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에 총의 악마 상륙 2분 13초 시점. "아... 탑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진흙전 해설을 맡고 있는 벤잘스는 탑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 설명을 듣자마자 옵저버는 빠르게 탑 상황을 보여줬고. "너무 절망적인데요?" 주최자 비소룡 또한 벤잘스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이... 문도라는 캐릭터는 스킬을 쓸 때마다 자기 체력을 씁니다." "그렇죠." "근데 그 체력을 다시 돌려 받으려면 상대방을 맞춰야 되거든요? 근데 지금 10번 썼는데 한 번도 못 맞췄어요!" "아아아!" "자기 체력을 담보로 스킬을 썼는데, 한 번도 못 맞추니까, 체력이 그냥 쭉쭉 빠지게 되고... 결국 체력을 채우기 위해 귀환을 해야 합니다!"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라인에 빨리 와도... 어라? 이젠 미니언을 못 먹게 됐습니다." "아아아아!" 카오스, 도타, 히오스, 롤, 데드락 등. 라인 대치 상황에서 미니언을 먹는 행위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뭉기의 상대, 지비지비는 그것조차 할 수 없었다. "상대가 미니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라인 관리는 엄청 못 하거든요? 그냥 계속 미는데, 이걸... 이걸 감당을 못 해요." "아! 유일한 원거리 견제기로 먹으려고 해도! 긴장해선지 계속 미니언을 놓칩니다!" 완벽한 통제. 순수 라인전 과정에서 레벨 차이가 2렙 차이 가까이 벌어지는 시점. 이 과정에서 탑 지비지비를 구원하기 위해 정글이 개입한다. "아! 해삭 팀 정글의 날카로운 갱킹!" "사실 날카롭진 않습니다. 근데 지금 세주도 피 관리가 안 된 상태인데 그냥 오는 거거든요?" "라인을 풀어주기 위함이죠! 딜이라도 넣으려고! 압박을 주려고!" "근데 근데 근데! 어! 어어! 잠시만요! 뭉기 님이 모든 스킬을 다 피하는데요?!" "완벽한 2:1 드리블...! 잠깐만요! 상대 탑 정글이 무리하게 포탑으로 다이브합니다!" "아, 저티어에서 나오는 감정적인 실수! 이거 못 잡으면 큰일이거든요?!" - 헉 - 잠깐만 킹깐만 똥깐만 - 비상 비상 - 잡나? 잡고 죽어야 돼 - 초반 포탑 ㅈㄴ 센데 이걸 다이브 해? [퍼스트 블러드] [더블 킬]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게도 0:2. 해삭 팀의 탑과 정글은 그대로 뭉기를 죽이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아아... 뭉시안... 뭉시안 더블 킬!!! 2/0/0으로 시작합니다!" "심지어 이거 그냥 루시안이 다 팰 생각인지 탱커 잘 잡는 몰왕검 선택했거든요? 근데 이게 빨리 나오게 됐습니다." "심지어 선 신발에다가 수확의 낫까지 갔는데... 더블 킬...!" 탑에 본격적인 재앙이 펼쳐지려고 한다. "뭉기 선수 표정 볼까요?" "아! 이 선수!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즐겁다는 듯이!" "즐겁겠죠! 재미있겠죠! 알아서 킬이 들어왔는데!" "이거 이제 어떻게 하죠?" "솔직히 탑은 여기서 이제 미련 없이 탈주해도 무죄입니다." "탈주해도 무죄... 말씀드린 순간! 뭉기 선수가! 상대 문도를 잡아냅니다!" - 5분 3/0/0 루시안 어케 막을 건데 - 심지어 포골도 두 칸 뜯었단 거임 - 이러면 정글도 탑 버림 - 근데 이 와중에 오른이랑 질리언은 라클이 돼서 안 밀린다는 거임 - ㅈㅈ야 - 겜 걍 끝났다는 거임 이후 게임은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빠르게 끝났다. 10분 초반에 탑 1차 포탑을 밀어버린 뭉기가 전 라인에 영향력을 뿌리기 시작하고. 뭉기가 그냥 앞으로 지를 때마다 해삭 팀은 속수무책으로 전멸. 26분에 해삭 팀의 넥서스가 파괴 되는 걸 끝으로. 