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벽이 거의 다 되어가지만, 협회의 통제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 직원들은 눈 뜬 채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 [사용자님, 현재 피로도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ㅠㅠ]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 [ (* •︠ ̯ •︡) ] ​ 시스템의 말이 맞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잠깐의 쪽잠 정도는 잘 수 있을 것 같다. 몇십 분 전, 나는 이 통제실에서 협회의 팀장과 관계자들에게 내 계획을 말했다. 메어리와 전우조를 이루고 치료하겠다고. ​ 그들 입장에서야 악마의 주술이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 유능한 헌터들을 악마의 손에 넘기던가. 아니면 일리가 있는 내 계획을 따르고 간절히 기도하던가. ​ 둘 중 하나였으니까. ​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 팀장이 내게 물어왔다. 그의 목소리도 반쯤은 맛이 가 있었다. ​ 나는 시계를 살짝 바라봤다. 현재 시각은 새벽 4시. 대해 길드 헌터들의 대다수도 지금은 취침 중이다. ​ 오전… 6시 정도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다. ​ “오전 6시, 두 시간 뒤에 시작하시죠.” ​ 내 대답에 한 직원이 물었다. ​ “그럼… 교대로 취침 좀 할까요…?” ​ 그의 질문은 지쳐있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충혈된 눈으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 ​ ​ ​ ​ ​ *** ​ ​ ​ ​ ​ 메어리는 꿈을 꿨다. 늘 같은 꿈이었다. 깨고 나면 온몸이 식은땀에 젖고,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 늘 그렇듯 시작은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눈치채지 못하는. ​ 신국(神國) 에레보스. 메어리는 신국 출신이었다. ​ 그녀의 고향은 두 개의 달이 뜨는 곳이다. 상아빛 첨탑들이 서 있는 도시. 신전이 가득한 도시. ​ 규정된 세계. 그곳에서 온 사람은 메어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꿈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어린 소녀다. 대신전의 수련 사제로 새하얀 제복을 입고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기도를 한다. ​ 그녀의 눈에는 세상은 신의 은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빛나는 도시와, 상아탑들. ​ 그게 메어리가 알던 세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 평화로운 풍경, 그 하늘에 균열이 생겼다. 성가를 부르던 사제들의 목소리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섞이고 도시를 수호하던 성기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 꿈속의 메어리는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른다. 그저 향기롭던 바람에 역겨운 유황 냄새가 섞여드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 어른들의 불안한 눈빛을 보며 공포에 떨 뿐. ​ 그때, 늘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던 언니 사제가 창백한 얼굴로 달려와 메어리의 작은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언니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 “메어리, 이쪽이야.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란다.” ​ 언니는 메어리를 이끌고 대성전 가장 깊숙한 곳, 제단 아래의 비밀 공간으로 그녀를 재빠르게 숨겼다. ​ “여기… 숨어 있어. 절대로, 나오면 안 돼. 신의 은총이 함께할 거야. 메어리는 신의 아이니까….” ​ 언니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떠나려 했다. 메어리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 ‘잡아. 가지 마.’ ​ 메어리는 꿈속에서 필사적으로 외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목소리는 목구멍 안에서 메아리칠 뿐이다. ​ 글쎄. ​ 만약 그때 잡았다면, 그건 악몽이 아닐 것이다. ​ - 콰과광!! ​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단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지고, 숨어있던 공간의 천장이 통째로 내려앉는다. ​ 안 그래도 작았던 공간이 더 작아졌다. ​ “꺄악…!” ​ 메어리는 비명을 질렀다가,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본능적인 행위였다. ​ - 으아아아아아!!! ​ 밖에서는 성기사님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메어리는 작은 몸을 웅크린 채, 그저 미친 듯이 떨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 모든 소리가 천천히 멎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거대한 소음이 사라지고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 메어리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며칠을 보냈다. 감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 점점 눈앞이 흐릿해지고, 의식이 아득해졌다. ​ 이대로 죽는구나. 언니가 말했던 신의 은총 따위는 없었구나.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이 감기던 그 순간이었다. ​ - 쿠우웅…. ​ 머리 위를 막고 있던 무거운 석판이 밀려나는 소리가 들렸다. ​ 한 줄기 빛이 어둠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메어리, 여기 있었구나. 한참을 찾았단다.” ​ 그 빛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어리는 간신히 눈을 떴다. ​ 그곳에는 신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사제님이 서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던 온화한 미소 그대로. ​ “사제님….” ​ 메마른 입술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그런데….