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성이 일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건, 총 여덟 명의 무인이었다. 5위계 둘과 4위계 하나는 사망. 4위계 한 명과 나머지 넷은 어딘가가 부서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한유성은 범선에서 내리기 전에 초월자 갤러리를 통해 강호 생존 속성 강의를 수강한 상태였다. - 시궁창검성) 자, 중원 무림에선 어떨 때 살인을 해도 되는가? 강론(講論) 들어간다. ㄴ 화산파 장문인이 직접 말아주는 《강호 살인 강론》 ㄷㄷㄷㄷㄷㄷ ㄴ 이분 정파 맞나요????? 요리보고 저리 봐도 사파인데???? 그냥 막 죽이면 삶이 고달파진다는 말을 덧붙이며 검성 선배는 댓글을 이어나갔다. - 시궁창검성) 우선, 결국 약육강식(弱肉强食)이다. 압도적으로 강하면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지. - 시궁창검성) 하지만 그건 슬프게도 7위계 이상은 되어야 취할 수 있는 기조이지. - 유명한거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살행(殺行)을 하란 소리요. - 시궁창검성)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무인은 죽이면 뒤탈이 생기기 마련이다. - 당하연) 일을 수행하고 있는 존재가 낭인 출신이고. 그 일이 깨끗하지 않은 일이면 보통 책임을 묻지 않는 검다! 일을 사주한 쪽도 구린 구석이 가득하기 때문인 검다! ㄴ 대 사천당문은 그런 의도로 고용한 낭인들도 잘 챙겨주었겠지? ㄴ 당하연) 무슨 소림까? 당문이 제일 잘하는 게 꼬리 자르김다! 절대 그런 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검다!! 그것이 암투 제일가!! 장인 정신!! ㄴ 이건 뭐 자랑도 아니고 자학도 아니고 뭣이여…. 그 말들은 지식으로서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한유성의 기준이 되어주진 못했다. 5위계는 제압하는 것보다 죽이는 게 간단명료하고 승률이 높았기에 택한 길일 뿐. 결론적으론 옳은 판단이었다. 둘을 단번에 죽여버리니, 나머지는 겁을 집어먹고 얼을 탔으니. "방향은 잡았나?" 피비린내가 코끝을 훑었다. 연설아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한유성의 입이 다시 얼렸다. "그럼 가면서 설명을 듣도록 하지. 명가 자제면 보법은 잘하겠지." 한유성과 연설아. 그리고 형로. 셋은 동시에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유성은 인벤토리에서 무녀 선배가 준 부적, 결성부를 꺼내 '비밀의 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셋의 양옆에 있는 풍광을 왜곡시켜버렸다. 도주할 때는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 그런데…!" 연설아가 한유성과 발걸음 속도를 그제야 맞추었다. 그리고 옆으로 다가가서 입을 연 것이다. "왜 절 도와주시는 거죠?" 이미 예상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답도 미리 생각해둔 상태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연가에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고 말씀을 한 적이 있어. 그리고 배에서 속닥속닥하는 걸 들으니 지금 추격당하고 있다는 호북연가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 물론 한유성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에 멀쩡히 살아있을 것이다. - 당하연) 그 세계관의 호북연가에서 몇십 년 전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건 이상할 게 없는 검다! 연설아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당하연 선배가 설계해준 신상을 사용하기로 했다. 연설아는 당하연 선배의 조언대로 그럭저럭 빠르게 납득을 해주었다. "…감사하네요. 은인께서 겪은 일도 아닌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는 아직 하지 마라. 까딱하다간 당장 죽을 수가 있는데." 한유성은 냉담하게 말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쟁천무회장으로 향하고 있었지?" 쟁천무회장의 위치는 이곳, 소주. 소주의 중앙점. 셋이 골목길로 들어섰다. 츠츠츠츠! 한유성은 기감을 펼쳤다. 근방 사람들의 위치는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을 가진 사람이 쫓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추격조를 완전히 끊어냈다. 적어도 현재로선. 연설아는 땀을 닦으며 그제야 한유성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렸다. "네, 맞아요." "쟁천무회에 내세우려고 했던 대리 출전자는 죽어버렸고." 연설아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예." 참담한 상황이구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유성의 말에 연설아는 형로와 눈빛을 교환했다. 형로가 입을 열었다. "가능한 상식선에서 아가씨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호북연가 측에서 내세운 참가자가 쟁천무회의 제일인이 되는 거였습니다만…." 