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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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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캡슐의 문이 닫힘과 동시에 침을 삼킨 소녀는 두 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모아 올리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복식호흡으로 공기가 드나들며 그녀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카리리는 만반의 준비를 펼쳤다.

수많은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그리고 연예인들과의 합방으로 인기를 챙겨온 그녀였다.

겨우 그 리스트에 한명이 더 추가될 뿐인 일일 텐데, 대기방에 들어선 카리리는 계속 한쪽 다리를 덜덜 떨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잘해보자.”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때려서 정신을 차린다.

방송이 켜지는 순간, 그간의 감정은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사라진다.

[‘리리만큼카만큼’님이 10,000원 후원!]

-어서오소리! 카리리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어서오소리! 리리만큼카만큼님 만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그러게? 왜 이렇게 빨리 왔을까? 뭐 때문에 빨리 왔을까? 우리 허니비 백성들을 보고 싶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카리리는 개인적으로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와 시청자들 사이의 관계는 n년차 연인에 가까웠다.

-앵기지 마라~

-좀 떨어져봐요 카리리님 뒤에 곰돌이 안 보이잖아요!

-따갚대 스크림 오늘 어디랑 함?

-깜짝 이벤트 뭐야뭐야? 월오아 안 해 지금은?

“아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오늘만큼은 새로운 기분을 느끼려고 무려 스타일에 중대한 변화를 주고 왔다고. 정말 나 어디가 달려졌는지 모르겠어? 응? 엉?”

약간의 여유 타임을 가지고 빌드업을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대다수는 모르겠다는 의미로 갈고리를 던져댔다.

[skyblue님이 100,000원 후원!]

-(? 모양)

하늘에서 뿅 하고 나타난 노란색 물음표 모양 갈고리 쿠션이 카리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갹! 잠깐만 오늘 방송에서는 3D 이모티콘 후원 금지라고! 기다려봐 설정하고 올 테니까.”

미리 이런 후원이 터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게스트에게 피해를 입힐뻔했다.

설정을 끝내고 다시 카메라 시야에 들어선 카리리가 이윽고 후드를 벗었다.

“바로바로! 오늘은 트윈테일을 하고 왔다 이 말이제비!”

-아니 후드를 쓰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아는데 카리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우 4년차 육수 자격 박탈당할뻔

-오랜만에 트윈테일 귀여워요!

“아직도 모르겠니? 너네들 감 다 떨어졌구나? 카리리 방의 메인 콘텐츠도 못 알아보고 말이야! 두 글자 두 글자.”

-???

-방종?

└ ㅋㅋㅋㅋㅋㅋ

-메인 콘텐츠가 뭐였지 이 방

-월와

-저챗?

“방종 누구야! 전혀 아니거든? 월와도 아니야 애초에 줄여도 월오아라고? 합방 합방! 왜 아무도 몰라주는데!”

-합방?

-아무런 공지도 없었잖아

-합방 안 한지 몇 달째인데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 진짜 합방이야 누구랑?

-스크림 두 시간 뒤인데?

-벌써부터 따갚대에 염상을...!

-트윈테일이 힌트?

“오 예리했어 트윈테일, 맞아. 오늘은 트윈테일을 하신 분이랑 합방을 할 거예요.”

이미 두 시간 뒤 오후 6시에 타 팀과 스크림 약속이 잡혀있던 카리리였다.

그 짧은 사이에 게스트를 불러 합방을 진행할리는 없을테고 그러면 높은 확률로 따갚대에 참여하는 인원으로 축소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트윈테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최근에 카리리가 특정 인물에게 지속적으로 구애했다는 점을 반영하여 리스트를 추리면.

-와 노네임?

-진짜로?

-캬

-이걸 해내네! 이걸 해내네! 이걸 해내네!

-트위시 미짜 듀오 크로스!

카리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가져와 밀착시켜 화면을 얼굴로 가득채웠다.

“그러니까 여러분! 오늘 진짜! 제발! 너무! 꼭 부탁해요. 노네임님 이제 겨우 열네 살이야. 평소처럼 하면 큰일난다고.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죠?”

-평소처럼이 뭐죠?ㅋㅋㅋㅋㅋ

-????

-잘 모르겠네요ㅎㅎㅎ

-이미 평범함의 기준이 어긋난wwww

[유이0284님이 10,000원 후원!]

-평범한 중학교 2학년 대하듯이 대하면 되는 거지 카리리야?

“그래 평범한 중학생 대하듯이-”

[영상공유 - Ratelfan님이 15,000으로 공유해주셨습니다!]

(중2 카리리 막말 매드무비(16~20).mp4)

“그래 이런 말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라고! 애 앞에서! 알았냐? 그리고 이 영상은 제발 좀 지워줘요 이런 거 흐엉헝헝... 부탁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네가 했잖아!ㅋㅋㅋㅋ

-끊이지 않는 업보ㅠㅠㅠㅠ

-결국 모두가 알게 돼 있어

-진실은 숨길 수 없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지

[‘오소리네’님이 2,000원 후원!]

-근데 카리리야 더 블로리라는 팀명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아 그게 말이지! 저번에 드라마 리뷰 한 거 있었잖아, 시청자들이랑 같이. 거기에 있는 꼬마애가 노네임이랑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거 있지?”

