이신지?"

고든은 그대로 손가락을 돌려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탈주 농노."

"오."

로벨리오는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고아는 희미하게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을 수 있지.

확실히 떠돌이, 창녀의 자식만큼이나 근본 없는 출신이었다.

"햐, 출신이라니. 우리 친애하는 전직 귀족 나리께서 또 자신의 근본 있음을 자랑하시는데?"

"이거 옆에서 듣는 고아 새끼는 서러워서 어쩌나."

"원치도 않게 사생아로 태어난 고추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오네."

"어허! 어딜 근본 없는 사생아 새끼가 귀하신 몰락 귀족 나리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가!"

"허어어어어어어! 도련님! 저희가 주제도 모르고 감히 귀하신 몰락 귀족 가문의 막내 나리를-"

"너희 전부 다 입 닥치지 못해!!!!!"

로벨리오는 격분하며 버럭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용병들은 깔깔하고 더 크게 웃으며 그들의 상사를 놀렸다.

자고로 약점을 보였으면 후벼 파야 하는 법.

빈정거리는 어투에 친근하기 짝이 없는 성조.

아무튼 우?리 탓?은 아?닌듯???

""""""깔깔깔깔깔깔깔!"""""

고든은 저들이 악의가 있어서 아니라, 그냥 친구가 약점을 보였으니 지루한데 잘 됐다며 짓궂게 놀리는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어도 이젠 적응된 고든은 피식 웃으며 단언했다.

"뭐, 적어도 대가만 확실하면 너희 용병단은 칼을 거꾸로 쥘 놈들은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자신 있지."

"허, 만에 하나란 거 있는데. 어째 당당하십니다?"

"당연하지. 내가 쟤들 꿈이랑 미래를 다 이뤄주는데?"

"아, 하긴."

로벨리오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일말의 로망이라도 있는 모험가들과는 달리 오로지 돈을 위해 온 대륙을 쏘다니는 용병들의 꿈은 역설적으로 은퇴하고 한 자리에 정착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높은 자리를 차지해서.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연줄과 돈.

거기에 더욱더 많은 돈.

"나중엔 몰라도 지금 쟤들은 내가 시키면 내 발이라도 핥을걸?"

"남작님께서 발을 핥으라고 하셨다!"

"뭣? 야! 야! 그냥 예시를 들었다고! 너희 자리로 꺼져!"

어느새 고든은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자기 다리를 붙잡는 전직 용병들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말에 차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건만.

고든이 탄 말은 공작이 수여한 명마라는 품종답게 별꼴을 다 본다는 듯이 가볍게 푸륵하고 콧김을 내뱉고는 고개를 도로 정면으로 돌렸다.

다행히 고든이 발의 정조(?)를 잃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지자 고든은 힘으로 충성심 넘치는 부하들을 내쫓았다.

그러고는 짧게 탄식.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을 돌렸다.

"아무튼, 한 이틀 내리 온 거 같은데. 영지까진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아마 하루 정도 일 겁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 정도 걸리기는 할 텐데."

"하필 지금 계절이 가을이란 말이지. 초가을이긴 하지만."

"뭐, 행렬의 규모만 해도 이만큼인데 대체 어느 간 큰-"

쿼어어어어어어어억!!!

전신을 뒤덮은 갈색.

하지만 군데군데 흰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 털.

성인보다 1.5배 더 거대한 키와 땅에 끌릴 정도로 긴 팔.

돼지 같은 들창코와 툭 튀어나온 송곳니.

"몬스터가 있군요?"

"아이스 트롤. 이제 막 월동을 준비하는 놈인가 본데? 게다가 저 덩치. 아직 어린놈이군."

턱을 쓰다듬으며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고든과는 다르게 로벨리오는 긴장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트롤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팔이 잘려도 도로 자라나는 특유의 재생력.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끈질긴 생명력.

설령 토벌대가 꾸려졌다고 하더라도 괴력은 둘째치고 교활하기까지 하여 토벌대에 빈틈이 있다면 여지없이 기습해오는 몬스터.

따라서 베테랑도 아차 하면 순식간에 골로 가버리기 일쑤였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몬스터인데 하필이면 추운 곳에 사는 아이스 트롤답게 덩치 또한 다른 지역의 트롤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거대했다.

휘이이이익-!

"우왓!?"

돌연 옆에서 불어오는 돌풍에 로벨리오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썰컹- 그르르르르륽.... 쿠-!

위협적인 절단음.

피가 끓는 소리.

둔탁한 추락.

로벨리오가 다시 눈을 뜨자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스트롤은 목이 잘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와 분리되어 피 웅덩이를 키우는 몸은 아직 죽음을 인지하지 못해 바르작 떨며 피 웅덩이가 고이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

로벨리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고개 내밀어 그 광경을 보는 모두가 마찬가지.

그들도 고든이 소드마스터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무렴 아이스랜드에서 그 난장판을 헤쳐 나왔는데 모를 리가.

그런데 그때는 상대가 그리즐리 비버였고.