가능한 상식선. 한유성은 천마 선배의 말을 떠올렸다. 상식선 밖의 일을. - 天魔) 같은 정파 측 가문에게 쫓기고 연가의 장녀가 그쪽 세계의 천마신교에 입단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확실한 안전 확보 방법이겠으나, 그런 선택을 호북연가의 장녀가 할 리는 없겠지. 형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은인께서의 무력은 6위계 정도로 보였습니다. 쟁천무회의 최대 기준인 6위계와 동일…저희의 대리 출전자가 되어주신다면, 차후에 막대한 보답을 해드리…." 한유성은 형로의 말을 끊었다. "6위계 아닌데." "예?" "6위계가 아니라 5위계라고." 형로는 내 말에 두 눈을 깜박거렸다. 연설아도 또다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 방금 5위계 둘과 4위계. 그리고 나머지를 단번에 쓰러트리셨는데…?" "그건 쓰러트리는 게 가능하니까 그런 거고. 내가 5위계인 것과는 별개로." "그러니까 그게 별개가 될 수가 없는데…." 연설아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말이라는 듯이 계속 중얼거렸다. 한유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리인으로 참여할 경우, 나한테 있는 불이익 같은 건 없나?" 설명을 한 건 형로였다. "특별한 불이익 같은 건 없습니다만, 쟁천무회의 절대적인 규칙인 불살…그게 대리인에게 행해졌을 때는 가해자가 받는 피해는 상당히 축소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살인을 쉽게 하려고 하진 않습니다. 인식이 안 좋은 건 매한가지니까요." 한유성은 턱짓을 했다. "반대로, 내가 상대방을 죽인다면?" "…무림맹의 압력에 의해 죽게 될 겁니다. 뒷배가 든든한 타 가문의 대리인이라면 몰라도, 낭인은." "어, 낭인이야." 한유성은 사실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다. 주고받은 문답은 이미 당하연 선배를 통해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나쁠 건 없지.' 경험으로만 생각해보면, 수많은 대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5위계를 돌파할 수 있는 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른 선택지는 거의 다 허황된 일일 뿐이고. 이게 가장 확률도 높아.' 연설아의 목숨을 구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쟁천무회의 제일인이 되는 것. 그럼, 이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대리인, 해주지." 연설아와 형로의 눈에 서린 이채가 보였다. "감사하지만, 이번에도 왜 도와주시는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한유성은 당하연의 솔루션을 이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내가 산에서 수련만 몇 년을 해서 말이야. 안 그래도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 같은데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뭐." - 당하연) 산속에서 수련만 하던 사람인 검다…! 신인 운둔…고수! 이게 당하연 선배가 잡아준 설정이었다. "근데 난 말했다. 5위계라고." 둘은 동시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건 괜찮아요…! 제가 준비했던 대리인보다 더 강하신 것 같으니까요!" 한유성은 입가를 비틀었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지 않냐? 그 사람 그대로 진출했으면 바로 지고 끝났을 거 같은데." 연설아는 내 말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쵸…그건 그것대로 문제죠오." "쟁천무회장으로 가는 길은 알지?" "네, 이제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쟁천무회에 참여할 거란 의사표명만 제대로 해두면 방금처럼 대놓고 추격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연설아는 이제 좀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그나마 차분해진 듯 행동을 했다. "그래서, 묵을 장소는 있나?"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의사표명을 한다 쳐도, 해가 뜨고 나서 해야 할 터. "쟁천무회장의 앞에 있는 작은 여관이 있는데. 그곳의 주인이 제가 아는 지인이에요." "그래?" 그래도 믿고 있는 구석이 하나 정도는 있었구나. 연설아의 말대로, 여관 운몽루에는 해가 될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걱정 마시오. 친우의 동생에게 위해를 가할 만큼 못 배운 사람은 아니니." 자신의 이름을 혁운이라고 소개한 사내는 연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신이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인가?" 연설아가 힘없이 말했다. "네, 아직…." "돌아와야 할 텐데 말이다." 혁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한유성은 소면 한 그릇과 만두를 먹어치우고 난 뒤에 연설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제 왜 호북연가가 이런 상황인지 말을 해줘야겠는데." 