해삭 팀은 말도 안 되는 스크림 승률이 무색하게 패배를 하고 만다. "아, 이거는 정말 잔혹합니다. 양 목장에 늑대, 아니 호랑이가 난입한 수준이에요." "문도 26분 cs 102개... 뭉기 님이 사람입니까? 어떻게 사람으로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죠?" "혼자서 4코어 뽑고 그냥 게임을 끝내버렸습니다." "근데 진짜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실버 원딜 맞나요? 무슨 딜 넣는 게... 말이 안 됩니다." - ㄹㅇ - 근데 ㅈㄴ 잘한다 - 피지컬은 말 안 되네 - 달근 팀 바텀 코치 전진수 피셜) 그의 육체'엔' 신이 깃들었다 - 다소 의역) 머리는 걍 씹창이 났다 - 헉 ㅋㅋㅋㅋㅋㅋㅋㅋ - 허어어어억 - 허걱뿡;; 이후 다음 경기는 볼 것도 없다는 듯 빠르게 승리를 하고. 달근 팀은 최단 속도로 가장 빠르게 A조에서 벗어나 본선으로 진출하게 된다. "아, 참고로 A조 1위와 B조 1위는 본선 한 경기만 이기면 바로 결승입니다!" "약간 더블 엘리 식인가요?" "맞습니다. 1위한 이점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각 조 1위끼리 붙고! 이기면 바로 결승! 지면 준결승 해야 합니다." - A조 1위와 B조 1위가 붙고 결승이면 나머지는? - 각 조 2위끼리 붙고 거기서 또 한 명 떨어지고, 그 2위에서 붙은 애가 바로 1위에서 떨어진 애랑 하면 됨 - 어쨌든 하루에 2팀씩 떨어지는구나 - 굳이요 그렇게 약 6시간 정도 지난 시점. 모든 팀이 경기를 끝내고. "그러면 저희는 이제 안타깝지만, 음... 네, 예선 탈락 팀 인터뷰 준비하겠습니다." 비소룡과 벤잘스는 곧장 탈락 팀 인터뷰를 준비했고. 같은 시간 달근 팀은. "내일 한 번 더 지는 게 유리한 거 아니에요?" "네? 뭉기 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지면... 경기 더 많이 하니까 재미있잖아요." "아아아악! 제발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조오오오오옴!!!" - ??? : 날 뽑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 근데 결국 뽑았잖아요 - 유찰의 유찰 < 이거 복수 아직 안 끝났으면 뭉추 ㅋㅋㅋㅋㅋㅋㅋㅋ - 피의 복수다 - 감히 날 유찰의 유찰로 뽑아? 게임을 26분 만에 끝낸 원딜을? - ??? : 벌 받자 - 감독이고 뭐고 걍 뭉의 심판 내릴 뭉기면 뭉추 ㅋㅋㅋㅋㅋㅋㅋ - ??? : 야 달근, 빨아 - 그래그래 달근아 내가 양손 놓고 겜 하는 거 보여줄게 ㅋㅋㅋㅋㅋ - 컄ㅋㅋㅋㅋㅋㅋ이번엔 미드 루시안 간닷ㅋㅋㅋㅋㅋㅋㅋㅋ 원딜 왕자의 기강 잡기에 질겁하고 있었다. ++++++ "뭉기 님, 진심 아니죠? 저희 내일 본선 때도 잘하는 거 맞죠?" "아, 뭐... 근데 솔직히 저는 팬 서비스를 위하는 길이... 경기를 하나라도 더 많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누가요 - 제가요? - 진짜 누가 그러는데요 - ??? : 반은 울고 반은 웃게 해드리겠다 - ??? : ㅋㅋ 야 걍 울어봐 존나 웃기니까 - 원딜이 아니라 사이코를 데려 오면 어떻게 해 ㅠㅠㅠㅠㅠ - 근데 결과적으로 우승을 위해서 뽑긴 했네 ㅋㅋㅋㅋㅋㅋ 주물주물. 달근 님은 필사적으로 내 어깨를 주무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뭉기 님, 뭉기 님 그게 아니잖아요. 저희 2승 0패로 해서 빠르게 예선 뚫었는데... 왜, 왜 져요...?! 겨, 결승 가야죠!" "아니이, 이게 결승은 무조건 가는데 그냥... 경기 많이 하면 어떤가 싶어서 여쭤본 거죠." "하하! 하하하! 농담이죠?" "유찰의 유찰, 피의 복수는 이제 시작일지도...." "왜 그러세요 진짜루우우우우우!!! 저 진짜 시청자들한테 죽어요! 돌 맞아요!" - 뭉기야 살려다오 - 달근이 진흙전 몇 번 나왔는데 우승 한 번도 못 해봤단 말이야 - 아 무관 감독이셔? - 그래서 우승이라고 했던 거구나 - 필사적이다 필사적이야 - 제일 기대 안 한 원딜이 혼자 파멸적 캐리하고 있고, 나머지는 그냥 다 원딜 케어 노예들... - ??? : 이제 정신이 들어? 