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Permalink Blame History

슈크림의 크기는 조금 애매했다.

대략 성인 주먹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그 말은, 캐서린이 한입에 먹기에는 조금 부담되는 크기라는 의미였다.

입을 찢어지도록 벌리면 간신히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전속 시녀나 다름없는 메리는 그렇다고 쳐도 그 외의 사람에겐 조금 보여주기 힘든 추태.

하지만 언제까지고 망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캐서린은 이내 눈을 딱 감고 입을 크게 벌려-슈크림을 한입에 물었다.

역시나 슈크림은 절반이 채 들어가지 않았다.

캐서린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베어 물려고 했다.

그 전에 메리가 냅다 포크로 밀어 넣지만 않았다면.

"음! 으음!?"

억지로 집어넣은 탓에 슈크림이 부서지며 내부의 하얀 휘핑크림이 흘러 나오자 카렘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캐서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걸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아니, 좀 적응됐나 싶으면 맨날 이렇게 치고 들어오지.'

"으음!"

"무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장담하겠습니다."

당연히 캐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캐서린은 메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입안을 가득 채운 차갑고 버석거리던 슈크림의 겉표면은 따뜻한 입안에 닿자마자 곧바로 말랑거리고 촉촉하게 변했다.

표면이 수분을 머금고 부드러워지자 조금씩.

입 전체를 타고 코와 그 뒤로 이어진 통로까지 진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버터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팍!

"음?! 음?"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으음."

휘핑크림이 폭발했다.

그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휘핑크림을 감싸던 겉이 약해져선지, 아니면 무심코 한계까지 벌렸던 입안을 움직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휘핑크림이 폭발.

진한 우유향과 달콤함이 입안을 점령하며 앞서 나온 은은한 버터향은 코와 목구멍에 잠시 머물러있다가,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휘핑크림의 임계점을 묶어두고 있던 퍼프 페이스트리는 그 시점에서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질감마저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보다는 다른 디저트와 유사했다.

시럽을 한껏 머금은 크레이프 수제트의 크레이프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차이점이라면, 그보다는 덜 달다는 것.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였다.

시각과 미각, 후각, 촉각을 모두 자극하는 크레이프 수제트는 인상적일 정도로 질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시럽에 푹 절였던 탓인지 축축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단 말이지. 그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하지만 방금 그녀가 먹은 슈크림은 달랐다.

휘핑크림과 입안의 수분을 머금은 퍼프 페이스트리는 안팎으로 부드러워졌지만, 그렇다고 축축한 느낌은 전혀라고 할 만큼 없었다.

이빨에 닿는 부드러운 감각.

혀로 느껴지는 촉촉한 감촉.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은 충분했다.

물론 이빨로 씹기도 전에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낱낱이 찢어졌지만.

아니, 찢어지는 것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과는 달리 부드러워진 퍼프 페이스트리.

입안의 휘핑크림에 감싸여 낱낱이 흩어지는 그 입자 하나하나의 사이에는 진한 휘핑크림이 스며들어 마지막에 사라지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진짜로 사라졌다.

캐서린은 그 모든 맛과 감촉을 느꼈다.

'그런데, 벌써?'

그리고 한 입을 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지만, 캐서린에겐 찰나의 순간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유행이 한참 지난. 달콤쌉싸래한 순정 연애 소설의 깔끔한 것 같지만 진하게 남는 아쉬움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이거, 물건이로군."

메리가 저질렀던 무례는 진작에 잊어버린 듯 캐서린의 얼굴에는 진한 여운만이 서려 있었다.

"아니, 그동안 이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뭐 불만이라도 있었냐?"

"불만은 제가 해야 했을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이 불만입니다."

"음, 그런데 꼬마가 만드는 간식은 네놈도 잘 먹고 있잖으냐."

아차!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메리가 눈을 크게 떴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메리는 슈크림을 반듯하게 잘랐다.

으으으음. 칼로 반듯하게 자른 슈크림을 아기새처럼 받아먹은 캐서린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이만한 물건을 썩히는 것도 아까운 건 사실이지."

"확실히...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네요."

"응? 그동안 잔뜩 경계했으면서 빨리 받아들이는군?"

"그야 이런 물건을 본다면 말이죠."

카렘은 가장 위에 놓여있는 슈크림을 집어 들었다.

공기를 먹는다고도 하는 퍼프 페이스트리는 크게 만들수록, 부피가 크면 클수록 난도가 상승했다.

카렘은 조심스럽게 슈크림을 찢었다.

치지지지직-작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휘핑크림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속.

그 속을 둘러싼 수 없이 많은 작은 공기 방울로 이루어진 페이스트리.

