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아키아 판이 노쇠했다는 것은, 현재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방송인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라는 것으로 증명 가능하다. 괜히 트리아키아를 한 판이라도 해봤다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나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 아니다. 가령 강나리만 해도 그렇다. 본래라면 26살의 여캠이란 슬슬 인플레에 밀려날 나이였으나…. 이 업계에 한정해서는 십의 자릿수가 2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트리아키아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젊은 피’들이 뭉치는 것은 이상할 일 없는 이야기다. 그들은 합방을 위한 일정 조율, 컨텐츠 기획 등 공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단톡방을 하나 개설했다. 20대 여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까르르거리니 시너지(후원금)가 터지더라. 물론 단톡방이 3년 4년 이어지다 보니 점차 친목 관련 내용이 주류를 차지했지만…. 아무튼 톡방의 주된 목적은 서로 간 일정을 조율하기 위함이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분 잠깐만요, 저 장실 좀!” 강나리의 16강 대진 상대인 이예린 또한 그 톡방의 일원이다. 화장실을 가는 사이에 얻은 잠깐의 휴식 시간. 그 톡방에 채팅 몇 줄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확인해 보았다. . . [나리] : 그래서 말인데, 서하한테도 여기 들어 오라고 말 한 번 꺼내볼까?? - 13 [나리] : 걔 합방 타율 진짜 좋음 ㅇㅇㅇ 나도 너튜브 각 좀 많이 뽑았어 - 13 [나리] : 평청자 최소 400은 찍는 거 보면 체급도 있고 - 14 당연하지만 비공개로 이루어진 지금의 단톡은 오로지 인맥을 통해서만 입성할 수 있었다. 암묵적인 초대 조건은 아래와 같다. 첫째, 여자일 것. 남캠이랑 엮이면 피곤해진다. 둘째, 너무 하꼬가 아닐 것. 예전에 선뜻 하꼬를 초대했더니, 과하게 방송 욕심을 부려서 모두가 피를 봤다. 셋째, 20대일 것. 물론 초대된 상태에서 30줄을 넘기는 것은 허용이다. 쿨이 돌 때마다 조리돌림을 당하긴 하지만. 넷째, 방송 경력이 짧다면 보증인이 존재할 것. 스트리머는 전부 관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업계에는 이상한 사람이 너무나 많기에 생긴 절차였다. 이번의 경우 유서하의 보증인은 강나리였다. [이예린] : 요즘 클립으로 도시는 분 맞음?? - 14 [이예린] : 점수 보면 트리아키아에 진심인 것 같긴 한 듯 - 14 [나리] : 아… 클립;; - 14 [나리] : 서하가 겉보기론 많이 맛이 가보이긴 한데 - 14 [나리] : 의외로 방송 끄면 진짜 멀쩡하다? - 14 [나리] : 엄청 예의 바르고 소심해 ㄹㅇㄹㅇ - 14 그게 컨셉이었다고? 이예린은 어제 보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 도네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 만큼 도저히 강나리의 말이 믿기지 않을 수밖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여러분, 제 스승님이 유서하라는 분한테 처발리신 게 사실인가요??” 〔민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걍 압살 당함〕 〔2800점의 벽은 높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어어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 또 분탕들 와서 ㅈ같은 영도 튼다!!!〕 〔노래 자랑 ㅅ@ㅂ…….〕 4년이나 유지되어 온 단톡방의 맴버는 고작 16명. 트리아키아를 주력으로 하는 20대 여성 스트리머는 그만큼이나 적었다. 자신들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억지 트리아키아를 하는 여캠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매콤함에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나가떨어진다. 반면에 유서하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트악귀라고 했다. 게다가 점수도 자신들이 범접하기 힘들 만큼 높지 않던가? 저러한 조건이라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뭔가 궁금해지네. 한번 슬쩍 보고 올까요?” 어제 분탕들이 몰려와서 튼 영상 도네, 자신의 스승님과의 접점, 마지막으로 강나리의 추천까지. 호기심이 생기기 위한 조건이 뭉쳤다. 어쩌면 친교를 쌓게 될 사람에 대해 궁금해진 것이다. 소프트 검색창에 유서하를 친 다음 방송을 클릭했다. 