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삐빅- 삐빅- 시끄러운 소음이 방의 정적을 깨트렸다. 어둠 속에서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모래 인형이 움찔거렸다. 인형의 이름은 아직 없다. 주인은 그를 편의상 초호기라고 불렀다. 초호기는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인의 침대 머리맡에서 빛을 발하며 울어대는 작은 사각형 기계. 저것이 문제였다. 주인은 미동도 없었다.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초호기는 결심했다. 저 소음을 멈춰야 한다. 초호기가 책상에서 뛰어내렸다. 10cm 남짓한 작은 몸이 푹신한 옷가지 더미 위로 떨어졌다. 충격은 없었다. 침대까지의 거리는 멀었다. 자신의 작은 몸으로는 마치 거대한 산을 넘는 것 같았다. 초호기는 낑낑거리며 침대 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마침내 문제의 기계 앞에 섰다. 화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초호기는 주인이 했던 행동을 기억해 냈다. 저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면 소리가 멈췄다. 초호기는 자신의 작은 모래 손가락을 화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 [지문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빨갛게 변하는 화면. 글씨는 읽을 수 없었지만 이 화면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자신도 알았다. 초호기는 세상이 멈추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주인의 분신. 주인의 모든 것을 본떠 만들어진 존재. 그런데 어째서 이 멍청한 기계는 자신을 거부하는가? 초호기는 몇 번이고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주인의 손가락을 직접 가져다 대는 것이다. 초호기는 끙끙거리며 잠든 주인의 손가락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것을 기계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인의 손가락 하나는 초호기의 몸 전체와 같은 크기. 체급 차이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결국 초호기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정했다. 주인을 깨우는 것. 그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훈련할 때 쓰던 무기 중 가장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을 골라 손에 들었다. *** “아흑!” 발바닥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자,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 손가락만 한 모래 분신이 이쑤시개를 창처럼 들고 내 발바닥을 찌르고 있었다. 내가 일어나자 녀석은 만족했다는 듯 이쑤시개를 내려놓았다. “뭐야…. 너 왜 그래.” 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감히 내 잠을 깨우다니. 이 녀석 갈수록 너무 건방져지는 것 같다. 다시 모래로 만들어버릴까? “방벽은 또 왜 작동 안 했지….” 나는 순간 의문을 느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자동 방어 스킬은 이제 잠든 사이에도 발동될 터였다. “…아군 판정이라도 받았나 보네.” 나는 곧바로 납득했다. 녀석은 외부의 적이 아니었다. 내 몸의 일부이자, 내 마력으로 만들어진 분신. 심지어 나를 해치려는 의도도 아니었을 것이다. 덕분에 시스템이 아군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모래 분신은 낑낑거리며 다시 올라와, 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가리켰다. 삐빅- 삐빅- 삐빅- 그제야 나를 깨운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 저건 또 뭐야.”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렴풋이 떠올랐다. 언젠가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겠다며 야심 차게 맞춰놓고,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아침 7시 기상 알람. 나는 팔을 뻗어 핸드폰 화면을 대충 쓸어 넘겼다. 시끄럽던 소리가 멎었다. “우웅….”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5분만 더 자야지. 