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으로 보물을 찾으면 점수를 더 주겠지.” 금발의 거구 사내. 1번이 말했다. “하지만 급할 건 없다고 본다. 이 30명이란 인원을 데리고 시작한 임무에서 보물이 3개 밖에 없다는 건 상당히 찾기 어렵다는 뜻일 테니. 3등도 보상이 낮지는 않을 거야.” 1번의 말은 꽤 논리적이었다. 3번이 내게 다가왔다. “뭐…별일 없겠죠? 본인이 반드시 클리어하고 올라가야 하는 층계 같은 것도 아니고. 보물 못 찾아도 죽지도 않는데. 막 얻으려고 다른 플레이어 죽이고 그러진 않겠지?” 3번. “헙!” 단발 머리카락의 여성은 자신이 중얼거리곤,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아마, 줄줄이 늘어놓고 나니 본인이 내뱉은 말이 꽤 그럴듯하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었다. “일리가 있네요. 보물 찾고 얻을 점수가 탐이 나서 서로 죽일 수도 있겠어요.” 20층대. 이쯤 되면, 같은 플레이어를 단 한 번도 죽이지 않은 사람이 매우 희소한 시점이었다. 3번은 내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전 일단 죽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어요.” “일단 올라갑시다. 1번은 꽤 의욕이 충만한 것 같으니.” 3번은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인?” “…예?” 뭐야, 어떻게 안 “딴 사람들 입 모양을 많이 봐서, 어느 정도 구분이 되거든요. 이제.” 목소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동 번역이 되어 들리지만, 그렇다고 입 모양까지 커버가 되지는 않는다. “맞아요.” 이름이나 등반 중인 난이도 같은 걸 굳이 말할 생각이 없는 거지, 국가 정도는 들켜도 상관없었지만. 황당하긴 했다. “전 일본인이에요.” 3번은 출신을 맞췄기 때문일까, 본인이 살던 국가도 바로 말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을 덧붙였다. “당분간은 그런 게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요.”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겠죠.” 사담은 일단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난 맨 앞에서 전방을 지그시 응시하는 1번을 바라보았다. “1번, 계속 전방 주시하고 있어. 내가 좌측, 3번이 우측 위주로 볼 테니까.” 1번이 고개를 뒤로 힐끔 돌렸다. “알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내가 기감을 넓게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이 어느 각도를 보고 있든 대처가 가능했다. 바로 옆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야, 대체 보물을 어떻게 찾으란 거냐? 생긴 게 어떻게 생긴 지는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가만히 있어 봐, 딱 보니까 찾을 방법도 이 산에 있을 것 같은데….” 난 곡괭이를 들고 땅을 내리찍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건 어디서 얻어서 들고 있는 거야?” 내 말에 대한 대답이 3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농가 관련 퀘스트 한 적 없어요? 10층대에서?” 그게 뭔데. “그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걸 주운 것 같은데?” 난 내가 경험하지 않은 퀘스트 유형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직감은 이런 드높은 산이라면 일단 중턱까진 올라가고 봐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의 난 온전한 즐기는 자의 마인드였다. 13층부터 쭉 시작된 다층적인 고비들. 그 사이 사이에 있던 교류회들은 내게 비정상적으로 안도감을 주었다. 난 지금 교류회를 그냥 쉬는 구간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일단 중턱까지 올라가자.” 내 말에 1번이 뒤를 돌아서 날 바라보았다.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난 1번의 의문을 듣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높은데 중턱 전에 뭐가 있을까 싶어서. 산 정상에 3개가 모여있어도 그닥 이상할 건 없잖아.” “…그건 맞는 말이군.” “그리고 찾는다고 바로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누가 먼저 찾으면 충분히 뺏을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보기엔 이번 교류회는 여러모로 악질적인 구석이 있었다. 플레이어는 30명인데 보물은 3개. 아주 대놓고 극렬한 갈등을 조장하는 구성이었다. “무리 안 하고. 하나만 반드시 찾는 쪽으로 하자고.” 1번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다.” 3조. 나를 포함한 3조 세 명이 속도를 올려 산을 올랐다. 신속하게. 물론 내 기준에선 조금 느렸다. 하지만 이 교류회의 플레이어들을 기준으론 충분히 농기구로 산의 땅을 내리치는 플레이어들을 지나치고 중턱까지 올라왔다. 3번은 숨을 가쁘게 들이마시며 땀을 닦아내었다. 바닥에 깃발처럼 꽂혀있는 아이템이 보였다. 난 그 아이템을 뽑아 들었다. 삑-! 