정말로 강나리의 말대로 클립에서 목격했던 기행은 일부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그럴 확률이 높았다. 본래 클립이란 자극적인 부분만을 뚝 자르는 것이기도 했고,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한 법이기에. 그리고…. - 저희 그럼 상호 협의 맺었어요? 동요 한 번 때리면 앞으로 제 클립 수출 안 하기로. 그럼… 음…. ‘둥근 해가 떴습니다’로 할게요. 계약 내용 꼭 지키시기를. “노캠으로 트리아키아만 하시는 진성 트악귀신 줄 알았더니, 저챗도 하시는구나. 생각보다 방송 분위기는 평범하———.” - 큼큼, 아아. 노래 시작. 흐읍, 뚱근해가 떳씁니——다아—!!! 자리에써 일어나써——!!! 실시간으로 목격해 버렸다. 단 하루 만에 트리아키아 스트리머 사이에 묘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지랄쇼를. “뭐, 무슨?!” - 쪠일먼저 이룰 딲!! 자!!! 〔씨@발 이게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린아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와…… 뭐 내기에서 져서 일부러 이상하게 불렀던 게 아니라, 걍 찐으로 저렇게 부르는 거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짝 채팅창에 정상이 없는데??… 지금 저거더러 지금 귀엽다고 하는 거냐??〕 황급히 귀를 틀어막고 스피커를 팍 줄였다. 미친 강나리. 대체 저게 어디가 정상인이라는 거야? 웃참하고 있잖아! 웃참 하면서 부르고 있잖아! 아무리 봐도 태생이 저런 사람인데?? “내 스승님이 저런 사람한테 졌다고?!” 대략 3분간 이어지는 지랄쇼를 멍하니 관람했다. 참 힘차게도 부르더라.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무렵, 이예린은 떨리는 손으로 유서하에게 후원을 보냈다.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안녕하세요. 그런데 목 괜찮으세요……???〕 -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황족예린…. 어라? 왜 이름이 익숙하지. 누구 팬닉인가??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본인이에요. 나리 언니 16강 상대. 잠깐 구경 왔어요….〕 - 아…. 시기가 좀 안 좋을 때 오셨네. 이예린은 그 말에 격렬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피폭 당해버렸으니까. 그것을 실시간으로 들어 버린 이상, 더는 유서하라는 사람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허나 그저 ‘평범하지 않다’로 그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평가였다. 유서하는 결코 그렇게 과소평가 당할 정도로 멀쩡한 사람이 아니었다. - 혹시 지금 방송 중이신가요??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네 맞아요.〕 - 아하! 방송 중이시구나! 아 죄송, 임시 매니저 드릴게요. 이제 후원 말고 그냥 채팅 치셔도 될 듯. ⓜ〔감사합니다. 별 건 아니고 잠깐 놀러 왔어용. 제 스승님 이기셨다길래 궁금해서.〕 - 저도 예린 님에 대해 알고 있어요. 어제 제 클립 보셨죠?? ⓜ〔헉 어떻게 아셨지.〕 - 아까 예린 님의 리액션 영도가 왔는데, 조금 인상 깊게 봐서요. 그 말에 이예린은 자신이 어제 그녀의 기행에 대해 어찌 반응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분명….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시원하게 웃었을 것이다. - 제가 고아라고 비웃으시다니…. 선빵 접수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 괜찮아요. 서로 초면이니, 약하게 WWE만 걸게요. 방송이니까. 방송이니까. ⓜ〔????〕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스친다.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는 기분. 이예린은 황급히 유서하의 채팅창을 확인해 보았다. 〔ㅈ됐다 예린아 빨리 도망쳐라〕 〔서하 야스토라, 또 사람을 때렸느냐???〕 〔시@발 초면이고 나발이고 바로 멱살 잡고 링 위로 올려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년은 독보적인 또1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보니까 고아라는 말만 들으셔도 까르르 웃으시길래, 제가 보육원에 있을 무렵 저희끼리 했던 농담 몇 개를 꺼내 볼게요! 절대 제 노래를 듣고 웃으셔서 삐진 게 아닙니다. “잠깐만…!!” ⓜ〔잠신맣요 님ㅁ〕 - 저희끼리는 서로 불량품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었어요. 기준은, 부모가 우릴 버리고 갔을 때 생년월일을 기록했느냐죠. 보통 제조 일자가 적히지 않은 상품은 하자품이니까요. 웃으면 좆된다. 진짜 좆된다!! 저번에는 기습적으로 들어왔기에 터졌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버티리라. 