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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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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의 혀가 움찔거렸다.

고기는 혀에 아직 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강렬한 불향.

그 매혹적인 향기가 입안을 가득 메우고 코를 자극했다.

고기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인 세오폰 사람이라면 누구도 감히 지나칠 수 없는 불향이 대회관의 테이블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요리들이 풍기는 먹음직스러운 향기에 더해졌다.

안 그래도 조금씩 흔들리던 고드윈의 식욕이 강제로 허물어져 버렸다.

고드윈은 잽싸게 포크를 입 밖으로 빼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닭고기가 온전히 혀에 닿았다.

강렬한 달콤함과 짭짤함.

그리고, 뭐라고 감히 설명하기 힘든.

단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독특한 감칠맛.

진한 농도를 가져선지 소스는 입안에 퍼지지 않고 오로지 혀 위에만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그래선지 오히려 소스의 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고드윈의 식단은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물과 소금으로만 반죽해서 구운 빵 소량.

드레싱 없는 채소 샐러드와 과일.

삶은 고기와 소금이 전부.

그동안 혀에 자극이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혀가 그동안 휴식을 취했다는 것.

지금 고드윈의 혀는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깨어나 있었으며, 이는 입에 넣은 그 순간부터 닭구이의 검은 소스에 들어간 재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은은한 해산물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소스.

하지만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드윈은 마늘과 생강이 들어간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다음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감칠맛을 돋구는 독특한 향과 또 다른 감칠맛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드윈은 이내 진정했다.

아무렴, 이 식단을 준비한 것은 카렘이었다.

분명 뭔가 또 새로운 물건을 만든 것이 분명했다.

불에 그을린 쫄깃한 식감에 닭기름을 고스란히 품은 껍질.

부드럽게 찢어지며 흘러나오는 허벅지살의 육즙에 소스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닭고기와 같이 구워진 돼지고기 또한 마찬가지.

이쪽은 살코기가 많은 부위를 구웠는지 육향과 질감이 강했고, 소스와 무척 잘 어울리는 것 또한 같았다.

그제야 고드윈은 향기도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작을 불태우면서 고기에 깃들 강렬한 불의 향기만 느껴져야 했을 닭의 표면에서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 느껴졌다.

비유하자면 오랫동안 끓여 냄비에 눌어붙은 스튜.

스테이크의 표면에 생긴 크러스트.

설탕을 끓이다 눌은 캐러멜과 비슷했다.

하지만 비슷했을 뿐.

맛은 도저히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었다.

그게 지금 고드윈을 미치게 했다.

"카렘. 이 검은 소스는 대체 정체가?"

"솔직하게 말해서 고드윈 공자님의 말이 맞습니다."

"응? 난데없이?"

"공자님이 드실 요리들 대부분이 맛은 있어도 크게 자극이 부족해 보여 특별히 만든 소스입니다."

"뭐라고. 날 위해서?"

"옙. 뭐, 소스에 들어간 또 다른 소스인 간장을 만든 거긴 한데."

고드윈은 놀라움과 감동이 반씩 담긴 눈빛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물론 카렘의 말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토마토소스, 페이스트를 만든 것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반발심으로 며칠간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전에 제물을 바치며 기도까지 해가며 만든.

까놓고 말해서 생각난 김에 만들었다-가 정확했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잘 보일 기회가 곧바로 찾아왔는데 이걸 놓칠 수야 없지.

카렘의 립서비스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카렘은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 검은 소스에 이름을 붙여주시죠?"

"블랙라이트(blacklight). 블랙라이트가 좋겠어."

고드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색이 검은 소스인데도 불구하고 윤기가 흐르는 외형.

검은빛이라는 전혀 상반된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오도독- 파박- 툭! 오독!

"음, 찐 귀리라고 하길래 당황했는데. 맛 자체는 그럭저럭 심심한데?"

"주식이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간을 세게 했죠."

"확실히 그래선지 밥에 계속 손이 가는데."

"안 그랬으면 귀리엔 관심도 주지 않고 다른 메뉴만 신경 쓰셨을 테니까요."

"큼, 흠흠! 그나저나 저 냄비는 뭐지?"

속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카렘의 말에 무안해진 고드윈은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저쪽을 보시죠."

"음?"

고드윈은 카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님석의 가장 앞.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시종이 냄비를 건드렸다.