기다란 작대기는 뽑아내자마자 쓸데없이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페리움 마정석 탐지기’를 획득하셨습니다!] [‘이페리움 마정석 탐지기’는 조당 하나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내 옆에 있던 1번이 옆에 빙 둘러져 있는 탐지기 중 하나에 손을 뻗었지만, 무언가에 막힌 듯 손이 뒤로 퉁겨지듯 들어 올려졌다. “조당 하나…?” 내 앞에 뜬 알림창이 1번의 앞에도 뜬 모양. 3번이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아깝네. 만지는 게 되면 부숴버리는 게 나은데. 못 쓰게.” 흠. 역시 아득바득 올라온 20층대 플레이어라 그런지, 성격이 그렇게 원만하진 않아 보였다. 10층대 플레이어까진 그래도 순진한 맛이 남아있는 플레이어가 꽤 있었는데. 이제 나름대로 악전고투를 겪고 20층대까지 올라온 플레이어들이라 그런지 다들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장착하고 있었다. 오히려 짐짝은 될 확률이 없어 보이는 점은 다행이었다. [‘이페리움 마정석 탐지기’의 사용하는 방법은 마나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난 탐지기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탐지기의 윗부분에 있던 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 지점에서 퍼져나간 마나의 파장이 이번 층계에서 찾아야 할 보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1번이 미간을 와락 구겼다. “하나같이 손쉽게 굴러가는 일이 없군.” 탐지기가 찾아야 할 돌. 이페리움이란 이름의 마정석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까진 탐지기는 제 몫을 다 했다. 하지만 그 찾는 과정이 너무 시끄러운 게 문제였다. “저쪽이다!” “저놈들이 돌을 얻는 순간에 제압을 하면 되겠어!” 난 대충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들리는 외침대로, 눈빛에 살기를 띄운 이들이 보였다. 놈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나였다. 3조에서 가장 낮은 층계 위치하고 있었으니, 적들의 입장에선 내가 제일 약자로 보일만 했다. 그런 놈이 마정석 탐지기까지 손에 들고 있으니 빈틈이 많아 보이겠지. 옷도 좀 허술한 가죽 레더를 입고 있으니, 내가 본의 아니게 낚싯대를 올려놓은 상황인가. 3번은 지금 상황이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탐지기가 저기 널려있는데. 왜 저걸 놔두고 굳이 이쪽을 노리는 거야? 싸워야 하는 걸 굳이 감수하고?” 3번의 지적은 필견 옳았다. 3번이 뱉은 의문에 대답을 한 건 무기를 빼든 이들이 아니라, 나였다. “보물이 10개씩 있으면 어느 정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3개라서 저러는 것 같은데. 찾자마자 뺏는 게 가장 간단하다는 결론이 났겠지.” 3번은 내 말에 납득을 한 건지 탄성을 토해냈다. “아…!” 양발을 산에 지탱한 채 검을 들고 있는 8조의 27층 플레이어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지, 그 판단이 옳다.” 저게 날 뻔히 노리고 있는 놈의 입에서 나올 대사인가. 어이가 없네. 난 27층과 대화를 좀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칼 빼 들고 서 있으면, 안심하고 탐지기가 알려주는 곳으로 가서 파밍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 어?” 8조 27층은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그 보물이라는 걸 하나 얻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 “개소리를.” 난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봉을 꺼내 들었다. 마석 탐지기는 3번에게 넘기고. 이 20층대 교류회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어떤지 아직 묻지 못했으나, 굳이 묻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내가 힘을 평상시대로 휘둘러대면 이 플레이어들의 사지가 찢길 거란 확신. 그래서 꺼내든 게 17층 층계를 클리어하고 획득한 무기, [우연을 품은 가지]였다. ㅇㅇ*) 다수한테 위압감을 주는 방법은 뭐가 있겠냐. 죽이진 않고. ㄴ 마룡왕) 벨투이- 짓밟아야 해요오. ㄴ 빛의검) 그럴 땐 본보기가 필요하다. ㄴ 절대군주) 가장 먼저 튀어나온 놈을 밟아라. ㄴ 당하연) 험악하게 짓눌러야 하는 검다!!!!! ㄴ 수왕) 콰-직! ㄴ 유명한거지) 중요한 건 기선제압이오. 난 8조 27층을 향해 봉을 내질렀다. 플레이어를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냥 찍어 눌러둘 생각이었다. “이런 미친놈이…!” 츠츠츠츠-! 8조 27층이 검에 검기를 일으켰다. 검기를 일으키면 뭐하나. 허술해서 맞을 수가 없는데. 그래봤자 3위계로 보였다. 검로의 궤적이 훤히 읽혔다. 적의 공격을 걷어내고 직선으로 팔을 뻗었다. 아주 기초적인 무기술로도 충분했다. 놈의 상체 중앙에 봉이 틀어박혔다. 그리고 봉을 그대로 들어 올려 오른쪽 어깨를 내리찍었다. 난 계속 27층의 몸뚱이를 두들겨 팼다. “크아아악!” 27층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죽을 일은 없게. 콰드득! 목표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 난이도와 별개로, 27층이 21층에게 처맞는 광경은 꽤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인지 근방에 있는 열댓명의 시선이 모두 쏠리는 게 보였다. “끄아아아악!” 