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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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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 것 자체는 별달리 특이할 것이 없었다.

여름에도 간혹 싸라기눈이 내리는 곳이 바로 아이스랜드였으니까.

하지만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하늘에서 한치의 앞도 보기 힘든 함박눈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하자 계급에 가릴 것 없이 콜던의 사람들은 욕지거리를 한 바가지 쏟아내며 급하게 움직였다.

척박한 아이스랜드의 토박이들은 야생과 문명에 가릴 것 없이 날씨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리고 토박이들의 감각이, 노인들의 오랜 경험이 외치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오래 갈 것이다.

귀족과 평민, 내성과 외성, 하다못해 공작성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그들 중 일부는 삽부터 냄비에 이르기까지 온갖 도구들을 꺼내 제설하기 시작했다.

콜던의 모든 이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때.

토벌대에 참가한 캐서린은 진작에 콜던을 빠져나온 지 오래였다.

아이스랜드의 지배자의 명령을 받아 토벌대는 눈이 내리는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썰매 마차, 썰매 수레, 토벌대의 병력들과 보조 인원들까지.

전속 시종으로 캐서린과 함께 마차에 탄 덕분에 몸은 편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야 피곤함에 찌든 캐서린이 불편하다는 기색을 시종일관 내뿜고 있었으니까. 화난 상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 불똥을 대화재로 키우면 내가 바보지.

그리고 수 시간이 지나 캐서린이 기색을 거두자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뭘, 그렇게 불편해하는 거냐."

"아타니타스님. 피고용인은 고용주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정상입니다."

"두려워? 두려워해야 하는 건 위대하신 아이스랜드 공작께 줄기차게 부려 먹히는 나 아닌가? 뭐, 여기까지만 할까."

메리에게 머리 손질을 받으며 탑에서 들고 온 업무를 처리하던 캐서린이 삐딱하게 앉아 턱을 괴었다.

"아니, 그렇게나 화를 내셨으면서요?"

"적당히 울분은 풀었다. 이젠 건설적인 생각을 해야 하지."

"그게, 적당히?"

카렘 불과 몇 시간 전, 일행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라타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계속된 초과노동과 야근에 캐서린이 폭주해 알프레드에게 달려들려 하자 카렘과 메리가 1차 억제하고, 소란을 듣고 대기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알프레드는 허허롭게 웃으며 보고 있었다.

약간의 정치질을 곁들여 사건을 비대화시킨다면 약점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사건은 그저 피로가 폭발한 마법사의 조금 격렬한 항의로 격하되어 묻혔다.

그야 명령하는 당사자인 알프레드도 그녀가 과로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일을 추가시킨다는데 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알프레드가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마법사는 그녀뿐이었으니까.

불만이 있다면 계약 이전에 따졌어야 했다.

"그럼 적당한 것이 맞지. 애초에 진심이었으면 대뜸 마법부터 쏘고 봤을 거다. 그걸 아니까 공작님도 넘어가 주신 것이겠지."

"아니, 저는 진짜로 거기서 끝나는 건 줄 알았는데요."

"조숙한 것이랑 다르게 심약하구나."

심약하게 만든 장본인이 그렇게 말하니 카렘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만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혼란이 극에 달하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카렘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리던 캐서린은 돌연 인상을 찌푸리고는 마차의 한쪽에 실려있던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각종 양피지와 서적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하아, 일하러 가는 와중에도 일해야 한다니. 내 신세가 참 알차기 짝이 없군."

"그렇지만 계약자. 넘치는 게 시간이 아닙니까?"

"정작 그 계약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감히 비꼬는 거냐?"

"피할 수 없는 일은 즐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즐거운 일도 계속하면 질리기 마련이지. 이 빌어먹을 일거리들은 빨리 해치우든가 해야지. 하아."

짧은 한숨에는 묵직한 피로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뭐냐."

"궁금한 게 있는데. 대체 드라이우드가 어딘가요?"

드라이우드

아이스랜드에 무성한 숲 중에 하나로 일반적인 침엽수와는 달리 숫사슴의 뿔처럼 생긴 앤틀러 나무가 가득한 숲에 자리한 마을로, 여기까지만 들으면 숲을 끼고 있는 흔한 마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본래라면는 알프레드의 신하의 신하의 신하의 기사가 소유했던 봉토에 묶여있던 마을.

그렇지만 마차, 와인, 테라스를 베이스로 복잡한 사정을 거쳐 이번 봄에 펠윈터 가문에 바쳐진 곳이라고 캐서린은 설명했다.

"영주에게 땅이란 능력만 된다면 많을수록 좋은 것. 그리고 주군에겐 능력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데, 이 영토를 거절하실 이유가 없지."

"그런데 지금 눈이 내리는데, 굳이 지금 겨울에요?"

캐서린의 머리를 손질하던 메리가 힐끗 시선을 보냈다.

"카렘 후배.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겨울은 아닙니다."

"네? 지금 밖에 눈이 누가 들이붓는 것처럼 쏟아지는데도요?"