눈앞에 있는 것은 아이스 트롤이었다.

기사라도 단독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

그런 아이스트롤을, 뭐. 한 5초는 걸렸나?

울음소리를 들은 말과 스노우러너조차도 놀라려다가 급변한 상황에 당황해 눈만 뒤룩뒤룩 굴렸다.

고든이 태연하게 고개 돌려 납검하는 동안 그가 올라탄 말이 앞발굽에 피가 묻었다며 탈탈 털었다.

"왜 보고만 있는 것인가? 설마 이 남작 각하께서 직접 말에서 내려 저것들 갈무리를 도우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언밸런스한 광경을 만든 장본인의 고의적인 귀족같은 말투를 듣고 나서야 용병들은 퍼뜩 놀라며 각자 도구를 집어 들고 앞다투어 달려 나왔다.

아무렴 어떠한가. 저게 다 돈인데!

"어허!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마! 그게 다 돈이다. 돈!"

"흙째로 통에 퍼담아! 어차피 밑에 가라앉을 거야!"

"흐흐흐! 이게 다 얼마야! 주머니 다 찼다. 받아!"

"칼 조심해! 귀하신 가죽에 흠집이 생길 뻔했잖아! 네놈보다 비싼 가죽이라고!"

"어디 보자, 내장이랑 살코기는 버리고. 머리랑 손, 뼈에 근육, 피랑 가죽은 챙기는 중이고. 또 돈 되는 부위가 어디였더라..."

볼 사람이라곤 자기네들밖에 없는데도 며칠째 보란 듯이 싱글벙글 뻗대며 이동하던 (전원 용병 출신인) 가신단은 귀족으로서의 품위는 내팽개치고 갈무리에 집중했다.

그 광경을 고든은 말 위에서 흐뭇하게 응시했다.

"저거면 내가 묵을 성의 가구는 몇 개 놓을 수 있겠지."

갈무리를 끝마치고 행렬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월동을 준비하려던 몬스터와 맹수의 습격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행렬은 정지.

각종 부산물로 수레는 무거워졌고, 행렬의 속도는 줄었다.

앞으로 나흘, 4일 남았다는 여정은 어느새 이틀은 더 지나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볼턴 영지.

아아아아아아앍-! 끼이이이익!

와아아아- 챙챙! 쾅! 푸슉!

에 도착하자마자 그리즐리 비버 무리와 전투를 벌이는 일단의 집단을 볼 수 있었다.

제각기 복식이 모두 다른 용병들과 모험가들.

그뿐만 아니라, 소속을 나타내는 가문의 깃발을 중심으로 모인 병사들과 수많은 기사가 몰려오는 그리즐리 비버에 맞서고 있었다.

비록 행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언듯 보이는 익숙한 얼굴 몇 개에 고든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구출대. 아니 저번 토벌대에 참가한 기사 같은데."

"토벌대? 대장. 토벌대라면 지난번의 그리즐리 비버 토벌대를 말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때. 어어, 저놈은 그때 내가 대가리를 술잔으로 내려친 용병이고."

"전선이 설마 여기까지 밀린 건가?"

"규모를 보면 토벌대 전체는 아니고, 파견대인 모양입니다."

전투는 다행히 그리즐리 비버의 후퇴로 끝났다.

토벌대의 일부가 남아 전장을 정리하고, 일부가 도망치는 몬스터를 추적하는 사이 고든은 일행을 이끌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기사에게 접근.

고든을 보고 긴가민가하던 지휘관은 고든의 임명장을 보고 나서야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고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토벌이 길어지면서 그리즐리 비버 무리가 다른 곳으로 확산하는 와중 일부 영지가 크게 피해를 보았고, 영지민 전원을 가까운 펠윈터 령으로 피신시켰다는 것.

즉, 폐허가 된 볼턴 영지는 텅 빈 상태라는 의미였다.

게다가 이제 한 계절만 지나면 겨울.

고든은 뭐라 대답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휘관은 이해한다는 듯 착잡한 표정으로 고든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하게 됐군. 그나마 자네에게 다행인 것은 주군에게 보고하면 각종 조치는 물론 복구를 도와주실 거란 것일세. 아무렴 소드마스터가 첫 부임부터 이 꼴이 나버렸는데 안 도와주실 리가 있나."

"일단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얼마든지."

"절 따라온 제가 가신으로 삼으려던 부하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이 복구가 시작되기 전까지 조금이나마 지원해주실 걸세."

"하아아아아아아."

고든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라면 당장 그만 보고 따라온 용병들한테 할 말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일부는 더 좋아할지도.

지휘관에게 감사를 표한 고든은 행렬로 돌아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 나처럼 아이스랜드의 하늘은 우중충했다.

"씨발."

가을이었다.

"그래서 일단 아타니타스 님한테 오신 거라고요?"

"정답."

"머리 아프네."

그 모든 말을 들은 카렘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얼마 전 고든의 말을 들은 캐서린의 행동과 정확히 똑같았다.

마법사의 탑에 임시 식객이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