필사적으로 게임 제대로 하시는 거 맞죠? 를 외치는 달근 님을 보며. 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아, 장난이죠. 게다가 누가 일부러 지겠어요. 승부 조작도 아니고, 안 그렇습니까?" "...그, 그렇죠? 하하!"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근데 그 탑 스왑하는 전략... 왜 여태 말씀 안 하시다가 갑자기 당일 날, 게임 경기 도중에 하겠다고 하신 거에요?" - 엥? - 맞아 이거 모르는 애들 많구나 - 이거 진짜 걍 갑자기 탑가겠다고 한 거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즉흥 스왑 ㅈㄴ 웃김 "아, 그건... 피의 복수 일종이죠." "유찰의 유찰... 그렇게 마음에 걸리셨어요?" "저 뭉마유시를 제대로 알아봐주시질 않으니... 원래 그냥 명검이었는데, 흑화해서 마검이 되었습니다." 원래 마검이 다루기 어려운 거 아시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달근 님은 졌다는 얼굴로 냅다 내 앞으로 와서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뭉기 님, 제발요! 제발! 제가 진짜 심심한 사과 드릴게요!" "심심한 사과라니... 아, 너무 어려운 말 때문에 제 문해력 논란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ㅁㅊ놈 ㅋㅋㅋㅋㅋㅋㅋㅋ - 사흘이니까 4일이겠지? -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 알려고 하지 않고 뻔뻔하게 우기는 게 부끄러운 거다 - 하수) 그냥 모름 - 고수) 알려고 함 - 뭉수) 어쩌라고 사과 다시 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뭉기 니이이이임!" "알죠, 알죠. 진짜 장난입니다. 내일이니까... 저는 내일 컨디션 관리 때문에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난 적당히 WWE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대회는 개인 방송으로 해도 되지만, 우리 팀은 일부러 합숙에서 같이 하기로 했었다. 좀 더 시청자 분들에게 재미를 직접적으로 선사해주겠다는 의도도 있었고. '괜한 논란 만드는 거 막으려고 하는 거지.' 압도적으로 지고 있던 팀이 갑자기 잘해지면 핵무새부터 시작해서, 티어 주차 논란 등. 쓸데없는 것들이 나올까 봐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뭉기 님, 저 진짜 궁금한 거 있는데요. 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네? 아, 편하게 물어보세요. 감독 님인데." "탑 하시는 거 보니까... 말도 안 되게 잘하시던데, 캐리력도 좋고... 왜 원딜 하시는 거에요?" - ㄹㅇ 이건 좀 궁금하긴 하네 - 진짜 왜 원딜함? - 루시안으로도 메이킹하려 하고 딜만 넣어야겠을 땐 빠지고... - 탱커 쓰는 법도 좋고, 사이드도 우직하게 밀고 ㅋㅋㅋ 그러다가 갑작스레 날아온 질문에. "아, 그건 뭐 너무 당연하죠." 난 너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서폿이 떠주는 레몬 물은 원딜만 마실 수 있으니까요." 명대사 어때. 죽이지. - 미 친 새 끼 야 - 그니까 서폿 레몬 물 떠오게 하려고 원딜한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 걍 이 새낀 왕자 대우를 받고 싶은 거임 -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달라고 제발!!!!!! - 신은 공평한 건가... 뭉기 외견에 내면을 아주 박살 냈으니까? - 하늘은 왜 나를 낳고! 뭉기를! 뭉기이이이이이이이이잇!!! - 흐에에엥 나 뭉기해버릴 것 같아 너무 **멋진 대사**였어 채팅창도 좋아서 난리 피우는 거 보니, 아무래도 멋진 말을 한 건 확실했다. '자 그러면 운동 갔다 와서 잘 자고... 