이예린은 자신의 허벅지를 최대한으로 꼬집으며 웃음을 참았다. -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하나만 더. ⓜ〔아뇨 젭라 그만ㄴ〕 - 제 보육원에서는 매 주말마다 기도를 시켰는데, 그 누구도 하느님이 어째서 기도에 답해주지 않냐고 궁금해하진 않더라고요. 왜냐면 아버지가 질문에 대답 안 해주는 건 고아한테 당연한 것이거든요. ⓜ〔아ㅏ〕 살려다오. 더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에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 보육원 동기 중에서 꿈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적어 낸 친구가 있었어요. 나중에 기쁘게 축하해줄 수 있었죠. 보통의 고아들이 많이 그렇듯, 17살에 연인과의 자식이 생기며 강제로 꿈이 이뤄졌으니까. “푸흐흡…!! 콜록! 아, 저 안 웃었어요! 그냥 기침, 기침!!” ⓜ〔하나만ㄴ 더 한다몃너 왜 또해요!!!!〕 -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실화인데요? 아, 다른 것도 실화 기반에 MSG 좀 친 것이긴 해요. “아하핳…!!!” 허벅지가 멍이 들 때까지 꼬집어 보았으나,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분명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란 것을 안다. 허나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도리어 자꾸만 웃음을 불러왔다. 거기에 더해 유서하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미쳐 돌아가는 내용을 읊으니…. 원래 웃음이 많던 이예린은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 ⓜ〔저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앗! 조금만 더 놀다 가시——. 빠르게 채팅을 치고는 뒷말을 듣지도 않고 도망쳤다. 저곳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자신의 방송인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마경. 고아가 아닌 스트리머라면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와 ㅁ1ㅊ 내가 대체 뭘 들은 거냐??〕 〔본인이 직접 겪은 실화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린이 웃참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쳐웃기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일방적으로 처맞은 터라 정신이 얼얼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이예린의 선천적인 능력으로는 대적하기란 불가능. 다행히도 고아의 재능을 타고난 주변 인물이 하나 존재했다. 스승님. 스승님을 불러야만 했다. 유서하를 대적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동족인 오민성만이 유일하리라. 하물며 지난 클립을 보니, 꽤나 대등한 공방을 펼치지 않았던가? 이예린은 그러한 이유로 급하게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 어. 예린아. 왜? 나 곧 방송 켤 듯. “스승님!! 도와주세요!!” - 엥? 뭔 일 있냐? “누가 저를 괴롭혀요!! 스승님만이 복수해 주실 수 있어요…!” - 누군데! 누가 우리 제자를 내 허락도 안 받고 때려!! 얘는 나만 때릴 수 있는 내 샌드백인 거 몰라?! “…아무튼 복수해 주실 거죠??” - 그래! 전프로 현프로 빼고 말만 해!! “뭔가 짜치게 조건이 많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전프로 현프로도 아닙니다. 스트리머 유서하 님 아시죠?? 그분이 저를——.” 뚜욱.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뭐지? 잘못 끊으셨나? 싶어서 다시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전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야!! 오민성!! 어디 갔어!! 전화받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튀 ㅅ1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서하 이름 나오자마자 끊네 ㅋㅋㅋㅋ 반응 속도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반속의 절반만 인겜에서 보여줬으면 본선은 진작에 뚫었겠다 ㅋㅋㅋㅋㅋㅋ〕 〔오늘 방송 존@나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서하에게 당한 것은 비단 이예린만이 아니었다. 앞서 오민성이 먼저 맞아 봤기에, 그 매콤함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