연설아는 한유성의 질문에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가문의 장남인 연유신 오라버니가 실종됐어요. 문제는 그전에 오라버니가 했던 일인데…백리세가의 장남인 백리혁과 대련 중에 백리혁을 죽여버리고 실종됐어요." 다른 가문의 장남을 죽이고 실종이라. "진짜 죽이려고 죽인 건가?" 한유성의 말에 연설아는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그걸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그 대련의 목격자는 단 한 명인데…그게 백리세가의 사람이거든요." "그 연유신이란 사람이 살아있다면 물어보는 게 확실할 거 같은데." 연설아가 한유성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쵸…! 물어보고 싶은데! 정말 그러고 싶은데! 정말 어디에 틀어박혀 있는 건지!" 나지막이 말을 덧붙였다. "죽은 것보다는 살아있는 게 낫긴 하지만, 하아." "백리세가의 장남은 죽은 게 확실하고. 그걸 빌미로 백리세가 측에서 호북연가를 집어삼키려는 움직임을 취하는 건가." "맞아요. 다른 가문도 아니고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 측에서 백리세가의 편을 들어주어서…오라버니가 백리혁을 죽인 걸 빌미로 주력 무인들이 간밤에 살해당했어요." 한유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당장 가문의 존폐가 위태로운 거 아니냐?" 연설아의 굳은 얼굴은 풀어질 기미가 없었다. "아직은 가주인 아버님이 가문을 철저히 지키고 계시지만…점점 더 상황이 힘들어질 게 분명하죠. 6위계 제한이 없었다면 아버님이 직접 참여를 하셨겠지만, 아버지는 7위계이시거든요." 한유성은 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쟁천무회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일주일. 일주일간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쟁천무회장으로 향하면 되는 일이었다. *** 일주일 동안 할 일은 차고 넘쳤다. 심법 창안과 무공 수련의 반복. 독방. 나는 쟁천무회장의 건너편 끝자락에 있는 낡은 건물 안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았다. 고유한 내공심법(內功心法). 같은 말로 고유한 마나 연공법을 창안해내야만, 6위계에 발을 들일 기틀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6위계가 되려면 자신만의 마나 연공법이 필수적이다. 그건, 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빛의검 선배가 준 용살검 검법서에 적혀져 있던 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최근이 아니라, 5위계에 들어선 직후부터 쭉 시도해온 일이지만, 아직도 심법은 완성되지 않았다. 마나 연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내 마나의 기류가 닿지 못한 구간이 있다고 어렴풋이 예상할 뿐이다. - 빛의검) 넌 지극히 정상이다. - 빛의검) 6위계를 도달하는 건, 1위계에서 5위계까지의 도달보다 몇 배는 더 험난한 길로 이루어져 있다. ㄴ 수왕) 계에에에에위- 무서운 사실! 이 말 그대로 7위계에 적용할 수 있고. 8위계에 적용할 수 있고! 9위계에 적용할 수 있드아아아아!! ㄴ 마룡왕) 벨투-히이이이이익!! - 시궁창검성) 한유성, 네 그릇이 거대하여 늦는 것도 있겠지. 5위계로서의 그릇이 커서 늦는 거다? 그게 맞다 해도, 어쩌라는 거냐. - 天魔) 그릇의 크기고 뭐고. 네놈 정도면 성취가 아주 빠른 거다. 등반자. 내가 느린 게 아닌 건 알고 있다. 반. 4위계 상태에서 탑에 진입한 반 이네르. - 응? 1층부터 13층까지 얼마나 걸렸냐고? 3년하고 2개월? 그 재능이 충분했던 반도 그만한 시간을 소비했다. - 5위계는 원래 흐릿하게 보였던 때라 금방 올라갔는데. 6위계가 힘들었지. 스테이지 깬다고 오래 걸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대기실에서 보냈으니까. - '권역'을 창안 한다고 시간이 한참 더 걸린 것도 있어. 수많은 초월자 선배들의 도움이 있었던 덕에 겁 없이 층계들을 뚫고 올라간 나와 달리, 반은 계속 생존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가늠을 하면서 올라가야 했을 테니까. 하지만 난 나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쓸데없는 핑계를 대지 않으려면. 이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고뇌를 하고 징징거릴 틈은 없다. - 시궁창검성) 심법도 결국 네 심상과 관련되어 있다. - 빛의검) 네가 싸우던 방식, 네가 전투를 이어나가는 흐름을 떠올려내라. 일주일간 계속 마나 연공법을 연구했다. 가부좌를 틀었다. 마력이 체내를 계속해서 돌기 시작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그리고 때로는 폭발적으로. 숨겨진 길을 열기 위해 부단히 마력을 운용했다. 그간 닿지 않았던 두 기둥의 끝 지점까지 마력이 흘러내렸다. 발끝부터 고통이 차올랐다. 아직 오르지 말았어야 할 나무에 올랐다는 듯. 으드득- 근육이 떨리고 뼈가 삐걱거렸다. 수십 개의 검이 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모두 짓누르고. 