[NoName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노네임씨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 헉...! 로리다...! 완전 도내 S급 초 카와이한 리얼 JS!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서 딱 지어내버렸어! 카리리 완전 천재이지 않아?”

“로리요?”

“히에에에에엑! 어... 언제 왔어...!”


“로리가 뭔데?”

우리 팀 이름은 The Blurry가 아니었나?

블러리, 직역하자면 ‘흐릿한’.

카리리는 탱커이지만 암살자 클래스를 맡고 있다.

월오아를 많이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게 있다면 탱커는 언제나 팀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으나 싫으나 카리리의 스타일에 팀 스타일을 맞춰야했기 때문에 팀명도 그에 맞추어 나름 잘 정했다고 생각했다.

카리리는 온몸으로 채팅창을 막는데 급급했다.

“안 돼 노네임 여길 보면 안 돼! 빨리 뒤 돌아!”

-더 블로리(Double Loli) 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노네임을 속였어?

-니네가 사람이냐

-카리리 완전 악마!

-그래 상식적으로 허락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거대한 화면을 작은 몸집으로는 가리기 확실히 버거워보인다.

“그래서 로리가 뭔데? 트럭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게임에서 실력이 아득히 뛰어난 자를 트럭이라고 표현한다고는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건...!”

내 말에 카리리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그녀의 코미디쇼와 채팅창을 몇 번이나 번갈아보자, 결국 카리리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귀여운 여자 아이...?”

“그래? 근데 왜 숨겨?”

“약간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노네임 경멸하는 눈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합방 망한 것 같은데 터뜨리자

-합방이 아니라 팀이 터지게 생겼어!

-솔직히 카리리는 이제 로리라고 불릴 나이는 지났지 않았나...

-과거의 영광ㅋㅋㅋㅋㅋ

“아아아아무튼 짜잔! 오늘의 합방은 노네임씨랍니다! 다들 박수 와와아아아아아!”

카리리가 과장스럽게 박수를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래 뭐 대충은 이해했어.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오늘 할 일에 대해 가볍게 물어보기로 했다.

“오늘 그래서 뭐하는데?”

“음... 사실 오늘 합방이 갑자기 정해진 거라서 나도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아 맞다 여러분 노네임씨랑은 총 5일동안 매일 2시간씩 합방하기로 했어요!”

“뭐야 그것도 안 알려준 거야?”

“언니가 미안하제비... 흐엉...”

-노네임 성격 완전 시니컬해ㅋㅋㅋㅋㅋㅋ

-100% 쿨계열

-카리리는 더 때려도 돼!

-우리 카리리는 이게 맞아

“그럼 평소 다른 사람들이랑 합방했던 걸 말해봐.”

“에에에... 보통은 Q&A 시간을 많이 가졌지?”

-노네임 지켜!

-게스트한테 막말을 쏟아붓는 사람이 있다?

-???: 왜 이렇게 얼굴에 비해 늙었어요? (초면에 한 말)

└ 그거 LK한테 말한거냐?ㅋㅋㅋㅋㅋㅋㅋ

└ 나이에 비해 젊어보여요를 반대로 말한 겈ㅋㅋㅋㅋ

-???: 약간 조폭들이 좋아할 스타일인 것 같아요 (현직 아이돌에게)

-빼빼로 게임 제의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근데 이거 합법 아님?

└ 어라?

└ 어 진짜네?

└ 빼빼로 게임 제안에 면역인 사람이 있다?

“이왜진?”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킨 카리리는 방 구석에 있던 서랍장을 뒤졌다.

토독-

부스럭-

무언가 포장지를 벗기는 소리와 함께 입에 가느다란 막대를 입에 물고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느릉 쁘쁘르 그음 흘르?(나랑 빼빼로 게임 할래?)”

[‘알트탭커신’님이 10,000원 후원!]

-무친련아!

[‘반갑제비좋아’님이 3,000원 후원!]

-이걸 진짜 하네 정신 나갈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독-

연이은 도네 폭격에, 카리리의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드러난 하얀 치아가 과자를 두동강냈다.

“아아 네임앙 진짜 할 생각 없었어...! 그냥 이런 거였다고 보여준 거야.”

입 안으로 들어간 것들을 오물오물 씹으며 소리를 빽 내지른다.

“미성년자의 지위를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언니가 처음인 것 같아.”

“헉...!”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게스트들을 괴롭혀온 거구나.

그녀도 고등학생이라고 했으니까 확실히 이런 소리를 면전에서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나도 미성년자라 살았다 방금은.

-캬

-와 말 똑부러지게 잘한다ㅋㅋㅋㅋㅋㅋ

-진짜 천재긴 천재인가보네ㅋㅋㅋㅋㅋ

-그동안 천룡인이라서 좋았지 카리리야!

잡담이 더 길게 늘어지기 전에 끊어야만 했다.

왠지 모르게 계속 넋 놓고 있다보면 휘말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랭겜 돌리자.”

“어? 랭겜을?”

“응. 이번 주 목표는 다이아까지.”

“다이아? 나 플래티넘 3이야 절대로 안 돼! 절대로!”

“그럼 앞으로 이긴 경기 횟수만큼 Q&A 질문권을 줄게. 됐지?”

“만약에 대답을 안 하면? 벌칙 시켜도 돼?”

“마음대로 해...”

“좋아 가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