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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은 아이스랜드 공작의 직속 기관.
당연히 주 업무는 아이스랜드 공작이나 펠윈터 가문 의뢰
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의뢰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캐서린과 올리비에의 밑에서 잘렸다.
올라와봤자 결재, 혹은 보고를 위한 서류가 전부.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급이 맞지 않아서였으니까.
즉 무슨 뜻이냐 하면, 펠윈터의 보물고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단계 밑 정도는 되는 보관고가 마법사의 탑 내부에 있다는 의미였다.
"탑에 그런 공간도 있었나요?"
"그야 당연하지."
캐서린은 대체 뭘 물어보냐는 듯 어이가 없다는 듯이 카렘을 쳐다보았다.
"대체 이 탑에 얼마나 되는 권력자들이 묵직한 주머니를 지급해가면서까지 맡긴 그 많은 의뢰물을 다 어디에다가 보관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던전에서 획득한 물품 감정.
약혼식을 앞둔 젊은 귀족의 의뢰.
고장 난 마도구 수리 및 제작 요청.
기밀을 요구하는 논문 첨삭 등등.
공작의 직속 기관.
그것도 대마법사가 무려 두 명이나 있는 만큼 의뢰 접수비로만 최소 은화 수십 장으로 시작했지만, 그런데도 의뢰는 거르고 걸러야 할 만큼 끊이지 않았으며 고객들의 직업과 지위도 의뢰만큼이나 다양했다.
"파손이라면 차라리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 여러 이유로 분실이라도 됐다가 그걸 그대로 의뢰인한테 배상해야 할 텐데."
"대체 어느 간 큰 도둑이 마법사의 탑에 침입해요?"
"꼬마야. 에우로파는 네 생각보다 넓고 기인과 능력자는 많은 법이다. 그리고 내 휘하의 마법사들이라고 딴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으냐?"
캐서린은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의 말을 들은 것처럼 피식 웃었다.
"소심한 나르케라면 그런 엄두도 못 낼 텐데요."
"아, 그건 걔가 특이한 경우다."
캐서린은 단언했다.
"당장 침입자라면 당장 저희에게도 익숙한 사람이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네? 그런 간 큰 사람이-"
"알리시아 공녀님 말입니다."
"아, 하."
"푸후우우우우우우-"
메리가 언급한 7글자를 듣는 순간 캐서린은 땅이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윈터홈에 입성한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이젠 하나의 일상과도 같이 받아들이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알리시아의 잠입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사의 탑은 기본적으로 위험 구역.
수많은 각양각색의 침입자 격퇴용 마법과 함정을 제외해도 폭발, 실험 실수 및 실패, 위험한 마법 재료와 마도구 등등 때문에라도 윈터홈과는 다른 의미로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말이었다.
"대체 알리시아 그 맹랑한 꼬맹이는 어떻게 침입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군."
"그래도 인제 공녀님의 침입은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게 문제라는 거다. 출입한 즉시라면 몰라도, 시간이 걸린다고? 뭐 암살자의 재능이라도 가졌다는 건가?"
"먹는 식성만 생각하면 예비 소드마스터 아닐까요?"
카렘의 말에 메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공녀님이 그만한 나잇대의 어린아이들보다 많이 먹기는 해도 찾아보면 그보다 많이 먹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알리시아 공녀는 온종일 성을 빨빨 돌아 다니잖냐."
"게다가 공녀님은 한창 성장하시죠."
메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일하는 농부처럼 남들의 배 이상인 활동량과 성장기인 것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 먹는 건 놀랍기는 하지만, 아니 그걸 고려해도 좀 많이 드시는 것 같으시는 것 같긴 합니다."
"저는 먹은 거라고 해봤자 곡물 죽 한 그릇이 전부였는데."
"그건 카렘 후배가 있던 마을에서 핍박을 받았던 겁니다. 결국, 주린 배를 채우려고 온갖 벌레와 쥐 따위를 잡아먹었잖습니까?"
"그나저나 비교 대상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요."
"원래 일이 험할수록 많이 먹는 법입니다."
복도와 계단을 올라 다다른 보관고의 문은 곰 모양의 문고리를 빼면 탑의 다른 방문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평범한 나무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장소가 장소인 만큼 고급스러운 재질에 나름 장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지나치게 수수했다.
"뭐라고 할까.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뭐, 쓸데없이 화려하면 오히려 시선을 잡아끄니."
"저 곰 머리 장식이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아, 그렇다고 잡으면 안 된다."
캐서린은 문고리에 손을 뻗는 카렘의 손을 가볍지만 단호하게 쳐냈다.
"네가 만지면 보안 마법이 작동할 테니까."
"아, 확실히 그건."
"그리고 마법사의 탑에 걸린 수많은 보안 마법과 함정이 널 처참하게 죽이기 위해 움직이겠지."
"그건 조금 섬뜩한데요."
입을 합 다문 카렘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곰 모양 문고리 위에 손을 올렸다.
"예외는 많으면 많을수록 변수가 생기는 법. 그리고 변수는 되도록 적은 것이 좋겠지."
"그 예외에 제가 포함되지 않은 건 조금 불만입니다."
"너는 절대로 안에 들어오면 안 된다."
"이건 종자 차별입니다. 계약자."
메리는 무표정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캐서린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절대 안 된다. 안에 들어가면 뭐부터 할 셈인데?"
"그야 당연히 청소 아니겠습니까? 탑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을 텐데. 그래서 쌓였을 어마어마한 먼지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이 일중독 집귀신아."
캐서린은 빈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들어나 보자. 들어가게 해주면 뭘 할 셈이지?"