콰직! 27층의 몸뚱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난 27층의 몸뚱이에 최하급 포션을 들이부었다. “…2번님!”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바뀐 3번이 내게 매끈한 질감의 마석을 들이밀었다. 이게 이페리움이겠지. 내가 깽판을 치는 틈에 탐지기를 작동시켜서 이페리움을 찾은 거구만. 처음 막대기를 잡자마자 막대기 몸체가 세차게 흔들리는 걸 보고서. 적어도 마석 하나는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 예상이 정답이었나. 음, 3번. 예상외로 유능한데? 일본인 여성, 3번은 할 말이 남았는지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규칙이 발견자인 저한테만 추가로 공개됐어요!” “뭐라고?” “1등으로 보물 발견하면서 추가 점수 조건은 달성했어요! 나머지 2개가 모두 찾아질 때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점수 그대로 부여!” 3번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1등으로 찾아낸 상으로 이번 교류회가 끝날 때까지 적용될 추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대요! 저희가 보물을 무조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종류의 그런 사기적인 조건은 빼고…!” 3번은 발을 동동 굴렀다. “1분 안에 결정해야 한다는데…! 사십 초 남았거든요!” 내 의견을 묻는 이유는 방금 보여준 모습 때문이겠지. “불살. 플레이어 간 살인 불가 조건. 비무 테마처럼.” 임무 테마를 비무 테마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조건. “죽는 위험만 없어지면 보물은 완벽히 지킬 수 있어.” “아, 알겠어요!” 3번의 말이 끝난 직후. 허공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첫번째로 ‘보물’을 발견한 ‘3조’에 의해 규칙이 개정되었습니다.] [본 교류회에 새로운 규칙이 정립되었습니다.] [본 교류회에서는 플레이어 간의 살인이 용인되지 않습니다.] 난 3조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선도 허공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 그렇다는 건 모두가 새로운 규칙이 정립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 난 이 정도면 충분히 다른 조원들에게 경고할 만한 판은 만들었다고 여겼다. “안 죽여.” 포션을 부어주었지만,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있는 27층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방금 생긴 새로운 규칙을 세운 게 우린 걸 알고 있잖아. 근데 내가 애를 죽이겠냐?”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주, 죽일 듯이 팼으면서 그게 모순적인 소리냐?” “안 죽였잖아.” 난 바닥을 질질 끌었던 봉을 들어올렸다. “우리 3조는 보물 하나를 얻는 것으로 끝을 낼 거야. 건드리지만 않으면 말이지.” 엄포를 놓은 후. 내가 펼쳐놓은 깽판 때문인지, 따라오는 다른 조의 사람들은 없었다. 산의 중턱. 마치 처마처럼 길게 뻗어있는 그늘의 안쪽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3조의 1번은 날 수상하게 바라봤지만, 마석을 1등으로 찾았기 때문인지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 . 제목 : ‘비공개’ 이놈이 몇 층에 있을지 예상을 해보자. 작성자 : 권마 본인의 예측은 하드 난이도 18층임. 아, 근데 설마 뒤지진 않았겠지. ㄴ 독보) 뒤졌을 리가 있나. 한 19층쯤 오르고 있겠지. ㄴ 또또 습관성 올려치기 들어간다. ㄴ 알데라민) 나 같으면 1등 찍으면 계속 점수 등록할 텐데 등록 안 하고 오르는 게 신기하네. ㄴ ㄹㅇ 1등, 늘 짜릿하고 새로워서 계속 등록할 거 같은데. ㄴ 쌍검은낭만) 또 궁금한 것은 비공개 이놈 현재 위계가 얼마냐는 것임. ㄴ 음…5위계? ㄴ 날카로운창) 빨리 올라갔어도 18, 19층일 텐데. 21세기 지구인 출신이 그 시점에 5위계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보냐? ㄴ 날카로운창) 30층 갓 올라온 21세기 지구인 애들 다 빌빌거리고 있는데. ㄴ 날카로운창) 위계는 높게 쳐도 4위계다. ㄴ 인생분석가) 뭐…4위계가 정론은 맞는데. 이제껏 보여준 점수 포텐을 보면 5위계가 아니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해서 그렇지. ㄴ 또 다른 이슈는 없는 것?? ㄴ 흑성) 광마 그 정신 나간 인간이 66층을 클리어했다. 본인 친위대인 광혼혈위대 데리고. 광마를 포함한 5인 모두 67층에 진입했단다. ㄴ 오…. ㄴ 삶은고통이기본값이다) 연합장 이 인간이랑 같이 진입했던 공략 연합 길드원 거의 다 뒤지지 않았냐?? 광마 대단하긴 하네. 이 정도면 양강구도(兩强構圖) 아니냐. ㄴ 검은손) 원래 층계 위치 아니고 무력만 따지면 양강구도 취급이었잖냐. ㄴ 나는아직살아있다) 연합장이고~~ 광마고 뭐고~~ 비공개 이 새끼 언제 30층 올라오냐고- 네놈이 불러올 대격변만을 기다리고 있다. ㄴ ㄹㅇ 개판이자 대애애애격변이긴 하겠네. ㄴ 1. 이제껏 나왔던 층계 점수들이 오류 같은 게 아니라면 이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2. 날창이는 처맞게 될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게 될 것인가아악!!