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살아있음. 작성자 : ㅇㅇ* - 14층 층계 대기실임. 반이 죽었어. 나 때문에. 한유성은 그 글을 시작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13층의 [리뉴얼]에 대한 이야기와. 본래 지난 기수였던 반 이네르가 왜 13층 층계에 남아 있었는지. 그 모든 이야기를 달았다. - 그리고 상대방의 촛불을 꺼야 이기는 결투를 치르게 됐어. 근데 그 결투의 시작 전에 반이 자신의 촛불을 끄고. 죽었어. - 내 입장에선 관리자 먼저 제압하고 반이랑 생각이라도 나눠보려고 했는데. 방어벽 같은 걸 못 부쉈어. 관리자에 대한 언질은 앞서 짤막하게 들은 적은 있었다. 자기방어의 목적이 아닌 이상, 무력적인 개입은 할 수 없는 탑의 소모품. 하지만 앞을 가로막은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유성은 여섯 번째 뿌리의 전투는 비소그라피카로 촬영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있었다면, 수십 번이고 보고 또 그만큼 좌절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ㄴ 아니 ㅅㅂ ㄴ 이걸 혐탑이 또. ㄴ 아니 반 씨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ㄴ 하…왜 틀리길 바랐던 건 꼭 맞아떨어지는 것이냐. ㄴ ㄹㅇ 쉽게 둘이 14층계로 올려 보내줄 리가 없다고 예상은 했는데 그딴 식으로 싸움을 붙여버릴 줄은 몰랐네. ㄴ 잘 가라, 반 이네르. ㄴ 엘프다) 하아, 세계수 앞에서 둘다 무사히 14층으로 올라가길 염원했는데. ㄴ 으그그극 시발!!!!!!!!!!!!!!!!!!!!! 리뉴얼이고 오류고 뭐고 같이 올려보내 줄 거 아니면 같이 붙이지 말았어야지이이익------ ㄴ 수왕) 키아아악 끼에에아악!!!! 내 말이 이 말인 것이다아아ㅏㅏ ㄴ 얼음여왕) …꽁꽁. ㄴ 얼음여왕) 이렇게 슬플 때는 조금은 울어도 돼요. ㄴ 마룡왕) 벨투이- 슬픈 것이에요오. ㄴ 대마법사) 하…. ㄴ 절대군주) 언젠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싹 다 없애버릴 수 있을 거다. ㄴ ㄹㅇ 제발. ㄴ 근데 말 들어보면 탑 측에선 할 거 다 해준 거 아니냐?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니까 전 기수도 부활 시켜줬고. 그 전 기수가 좀 억울하지도 모를 테니까 한유성 잡고 완전 부활할 기회도 줬고. ㄴ 아 물론, 결과가 좀 슬프게 된 거지 ㅇㅇ ㄴ 수왕) 맞긴 한데 좀 맞아야겠다 ㅇㅇ ㄴ 원래 그놈들 나름대로 '공정'한 거 좋아하잖냐. ㄴ 그 '나름 공정'의 편차가 존나 심해서 문제지 ㅋㅋㅋㅋㅋㅋㅋ ㄴ 탑 대변인임?? ㄴ 탑스라이팅 당했네. ㄴ 빛의검) 한유성, 그닥 힘이 될만한 위로 같은 건 할 수 없다. 잘 알겠지만, 결국 네가 이겨내야만 한다. ㄴ 대마법사) 음. ㄴ 대마법사) 어떻게든 다 극복하고 판데모니엄을 싹 쓸어버리든 해야지. ㄴ 대마법사) 관리자 자체는 너 기준에선 별로 안 강하지. 무력 쓰는 애들이나 4위계나 5위계 수준이고. 그 나머지 예외 부분 관리하는 애들은 3위계. 총 관리자 정도나 6위계. 확실히, 관리자의 무력 수준은 그닥 높지 않았다. 한유성의 기준으로는. ㄴ 수왕) 총 관리자는 아직 똑같이 라트베일 그 새끼일 거 같은데 ㅇㅇ ㄴ 시궁창검성) 그렇겠지. ㄴ 빛의검) 관리자는 아인(亞人)일 뿐이다. 탑이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낸 피조물. ㄴ 밀실론자) 탑에서 태어나고. 탑에서 소멸해서 생을 마감하는 족속들인 것. - 이 세상은 거대한 밀실로 이루어짐 ㄴ 대마법사) 말 그대로 탑을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낸 소모품 정도의 역할. 그래서 죽여도 플레이어들한테 어떠한 페널티도 안 들어가. ㄴ 대마법사) 간혹 뻗대는 놈들 있는데 그놈들은 본인 무력보다는 본인 부모라고 할 수 있는 탑의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주는 거. 그걸 믿는 거지. ㄴ 주딱) '탑'이 직접 하달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관리자는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부분들이 그 관리자를 최대한 지키게 되어있어. 주딱의 글을 본 한유성의 머릿속에 자신의 앞을 막았던 결투장의 방어벽이 떠올랐다. 그 빌어먹을 벽이. 확실히 그 방어벽 때문에 플레셰크를 건들지 못한 것이지, 플레셰크 자체의 무력을 본 부분은 없었다. ㄴ 주딱) 관리자 개입 있었지? 이름 밝혔나? ㄴ ㅇㅇ*) 2급 관리자 플레셰크. ㄴ 수왕) 누더기 면상?? 걔도 원래 3급이었는데 출세했구만. 아, 그 새끼 5위계임. ㄴ 수왕) 관리자는 탄생할 때부터 위계가 정해져. 