바로 그때였다. 따끔. 다시 발바닥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야! 진짜 뭔데?” 내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분신은 이번에도 핸드폰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인 듯했다. 녀석은 내 핸드폰과 자신의 교육용 스마트폰을 번갈아 가리키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표현하려 애썼다. “핸드폰 켜달라고? 지금?” 분신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와, 미치겠네 진짜….”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녀석의 소원대로 잠금이 걸린 교육용 핸드폰을 열어주었다. 분신은 그제야 만족한 듯 핸드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서는 어제 보던 영상을 마저 시청하기 시작했다. “에휴 진짜….” 나는 한숨을 쉬며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차피 잠은 다 깼다. 평소보다 이르지만, 오늘의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 나의 하루 일과는 갤러리 탐방으로 시작한다. 어느새 어깨 위에는 초호기가 올라앉아 있었다. 녀석은 내 머리카락 몇 올을 쥐고 허공에 휘적거리며 장난을 쳤다. “야, 간지러.” 내 타박에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격렬하게 머리카락을 휘둘렀다. 젠장, 옆에 친구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 하나? 하지만 손가락이 두 개나 없으면 너무 불편한데…. 타자 속도가 느려진단 말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목: 의외로 꼴리는 캐릭터.jpg] [제목: 대게는 대개 되게 맛있다….] [제목: 12층 탱커인데 파티 구합니다. 여자만.] 늘 보던 어그로, 똥글과 가끔 있는 구인 글. 나는 뇌를 비운 채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다 한 게시글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 제목: 시간이 남아서 집 청소나 좀 함.] 작성자: ㅇㅇ(119.204) 나 힐런데, 요즘 일이 줄어서 힘드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들 수고해라.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 거실 사진.jpg) (테이블 위에 놓인 외제차 키 사진.jpg) “이거 저번에 그 놈이네. 질리지도 않나.” 지난번 30억 자산 인증으로 갤러리를 잠깐 불태웠던 바로 그 B급 힐러였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떴다. 노골적인 사진. 훈계하는 듯한 말투까지. 완벽한 비틱의 정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창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ㄴ 어 한강뷰 하나도 안 부러워. 탑이 어차피 시야 다 가려~ ㄴㄴ 울지 말고 말해봐 ㄴ 저 차 람보르기니 아님? ㄷㄷ ㄴ 기름도 귀한데 걸어 다녀라 시발아. ㄴ 이 정도 하려면 연봉 얼마나 받음? ㄴㄴ (작성자) 이번 달엔 소소하게 2억? A급 분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노골적인 질투와 선망이 쏟아졌다. 글쓴이, B급 힐러는 겸손한 척하며 사람들의 속을 긁어댔다. “이 자식이….” 나는 그 꼴을 보며 조용히 분노를 삼켰다. 이 자식이 우리 갤러리를 망치고 있다. “내 헌터갤은 이렇지 않아….” 여기는 순수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가끔은 서로를 물어뜯으며 노는 건전한 공간이었다. 저런 식으로 계급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곳이 아니었단 말이다. 이건 절대 배알이 꼴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갤러리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아, 아직도 갤의 평화를 위해 이렇게나 힘쓰는 사람이 있다니?” 다시는 같잖은 비틱질로 갤러리의 수질을 흐리지 못하도록, 아주 그냥 씨를 말려주마.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갤에서 돈자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제목: 치킨 1명 사다리. 5분까지.] 작성자: ㅇㅇ(G33.333) 밑에 돈자랑 하는 놈 얼탱이가 없네. 돈자랑 하려면 사다리라도 돌려야지. ㅇㅈ? 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우수수 달리는 댓글. 