본선도 준비해볼까?' +++++++ 하루란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본선 당일. 가장 먼저 결승에 갈 팀을 뽑기 위해 승자전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진흙전 본선! 결승 진행을 맡게 된 비소룡입니다!" "해설을 맡게 된 벤잘스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눈 떠보니 본선! A조를 1위로 통과한 달근 팀과! B조 1위! 차삭깡 팀의 대결이 펼쳐지기 약 5분 전입니다!" "아, 떨리는데요? 솔직히 떨리는 것만큼 기대도 됩니다." "어떤 기대 말씀이시죠?" "달근 팀의 에이스, 원딜! 뭉기 님이 과연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아, 맞습니다! 2번 연속 탑으로 가셔서 탑을 아예 작살을 냈거든요? 그것도 두 판 다 루시안으로?" - 근데 그건 단판이니까 가능했던 거긴 하지 - ㄹㅇㅋㅋ - 이제 예선부턴 3판 2선승 bo3니까 좀 달라질 수도 - 게다가 하드 피어리스여서 전판에 한 거 다음 판에 못 함 - 3판 째 가면 그냥 기본으로 20밴 깔고 가는 거임 ㄷㄷㄷ 승자전 관전 포인트는 '뭉기의 원딜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가' 피어리스 밴픽인 것도 있고, 원딜이 탑으로 가는 전략도 이미 두 번이나 썼기 때문에. 파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근데 오히려 파훼를 안 당할 수도 있습니다." "어! 왜죠?!" "저티어 대회에서 하루 만에 즉각적인 전략 수정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챌린저들도 어려워하는 라인 스왑이...?" "헉, 설마?" "맞습니다. 그냥! 그냥 무시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오히려 탑에 칼을 쥐어줄 수도 있죠, 원딜 잘 잡는 것들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동시에 오히려 대처를 안 하는 대처를 할 수도 있는 법.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얽힌 가운데. 달근 팀과 차삭깡 팀의 승자조 매치가 시작됐고. Bo3여서 최대 3판까지 갈 수 있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 와 이게 대떡이 나와? - ㅈㄴ 허무하네 - 아니 예선 때 그렇게 열심히 해서 1위로 올려두고 와 뭐야 - 솔직히 당황스럽네 경기는 굉장히 빠르게 차삭깡 팀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결승 직행 할 수 있는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달근 팀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아, 아아...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근데 이번에는 뭉기 님이 탑을 가는 전략을 쓰지 않았거든요? 본선이어서 그런 걸까요?" "정석적인 구도로 가니까 이게 게임이 길어지고... 길어지다 보니 실수가 너무 나오네요." "골고루 다 돌아가면서 던져서 그런지 참... 확실히 차삭깡 님 팀이 전반적으로 실력이 더 좋아보입니다." "게다가 원딜도 철저하게 3밴, 5밴, 이렇게 때려 버리니까 이건 뭐... 뭉기 님을 완전히 잠궈버렸네요." 일반적인 경기 양상. 압도적인 패배. 시청자들은 결국 잠깐 실버 원딜이 각성했다가 그 약발이 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했다. 원래 팀 게임 하다 보면 선수 컨디션이 확 높아질 때가 있지 않은가. - 뭐 근데 이게 정배긴 했지 - 사실 차삭깡 팀이 우승 정배였잖아 - 애들 실력도 그렇고 대회 경력도 그렇고 ㅇㅇ - 얘넨 심지어 방송인들끼리 막 솔랭 내기 하거나 내전 같은 것도 ㅈㄴ 자주 해서 ㅇㅇ - 달근 우승은 꿈깨쇼 ㅋㅋ 비소룡 채팅창은 좋은 기세였던 달근 팀이 바닥에 처박히자 신나게 조롱하기 시작했고. 