비유하자면, 꿀(휘핑크림)을 감싼 벌집(퍼프 페이스트리).

카렘은 찢은 반쪽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게 맛이 없을 리가 있나.

"부드럽고, 촉촉하고. 음, 역시 제과제빵이란."

"뭐, 이게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거지. 너의 창의력이 없었다면 이런 물건도 나오지는 않았을거다. 뭐, 개선점은 있을까?"

“휘핑크림말고 커스터드를 가득 채우는 건 어떨까요.”

‘그쪽이 원래 오리지널이기도 하고.

카렘은 속으로 다음 말을 삼켰다.

봐라, 안 그러냐? 슈크림을 꿀꺽 삼킨 캐서린은 메리를 봤다.

메리는 고개 돌려 소리 없이 혀를 찼다.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물건을 매번 만들 수 있다면 내가 먹는 간식만큼은 쟤가 전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꼬마."

"냠. 에?"

"당사자의 의견은 어떻지? 솔직히 그간 간식의 절반은 메리의 도움을 받았지 않았냐."

절반이라고 했지만, 반죽을 만드는데 도움받았다면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었다.

꿀꺽. 카렘은 나머지 반쪽을 삼키고 슈크림을 다시 집었고.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냠."

태연하게 두 마디를 말하고 슈크림을 한입에 먹었다.

"그래, 너도 아쉽지만 인정...뭐? 했다고?"

상상 이상으로 담백한 반응.

도리어 제안했던 캐서린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당황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무표정으로도 알 수 있게 경악을 금치 못한 메리는 번개 마법이라도 맞은 것처럼 굳었다가 그 짧은 거리를 텔레포트까지 해가며 카렘의 어깨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흔들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납득하는 겁니까!!"

"저런 걸 봐버렸는데 추하게 붙들 수는 없죠?"

"이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주방일이 우스운 겁니까!?"

"아니, 화가 난 게 그쪽?!"

"이렇게 쉽게 포기하시다니!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제과제빵은 자신 없었다니까요?"

자신 없다는 놈의 머리에서 그런 요리들이 나온다는 거냐?

캐서린은 별걸 다 들었다며 눈을 찌푸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내뱉는 종자들이었지만, 이 이상의 무례는 허락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녀의 간식 시간이다.

캐서린은 탁자를 두드려 두 종자의 시선을 모았다.

"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셈이냐? 영양가는 하나도 없는 황당한 소리는 그만 하고 서로 타협점이나 찾아라."

"타협점이라면."

"꼬마 너는 제과제빵에 자신 없어서 넘긴 것이겠지?"

"그야...그렇죠?"

카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었던 요리 실력은 지그메서를 통해 기초를 단련할 수 있었고, 전생의 레시피와 현생의 다양한 환경과 재료를 거쳐 숙달했고 발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숙성과 결과물이 하늘에 달린 제과제빵은-잠깐, 하늘? 이것도 신전에서 기도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

메주를 성공시킨 것도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아니, 그래도 매번 찾아가는 건 조금 실례인 것 같았다.

그러면 종종 찾아가서 제물을 바치고 가끔 부탁하는 건...?

카렘이 생각에 잠긴 사이, 캐서린의 대상은 메리로 옮겨갔다.

"네놈은 보나 마나 꼬마가 너무 쉽게 자기가 하던 일을 떠넘겨서 불만이겠지."

"이 집요정 메리 요생 수십 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습니다!"

"그, 그 정도까지. 아니 이게 아니라 흠흠."

캐서린은 잠시 헛기침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타협해서 네놈과 꼬마가 같이 간식을 준비하면 되는 거 아니겠냐."

"네?"

"메리는 제과제빵은 아마 본성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고, 꼬마. 네놈은 성의 요리사 그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놀라운 창의력이 돋보이지."

캐서린은 슬쩍 테이블에 놓인 슈크림의 산을 흘겼다.

"이번에는 한 방 크게 먹은 것 같지만. 요는 꼬마의 아이디어를 메리 네놈의 실력으로 구현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

"오."

그런 방법이. 메리는 손바닥에 주먹을 내려쳤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너는 네가 그렇게 원하던 내가 먹을 요리를 일부나마 직접 조리할 수 있게 되겠고. 꼬마 네놈도 약간 뒤로 물러서는 감은 있지만, 여전히 전속 요리사의 범주에 속하는 일을 하고 있겠지."

이의는 받지 않겠다. 땅땅!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캐서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메리가 내민 슈크림의 반쪽을 먹었다.

그런지만, 이러면 지금이랑 뭐 달라진 게 있나?

카렘은 이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로. 안 그래도 주방일을 할 때면 귀찮고 힘쓰는 일은 흔쾌히 메리한테 떠넘기고 있었는데.