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 대사제님이 입고 있는 옷은… 눈부신 상아색의 제복이 아니었다. ​ 칠흑같이 검은색이었다. ​ “…….” ​ 가슴에 새겨져 있어야 할 은빛 태양 문양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그 중심에는 뱀이 기어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메어리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 ‘사도.’ ​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가 천천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 “두려워 말거라, 아가.” ​ 목소리는 예전과 같았지만. 본능적인 불쾌함이 느껴진다. ​ “자, 내 손을 잡으렴. 신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은총을 내리셨단다.” ​ 메어리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작은 몸이 제단의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 “싫어….” ​ 작은 거절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그 한마디에 대사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온화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다. ​ “어리석은 것.” ​ 그가 손을 뻗었다. ​ “싫어…!!” ​ 그때. 메어리의 외침과 함께 연보랏빛의 빛줄기가 터졌다. ​ “크아악?!” ​ 대사제의 검은 제복이 성스러운 불꽃에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 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제복을 두들겼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 성화(聖火). ​ “크아아아악!!” ​ 불꽃은 옷에서 몸으로 옮겨붙었다. 인간의 피부가 녹아내리며, 그 아래에 감춰져 있던 본모습이 드러났다. ​ 흑요석 같은 검은 피부. ​ 악마였다. 그리고, 오늘의 꿈은 여기까지였다. ​ - 흠칫! ​ 메어리는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 눈을 뜨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협회의 숙소. 그러나 귓속에는 여전히 스승과 동료의 비명이 환청처럼 울린다. ​ 악몽. 언제나처럼 악몽일 뿐이었다. ​ “후….” ​ 메어리는 떨리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했다. ​ 메어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땀이 온몸을 적셔 잠옷이 축축하게 달라붙는 감촉이 불쾌하다. ​ 목욕부터 좀, 해야겠다. ​ - 쏴아아…. ​ 뜨거운 물이 그녀의 몸을 적신다. 몸에 달라붙어 있던 식은땀이 씻겨져 내려갔다. 메어리는 눈을 감았다. ​ 악몽이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 두툼한 목욕 가운을 두른 채, 그녀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 그렇게 허공을 보며 멍때리던 그때. ​ - 띵동. ​ 초인종이 울렸다. 당연히 식사겠거니 생각했다. ​ 그녀는 목욕 가운 위로 덧댈 옷을 집어 들며 인터폰을 바라봤다. ​ “?!” ​ 그러나 화면 앞에 서 있는 것은 배달 카트를 끈 직원이 아니었다. ​ 조금은 피곤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남자. 유선우였다. ​ “…꿈인가?” ​ 지독한 꿈이 끝나고 이제 달콤한 꿈이 시작된 걸까. 환영하던 바이긴 했다. ​ 여길 어떻게 왔지? ​ 심지어, 상담실을 통한 것도 아니고. 숙소 앞까지 직접. ​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덧댈 티셔츠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소파 너머로 던져버렸다. ​ 그리고는 흐트러진 목욕 가운의 허리끈을 더 풀어냈다. 그녀는 맨발로 소리 없이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 - 찰칵. ​ 갑자기 열릴 줄은 몰랐는지, 그 너머에는 선우의 놀란 눈이 보였다. 유선우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입을 열려다, 눈앞의 광경에 순간 말을 잃은 듯했다. ​ 메어리는 그의 반응을 즐기듯, 그의 시선을 끈질기게 쫓았다. ​ ‘내려와. 더 아래로.’ ​ 그녀는 속으로 도발했다. 하지만 유선우의 시선은 한순간도 그녀의 얼굴 아래로 향하지 않았다. 놀람으로 눈동자만 잠시 흔들릴 뿐, 그 이후로는 메어리의 눈동자만을 마주한다. ​ [흠… 남자가 이럴 리가 없는데….] ​ 순간 자신의 펫인 서큐버스가 그렇게 속삭였다. 피식 웃었다. 네가 뭘 알겠어. 유선우는 늘 그랬다. ​ “무슨 일이야?” ​ 정적을 깬 것은 그녀였다. 유선우는 침착하게 답했다. ​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일찍 일어났네?” ​ “응, 꿈자리가 사나워서.” ​ “그랬구나.” ​ “들어올 거지?” ​ 메어리는 문을 활짝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 “어.” ​ 그녀는 그를 방 안으로 자연스레 안내했다. 방 안에는 막 마친 목욕으로 인한 따뜻한 증기가 가득했다. ​ “감정 증폭은… 괜찮아?” ​ “음….” ​ 메어리는 고민했다. 자신은 저주를 해독한 수준이 아니라, 저주의 근원인 악마를 통째로 흡수하여 권속으로 삼은 참이었다. 그런데 이걸 설명하기가 좀 애매해 보였다. ​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가장 그럴듯한 대답을 찾아냈다. ​ “괜찮아. 큰 문제는 없어.” ​ “그것도 다행이네.” ​ 유선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화제를 돌렸다. ​ “아직 아침 잘 안 먹어?” ​ 정답이었다. 아침에는 식사보다는 간단한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 유선우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자연스레 주방으로 걸어갔다. ​ “그런 편이긴 해.” ​ 그는 찬장에서 드리퍼와 머그잔을 꺼냈다. 