중계진은 그 채팅창 분위기를 적당히 진정시키며 곧바로 화면을 전환했다. "그러면! 이제 A조 2위와 B조 2위 경기 보러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달근 팀에 대한 집중도가 확 떨어질 시점. 달근 팀은 현재. "아...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조 1위는 아직 원코인 더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죠!" 열심히 달근이 사기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수 같은 건 다음에 안 하면 되죠!"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기 증진을 함께 하는 뭉기. 달근은 옆에서 열심히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웃는 뭉기를 보며.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혹시 하는 생각에 빠졌다. 진짜 피의 복수를 위해서 일부러 진 거 아닐까. 근데 그렇다기엔 게임 내내 정말 최선을 다했고 딜도 굉장히 촘촘하게 넣었는데. 분명 누가 봐도 할 수 있는 걸 전부 했음에도 진 것 같긴 한데. '경기 많이 하면 재미있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이 왜 이렇게 맴돌지.' 심지어 팀원들도 어느 정도 기이함을 눈치채고 있는 듯. 중간중간 계속 뭉기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오죽하면. "뭉기 님, 제가 레몬 물 갈아드릴게요!" "네? 아직 다 안 마셨는데." "아니, 먼지가 좀 쌓인 것 같아서... 헤헤." 서포터 진유정이 다 마시지도 않은 레몬 물을 교체하고. "제육 이번에는 간장으로 해볼까요? 경기 끝나고?" "네? 아니, 시켜 먹죠 게임 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에이... 이 정돈 별 거 아니죠." "저, 저도! 이번에는 수육 다른 걸로 해볼게요. 항정살로!" 정글 성옺주와 미드 로로팜은 알아서 음식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게다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탑 싼묵 또한. "...뭉기 님, 혹시 간식 드시고 싶으시면 제가 뭐라도...." "아니, 다들 왜 이러세요. 저 괜찮습니다! 다들 이러시면 제가 이상해지잖아요!" 뭉기를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태였다. '설마... 설마....'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털썩. 달근은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유찰의 유찰에... 대한 거... 사과 드립니다." WWE스럽지만 그래도 진심이 전달 될 정도의 사과를 갑작스럽게 박았고. - 뭐임 - 갑자기? - 엥 왜? - 뭐하는 거야 시청자들과 팀원 모두가 뜬금없는 맥락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 달근은 똑똑히 보았다. 마치 그건 L만이 볼 수 있는 라이토의 표정으로. 마지막에 라이토가 키라인 걸 알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L이 나오는 장면과도 같았다. 가히 데스노트의 명장면. '...웃고 있잖아.' 정말 미세하게 올라간 뭉기의 입꼬리를. 똑똑히 두 눈으로 목격했다. '설마 진짜 피의 복수 사과를 진심으로 받기 위해서...?' 그리고 이 의문이 확신으로 변한 건 바로 다음 경기. 결승전을 가기 위한 패자 조 경기에서였다. "아무래도 저희 팀 전략은 그냥 제가 원딜로 탑을 가서, 탑을 죽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분명 승자조 경기를 할 때만 해도 얌전히 바텀에 갔던 뭉기가 갑자기 탑을 간다 선언했고. 1경기 탑 칼리스타로 상대 팀을 찢고, 2경기 탑 드레이븐으로 상대 탑 머리를 도끼로 따버렸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 말도 안 되는 파괴력. 