-부글부글부글부글

가만히 있던 냄비는 돌연 끓어오르기 시작.

보온용 마도구인 냄비의 힘을 받아 육수가 끓자 얇은 잎채소와 소고기로 이루어진 꽃은 금세 시들어버리며 버섯 또한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런 식으로 먹는 거였나?"

"넵. 근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다른 것부터 드셔보시죠?"

"흠, 그래. 고기만 너무 먹었으니 이번엔 채소도 좀 먹어보도록 할까."

바베큐는 확실히 맛있었다.

강렬한 감칠맛이 인상적이었고 밥과 무척 잘 어울렸다.

하지만, 계속 먹자 고드윈은 입안이 텁텁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입안을 환기할 시간.

고드윈의 눈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로 화려한 요리.

얇게 썬 가지와 토마토, 양파와 피망이 겹겹이 겹쳐진 팬으로 옮겨졌다.

"아까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이거 채소 요리지?"

"넵. 아마 모르실 지도요."

"이름이 뭔데?"

"어, 라따뚜이(Ratatouille)요."

"음. 전혀 모르겠군."

그야 당연했다.

전생의 라따뚜이는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프랑스 시골 요리.

비슷한 나라가 있길래 혹여 물어봤지만 지그메서도 뭔지 몰랐고, 윈터홈의 주방에서 어릴 적 베르생제토에서 지냈다는 요리사 한 명이 겨우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대충 있는 채소를 쪄먹는, 가난한 자의 요리.

어쨌든 타국의 시골 요리를 고드윈이 알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지그메서도 처음엔 거부했었다.

어디까지나 시골 요리는 시골 요리.

연회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전생의 프랑스 출신 요리하는 천재 쥐새끼 덕분에 유명해진 고급스러운 라따뚜이를 보고는 생각을 달리했다.

대충 아무 채소를 넣은 베르생제토 농부 요리와는 궤가 달랐다.

형태부터 엄선한 채소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토마토소스를 바닥에 깔고 오븐에 구운 라따뚜이는 두 요리가 정녕 같은 뿌리인지 의심될 정도.

"하, 이 은은한 신맛이랑 독특한 단맛이 중독적인데."

"조금씩 아껴 드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응?"

"라따뚜이에 쓴 토마토는 여분이 없어서 지금 연회에 나온 게 끝이거든요."

"아, 하긴 최근에 개발됐다고 했었지."

고드윈은 그릇에 던 라따뚜이를 조심스럽게 포크로 떠서 다시 한번 맛을 보았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섬유질의 질감은커녕 혀의 움직임만으로 형체도 없이 모래성을 부서트리는 것처럼 바스러지면서 채소의 맛이 폭발했다.

부드러운 가지, 달콤한 양파와 토마토, 씁쓸한 피망.

이 모든 맛을 한데 어우르는 토마토소스는 데리야끼 바베큐로 텁텁해진 고드윈의 입안을 말끔하게 씻어내렸다.

대체 어떻게 채소가 이렇게 깊은 맛을 내는 것이지? 고드윈은 소리 없이 감탄하며 이번에는 소량의 귀리밥과 함께 먹었다.

강렬한 단맛과 짠맛이 중화됐다.

그러자 응축된 채소의 맛이 한층 더 강해졌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채소에서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거지? 버터는 안 들어간 것 같은데?"

"뭐 토마토도 있긴 하지만, 피망과 양파도 들어갔습니다."

많은 이들이 피하는 피망.

하지만 그 진가는 불에 구웠을 때 드러났다.

껍질이 까맣게 될 때까지 구운 피망은 특유의 풋내는 사라지고 쓴맛과 알싸함은 줄어들어 은은한 단맛이 극대화되었다.

거기에 진갈색으로 볶은 양파까지.

세 가지 채소의 단맛을 한데 묶어줄 올리브유와 생마늘을 넣고 오래 갈아낸 것이 바로 지금 라따뚜이의 밑에 깔린 붉은 소스의 정체였다.

"...그러니까 소스의 주 재료 중 두 가지가 붉은 마녀의 손가락에서 비롯되었다?"

"피망도 변종이고, 토마토는 그 변종의 변종이니 정확하네요."

"아니, 근본이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맛이 완전하게 다른 것인지..."

약간 혼란스러워진 고드윈은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자아, 자. 이번에는 그나마 공자님에게 익숙한 물건일걸요?"