하지만 그 내용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ㄴ 줄 ㄴㄴ 아 씨발 탑 유동이네. 어 안 믿어~ ㄴ 님 또 낚시 시작함? ㄴ 쟨 직업이 없나? 하루에 20시간은 갤에 있는 듯. ㄴ ㄹㅇ 무서운 게 자기 직전에도 갤질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서 켜봐도 있음. ㄴ 고닉이었으면 글댓합 레전드 찍었을 듯 ㅋㅋ “아니 왜 아무도 안 믿지?” 내가 그동안 쌓아온 성실한 이미지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선의가 보답받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에 눈물이 나왔다. 난 갤러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데. [제목: 인증) 진짜 쏜다니까?] 작성자: ㅇㅇ(G33.333) (치킨 기프티콘 구매 내역 캡처.jpg) 아까 줄 선 사람 방명록에 보냈음. 확인 ㄱ 인증글이 올라가자 갤러리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첫 댓글을 달았던 유저의 확인 글이 올라왔다. [제목: 야, 나 진짜 치킨 받음 ㄷㄷ] 작성자: 부거지 (기프티콘 사용 완료 인증샷.jpg) 탑 유동님 충성충성 그 글을 기점으로 갤러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ㄴ 아 씨, 줄 설걸 그랬네 ㄴ 탑유동아 한 번만 더 돌려다오. 이제 매일 글에 추천 누를게 ㄴ 나는 그냥 주면 안 되나? 우리 좋았잖아. 분위기가 살짝 달아올랐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음 글을 올렸다. [제목: 두 마리 더 간다. ㅋㅋ] 작성자: ㅇㅇ(G33.333) 5분까지. 2명 사다리. 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댓글창이 터졌다. 1초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스크롤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ㄴ 줄 ㄴ 줄 ㄴ 줄 나는 시간이 되자마자 사다리를 돌리고 치킨을 보냈다. 인증글들이 올라오자 갤러리는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ㄴ 탑 유동 펀치! 탑 유동 펀치! 탑 유동 펀치! ㄴ 탑 유동 그는 신인가? 탑 유동 그는 신인가? 탑 유동 그는 신인가? ㄴ 형님, 지금 받은 새끼 아까 ‘이딴 걸 믿음?’이라고 글 썼던데 취소하고 다시 돌리죠?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제목: 세 마리 더 간다.] 사람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격한 환호성 사이에 미세한 당혹감이 섞여 들었다. ㄴ 아니, 또? ㄴ 1+2+3 벌써 6마리네 ㄷㄷ ㄴ 이 형 돈 많나 보네. ㄴ 혹시 건물주임? ㄴ 이거 받으면 해킹당하고 그런 거 아니죠? 나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시간차를 두고 한 마리씩 치킨을 추가했다. [제목: 네 마리.] [제목: 다섯 마리.]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갤러리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치킨에 열광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관심은 오직 한 곳으로 쏠렸다. 바로 나, 탑 유동의 정체였다. ㄴ 그러고 보니 탑 유동 저번에 템 인증도 했잖슴. 30층 보스템. ㄴ 그럼 A급 파티원이라는 거네? ㄴ A급 본인일 수도 있지. 니 같으면 파티원한테 템 주겠냐? ㄴ 근데 A급은 거의 다 고닉 쓰잖어. ㄴ 그럼 누구지? 고닉 안 쓰는 사람 중에 이럴 사람이 없는데. ㄴ 아니 말이 됨? 하루 종일 악질 분탕만 치는 놈이 A급 헌터일리가 없잖슴;; ㄴ ㄹㅇ 진짜면 나라 망한거지. [제목 : 10마리째 간다] 즐거움은 어느새 경외감으로 그리고 이내 두려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ㄴ 형 왜 이래 나 무서워…. ㄴ 아니, 이 사람 대체 머임? ㄴ 와 치킨 55마리 돌린거임? ㄴ 10분 만에 갤질에 100만 원을 태우네 ㄷㄷ ㄴㄴ 요즘 치킨 1마리에 5만 원이라 300만 원이다. ㄴㄴ 와 치킨 값 또 언제 올랐냐 ㅅㅂ. ㄴ 다음엔 11마리? 그리고 마침내. 내가 돌린 치킨이 100마리를 찍었을 때. [제목: 100마리 채움. 이제 자러 감.] 갤러리는 완전히 터져버렸다. [제목 : 100마리나 돌렸는데 못 먹은 놈 없제 ㅋㅋㅋ] [제목 : 아 ㅆㅂ 자다가 지금 왔는데 갤 뭐냐?] [제목 : 오늘부터 탑유동 글에 개추 100개씩 누르기로 함] 물론 가끔 분위기를 망치려는 악질 분탕도 있었다. [제목 : 아 갤 망했네. 친목금지 갤에서 닉언 하게 되어있냐?] 