승자조 경기 때 겪었던 허무한 패배를 꿈처럼 만드는 압도적인 무력. "아아... 역시 경기를 많이 하면 기분이 정말 최고로 좋아." - 이거 맞아요? - 이래서 뭉마유시 뭉마유시 하는구나 - 나 심장이 아파 - 승자조 때 그렇게 욕 먹던 새끼 맞냐? 갑자기 왜 이리 잘해 - 아니, 진짜 상대방 스킬을 다 피하면 어떻게 해요 달근 팀 순식간에 결승 진출! "자, 결승 가보자!" +++++++ 시간은 또다시 순식간에 흘러 결승전 당일. 보통 롤에서 Bo5, 결승 1경기는 굉장히 중요하다. 결승전에서 하는 첫 경기인 만큼 서로의 전략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1세트에서 가장 많은 준비를 한 상태로 붙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 패배한다면 굉장히 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흙전 승자조로 먼저 결승에 올라온. "우리 전략은 굉장히 단순해, 무조건 뭉기 님 안티 캐리 하는 거야." 차삭깡 팀은 무조건 뭉기를 집중적으로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냥 계속 억까, 무한 억까, 미친 억까. 억까의 연속으로 어떻게든 뭉기 성장만 억제하면. 나머지 팀원들은 알아서 실수하다 죽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번 이겨본 팀이야. 또 그냥 이기면 돼, 그때 2대0으로 이겼으니까. 이번엔 3대0으로 이기는 거야." "삭깡 감독 님 말이 맞습니다!" "그냥 이겨버리겠습니다!' 그렇게 차삭깡 팀은 기세 좋게 1세트 밴픽에 들어갔고. 작전대로 바로 5개의 챔피언 금지 중 앞서 하는 3개의 밴을 전부 다 원딜에 써버렸다. 루시안, 칼리스타, 드레이븐. 탑으로 오면 곤란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모조리 밴하고. 그 다음부턴 그냥 정석적인 밴픽을 쭉쭉 이어갔다. '전략 좋은데? 음, 진짜 뭐 막히는 게 없어.' 심지어 원딜을 죽이기 쉬운 캐릭터를 1세트에 대거 포진 시켰다. 카밀부터 시작해서 녹턴까지, 그야말로 원딜 하나 물어 죽이기 특화된 조합. '게다가 우리가 블루여서 밴픽 이점도 확실하고....' 대체 뭘 얼마나 아끼려고 레드 5픽까지 갔는데 원딜을 꺼내지 않는지. 차삭깡 팀은 어느덧 밴픽 마지막 단계, 레드 5픽에서 무슨 원딜이 나올지 궁금해했고. 바로 그 순간. -"죽음은 바람과 같지, 늘 내 곁에 있으니." 낯선 픽 대사가 차삭깡의 귀를 때렸다. "에?" "어?" "음?" 차삭깡 팀원 포함. "어, 어?" "이거... 실수 아니죠?" - ? - ? - ㅇㄱㅈㅉㅇㅇ? 진흙전 중계진부터 시청자까지 전부 다 충격에 빠트리게 한. "...진흙전 결승 1세트에서 원딜 야스오가... 나왔습니다?" 뒤통수를 강타할 픽이 나왔고. 그 야스오는 그대로. "워, 원딜... 야스오가... 탑으로 갑니다?!" 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연처럼 뭉기의 개인 화면이 잡힌다. 환하게 웃고 있는 뭉기의 모습이 약 5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하아... 내 마검이... 마검이 요동친다... 적들의 피를 원한다! 나 뭉검 야스오가 적들을 죽이고 싶어한다!!!" - 그걸 왜 꼭 입으로 말해야 되나요 - 아 미친 놈아 쪽팔리게 왜 그래 - 근데 원딜 야스오가 탑으로 가고 오른이 또 원딜 가는 거 ㅈㅉㅇㅇ? - 달근 팀 초식 제1형 바텀 오른 질리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응 원딜 없이 할 꺼야~ 협곡에 바람의 칼이 갑작스레 난입한다. "이판사판 레드 5픽 탑 야스오 영역전개!!!" 최강의 뭉술사, 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