"그래, 어디 보자. 아, 이건 내가 아는 물건인데."

"조금 덜어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카렘은 고드윈의 뜻대로 곧바로 그릇에 담긴 만두를 접시에 덜었다.

포크에 찍은 만두를 입에 가까이 가져가려다가 익숙하지만 뭔가 다른 생김새에 고드윈이 고개를 돌렸다.

"여기, 블랙라이트 소스에 들어간 간장에 식초, 후추, 불마손 가루를 넣은 소스를 조금 곁들여 드시면-"

"카렘. 이거 펠메니가 맞아? 뭔가 피가 좀 얇은데?"

"식단을 조절하고 계셔서 밀가루는 최대한 조금 썼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펠메니의 피조차도 얇게 만들었다고?"

"손에 쥐가 나는 줄 알았어요.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노포 중국집이 메뉴판에서 만두를 빼버리거나 공산품으로 바꾸는 이유가 그러했다.

한 가족이 한 끼 먹는 분량이라면 모를까.

수백 명은 되는 손님들이 먹어야 할 분량의 만두.

심지어 다 먹으면 다시 채워야 할 분량까지 생각한다면 족히 수천 개는 만들어야 하는 단순하고 무식한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요리사로는 손이 부족해 시종과 시녀들을 일부 납치하듯이 끌고 와 펠메니, 만두를 빚게 만들어야만 했다.

"음, 전에 사워크림이랑 먹으니까 맛있던데 혹시-"

"여기 간장, 식초, 후추, 불마손 가루로 만든 소스로 만족하시죠."

"그렇겠지-"

고드윈은 작게 투덜거리며 포크에 찍은 만두를 소스에 살짝 찍어 먹었다.

펠메니는 고드윈이 그동안 먹었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지금 먹은 물건은 그동안 먹은 펠메니 중 가장 맛있는 펠메니였다.

피가 두꺼워 질겅질겅 씹히는 펠메니와는 달리 지금 먹는 것은 피가 얇고 소가 풍성하게 들어서 재료의 맛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피가 찢어지기 무섭게 흘러나오는 기름 육즙이 입안을 흥건하게 적셨지만, 새콤하고 매콤짭짤한 소스에 희석되어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스테이크? 이렇게 구운 스테이크는 먹어도 되나?"

"버터 없이 장작불에 직화로 구워서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그래? 음. 부드럽게 잘 구워졌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요리를 고드윈은 맛볼 수 있었다.

데리야끼 소스 소고기 아스파라거스와 버섯 말이.

다져서 양념한 고기로 속을 채운 버섯구이.

볶은 양파, 버섯, 시금치를 채운 스노우러너 가슴살 구이 등등.

그 외에도 본성의 주방에서 카렘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건강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허전해지는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허전해지는 마음을 어떻게든 잊어버리겠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식사에 임하던 고드윈의 포크와 나이프가 두 번째 등심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굳어버렸다.

고드윈은 재빨리 자신의 상태를 파악했다.

"벌써 배가 부르다고?"

분명 요리를 많이 먹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종류가 많았을 뿐.

양만 따지면 별로 많이 먹지도 않다니 벌써 배가 부르다니?

아니, 더 음식을 못 먹을 정도로 부른 것은 아니었다.

약 절반 정도 차오른 듯한 느낌.

하지만 평소에 먹었던 양과 비교하면 절반도 먹지 않았는데?

고드윈의 당황한 기색을 옆에서 직관한 카렘은 고개를 돌려 고드윈을 은근히 지켜보던 엘리자베스에게 계획대로라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은 카렘의 작전대로였다.

맛이 강한 음식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담백한, 빵이나 밥 같은 주식으로 손이 가게 했지만, 지금 고드윈의 범위 안에 주식이라곤 귀리밥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드윈은 요리와 귀리밥을 번갈아 먹었다.

그리고 귀리는 오래 씹어야 했고, 금세 배가 불렀다.

카렘은 슬슬 쐐기를 박기로 했다.

자료 첨부

-펠메니(작중에선 피를 얇게 해서 물만두처럼 한 느낌)-

-데리야끼 소고기 버섯 말이-

-데리야끼 소고기 아스파라거스 말이-

-속을 채운 버섯구이(Beef stuffed mushroom)-

-볶은 양파, 버섯, 시금치를 채운 스노우러너(닭가슴살) 구이-

-라따뚜이-

-등심 스테이크-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