더 강해지고 그런 건 없어. ㄴ 시궁창검성) 플레셰크, 나도 한 번 만났었는데 그때 죽여버렸어야 했나. ㄴ 현자) 어차피, 죽였다고 해도 다른 관리자가 같은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오. ㄴ 시궁창검성) 그건 그렇지. 한유성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관리자는 탑의 소모품에 불과하다. '내가 겪은 개같은 감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탑 자체를 무너트려야한다.' 결국, 궁극적인 문제점은 탑 그 자체다. 으득- 한유성은 이를 갈았다. 멀다.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가야 할 뿐이었다. 일단 5위계를 넘어 6위계에 도달하는 걸 당장의 목표로 잡았다. ㄴ ㅇㅇ*) 죽은 사람, 플레이어를 부활시킬 방법이 있나? ㄴ 있겠냐? ㄴ 탑의 존재 이유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그런 감성적인 곳이 아니야. ㄴ 정론은 실시간으로 망하고 있거나, 이미 망했거나, 망할 예정인 세계가 있을 때 그 세계를 구할 힘을 얻게 해주는 역할이라는 게 정론이다. ㄴ 시궁창검성) ㅇㅇ 저게 정론이긴 해. ㄴ 대마법사) 불가능…하겠지. ㄴ 현자) 불가능한 일에 골머리를 쓰면 피곤해질 뿐이다. 한유성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댓글은 계속 달렸다. ㄴ 주딱) 부활이 가능할 거야. ㄴ 주딱) 네가 탑을 계속 올라간다면, 언젠가. 주딱이 단 댓글 두 줄. 그 뒤로는 댓글이 일순간 뚝 그쳤다. "…뭐?" 한유성도 눈을 크게 뜨고 주딱의 댓글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ㄴ ㅇㅇ*) ? ㄴ ??? ㄴ ㅔ? ㄴ 대마법사) 뭐? ㄴ 얼음여왕) 꽁꽁…!! ㄴ 무녀) 하?와와? ㄴ 현자) 그게 정말인가? ㄴ 주딱) 너희들도 100층을 종결했을 때 탑과 대화를 나눴겠지. ㄴ 시궁창검성) 난 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딴 말만 반복해서 내뱉던데, 그러곤 일방적으로 대화 종결하고 내보내던데. ㄴ 무녀) 하와와, 소녀와 똑같은 것이와요. ㄴ 주딱) 난 하드 난이도 탑이랑 대화를 좀 길게 했어. ㄴ 주딱) 문답이라고 할 정도의 대화도 나눴지. ㄴ 시궁창검성) ㄹㅇ 초월갤 초창기에 저 소리 듣고, 뭐지? 싶었는데. 난 안 저랬다고 ㅋㅋㅋㅋ ㄴ 밀실론자) 퍼스트 클리어 플레이어는 여러모로 대우를 해주는 것이겠지. - 이 세상은 거대한 밀실로 이루어짐 ㄴ 아 맞다. 저 인간 하드 퍼클이었지. ㄴ 위----엄 하드 난이도 퍼스트 클리어(First Clear) 플레이어. 한유성은 왜 주딱이 '주딱'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하드 난이도 탑을 제일 처음 클리어 한 플레이어. 주딱이라는 닉네임의 상징성 때문에 주딱이 주딱인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ㄴ 주딱) 물어봤어. 나도 살릴 수 있다면, 몇 명 정도 살리고 싶은 플레이어가 있었으니까. ㄴ 주딱) 하드에는 없고. 판데모니엄에는 있다고 했어. 누군가를 살릴 방법이. ㄴ 주딱) 중간을 넘어서 존재한다고 했지. ㄴ 주딱) 50층을 넘겨 봐. 일단. ㄴ ㅇㅇ*) 알겠어. 결국은 '하드 난이도' 탑의 자아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것만으로 한유성의 입장에선 계기가 되어주었다. 다시금 나아갈 계기가. ㄴ 이야, ㄹㅇ 되는 거냐??? ㄴ 창왕) 퍼스트 클리어 플레이어한테 탑 자아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겠지. ㄴ 빛의검) 주딱, 그런데 왜 이 사실을 한유성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거지? ㄴ 주딱) 반 이네르라는 존재가 갑자기 등장한 것일 뿐, 한유성이 홀로 판데모니엄을 오르고 있다는 게 거의 확정적이었어. 이 부분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지. ㄴ 주딱) 그리고. '반 이네르'라는 존재가 한유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살고 싶다는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면? ㄴ 주딱) 그런 상황인데 한유성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혹여 반 이네르를 한유성이 죽여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쓸데없는 잡생각이 들 뿐이야. 상황 판단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이. ㄴ 빛의검) 아니야, 오히려 더 마음 편히 죽였겠지. 