이 검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겠다는 심상을 바깥으로 표출하고. 내세웠다. 운용을 시작한 지 3일을 넘어, 며칠이 흘렀는지도 까맣게 잊었을 때. 비로소, 고유의 마나 연공법을 창안해낼 수 있었다. - 天魔) 제대로 창안을 해냈으면 조금이나마 육신이 바뀐 지점이 느껴질 거다. 천마 선배의 댓글대로였다. 세상이 더 선명해졌다. 후우. 숨을 들이 내쉬었다. 흐르는 대기. 이 세계의 호흡 자체가 육체와 더 친숙해진 느낌이었다. 이 세계가 나의 기(氣)를 거부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드디어 6위계로 향하는 전제 조건은 갖춰졌다. 제목 : 연공법 완성했다. 작성자 : ㅇㅇ* - 이름…은 아직 안 정했고. ㄴ 수왕) 어! 그거 이름 정해야 더 원활하게 운용 될 건데! 이름은 곧 힘이다! ㄴ 엌ㅋㅋㅋㅋㅋ 이 고양이 지금 진지한 거임? ㄴ 대마법사) 그런 건 없단다. 이름이 있는 게 좋긴 하지. ㄴ 수왕) ???? 읭??? 아부지도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다 그렇게 말했는데!!!!! 그런 게 없다고오오! ㄴ 깔깔깔깔, 몇 대를 걸쳐 공들인 미신 가스라이팅에 제대로 당했네. ㄴ 天魔) 드디어 5위계의 끝에 온 걸 환영한다. ㄴ 시궁창검성) 하지만 끝의 끝이 있고 그 끝이 있는 세계다. ㄴ 아주 저주를 해라 저주를 ㅋㅋㅋㅋㅋㅋㅋ 다 왔다고 해줘야지. ㄴ 그래, 우리 이지 노멀 범부들은 멀쩡한 심법을 만들어내지 못하지…이제 우릴 짓밟고 올라가라, 역대급 신인이여 …. ㄴ 얼음여왕) 꽁꽁! 딱 한 번의 거대한 폭풍이 한 번 터지면 곧바로 6위계로 돌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화이팅! ㄴ 마룡왕) 벨투이- 거대한 폭바아알이 필요해요오. ㄴ 당하연) 이제! 쟁천무회! 출전인검까!!!!!!!!!!! ㄴ ㅇㅇ*) 내일 아침 ㅇㅇ. ㄴ 당하연) 출격인검다!!!!! ㄴ 유명한거지) 정치질을 조심하시오. 겉보기엔 머리에 무(武)밖에 들어있지 않게 생긴 놈들이 머릿속에 능구렁이를 키우는 경우는 흔하니. ㄴ 창왕) 이상한 말 하는 놈들 입을 터트려 버리면 된다. ㄴ 당하연) 그때는 다시 갤에 오는 검다!!! 맞대응 방법을 알려드리겠슴다!! ㄴ 시궁창검성) 매화향을 좀 맡게 하면 조용해지는데 말이다. 개방주 선배의 도움이 되는 조언은 그렇지 않은 말들에 빠르게 묻혔다. *** 다음 날 아침. 쟁천무회장의 회장 입구는 소란스러워졌다. "…평화를 깨트린 혈겁의 원흉이 잘도 쟁천무회에 발을 들이미는구나." 연설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건 백리세가의 둘째 공자, 백리휘의 시선이었다. "설마, 아직도 연유신의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연설아는 그 서슬 퍼런 시선을 무시했다. 철컹! 주홍빛 돌계단이 산등선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벽 아래, 무림맹의 호위대가 엄정한 자세로 줄을 지어 서 있다. "결국 호북연가의 자제가 참여를 하는 건가?" "하지만 자네도 들었지 않은가, 호북연가가 준비했던 대리인은 양주(揚州)에서 범선이 출발을 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고." 또한, 하나같이 위세가 등등한 가문들의 일원들이 주목을 하고 있는 상황. 연설아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불가했다. 그래서 5위계의 무인, 백리휘는 날이 선 살기를 연설아에게 쏘아 보냈다. 일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짙은 살기였다. "그래, 네가 성의껏 준비한 장기 말이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죽었거늘 왜 이곳에 발을…!" 비아냥거리던 백리휘의 시선이 좌측으로 휙 쏠렸다. 서늘한 살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자신이 연설아를 향해 쏟아내던 살기가 찢기고. 그보다 더한 살기가 백리휘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살기의 발원지는 연설아의 뒤에 선 한유성이었다. 백발이 눈에 띄는 무림맹 호위대장의 입이 열렸다. "이름과 소속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체포하겠다. 살기를 거두고 이름을 밝혀라." 한유성은 연설아에게 향하는 백리휘의 살기를 보고서도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한 무림맹 호위대에게 흘렸던 살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북연가 쟁천무회 대리 출전자, 한유성." 한유성은 연설아를 보며 턱짓을 했다. "들어가.“ 한유성은 연설아가 회장의 입구에 들어서고 나서야 살기를 모두 거두었다. 무림인들의 시선이 한유성에게 쏠렸다. - 天魔) 살기를 받으면 살기를 돌려줘라. 얕보이면 뜯어먹힌다. - 시궁창검성) 그런 대회의 경우, 윗선들이 재미있어하는 상활을 만들면 어지간한 짓을 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아주 쾌락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만들어라. ㄴ 유명한거지) 아주 좋은 거 가르치시고 있구려…. 새벽에 초월갤 선배들에게 들었던 조언대로, 저 멀리서 윗선들로 보이는 이들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유성도 쟁천무회장의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