설거지를 비롯한 주방 뒷정리는 당연하고 반죽 만들기라던가.

머랭이나 휘핑크림 치기라던가.

던가던가던가.

이전과의 차이점이라면 있긴 했다.

주가 카렘에서 메리로 바뀌었다는 거 하나.

카렘은 소금기 가득한 시선으로 한 건 해결했다며 기쁜 기색을 흩뿌리는 메리가 내미는 슈크림을 먹는 캐서린을 응시했다.

짭짤한 시선에 슬쩍 시선을 마주친 캐서린은 피식 웃으며 턱짓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말이 없어도 뻔했다.

'알고서 그런 겁니까.'

카렘은 조금 더 짜게 식은 시선을 보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손에 쥔 슈크림이나 한입에 먹었다.

"이게 모두가 만족하는 결말이긴 한데."

카렘의 혼잣말은 말 그대로 슈크림으로 가득한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아무렴 뭐 어떤가.

어쨌거나 제일 귀찮은 반응을 보이던 메리가 저렇게 이해하는 모양새였으니 카렘으로서도 당분간은 안도하고 일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겠지.

카렘은 장담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의 세끼랑 야식의 범위까지 탐내올 것이 분명했다.

아무렴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지.

한 번 크게 당한 카렘은 의지가 충만해졌다.

"그나저나 이 슈크림 진짜 맛있네요."

"응? 슈크림?"

"네? 아차."

"슈크림이라..."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속마음에 카렘은 당황했다.

메리가 건넨 슈크림을 이번엔 처음처럼 앙하고 한입 먹은 캐서린은 어느덧 슈크림이 한 층만 남은 그릇을 내려다봤다.

메리는 슈크림을 낼름 집어먹으며 중얼거렸다.

"슈, 슈(Choux)라. 양배추를 뜻하는 베르생제토 말입니까."

"흠, 그 말을 들으니 어떻게 보면 작은 양배추처럼 생겨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그쪽 방식으로 말하면 슈 아 라 크렘(Choux à la crème)이 되겠군."

"발음은 괜찮지만, 뜻이 너무하군요. 양배추라니. 크림퍼프쪽이 조금 더 귀엽습니다."

"뭐, 개발자가 그렇다고 하는군. 그래도 제법 괜찮았다. 이번에도 말이지. 네 작명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는구나?"

캐서린이 나쁘지 않았다며 칭찬하자 카렘은 갑작스러운 칭찬에 눈을 끔벅거렸다.

아까도 그랬지만, 방심하면 이렇게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신단 말이지.

카렘은 괜스레 어색해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을 돌렸다.

"그으나저나. 이거 다 드시면 계속하실 건가요?"

"당연한 거 아니냐. 선별할 마도구가 아직 이만큼이나 남았는데?"

"어휴."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이니까 참아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카렘에겐 거부한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얼마 남지 않았던 슈크림이 완전히 동이 나고 잠시 중단되었던 카렘의 마도구 패션쇼가 계속 되려고 했다.

똑똑똑- 똑똑똑-

캐서린의 집무실 문을 누군가 두드리기 전까지는.

그릇을 들고 잠시 자리를 비우려던 메리가 곧바로 문을 열었다.

벌컥-

"실례합니다."

"로빈 공자님? 여긴 어떤 일이지?"

"에그 타르트 잘 먹었어요. 카렘. 주방에 없길래 혹시나 했는데 아타니타스랑 같이 있었네."

"네? 저요?"

로빈은 널 찾은 게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목에 걸고 있던 동그란 얼어붙은 오브를 들어 올렸다.

카렘이 대여해줬던 스카디의 성물이었다.

"이제 이게 없어도 조절할 수 있어서."

"일단, 안으로 들어와라. 공자."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아타니타스."

손님을 안으로 들인 캐서린은 로빈의 목에 걸린 성물을 보자 불현듯이 이전의 일이 떠올랐다.

이전에 벌어졌던 로빈의 재능 각성이라는 이름의 폭주.

그로 인해 인근의 시종, 시녀와 병사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아무런 조치조차 없었던 카렘은 이상하리만치 상태가 멀쩡했다.

그리고 그 일은 모두 성물 덕분이었는데.

혹시?

캐서린은 카렘을 돌아보았다.

카렘 또한 마찬가지.

주종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타니타스님. 호신은 저걸로 충분한 거 같은데요."

"아니, 일단 실험은 해봐야 알겠는데....마력의 폭주를 정면에서 막았으니..음...흠....그래."

캐서린은 차마 부정하지 못하고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이 지랄에서 해방이다!

물론 카렘은 속으로만 환호했다.

자료첨부

-슈크림(오리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