하지만 분탕은 정의를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 금세 진압당했다. ㄴ 치킨 못 먹어서 화난 거 다 보이죠? ㅋㅋㅋㅋ ㄴㄴ 치킨 그깟 거 그냥 사 먹으면 그만인데? ㄴㄴ 그래서 치킨 받음? 못받앗쥬? 열받쥬? ㄴㄴ 대화가 안 통하네 난 간다 ㅇㅇ. ㄴㄴ 할 말없으니 도망가쥬? 열받쥬? ㄴㄴ 아 이 새끼, 너 어디 사냐? [제목 : 주딱도 줄 섰네 ㅋㅋㅋㅋ] (사다리에 줄이라고 쓴 주딱 캡쳐.jpg) ㄴ 아오 주딱!!! ㄴ 근데 지우개가 치킨 받게 되어있냐? ㄴ 주딱이 받은 치킨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제목: 한강뷰 그 새끼 글삭하고 빤스런 함 ㅋㅋㅋ] (삭제 전 아카이브.jpg) 어 삭제해도 소용없어. 이미 캡쳐 다 했어~. ㄴ 앞으로 “돈자랑” <<<< 이거 하려면 치킨 100마리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ㄴ ㄹㅇ 100마리 안 돌리고 자랑하는 놈 있으면 바로 30일 차단 박아야 함. B급 힐러는 완벽하게 조리돌림의 대상이 되어 념글에 박제되었다. 갤러리의 평화도 지키고 내 명예도 회복한 만족스러운 하루. “휴, 피곤하네.” 나는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밀려오는 뿌듯함. 치킨 100마리. 5백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썼지만 별로 아까움은 없었다. “돈지랄도 생각보다 재밌는 거였네….” 생각해 보면 저번에 큰돈을 벌고서도 써 본 적이 없었다. 원래부터 근검절약하며 살다 보니 돈이 들어와도 쓸 곳을 몰랐기 때문. 결심했다. 가끔은 이렇게 플렉스도 해봐야겠다. “돈 더 벌면 어디에 쓰지….”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 여전히 사람을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난 성격이 꼬일 대로 꼬인 모양이다. 그러나 받은 만큼만은 돌려줘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뭐, 당장은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사니까.” 지금 바로 은혜 갚기는 어렵다. 어차피 얼마 뒤면 A급. 기회는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껐던 컴퓨터를 켰다. 헌터갤은 아직도 나를 찬양하는 글과 정체를 추론하는 글로 축제 분위기였다. 갤러리 념글이 내 이름으로 도배된 것을 보니 다시 한번 흡족해졌다. 화면을 캡처 후 저장. 바탕화면 폴더에 고이 넣어두었다. “나중에 우울할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그런 다음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그곳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살짝 아쉽다. 여기도 난리가 나길 바랐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글을 하나 올렸다. [제목: 오늘 치킨 먹은 사람?] 작성자: ㅇㅇ(G33.333) 다행히도 p깟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을 달았다. ㄴ p깟쮸: 덕분에 치킨 10마리 잘 받았다에요 ㅋㅋ 꿍쳐뒀던 예비 아이디 다 썼다에요. “뭐라고? 100마리 중에 10개를 받아먹었다고?”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 사람은 진짜 보법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래도 며칠 전부터 계속 침울해 보이던 모습은 사라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근데 10마리는 좀…. 그래도 A급 헌터가 이거 맞나.” 곧이어 다른 마법사들도 하나둘씩 등판했다. ㄴ 마법은화력: 야 이런 거에 돈 쓰지 말고 널 위해 써라. 이게 무슨 돈 낭비야. ㄴ ㅇㅇ(G33.333) : 이게 날 위한 거임.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거든. ㄴ 마법은화력 : 뭔 개소리야? ㄴ p깟쮸 : 500만 원으로 갤러리의 왕이 됐는데 쓸 만하다예요. 나도 다음에 한번 해볼까 싶다에요. “역시 넌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하지만 흉내는 내지 말아 다오. 그럼 내 선행이 빛을 바라잖아. 그때, 예상치 못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풍뎅이였다. ㄴ 풍뎅이: 나도 하나 받긴 했는데, 고맙다. ㄴ 냉장고 : 아니, 너도 받았어? 진짜 어이가 없네. ㄴ 풍뎅이: 어. 마침 배고팠는데 잘 먹을게. 치킨 사다리에 줄을 서는 S급이라니.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여기에 정상인이라고는 나뿐이었다. 정말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