"저건 그러니까. 흠, 그냥 첫눈이 좀 빨리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대체 어느 나라에서 겨울이 좀 빨리 찾아왔다고 첫눈이 하늘에서 누가 들이 붓듯이 쏟아진단 말인가? 동영상으로 봤던 세상에서 제일 추운 도시도 저렇게 눈이 쏟아지진 않았던 것 같은데.

카렘은 당황했지만 메리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듯이 무언으로 확정 지었다.

"아휴, 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 숲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정확히는 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가는 거라고 볼 수 있지."

"...올봄에 바쳐졌다고 하셨죠?"

"그래."

캐서린이 몸을 비틀며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자 우드득, 우드득.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렸다.

금색 비단 커튼같이 살랑이던 장발을 정리하던 메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계약자. 머리카락이 헝클어집니다."

"끄으응. 후.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렇지. 봄부터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던데에엗-"

"어, 봄부터 말입니까?"

"그래. 봄부터. 마지막 정보엔 인근 마을에서도 실종자가 나왔다던가."

시간을 분, 초 단위로 나눠 관리하는 현대만큼은 아니지만, 중세에도 시간이 귀한 것은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중세는 시간이 귀한 만큼 역으로 느슨했다.

겨울에 활동하기 힘든 것을 생각한다면 봄부터 가을이라는, 한 해의 3/4이 지날 동안 문제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대체 그 많은 시간 동안 뭘 했길래?

"뭐, 아이스랜드의 봄, 여름에 실종자가 발생하는 건 일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네? 실종자가 일상이라고요?"

"확장하는 숲. 자극받은 몬스터의 습격.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싸움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지. 하물며 그 실종자들 대부분이 외부인이라면 말이다."

하물며 봄, 여름의 아이스랜드엔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대량으로 유입된다고 했다. 그런데 외부인이라고는 하지만, 실종자가 발생했는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을이 외부인을 거부하는 문제라던가?"

"그랬다면 외부인들이 모두 떠나는 여름 이후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겠지."

"그런데 그게 아타니타스님까지 움직일 일인가요?"

당연한 의문이었다.

지금 알프레드의 전속 마법사는 캐서린이 유일했다.

그 말인즉슨 그녀 혼자 윈터홈과 펠윈터 가문의, 그리고 알프레드의 의뢰와 요구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말. 즉 과로와 야근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잠깐, 그런데 전속 마법사만 없다는 거잖아?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마법사를 웃돈 주고서라도 고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진작에 고용한 마법사들은 영지 전역으로 흩어져 나만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던가?"

"오우."

"무엇보다. 앤틀러 숲의 실종 사건을 앞서 조사하러 간 자들도 실종됐으니 말이다."

기사와 병사들로만 꾸린 조사단이 실종됐다면, 이번엔 마법사와 좀 더 많은 전투와 보조 인력을 끼워 조사하고, 가능하면 해결까지 해버리라는 지엄하신 공작님의 명령이었다.

그래서 조사를 겸한 토벌대가 꾸려진 것이고.

눈 내리는 설원을 가로지르던 행렬은 잠시 멈춰섰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그저 점심시간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카렘은 메리가 받아온 그들을 위해 준비된 몫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아이스랜드의 특산물인 데인 치즈와 스노우러너의 다리로 만든 햄 슬라이스, 크고 작은 소시지, 견과류와 식초에 절인 양파에 따끈따끈한 밀 빵까지.

"바깥에 저렇게 추운데 대체 어떻게 따뜻한 빵이 나오네?"

"카렘 후배. 불만입니까? 마른 빵과 육포도 있습니다만."

"어우, 불만이 있을 리가요. 오히려 좋죠."

지금 그들을 비롯해 소수의, 소위 귀하신 분들과 그 시종이 아니라면 먹는 것이라고 해봐야 뻔했다.

반쯤 얼어붙은 물을 곁들인 딱딱하게 언 빵과 육포.

사정이 좋으면 말린 과일과 채소 정도가 끝.

그에 비하면 지금 좌석에 깔린 음식들은 가히 만찬이지.

따뜻하고 고소한 하얀 빵도 있었으니까.

"뭐, 마도구를 사용한 것이겠지."

캐서린은 슬라이스한 치즈와 스노우러너 햄을 얹은 빵조각을 씹어 삼켰다.

"내가 만든 기억은 없으니, 아무래도 나 이전의 마법사 중 누군가가 만들었던 물건인가 보군. 아니면 어디서 구매했다던가."

"값이 상당하려나요?"

"왜, 탐나냐?"

캐서린의 말에 카렘은 진지하게 긍정했다.

"제법, 아니. 상당히요."

일반적으로 음식이란 따뜻하게 만들어야 제맛인 법. 물론 차갑거나 미지근하게 먹어야 맛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마도구."

"흠? 관심 있나? 크기와 용도에 따라 아주 다르겠지만, 적어도 1크라운은 넘어야 쓸만할 거다."

"음. 지금은 포기하겠습니다."

연봉의 1/6이라니.

카렘은 머리에 슬쩍 들어왔던 지름신을 재빨리 내쫓았다. 아직 연봉을 받지도 않았으며, 하물며 그만한 돈을 들여서 사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