"그야 일단 안에 있는 물건들이랑 가구를 모조리 빼내서 먼지랑 얼룩을 모조리 닦아내는 것으로 시작-""그게 문제라는 거다."
캐서린은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메리를 향해 휙 그었다.
"수천 년 동안 보관고에 끝없이 중첩되면서 보안을 지키는 수많은 마법을 나조차도 해석은커녕 사용하는 것이 전부인데. 뭐? 안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겠다고?"
"예. 물론입니다."
메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림도 없다!"
캐서린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곰 모양 문고리의 눈에 새파란 귀화가 불타올랐다.
신원 확인이 끝났다는 뜻이라는 건 카렘도 알 수 있었다.
"자, 꼬마. 넌 나랑 같이 안으로 들어간다."
"오, 드디어."
"그리고 넌. 여기서 기다려."
"어째서!"
캐서린은 대답 없이 카렘의 등을 열린 문 안쪽으로 툭 떠밀었다.
왓! 카렘은 넘어질 뻔했다가 간신히 균형을 되찾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장식용 대검, 날개 모양 방패, 발톱 달린 건틀렛, 빈 유리병, 금속제 램프, 엄지손가락만 한 보석 반지 등등 마도구로 추정되는 수많은 물건이 잔뜩 선반과 테이블, 의자나 바닥에 반년은 청소하지 않은 방처럼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완전 쓰레기통이었다.
비인간적이기 그지없는 먼지 구덩이 창고.
심지어 새끼손가락만 한 먼지가 굴러다녔다.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챙겼다고 할까.
모든 물건에 양피지로 된 인식표가 붙어있기는 했다.
다만 그 외엔 아무런 분류조차 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도구가 잡동사니처럼 쌓여있었다.
최소 은화 수십 장으로 시작할 마도구가!
카렘은 이게 맞냐는 눈빛으로 캐서린을 돌아보았다.
"아타니타스 님. 이거 완전 쓰레기통인데요?"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는지 캐서린의 미간에 계곡이 잡혔다. 하지만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무척 논리적인 지적이구나. 반박할 수가 없어."
"마탑에 이렇게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물론 대마법사인 캐서린이 직접 손을 대는 물건은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보관고에 잡동사니처럼 쌓여있는 마도구는 너무 많았다.
마치 윈터홈의 보물고에서 1/4를 한 방에 모조리 몰아넣었다면 이럴까.
"뭐, 이중 절반은 의뢰인이 여러 사정으로 찾아가지 못하거나, 그대로 마탑의 소유로 남아버린 물건들이다. 나머지 절반이 의뢰 물품이고."
"이게 전부 다 마도구라고 했죠?"
"그래. 전부 다 마도구다."
"이러면 확실히..."
메리는 들어오면 안 되겠는데.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있을 수가 없었다.
"뭐, 쓸데없는 생각은 됐고. 네가 쓸 마도구나 찾아보도록 하지."
"네, 뭐."
카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 불길한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저 잡동사니들을 다 뒤져봐야 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캐서린은 창고의 어디에 어떤 마도구가 있는지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거침없이 잡동사니와 먼지로 가득한 보관고를 망설임 없이 주파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빠르게 인식표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인식표는 그저 마도구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아, 꼬마 네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다만. 뭐가 신기하다고 해서 막 집어서 살펴보진 말아라."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주가 걸려있거나, 주인을 가리는 물건이었다간 네가 더 위험하니까."
선반을 훑어보며 팔찌나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이리저리 살피던 캐서린은 반지를 집어 들고는 카렘을 돌아봤다.
"꼬마. 반지는 어떻게 생각하냐."
"음, 호신용이면 맨날 끼고 다녀야겠죠?"
"안 그러면 호신용의 의미가 없지."
"그러면 안 되겠네요. 요리할 때 반지를 끼고 할 수는 없으니."
"음. 그러면 반지는 제외인가."
반지를 제자리로 되돌린 캐서린은 다시 탐색을 계속했다.
"아무튼, 최고 마법 고문이 되면서 보관고에 출납 된 마도구의 사전을 모조리 기억은 하고 있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이 보관고엔 저주가 걸렸거나 주인을 가리는 도구가 많다."
"음, 펠윈터 보물고에는 그런 물건은 없었던 거 같은데."
"그야 보물고에 들어가기 전에다 나나 영감쟁이의 손길을 거친 엄선한 물건만 들어가니까."
"노고가 많으십니다."
"음."
캐서린은 별거 아니라는 듯 짧게 일축했다.
공작 가문인 펠윈터 가문에는 하루에도 각양각색의 수많은 보물이 바쳐졌다.
물론 미쳤다고 저주받은 보물이나 마도구를 바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의 경우가 있었으니 보물고에 보관하기 전에 캐서린과 올리비에가 점검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임명되고 나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으니.'
"어, 아타니타스 님?"
"응? 뭐냐."
"그게 다 확인할 호신용입니까?"
"그래. 왜 그러냐?"
카렘은 그걸 말이냐는 시선으로 어느새 캐서린의 손아귀에 자리한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응시했다. 팔찌랑 목걸이만 족히 수십 개가 들어간 걸 봤는데? 아니, 거기서 더 넣으신다고?
"그렇게나 많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것조차도 네가 착용할 수 있는 것들만 엄선한 거다."
"그 정도 양인데 엄선했다는 말입니까?"
"네가 마력을 다룰 줄 알았더라면 이 주머니의 크기가 최소 3배는 넘어갔을 텐데?"
카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확인해야겠냐는 듯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소리 없는 항의의 표시.
하지만 캐서린은 가볍게 흥얼거리며 종자의 항의를 가볍게 묵살.
머릿속의 보관고 목록과 인식표를 대조하며 거침없이 마도구를 쓸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