원두 봉투를 뜯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 - 사르륵… 사르륵…. ​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몇 년만이지만 그는 메어리의 사소한 루틴 하나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 이내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두 잔이 그녀 앞의 테이블에 놓였다. ​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 메어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시선은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눈빛이다. ​ 유선우의 설명은 이어졌다. ​ 이 저주의 핵심은 단순한 정신 오염이 아닌 것. 악마가 퍼트린 정신적 기생체에 가까운 것. ​ 방치했다가는 악마의 권속으로 변질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까지. 메어리는 이미 서큐버스에게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유선우 또한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 협회와 그의 오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다. ​ “그래서, 메어리.” ​ 유선우는 메어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 “네 도움이 필요해.” ​ “내 도움?” ​ 메어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나? ​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저주에는 항마와, 신성의 마나가 효과적이라고 해.” ​ 유선우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환자. ​ 게다가 S급 던전에서 막 빠져나온 상태다. 그런 메어리에게 또 다른 짐을, 그것도 동료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른 입술을 열었다. ​ “그래서… 메어리.” “정말 미안하지만, 네 도움이….” ​ “할게.” ​ 유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어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유선우가 앉아있는 소파 옆으로 다가와 그의 팔걸이에 가볍게 걸터앉았다. ​ 둘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나는 좋아.” ​ “… 고맙….” ​ “그런데, 하나 걱정되는 점이 있어.” ​ 그녀는 붉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지금은 괜찮지만… 갑자기 내가 감정이 증폭될 수도 있잖아. 아마 혼자서는… 위험할지도 몰라.” ​ 그러면서 눈치를 살짝 봤다. 그러자 유선우는 즉시 답했다. ​ “걱정하지 마.” ​ 그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 “그게 내 역할이야.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안 떨어질 생각이었어.” ​ 그 대답에 메어리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 좋은데에.” ​ 유선우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협회에서도 너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준다고 하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응?” ​ 협회의 보상? 아마 금전적인 보상일 텐데. 그런 게 의미가 있나. ​ 메어리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는 관심 없었다. ​ 그때, 유선우가 메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의 신호다. ​ “잘 부탁할게. 메어리.” ​ 메어리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 그리고 그가 손을 빼려던 찰나,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그의 손바닥의 연한 부분을 스르륵, 하고 간지럽혔다. 유선우의 어깨가 순간 흠칫 굳는 것이 느껴졌다. ​ 메어리는 살짝 혓바닥을 내밀며 웃었다. 그러나 그때, 유선우가 먼저 머쓱하게 물었다. ​ “우리, 이제 다시 친해질 수 있는 건가?” ​ 메어리는 그 질문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순간적으로 뇌가 정지했다. ​ 이게 무슨 소리지? ​ 우리는 이미 친했잖아. 아니 친한 게 문제가 아니라,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연락이 오질 않아서, 감정을 억누르느라. ​ “… 무슨 소리야?” ​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 메어리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아… 그게 아니고.” ​ 유선우는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덧붙였다. ​ “서로 바빠지다 보니까 만난 지도 오래됐고, 그냥… 조금 서먹해진 것 같아서.” ​ 그는 모르는 듯했다. 메어리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 왔는지를. 그는 그저 동료로서, 사이가 조금 멀어졌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 전혀, 안 멀어졌었다. 그냥 기다린 거였다. 메어리 자신이 먼저 연락했다가 괜히 바쁠 수도 있으니까. ​ 그런데 유선우 또한 사이가 멀어졌다고 생각해서, 쉬이 연락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메어리는 당연히 먼저 연락이 안 왔기에, 최대한 일에 몰두했던 것이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생각만 나니까. ​ 결국 서로 바쁘겠거니 하고 연락을 안 하다가. 그렇게 그냥 서로 연락을 안 했던 것. ​ ‘아….’ ​ 메어리는 지난 몇 년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허탈함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 그녀는 자신을 향해 미안한 눈빛을 보내는 남자를 보며, 그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이번에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깍지까지 꼈다. ​ “응··· 다시 친해져 보자.” ​ 메어리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과거, 자신이 얼마나 애가 탔는지에 대해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 ​ 메어리는 깍지 낀 손에 희미하게 힘을 주며, 미소를 걸었다. ​ “아니다. 그냥 전보다 더 찐해지는 건 어때?” ​ 그 말에 유선우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좋지.” ​ 전우조의 결성이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