부활 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ㄴ 주딱) 빛의검, 넌 이 빌어먹을 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14층 등반자인 한유성의 정신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데? ㄴ 빛의검) 아니, 주딱 네가 한유성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ㄴ 주딱) 그건 좀 웃긴 말인데. 너나 나나 타인을 얼마나 믿었다고. ㄴ 주딱) 정신 차려, 빛의검. ㄴ 주딱) 어차피 이제 숨길 내용도 없어. 알고 있는 게 특별히 더 있지도 않으니까. ㄴ 빛의검) 이미 한 번 숨긴 사람 말을 어떻게 믿지? ㄴ 무녀) …하와와, 누가 좀 말려보는 것이와요. ㄴ 시궁창검성) 단순 무력만 따지면 GOAT인 둘을 어떻게 말리냐. ㄴ 얼음여왕) …꽁꽁, 싸우지 마세요오. 둘 다 이해해요. ㄴ 마룡왕) 벨투이- 빛검 화이팅! ㄴ 엘프다) 뭔 응원을 하냐? ㅋㅋㅋㅋ 어, 싸우는 게 재밌긴 해. 좀 많이 무섭긴 한데. 한유성은 주딱이 부활에 대해 숨긴 점에 관해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주딱의 말에 그렇게 틀린 부분도 없으니까. 정신력이 한 없이 나약해져 있었다. 무력감을 여실히 느꼈다. 지금부터, 앞으로는 그 감정에 휩싸일 생각이 없었다. 단련해야한다. 스스로를 악착같 제련 시켜야한다.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처럼. '반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유성은 그 가능성의 존재를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했다. 슬슬 갤러리를 종료해야겠다겠다고 마음먹은 직후. 한유성의 눈길을 이끄는 댓글이 달렸다. ㄴ 개척자) 반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 같은 거 있나? 한유성의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떠오른 건 캐치볼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그걸 대뜸 개척자 선배에게 내밀기에는 반과 자신. 둘만이 아는 썩 내밀한 이야기였다. 한유성은 결국 반 이네르가 검법서에 적어주었던 글을 개척자 선배의 댓글에 달았다. ㄴ ㅇㅇ*)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서 후회 안 한다고.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고. ㄴ 개척자) 반 답네. 한유성은 갤러리를 끄고 시간이 흐르는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5월 21일. 25일인 교류회까지 남은 기간은 4일. 한유성은 13층에서 얻은 깨달음을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시간으로 쓸 계획이었다. *** 제목 : 슬슬 '비공개'가 랭킹 창 맨 위에 또 오를 때가 됐는데 ㅇㅇ 작성자 : 알데라민 - 이 새끼 왜 안 올라옴? 설마, 죽었나? ㄴ 12층 부터 랭킹 미등록해도 상관 없잖냐. ㄴ 나는아직살아있다) 11층까지만 있잖야 보상이. 50층 도달 전에는 보상도 없는데 등록 안 하는 게 비정상은 아니지 ㅇㅇ ㄴ 알데라민) 아 ㅅㅂ 맞네. 그거겠네. ㄴ 며칠 뒤면 또 교류회 아님?? 붉은 가면 <<< 이새끼가 비공개인 건 확정이고. 루키 갑자기 또 하나 등장했다고 하지 않았냐? ㄴ ) ㅇㅇ 비무 테마에서 토끼 인형탈 쓰고 사람들 두들겨 팼다는 미친놈. ㄴ 왠일로 21세기 지구인 중에 연속으로 쓸만한 존재가 나오냐. ㄴ 붉은 가면 (비공개) vs 토끼 인형탈 (또 다른 루키) ㄴ 흑성) 당연히 둘이 붙으면 비공개가 이기지. ㄴ 흑성) 그냥 비무 서바이벌에서 사람 몇 명 팬 토끼 놈이랑 통상적으로 그 층계 레벨대에서 잡을 수 없는 몬스터들 찍어누른 비공개를 비교하고 앉았네. ㄴ 삶은고통이기본값이다) 당연히 비공개가 더 강할텐데 토끼 대가리도 느낌은 있는듯. 붉은 가면과 토끼 인형탈이 동일인물인 걸 알지 못하는 등반자 갤러리의 플레이어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ㄴ 인생분석가) 두 놈 혹시 같은 놈 아님? 10층계 중반 코인 상점에 목소리 변조 하는 거 있지 않나? 명추리를 한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ㄴ 독보) 싸우는 방식이 다르잖냐. 멍청아. 10층계에서 방식 범위 넓은 놈 봤음?? 특히 21세기 지구인들은 삶에서 수련 같은 걸 해본 부류들이 몇 없어서 더 불가능함. ㄴ 쌍검은낭만) ㄹㅇ 닉값을 못하네. 인생 분석 덜 끝났네. ㄴ 인생분석가) 그래, ㅅㅂ 반성한다. 쏟아진 반박에 백기를 들었다. 등반자 갤러리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한유성을 주제로 한 글로 도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